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카메라에서 SLR로 넘어오면서 바디도 바디지만 렌즈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아졌었습니다. 어떤 렌즈를 쓰는 것이 좋은지 당시는 혼자 판단할 수가 없어서 주로 동호회의 사용기를 보거나 렌즈의 사양에 나와있는 MTF차트를 분석하는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정작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찍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SLR초년병 시절에는 왜 그렇게 관심있는 것이 많던지...남대문 모 카메라 매장에 죽 치고 지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좋은 렌즈는 자기 눈에 맞는 렌즈이고 자신의 눈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가벼운 줌렌즈를 사용하면서 주로 촬영하는 화각대가 어떤 영역인지 파악한 다음 그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단렌즈를 하나 장만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 자신의 성향이 단렌즈를 주로 사용하는지 줌렌즈를 주로 사용하는지 나름대로 판단이 서게되는데 대략 1-2년 정도는 무작정 들고 나가 많이 찍어보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아무튼 이번 글에는 어떤 렌즈를 골라야 할지 아직도 감을 잡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렌즈 분석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해외 사이트들을 몇 군데 소개할까 합니다. 제법 오래된 곳들이라 아마 많은 분들이 익히 아시는 곳일수도 있겠네요.

1. Photozone


렌즈 분석에서는 아마 이 사이트가 가장 유용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전 세계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렌즈들에 대한 기술자료와 리뷰를 제공하고 있고 사용자 포럼과 렌즈마다의 평가가 잘 이루어져 있는 곳입니다. 특히 캐논, 니콘, 펜탁스, 소니 제품을 위주로 리뷰가 진행되는 곳으로 메이저 사의 렌즈와 써드파티 렌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구글 번역을 통한 한글 번역도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번역 신뢰도는 극히 낮습니다)

2. Photodo


1102개의 렌즈 정보와 428개의 MTF차트, 그리고 74개의 상세 리뷰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곳입니다만 요즘은 어쩐 일인지 업데이트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출시된 지 어느 정도된 렌즈들에 대해서는 제법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사용 중인 렌즈 분석 페이지를 캡쳐해 봤습니다.

3. 톰 호건


자타가 공인하는 니콘 마니아인 톰 호건의 웹사이트입니다. 니콘 장비에 대한 이분의 열정은 대단한데 신기종에 대한 리뷰를 제법 상세하게 그리고 극단적인 언어로 멋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책도 많이 낸 분인데 구입하실 분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될 듯합니다. 필름카메라 시절부터 오늘날의 디지털 카메라까지 폭 넓은 정보를 구할 수 있습니다.

4. Bjørn Rørslett


제가 니콘 장비만을 사용하다보니 소개하는 사이트들이 니콘에만 치중되는 경향이 있네요. 이 사이트는 오랫동안 자연 및 과학 사진을 주로 찍어온 Bjørn Rørslett의 개인 홈페이지입니다만 제법 알려진 곳 중의 하나죠. 이분 역시 직접적이고 극단적으로 렌즈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데 실전에서 나온 렌즈에 대한 평가라 제법 유용합니다. 특히 직업으로 사진을 선택하는 분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외에도 소개할 곳이 제법 많은 데 일단 위 4곳의 정보만 섭렵하셔도 렌즈 정보에 대한 갈증은 대부분 해소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단렌즈를 애용했습니다. 일단 수동기여서 줌렌즈가 많지 않았던 이유도 있고 무거운 장비에 부담을 느끼며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죠. 처음 사진을 시작한 것은 니콘의 RF카메라였지만 본격적인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은 니콘의 F3를 손에 쥔 이후였죠. 이후 제법 많은 기변을 하게 되는데 "써 보지 않고 말을 말자"는 묘한 논리를 붙여 소위 좋다는 장비들을 섭렵해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충격(?)을 받은 장비가 바로 콘탁스였습니다. 물론 라이카 역시 대단한 충격을 주긴 했지만 아직 라이카를 사용하기 전인 당시는 콘탁스 그러니까 짜이즈 렌즈의 결과물은 이전의 사진과는 뭔가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처음 장만한 짜이즈 렌즈는 누구나 좋아하는 화각인 50mm였는데 제 눈이 이상한 것인지 50mm는 아무리봐도 표준이라고 부르기에는 초점거리가 멀게만 느껴졌고 이것저것 시험을 해보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35mm입니다.

칼 짜이즈, T* 코팅으로도 유명한 이 렌즈는 렌즈마다 고유한 이름이 붙어 있는데 제가 사용해본 렌즈군은 플라나와 디스타곤이군요. 플라나(Planar)는 이미 그 역사가 100년이 넘은 렌즈로 칼 짜이즈의 역사이기도 하고 현대 광학의 결정체이기도 합니다. 재밌는 것은 칼 짜이즈 렌즈는 표준이 35mm라는 점이죠. 따라서 플라나는 망원 렌즈로 분류됩니다. 오늘날에는 50mm가 표준렌즈로 인식되고 있지만 원래는 망원(엄밀하게는 중망원)인 셈이죠. 그렇게 보면 제 눈이 그렇게 틀린 것도 아니지 싶습니다.

플라나도 마음에 들지만 제가 주력으로 사용했었고 아직도 구입 순위에 올려두고 있는 렌즈는 바로 디스타곤입니다. Distagon즉  거리를 의미하는 '디스턴스'와 각도를 의미하는 '곤'이 결합한 이 렌즈는 광각이라 풍경 촬영에 유리하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칼 짜이즈 렌즈 구성을 생각해보면 35mm 렌즈가 표준렌즈이니 광각으로 가려면 그 이하의 화각을 가진 렌즈를 찾아야겠죠.

니콘으로 건너오면서 칼 짜이즈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고 콘탁스가 단종이 되면서 칼 짜이즈 정확하게는 디스타곤을 다시 잡아볼 기회는 적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짜이즈의 역습'이라고 불러도 좋을 일이 벌어졌는데 수동 렌즈인 ZF(Z는 짜이즈, F는 니콘 마운트) 렌즈군이 등장한 것이죠. 그리고 소니와의 제휴로 AF렌즈까지 등장했습니다. 후자는 제 관심 밖이니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새로 등장한 짜이즈 렌즈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렌즈는 바로 이 렌즈입니다. 짜이즈 디스타곤 25mm는 콘탁스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25mm라는 독특한 화각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25mm는 넓지도 멀지도 않은 참 묘한 초점대입니다. 크롭 디지털 바디라면 37.5mm의 화각이 되죠. 제 경우 지금 크롭바디이니 이 정도 화각이면 예전 표준렌즈로 사용할 당시에 큰 차이는 없어보입니다.


35mm보다 길이가 조금 긴 것이 걸리기는 하지만 항상 바디에 마운트해두고 쓸 수 있는 단렌즈 하나만을 고르라면 저는 이 렌즈를 고를 생각입니다. 물론 가격은 왠만한 보급형 카메라 한 대값 이상이니 접근성은 아주 안 좋은 편입니다.


사진을 시작하면 카메라 바디와 렌즈 가격에 놀라기도 하지만 부수 기자재들의 가격에 한 번 더 놀라게되지요. 그래서 카메라가 아닌 기타 장비들은 그냥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전에 동호회 게시판에도 적었는데 제 생각으로는 가방과 필터는 가능하면 좋은 것을 쓰는 것이 낫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가방의 경우는 출사를 나가 카메라 등의 장비를 원천적으로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고급 제품을 사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니 반론의 여지는 물론 충분히 있습니다.

저도 가방은 제법 많이 바꾼 편인데 아무래도 실용성보다 외관이나 겉멋에 흔들렸기 때문인데 그렇게 바꾼 가방만 제법 됩니다. 가방을 고르는 제일 좋은 방법은 일단 마음에 든 가방을 사용 중인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거나 하루 정도 빌려서 직접 출사를 나가보는 것인데 사실 다른 이들이 좋다는 가방도 자기 스타일에 안 맞으면 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직접 들고 다녀보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제가 지금 쓰는 가방은 빌링햄의 하들리프로와 돔케의 F-2인데 하들리 이야기를 먼저 해보고자 합니다. 요즘은 하들리의 재질이 바뀌어서 파이버나이트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데 2005년에 구입한 제 가방과는 많이 달라보입니다. 하들리의 장점은 역시 외관상 카메라 가방같지 않다는 점이고 카메라 가방의 본연의 역할인 카메라의 보호에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늘 나오는 이야기지만 가격이 제법 비싸다는 점(악세사리의 경우는 더하죠)입니다.


요즘은 재질이 바뀌어서 판매 중인 하들리프로(출처: 필름나라)


하들리로 정착한 이후 3년간을 가방에 대한 아쉬움없이 지낸 걸 보면 이 가방에 대한 만족도가 제법 높다는 생각이 드네요. 겉보기에는 작아보이지만 왠만한 가방 이상의 수납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꽉꽉 채울 경우에는 어깨에 부담이 꽤 심한 편입니다. 별도로 판매하는 어깨패드는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데 가방 가격의 4분의 1이나 되는 무지막지한 가격이라 부담이 크긴 합니다.


다른 실용적이고 튼튼한 가방들도 많은데 굳이 하들리를 살 필요가 있느냐고 하실 분들도 계실 듯합니다. 어떻게 보면 돈 낭비일 수도 있지만 장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오래된 수제 가방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전통과 그에 대한 향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출퇴근 시나 간단한 출사(1바디 1렌즈)시엔는 기동성 면에서도 그렇고 상당히 유용한 가방인 것은 틀림없지만 원거리 출사나 장비가 좀 많아지만 아무래도 실용성 면에서 크게 떨어지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쪽 어깨에 실리는 부담이 큰데 빌링햄의 어깨패드보다는 돔케의 어깨패드를 추천합니다.

본격적인 출사 시에는 아무래도 돔케의 F-2를 따라올만한 가방은 없는 것 같습니다. 돔케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하기로 하죠

사진 관련 폴더를 정리하다가 이전에 모아두었던 글들이 제법 많더군요. 대부분 상당히 오래 전의 글이라 요즘엔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아래에 옮겨오는 글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작자 분은 누구신지 기억이 안 나네요.


--------
1. 사진은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다.
보고,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은 예술 기술에 대해 읽고, 생각하고 배우고 연습하는 것은 과학

도자기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달리 사진이란 화학, 물리학적인 기술에 크게 의존한 매체이다. 그러므로 사진가란 예술적, 창조적인 소양뿐만 아니라 기술과 과학에 대한 이해도 함께 가져야만 좋은 사진을 완성해 낼 수 있다. 예술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서 다른 이들의 작품을 보거나 자기 주변 사물을 관찰하고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 별 뾰족한 방법은 없다 반면 과학적인 부분은 노력을 통해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재료나 도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감을 표현해 내는 도구로 쓸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숭고하고 창조적인 영감이라도, 이런 과학이나 기술이 부족해서 전달에 실패한다면, 한낱 마음속의 영감에서 끝나버리고 만다.

2. 장비를 걸림돌이 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디딤돌로 쓸 것인가?

물이 절반 담긴 컵을 보고 어떤 사람은 물이 반쯤 담겨있다고 말하지만, 다른 이들은 반쯤 비어있다고 말한다. 자신은 어떤 쪽에 속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장비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너무도 많이 알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장비의 한계 때문에 어떤 사진을 찍지 못한다고 늘 불만이 태산이다. 가령 어떤 이는 매크로 렌즈가 없어서 꽃사진을 찍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매크로 렌즈 없이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꽃사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접사링이나 접사렌즈를 쓰든지, 아니면 꽃의 무더기를 찍을 수도 있고, 좀 큰 꽃을 찾아서 얼마든지 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낼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장비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데 주저하지 말자.

3. 장비보다는 책과 필름을 사는데 돈을 써라

이것은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상식이다. 마음속 깊이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탐나는 장비만 보면 그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 장비 사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말은 아니다. 새로운 기능은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진 못한다. 하지만 몸에 배도록 하는 연습 없이는 아무리 좋은 기능도 제 몫을 하기 어렵다. 만일 다음에 장비를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참기 어려워 질 때, 스스로 ‘정말 그 장비가 자신의 사진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것인가?’ 한번 반문해 보라.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새 장비가 사진에 대한 정열을 불사르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4. 내 최고의 작품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만은 타성을 부른다. 어떤 순간 자기의 사진이 더 이상 발전할 길 없는 완벽에 도달했다고 느끼면, 바로 그 순간부터 사진이 퇴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절대로, 아무리 잘된 사진이라 할지라도, 자기 평생 최고의 사진이라고 생각하거나 완벽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항상, 새로 배울 것은 남아있는 법이고, 더 발전할 여지는 남아있게 마련이다. 다음 번에는, 현재 자신의 수준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버려서는 안 된다. 좋은 사진이 나왔다면 오히려 더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갔어야 된다. 물론 자신의 능력에 대해 현실적인 평가도 필요하다. 그러지 못하고 허황한 목표를 쫓다보면 결국엔 상처만 받고, 포기하게 될 위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5. 셔터를 누르는 것은 빈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필름을 살 때, 나는 늘 필름은 필름일 뿐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왜 프로들은 같은 필름을 가지고 기막힌 사진을 만들어 내는가? 왜 나는 같은 것을 가지고 그저 그런 사진들밖엔 찍지 못하나? 아직 찍지 않은 필름이란 빈 캔버스와 같다. 그 위에 좋은 작품이 만들어 질 수도, 망친 그림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작품이 될 것인지, 아니면 쓰레기가 될 것인지는 오직 자신에게 달려있다. 자신의 능력이 최종결과를 좌우하게 되어 있다. 셔터를 누를 때 얼마나 진지한 마음인지를 늘 되새겨야 한다. 그러면 자신이 찍는 사진에 대해 좀더 비평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결과물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6. 셔터를 누르기 전에 생각하라.

무시한다고 화낼 필요는 없다. 알고도 못하는 많은 것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담배가 해로운 것 알면서도 줄담배를 피우는 것이나 가식이 나쁘지만 멈추지 못하고 탐식하는 것, 이런 것과 마찬가지이다. 행동에 옮기기 전에 깊이 한번 더 생각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나 기능의 발전 덕분에 종래에는 필수적이었던 여러 단계를 생략하고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지만 ‘생각한다’ 는 것은 절대로 그냥 생략하고 넘어갈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생각이란, 필름이나 렌즈의 선택, 노출, 구도 등, 사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단계에 의식적인 판단을 뜻한다. 앞서 말했듯이 생각이란 같은 필름을 써서 보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준다. 사진을 찍으면서 더 좋은 이미지를 원하는 게 사실이라면 셔터를 누르기 전에 잠깐의 시간을 더 할애하지 않을 이유란 하등에 없다. 예를 들어 프레임 안에서 어떤 부분이 더 강조되기를 원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서 위치를 옮겨볼 수도 있게 된다. 1~2 초만이라도 더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 올 것이다. 의식하고 노력해서 습관이 되도록 하자.

7. 셔터를 누르지 않으면 사진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자기가 찍을 수 있는 어떤 사진을 상상하느니 당장 카메라 들고 나가서 찍고 볼일이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어떤 장비만 구하고 나면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고 있음을 보게 된다.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이런 것이 실제로 나가서 사진을 찍지 않는다면 ‘가능성’ 이나 ‘잠재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사진이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다. ‘나도 저런 사진 찍을 수 있어’ 하는 얘기 많이 들어 보지 않았는지… ‘우리는 자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지고 판단하지만 남들은 우리가 내어놓는 결과물을 보고 우리를 판단할 뿐이다.’ 그러니 앉아서 말이나 생각만 할게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사진을 만들자.

8. 돌이켜 보는 일은, 앞을 내다보는 잃은 것보다 수월한 일이다.

사진을 보고 뭐가 잘되었느니 아니니 하고 말하는 것은 누구든지 하기 쉬운 일이다. 뒤돌아보기란 언제든 쉽다. 경제학자들은 상반기 내내, 금년만 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것인지 가지고 이야기한다. 다음 하반기 동안은 왜 자기들이 예측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지를 말하며 보낸다. 잘된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쉽게 그것이 빛을 잘 이용해서인지, 아니면 느낌이나 구도 때문인지 말하곤 한다. 잘못된 사진을 비평할 때는 노출실패, 포커스를 못맞추었다든가 아니면 배경에 거슬리는 것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또 자신의 사진을 위해서 좋은 공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자. 자신이 사진을 찍을 때 정말 그렇게 화면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보고 찍었던가? 자신이 사진을 보고 비평하듯, 화인더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각을 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나? 잘못된 사진을 비평하는 것보다는 좋은 사진을 찍는 일이 수십배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비평적인 안목을 셔터를 누르기 전에 활용하라. 그것이 바로, 예리한 비평가를 대단한 사진가로 바꾸어 놓아줄 열쇠이다.

9. 사진이란 빛을 다듬고 그리는 작업이다.


희랍어로 포토그라피란 말은 빛을 그린다는 말이다. 빛이 없이 사진이 될 수 있나? 너무도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내게 좋은 빛이란 사진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짐 주커만의 얘기에 의하면 ‘세상에 나쁜 소재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어떤 시간에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달려 있다.’ 그가 말한 것은 다른 요소들도 많지만 빛의 질이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빛이 좋고 나쁘다고 보면 곤란하다. 빛의 성질이 다를 뿐...

10. 자신에게 냉혹하고, 남들에게 너그럽게 대하라.

자신의 실력이 계속 발전되기를 원한다면, 또 친구들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가지 않기를 바란다면 자신에게 냉혹하고, 남들에게 너그러울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속으론 형편없다고 생각하면서 겉으로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내 말은 자만하지 말고 자신의 사진에 대해 냉혹히 비평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다른 이들의 작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보며 예의를 잃지 말라는 말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만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것은 주위에 유능한 사진가 친구들을 멀어지게 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11. 미적 안목과 기술은 상호보완적이라야 한다.

기술이 따라주지 않는 안목이란 실현될 수 없는 환상일 뿐이다. 미적 안목이 없는 기술이란 잘 찍은 쓰레기를 만들어 낼뿐이다. 첫 번째 예술과 과학에 대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상황을 한번 가정해보자. 만일 가수 이선희가 목소리를 잃었다면. (팬들한테는 악몽일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속으로 고소해 하겠지만) 그녀는 어떻게 그녀의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가수에게 목소리가 없다는 것은 기술이 결여된 사진가의 경우와 같다. 목소리는 없이도 그녀는 모든 느낌이나 열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는 예술가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단을 가지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자신의 이념이나 컨셉트가 좋다손 쳐도 보는 이들을 납득하거나 감동하게 하지 못한다.

12. 기술에 대해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쓸 줄 아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누구든지 기술서적을 읽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중 어떤 사람은 좋은 사진가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사진이론 전문가가 되고 만다. 다음의 예는 가상의 인물들이다. ‘김모씨는 사진 장비나 기술에 대해 얘기하기를 즐긴다. 그는 사진에 대해서는 말이 막히는 법이 없고, 최신 카메라의 재원에서부터 후지프로비아의 상반측불궤에 대해서도 막힘 없이 줄줄 욀 수 있다. 기술에 관해서 어떤 것이라도 그에게 물으면 모든 답을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모르는 게 없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아무도 그의 사진을 보았다는 이가 없다….’ 이런 사람 주위에서 보았는가? 사진 이론전문가 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사진가는 아니다.

13. 자기에게 없는 장비를 가지고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아느니 보다, 자기가 가진 장비를 가지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

만일 내가 400미리 2.8 짜리 렌즈만 가지고 있다면, 사자가 영양을 덮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을 텐데… 혹은, 어안 렌즈 하나 있으면 멋진 사진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상상 속에서 환상의 사진을 꿈꾸지 말고 지금 가진 장비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는 게 낫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은 남들이 갖지 못한 무엇을 가지고 있다. 지금 F100을 가지고 있다면 F5가 가지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을 방금 시작해서 카메라 바디조차도 없는 불쌍한 친구를 생각해 보라. 행복하게도 어떤 장비든 가지고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그 장비가 해낼 수 있는 최대의 능력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많은 사진가들이 라이카의 M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M으로 찍으면 정말 멋진 사진이 턱하니 나오는 것일까요?

사실 M바디로 사진을 찍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레인지파인더 방식에 대한 이해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진의 촬영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제법 공부를 해야 합니다. (물론 많이 찍다 보면 자연히 알게됩니다만)

M바디의 가장 큰 난점(?)은 필름의 장전이 아닌가 하는데 요즘 카메라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필름 장전하다가 세월만 갈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M과 50mm 하나로 멋진 사진을 찍고 싶어하지만 바디 하나 렌즈 하나 장만하는데고 왠만한 중고차 한 대 값이 나오니 부담이 아닐 수 없죠.

아마도 M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막연한 동경이 생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첨부 파일은 M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라이카사의 자료입니다.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네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