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장비를 좋아하는 사진가라면 이 렌즈에 대한 꽤 많은 이야기들과 평가 그리고 멋진 사진들을 접했을 것이다. 특히 필름 바디 시대에는 광각줌영역에서 단연 1인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던 렌즈인데(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존쇼가 주로 사용하는 렌즈로도 유명하다) 니콘의 DX포맷의 등장과 함께 다소 움츠러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근래 니콘이 FF를 지원하는 D3과 D700을 출시함으로써 기존의 크롭 비율이 아닌 1:1 비율에 의한 촬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다시금 관심을 받는 렌즈기도 하다.


흔히 S렌즈 3총사로 불리는 렌즈군 중 막내격(화각면에서)

정식 명칭은 Nikkor AF-S 17-35mm f/2.8 D IF-ED다. 니콘 렌즈를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암호와도 같은 이 문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선 짚고 넘어가야겠다.

Nikkor: 니콘 렌즈
AF-S: 앞의 AF는 초점 방식이 오토임을 뜻하고 S는 초음파 모터를 내장하고 있음을 의미
17-35mm: 화각으로 광각 영역을 의미
f/2.8D: f와 이어지는 2.8은 개방조리개값을 의미하고 D는 거리정보를 렌즈에서 측정함
IF: 줌 시 경통이 내부에서 움직임을 의미
ED: 니콘의 저분산 렌즈의 하나

복잡한 감이 없진 않지만 각 제조사별로 고유한 렌즈 표기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니콘 사용자라면 알아두는 것도 좋지 싶다.

 렌즈 구성 10군 13매 
 ED렌즈 2매 
 조리개 날개수 9매 (원형 조리개) 
 최소 조리개 22 
 최단 촬영 거리 0.28m 
 필터 사이즈 77mm 
 가격 181만원 (니콘 홈페이지)

내 경우 F5를 사용할 당시 가장 오래 마운트한 렌즈인데 초광각에 근접한 17mm에서도 왜곡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고 셔터를 누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화면을 넓게 구성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17mm라는 화각은 상당히 매력적인데 이 영역대에서 왜곡현상을 극도로 억제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렌즈의 평가를 높게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단점은 역시 가격과 700g이 넘는 무게다. 그나마 다른 두 S렌즈에 비하면 가볍기는 하지만 기동성면에서 떨어지는 점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들에게 이 렌즈만한 렌즈는 없지 않을까. 

렌즈 리뷰 전문사이트인 Photodo에서 사용자 평가가 5점 만점에 4.89점을 받기도 했고 전문 리뷰어인 Bjørn Rørslett는 "This is an awesome lens"라는 말로 이 렌즈의 리뷰를 시작하여 "The AFS 17-35 Nikkor is rapidly becoming one of the Nikon legends. You cannot go wrong with this lens."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분명 전설이 되어 가는 렌즈라고 할 수 있다.

광각 영역이다보니 파인더를 굳이 들여다보지 않고 조리개와 심도만 이용해도 충분히 선명한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인 스냅에도 제법 유리하다. 현재 이 렌즈와 가장 유사한 성능을 가진 니콘렌즈는 AF-S DX 17-55mm f/2.8G렌즈인데 디지털 바디만을 사용한다면 후자 쪽이 디지털과 필름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전자 쪽이 좀 더 장점이 있을 듯하다. 

<MTF차트 - 출처: 니콘이미징코리아>

잡담> 사진을 하다보면 사진 자체보다 장비의 스펙이나 각종 분석에 연연하는 이들을 보게 되는데 예전에는 그런 모습들을 별로 좋게 보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것을 무조건 비판할 것은 아니지 싶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장비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도 분명히 있는 것이니 장비 자체의 분석 역시 하나의 취미로 존중해주는 것도 어색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많은 다른 취미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특히 사진처럼 무엇인가를 창조해야 하는 심리적인 작업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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