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없이 약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마음조차 알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하면 나는 지체없이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만큼 사람이 전부라는 말인데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한빛비즈에서 출간된 '마음의 암호에는 단서가 있다'라는 책이다. 마음을 암호라고 풀어둔 것이 제법 흥미가 간다. 아니 어쩌면 상당히 정확한 내용이다. 마음이란 그 자체가 암호화되어 있어서 풀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마음의 암호에 단서가 있다고 한다. 즉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다.

책은 전체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마음의 암호에는 반드시 단서가 있다

2장 그 사람은 당신을 위해 절로 움직일 것이다

3장 원하는 것을 순조롭게 얻는 기술

4장 누가 당신의 돈을 빼앗아 갔는가?

5장 사회의 틀을 넘나드는 기술

6장 관계의 가장 큰 기술은 사랑이다

처음 제목을 접하고 목차를 간단하게 훑어보았을 때는 여느 처세술 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당연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기를 원한다' 라던가 '추구하는 목표를 매일 종이에 위에 써라'던가 하는 식이다. 원저가 그런 것인지 출판사의 편집 방침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목차를 끌어내는 모양새를 보니 공격적인 처세술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같은 느낌이다. 하기야 그런 느낌이 아니면 요즘 같은 출판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없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제법 많은 것을 알려준다.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홀히 하고 있는 것. 마치 우리가 공기를 들여마시며 숨을 쉬고 있는 것과 같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들을 다시금 이야기한다. 왜 그럴까? 당연하다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강조하고 다시 풀어쓴다는 것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당연한 것을 이해하거나 실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말이 강조되는 사회는 도덕이 엉클어진 사회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주제들 역시 우리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전에 '생각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 역시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책이 잘 팔려나가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카렐의 공식'은 공식이라 부르기도 뭐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하나의 공식이 되어 있고 또 책에 소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이것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전반적인 책의 구성은 독자를 많이 배려하고 있는 느낌이다. 각 장별로 작은 사례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다. 그렇다보니 하나의 주제에 대한 페이지 분량은 많아야 2-3장이다. 바쁜 현대인을 위한 적절한 배려랄까? 각 주제의 구성은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고 그 사례 속에서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나아가 그 사례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식이다. 문체가 어렵지 않아 처세술이니 심리학이니 하는 거추장스런 수식어를 떼고 읽기에도 적당하다.

다만 자투리 시간에 읽기에 적당한 분량으로 구분한 것에 비해 책의 무게는 좀 나가는 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한 손으로 들고 읽기에는 무겁다. 이런 책들은 휴대를 위해 미니북이나 재생지 등으로 출간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류의 책들은 도서관이나 서재에 앉아 진득하게 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번역은 조금 딱딱한 편이다. 책의 구성이나 취지에 비해 번역자가 실제 사례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고 책의 성격과 디자인, 번역이 딱딱 잘 맞아들어가는 느낌은 들지 않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부분이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게된 책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입니다. 4대 비극의 하나로 꼽히지만 사실 작품의 이름만 들어왔거나 TV나 영화로 대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보통이지요.  그나마 대중적인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이고 햄릿의 경우는 제목은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내용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번에 다행스럽게도 완역판이 출간되어 셰익스피어 본래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햄릿은 아시다시피 희곡입니다. 따라서 책 전체는 대화로 이어져 있죠. 개인적으로는 소설이나 수필을 쓰는 것보다 대화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셰익스피어(실존 논란은 다루지 않겠지만)의 문학적인 재능은 대단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의 남녀관은 오늘날과는 많이 다르지만 아무튼 많이들 들어본 대사 중의 하나입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비난하는 장면에 사용된 이 대사는 요즘은 본래 의미와 다르게 패러디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기는 합니다만..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이후의 햄릿의 행동과 대사들을 생각하면 쉽게 패러디에 사용할 표현은 아닌 듯 합니다.

햄릿은 마지막까지 여자들에게 극단적인 실망을 하게 됩니다. 모친에 대한 실망을 전체 여자라는 범주로 확대를 한 것이랄까요. 결국 오필리아도 그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 하고 죽음을 맞게 되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과 오델로는 여자에 대해 그다지 좋은 감정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마치 니체의 여성관과도 비슷한 경멸조의 대사들이 종종 비치죠. 사람에 따라서는 너무 극단적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부분만이 아닌 큰틀로 파악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니체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요.


햄릿은 우유부단의 극치였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는 햄릿은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는 인물입니다. 'To be or not to be'로 시작되는 연극 상연 전 장문의 독백은 그의 우유부단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전체 대사를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내면의 고민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승화시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어떤 일이건 결의를 하기 전에는 그만한 고뇌와 번민의 시간은 있는 것이고 그만한 고뇌없이 행해진 일이라면 차라리 즉흥적인 것이 아닐까요.

처음 부왕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햄릿은 부왕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그것을 완수합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고민과 방황은 오히려 본래의 마음을 숨기기 위한 가장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햄릿의 복수극은 철저하게 이어집니다. 우유부단이라는 말은 차라리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적당한 것이 아닌가 저는 생각이 됩니다. 




햄릿의 고민은 상당히 깊습니다. 그가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단지 그만의 고민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 역시 똑같이 고민해봐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의 독백을 통해 상당히 심오한 인간 본성과 그 방향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동시에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른 것이라는 그만의 가치관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번 문장을 새기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작가의 의도가 진리인 것은 아니지만 생각할 '꺼리'가 주어진다는 것이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얻는 또 하나의 보물이 아닐까 합니다.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대표적인 인용구 다음의 문장들입니다. 무려 한 장이 넘게 햄릿의 독백은 이어지는데 햄릿 전체를 관통하는 고뇌와 번민이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너무도 짦군요. 여자의 사랑같이

제목으로 제가 삼았던 이 문장은 사실 한 문장이 아닌 햄릿과 오필리아의 대화입니다. 첫 번째 대사는 오필리아의 두 번째 대사는 햄릿의 대사입니다. 여자에 대해 어쩌면 극도록 경멸적이 되어 버린 햄릿의 자조적인 대사이기도 하죠. 이 대사에 대해 오필리아는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사실 햄릿과 오필리아의 많은 대화들을 보면 햄릿은 내뱉듯이 이야기를 하고 오필리어는 적극적인 반격(?)을 하지 않습니다. 순결하고 정숙한 아름다움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 오필리아가 왜 뒤틀린 햄릿의 생각들에 구원의 메시지를 주지 않았는지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런 면에서는 리어왕이 좀 더 구체적으로 구현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

햄릿은 상당히 양이 적은 편입니다. 집중해서 읽으면 반 나절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고 내용 역시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안에 담겨 있는 고민거리는 상당히 많아서 책을 읽고난 후에도 한참의 여운이 남습니다. 저는 보통 이런 책은 한 번 가볍게 읽고 묻어 두었다가 기억이 사라질 즈음해서 다시 읽습니다. 이전의 독서의 편견을 비우고 새로운 해석을 하기 위함인데 햄릿 역시 그럴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햄릿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내용이 진부하고 따분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웬만한 소설들보다 오히려 매력적인 책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희곡의 특성을 감안해서 조금 두께가 늘어나더라도 장별로 확실하게 구분이 지어진 편집이 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점 그리고 글자 크기가 면마다 일정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편집 상 그런 배려를 한 것이라면 이유를 명시해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또 하나 욕심이라면 햄릿과 같은 책은 평생 소장판으로 가치가 있는데 소장용 양장본이 나와 주면 어떨가 싶기도 합니다. 

한 동안 외부 리뷰를 많이 했는데 시간에 쫓기듯이 책을 읽어야 하는 점이 많이 아쉽네요. 한 권 더 신청을 해 둔 것이 있기는 한데 아무튼 그동안 리뷰를 위해 묵혀만 두고 있던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다시 꺼내 들어야겠습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 코헬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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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冬至)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 황진이

학창 시절 이 시조를 읽었을 때는 그저 그런가보다..라거나
황진이의 말초적인 감성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이 시조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니 이해한다기보다 그녀의 애절함이 그리움이 애틋함이 가슴 시리게 전해져 온다.
마치 그 시절의 그녀가 나인양... 그녀의 모든 감정이 내 안을 휘몰아친다..

봄이 오는 길

정봉렬

봄은 길을 따라 오지 않는다

바다를 건너 올 때도
뱃길 따르지 않고
산맥을 넘을 때도
바람에 몸을 싣지 않는다

봄이 오는 길은 따로 없다
언 땅 밑으로 흐르는 물에나
깊은 잠 속의 짧은 꿈에서도
아지랑이로 살아오고
만나고 헤어지는 정류장을 아무도 모른다.
 





나는 아직 지리산에 가본 적이 없다. 애초에 산행이라는 것을 그렇게 즐기지 않는데, 아마도 군 시절 산악 구보를 통해 지겨우리만큼 산을 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수 많은 산행 서적이 나와도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이혜영의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은 일단 제목부터 눈에 들어온다.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둘레를 걷는다'는 것이 제법 신선해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손에 드니 제법 묵직하다. 사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인쇄 품질을 고려해 종이를 쓰다보니 책이 무거워진 것 같다. 몇 장을 들춰보니 흔히 볼 수 있는 여행 서적과 다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마치 오래 전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같은 느낌이랄까 글씨들이 빼곡하게 지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니 여행 서적이면 좀 여유있게 편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읽어보기로 했고 얼마 후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월간지와 일간지 기자를 거친 까닭인지 문체가 참 정갈하다. 반면 한편에서 생각하면 어디 빈틈을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어 독자는 저자의 생각에 푹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문학 전공자답게 유려한 문체와 맛깔스러운 문장을 적어 가면서도 기자의 직업 정신이 몸에 익숙해서인지 배경 자료(지리, 설화, 교통편 등)가 제법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보통 요즘의 여행서들이 시각적인 데에 치중하거나 젊은 독자들을 끌기 위해 다소 파격적인 내용의 글을 적어나가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정통 여행 서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통 여행 서적은 다분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 지루함을 해소시키는 것은 온전히 저자의 필력에 달려 있는데 이혜영 씨는 그런 면에서 작가의 자질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어떤 지역을 안내하는 여행 도우미라는 느낌보다는 저자가 직접 그 길을 걷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저자의 느낌을 가감없이 적어 내려간 기행문에 가까운 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요즘은 오히려 이런 류의 책이 보다 독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분명히 여행 서적을 보기는 했는 데 책을 덮고 나면 뭘 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책들이 쏟아지는 요즘이니 말이다.

저자는 한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포인트' 장소를 지정해 그곳에 가보기를 권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느꼈건 그 감정을 독자들과 공유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왜 지리산을 찾아 그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둘레길을 걸었을까? 저자 자신이 밝히고 있듯이 "주변과의 넉넉한 교감을 권장하는, 또한 그럴 수밖에 없는 지리산길 걷기는 여행자와 여행자의 관계를 평등하게 조작했다."는 점이 아닐까.

산을 오르면 누군가는 위에 있고 누군가는 아래에 있지만 길을 걸으면 우리는 늘 같은 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신선한 책을 읽었다. 이헤영 작가의 감각을 다른 책을 통해 또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끝으로 책 뒷 장에 고이 담겨 있는 손수건은 저자의 유쾌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같다. 땀을 흘리며 자기가 걸어본 길을 똑같이 걸어보라고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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