아마 많은 분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후보정'이라는 말을 들으셨거나 직접 후보정을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이 후보정에 대해서도 사실 많은 말들이 있는데 '사후 보정을 거친 이미지는 진정한 이미지가 아니다'는 주장과 '사후 보정 역시 촬영의 연속이다'라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습니다.

어느 주장이 맞느냐의 판단은 본인이 하시는 것이 제일 좋지만 보정이라는 것은 사실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있던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필름을 선택하는 단계부터가 보정 작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필름에서의 보정은 촬영이 끝난 후 현상 단계에서부터 본격화되는데 현상액의 설정부터 농도의 설정, 노출값의 변화 및 다양한 크로핑 등 정말 많이 작업들이 이루어집니다. 이 작업은 최종 인화물이 나올 때까지 이루어지는데 이런 작업들을 사진 작업이 아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죠.

그런데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열리고 포토샵과 같은 이미지 보정 프로그램(엄밀히는 디자인 프로그램입니다만)이 등장하면서 원본 이미지를 보정이나 수정하는 작업을 마치 금기라고 깨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아마도 필름 카메라 시절 직접 현상과 인화를 해보지 않은데서 오는 선입견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요즘의 디지털 카메라들은 바디 자체에서도 다양한 선보정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데 원본 고수주의자들의 견해를 따르면 이조차도 써서는 안 되고 무조건 기본 설정으로 찍은 후 리사이징으로 잘 나와야 사진 고수라고 인정을 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사진 동호회 홈페이지에 가보면 갤러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리사이징만 했습니다 라는 것이죠. 이런 글은 대체로 자신의 사진 실력이 우월함을 과시하는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하지만 디지털 이미지의 후보정 역시 사진 작업의 일환이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사진의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보기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는 것이 목적이라면 후보정은 거의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사진의 목적인가 아니면 자신이 보기에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사진의 목적인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세상의 많은 원칙들이 있지만 사진의 세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 있다면 바로 '원판 불변의 법칙'입니다. 애초부터 잘못 찍은 사진은 아무리 후보정의 달인이 와도 멋진 사진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입니다.

디지털 카메라 특히 SLR급의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촬영 이미지 설정에서 RAW모드 촬영을 하시기를 권합니다. RAW는 말 그대로 촬영 당시의 모든 데이터를 담고 있는 이미지이고 이를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후보정을 해야 비로소 제대로된 이미지가 나오는 파일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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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경제적으로 선택된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의 취미에서 대중적인 취미로 변화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필름 카메라가 사진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에서 필름 카메라 사용자와 흔히 똑딱이라고 불리는 디카와의 공존 시대를 거쳐 지금은 DSLR이 국민 카메라화(이런 표현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되어 있죠. 주말 거리를 나가보면 DSLR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제법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DSLR은 FF라고 불리는 풀프레임 바디와 크롭바디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풀프레임과 크롭바디의 차이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별 의미는 없을 듯하고 인터넷 상에 워낙 정리가 잘 되어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시면 될텐데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135mm 필름의 판형과 같은 크기의 CCD 혹은 CMOS를 탑재한 것이 FF이고 1.5배 혹은 1.6배라는 식으로 크기가 작은 CCD나 CMOS를 탑재한 것이 크롭바디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풀프레임 DSLR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크롭바디 사용자들을 알게 모르게 무시하는 구석이 많다는 점인데요. 극단적으로는 크롭바디를 쓰레기 취급하면서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FF를 써야한다는 묘한 논리를 펴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필름 카메라를 써온 입장에서는 잘 납득은 가지 않습니다. 135mm포맷이라봐야 중형이나 대형 카메라에 비하면 정말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마치 135mm포맷이 전부인양 FF를 찬양하는 이들을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에만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크롭바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FF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경제적인 이유입니다. DSLR의 경우 기술적인 진보속도에 따라 가격대가 정해지는데 아직 FF기술은 도입 초기 단계여서 제작 단가가 비쌀 뿐이죠. 마치 페라리나 포르쉐를 몰면 자신이 F1 드라이버라도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것인데 돈이 있다는 이유로 사진이 좋아지거나 운전실력이 늘리는 없습니다.

머지 않아 FF가 DSLR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은 뻔한 일이고 지금 크롭바디를 무시하던 이들은 다시 FF의 상급기종으로 이동한 다음 보급형이네 중급기네 하는 핑계로 새로 FF로 건너온 이들을 무시하겠죠. 또 중형 카메라급 포맷의 디지털로 올라가서 SLR급 장비를 쓰는 이들을 무시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이들의 특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비보다 고가의 장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말도 못한다는 점인데 제 경험으로도 소위 대포들이 줄줄이 서 있는 촬영장에서 M6으로 길을 튼 적도 있으니 참 사람의 허영심이라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이 안 나오면 바디 탓을 합니다. 이게 크롭바디라 이 모양이다. 좋은 바디를 가지고 있으면 렌즈 탓을 합니다. 렌즈가 어두워서 제대로 실력이 안 나왔다. 끝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최고 바디와 최고 렌즈를 구하면 그제서야 조용해집니다. 이제까지 사진이 형편없었던게 자신의 실력 탓임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죠.

비단 사진의 세계에서만 이런 일이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무언가의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사진가들에게는 저마다 주력으로 사용하는 렌즈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보통 사진에 입문할 당시에는 자신이 어느 화각대의 이미지를 주로 찍는지 감을 못 잡기 때문에 줌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도 나는 누군가 렌즈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우선 18-200mm와 같은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줌렌즈를 우선 사용해보라고 한다.

이런 렌즈의 경우 가격대도 저렴한 편이고 처음 사진에 입문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S렌즈나 L렌즈를 덥썩 구입하는 것은 과시용이라면 모를까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흔히 좋은 렌즈를 사면 좋은 사진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진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니다.

내 경우도 처음부터 남들이 좋다는 고급 렌즈를 구입하면서 시행착오를 무척 많이 겪었고 그에 들어간 경제적인 손실도 컸지만 무엇보다 정확한 나의 눈(화각)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결려야 했으니 무척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렇게 줌렌즈를 사용하다보면 자신만의 화각이 나오는데 그쯤되면 해당 화각대에서 가장 정평이 나 있는 단렌즈를 장만해보자. 특히 24mm, 35mm, 50mm, 85mm와 같은 렌즈들은 각 제조사들이 제법 많은 공을 들이는 렌즈들이므로 앞서 구입해둔 줌렌즈는 스냅이나 여행용으로 보관(렌즈를 자주 사고 파는 일은 가능한 없게 하자)하고 자신의 눈에 맞는 화각대의 렌즈를 구입하면 된다. 고급 렌즈를 살 때 주의할 것은 필터 역시 가장 좋은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필터를 그냥 렌즈 보호용으로만 생각하고 저가형 필터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차라리 필터를 끼우지 않는 것만 못하다. 예전에 후배가 가지고 있는 어떤 필터는 아예 내 얼굴이 비쳐 보일 정도였는데 이런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막상 필터를 사려고 보면 가격이 만만치 않아 부담을 느끼는데 좋은 필터를 쓰던가 아니면 아예 쓰지말던가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역시 슈나이더 필터(B+W)다.

자신의 눈에 맞는 단렌즈를 구비하고 나면 그때부터 사진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느낄 텐데 이때 유혹을 심하게 느끼는 것이 처음에 언급한 하이엔드급 렌즈인 니콘의 S렌즈나 캐논의 L렌즈다. 특히 단렌즈에 비해 크게 화질 차이가 없고 줌을 장비한 렌즈들의 경우 편의성이 좋기 때문에 제법 끌리는데 그래도 단렌즈에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일단 이런 렌즈에 대한 유혹은 떨쳐버리는 것이 좋다. 하나 장만하려면 최소 100만원이 넘게 드는 렌즈인데 아무래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바디는 중고를 사도 좋다. 하지만 가급적 렌즈는 신품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디지털이라면 조금 상황이 다른데 바디는 가급적 신품을 사는 것이 좋지 싶다. 물론 디지털 기기의 특성상 감가상각이 상당히 큰 점이 부담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중고 디지털 기기는 안정성면에서 권하고 싶지 않다. 렌즈는 역시 신품을 구하는 것이 좋은데 광대역 줌(18-200과 같은)의 경우는 중고라도 무방하고 단렌즈의 경우도 상태가 좋은 중고면 좋다. 다만 하이엔드급 줌렌즈의 경우라면 AS의 측면 등을 고려해 가능하면 신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물론 수동렌즈가 마운트 가능한 카메라라면 수동렌즈는 중고라도 큰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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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델명NIKON D300
  • 소프트웨어Ver.1.03
  • 센서방식단일 색역 센서
  • 촬영일자2008/09/26 19:56:01
  • 감도3200
  • 노출방식조리개 우선(반자동)
  • 노출모드자동 노출
  • 측광방식중점평균
  • 노출시간1/30 s
  • 노출보정0.00 eV
  • 조리개값f/14.0
  • 최대조리개f/14.0
  • 초점거리 60mm
  • 35mm환산 90mm
니콘 장비를 좋아하는 사진가라면 이 렌즈에 대한 꽤 많은 이야기들과 평가 그리고 멋진 사진들을 접했을 것이다. 특히 필름 바디 시대에는 광각줌영역에서 단연 1인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던 렌즈인데(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존쇼가 주로 사용하는 렌즈로도 유명하다) 니콘의 DX포맷의 등장과 함께 다소 움츠러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근래 니콘이 FF를 지원하는 D3과 D700을 출시함으로써 기존의 크롭 비율이 아닌 1:1 비율에 의한 촬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다시금 관심을 받는 렌즈기도 하다.


흔히 S렌즈 3총사로 불리는 렌즈군 중 막내격(화각면에서)

정식 명칭은 Nikkor AF-S 17-35mm f/2.8 D IF-ED다. 니콘 렌즈를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암호와도 같은 이 문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선 짚고 넘어가야겠다.

Nikkor: 니콘 렌즈
AF-S: 앞의 AF는 초점 방식이 오토임을 뜻하고 S는 초음파 모터를 내장하고 있음을 의미
17-35mm: 화각으로 광각 영역을 의미
f/2.8D: f와 이어지는 2.8은 개방조리개값을 의미하고 D는 거리정보를 렌즈에서 측정함
IF: 줌 시 경통이 내부에서 움직임을 의미
ED: 니콘의 저분산 렌즈의 하나

복잡한 감이 없진 않지만 각 제조사별로 고유한 렌즈 표기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니콘 사용자라면 알아두는 것도 좋지 싶다.

 렌즈 구성 10군 13매 
 ED렌즈 2매 
 조리개 날개수 9매 (원형 조리개) 
 최소 조리개 22 
 최단 촬영 거리 0.28m 
 필터 사이즈 77mm 
 가격 181만원 (니콘 홈페이지)

내 경우 F5를 사용할 당시 가장 오래 마운트한 렌즈인데 초광각에 근접한 17mm에서도 왜곡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고 셔터를 누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화면을 넓게 구성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17mm라는 화각은 상당히 매력적인데 이 영역대에서 왜곡현상을 극도로 억제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렌즈의 평가를 높게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단점은 역시 가격과 700g이 넘는 무게다. 그나마 다른 두 S렌즈에 비하면 가볍기는 하지만 기동성면에서 떨어지는 점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들에게 이 렌즈만한 렌즈는 없지 않을까. 

렌즈 리뷰 전문사이트인 Photodo에서 사용자 평가가 5점 만점에 4.89점을 받기도 했고 전문 리뷰어인 Bjørn Rørslett는 "This is an awesome lens"라는 말로 이 렌즈의 리뷰를 시작하여 "The AFS 17-35 Nikkor is rapidly becoming one of the Nikon legends. You cannot go wrong with this lens."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분명 전설이 되어 가는 렌즈라고 할 수 있다.

광각 영역이다보니 파인더를 굳이 들여다보지 않고 조리개와 심도만 이용해도 충분히 선명한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인 스냅에도 제법 유리하다. 현재 이 렌즈와 가장 유사한 성능을 가진 니콘렌즈는 AF-S DX 17-55mm f/2.8G렌즈인데 디지털 바디만을 사용한다면 후자 쪽이 디지털과 필름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전자 쪽이 좀 더 장점이 있을 듯하다. 

<MTF차트 - 출처: 니콘이미징코리아>

잡담> 사진을 하다보면 사진 자체보다 장비의 스펙이나 각종 분석에 연연하는 이들을 보게 되는데 예전에는 그런 모습들을 별로 좋게 보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것을 무조건 비판할 것은 아니지 싶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장비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도 분명히 있는 것이니 장비 자체의 분석 역시 하나의 취미로 존중해주는 것도 어색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많은 다른 취미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특히 사진처럼 무엇인가를 창조해야 하는 심리적인 작업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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