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살펴보게 된 것은 내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부분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메일이 보편적인 교류 수단이 되어 가고 있는 탓에 바로 몇 자리 건너에 있는 동료와도 말보다는 이메일로 혹은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얼굴 한 번 마주칠 일이 없는 요즘의 생활에 경각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책은 대면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실제 사례를 들어 재미있게 풀이하고 있는 점이 장점이다. 천편일률적인 처세술을 이야기하는 다른 책들에 비해 따라서 덜 지루하고 좀 더 몰입해서 책을 읽게 되는 점이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첫 장은 스몰토크로 시작하는데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상당히 어색한 분위기가 이루어지는 것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방법으로 스몰토크 즉 가벼운 신변잡기의 이야기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사실 낯선 사람과 만나 첫 말문을 열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상에서의 가벼운 주제 혹은 공통적인 주제로 대화의 시작을 끌어내는 것은 적극적인 대화의 장을 연다는 의미도 크지만 이후 관계에서 이쪽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대화의 달인에 대한 설명인데 저자는 대화의 달인의 정의를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이야기를 할 때 별 생각없이 즉각적으로 답변을 하거나 상대방의 반응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말을 하기에 앞서 그 반응까지 염두에 둔다면 적어도 말로 인해 관계가 틀어질 리는 없을 것 같다. 너무 계산적인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못 말한 한 마디로 관계가 어긋나는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위 문장을 보자.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참 많이 듣는 말이 아닌가?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다 너를 생각해서야..라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앞에 있다면 당장 그 사람에게서 도망가라고 말한다. 즉 그는 진정 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한 멘토란 칭찬을 통해 자신에게 동기 부여를 해 주거나 영감을 주는 피드백을 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 다음으로 내가 유의 깊게 본 문장은 다음과 같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 번쯤은 이력서를 보내고 도무지 답이 오지 않아 초조해했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수 많은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고의로건 혹은 실수로건 당사자에게 통보를 안 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피가 마르는 일이다. 이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런 경우 직접 전화를 해서 일단 그 상황의 결론을 파악하라고 한다.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미리 들어두면 괜한 걱정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인간관계를 맺고 또 끊는다. 즉 어떤 회사에 지원했더라도 다른 회사에 가기로 사정이 바뀌었다고 해서 먼저 회사에 통보를 하지도 않는다. 회사 역시 불합격한 지원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일상 생활 중에도 인터넷 동호회 등의 모임에서 이런 일이 잦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별 연락도 없이 불참을 하거나 문자로 해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끝으로 저자는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로 싱클태스킹을 하라고 조언한다. 즉 대화를 할 때는 대화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대화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시계를 보는 것과 같은 행동은 '아, 나는 당신 이야기가 지루해요'라는 표현일 뿐이다. 입장을 바꾸어 자신이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부지런히 문자를 보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 책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대화'를 들고 있고 그 대화를 쉽게 시작하고 멋지게 끌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같은 시대에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물론 대단히 상식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기때문에 굳이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틀어지는 것이 인간관계라는 점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체적인 번역 상태가 매우 우수함에도 내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난데없이 등장한 빅뱅은 전체적인 독서 리듬을 깨뜨렸다. 이건 번역가의 잘못도 잘못이지만 에디터가 적절한 편집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마 원문에서는 미국의 유명한 그룹이었을 텐데 차라리 원래 대로 표기를 하고 주석 처리를 했더라면 흐름이 깨지는 일은 없었을 듯하다.










 
제가 참 좋아하는 블로그 지인인 초하님께서 갑자기 숙제 하나를 툭 던져 주고 가셨습니다. 이전 행사에 동참하지 못한 죄송함도 있고 해서 어떤 숙제인가 살펴보니 만만치가 않습니다.

원래는 5권을 적는 것이었더군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음 속에 탁 들어오는 오는 책은 3권이고 그나마 두 권은 '과연 나를 만들었나?'는 회의가 드는지라 결국 한 권뿐이 없다는 조금은 소박한 결론이 났습니다. 아마 나를 만든 작가로 주제가 정해졌었더라면 그래도 몇 명을 더 써볼 수는 있었겠지만...이라고 변명을 해봅니다. ^^

일단 이전의 진행 과정은 초하님의 블로그에 자세히 기록이 되어 있으니 이곳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릴레이의 시발점이신 쉐아르님의 글은 이곳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1. 릴레이 규칙

1. 나를 만든 []권의 책을 적어주세요. 권수에 제한은 없습니다.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7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inuit님의 릴레이의 오상 참조

2. 앞선 릴레이 주자


3. 릴레이 받으실 분

책 이야기를 잘 풀어주실 만한 분들을 생각해보니 딱 생각나는 분들이 계시군요 ^^

Fallen Angel 님 그리고 마음의꿀단지 님이 되시겠습니다. ^^ 여유되시면 한 번 부탁 드려볼게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시절 이야기
Demian -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인생에 단 한 권의 책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커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구석도 있습니다. 즉 다른 생각의 여지를 두지 않고 생각이 고정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헤세의 데미안을 단 한 권의 책으로 주저없이 선택한 것은 어린 시절 이 책을 처음 읽고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랄까요. 그것이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 그리고 두 개의 세계라는 싱클레어가 파악했던 세상에 대한 시각이 지금의 저와 여전히 일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미안의 초판은 저자가 에밀 싱클레어였지만 나중에 헤세로 변경되었습니다



데미안은 헤세의 여러 작품 중에서 제법 인기가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많은 분들이 데미안 전체에 대한 기억보다는 특정한 문장을 기억하고 계시고 그 문장이 마치 데미안을 관통하는 대주제인 것처럼 생각들을 하고 계시더군요. 바로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로 시작하는 문장인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이 부분이죠. 중간에  'kämpften'을 '투쟁한다'.. 로들 많이 번역하시는데 아마 히틀러의 저서의 영향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투쟁한다'보다는 'to struggle' 이 좀 더 나아보입니다. (별 차이가 없으시다고요?)

이 문장을 제외하고 데미안에서 기억나는 부분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이야기를 못하시는데, 사실 데미안의 주제는 맨 앞에 그것도 소설이 시작되기도 전의 페이지에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나는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대로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 부분은 원문을 못 구해서 번역본을 가져온 거라 책마다 차이가 있네요. 아무튼 읽는 분마다 다르겠지만 이 문장이 제가 생각하는 데미안의 전체적인 주제입니다. 그리고 제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문장이기도 하지요.

이 주제를 바탕으로 제 정신 세계는 물론 인생 전체에 큰 여파를 준 부분은 싱클레어의 아주 어린 시절 이야기 즉 두 개의 세계와 마주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는 것이죠. 똑같은 사람이지만 분위기에 따라 180도로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그 두 개의 세계를 늘 좌우로 두고 혹은 그 교집합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새가 알을 깨고 나와 지행하는 신인 아프락사스 역시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세상은 선과 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는 보통 선을 추구하며 살죠. 하지만 이것은 아주 완벽한 선일지라도 절반의 완성 밖에 이루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국 완전한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악도 완벽하게 구현을 해내야 하는 것인데 아프락사스는 바로 그런 신입니다. 이건 제법 심난한 부분이기도 한데..싱클레어도 이 문제로 혼란을 겪습니다.

사랑은 천사이자 사탄이고, 남자와 여자가 하나이고, 인간과 동물, 지고의 선이자 동시에 악, 가장 성스러운 것과 가장 추악한 것, 순결한 베아트리체에 대한 동경과 상실..이 모든 것의 종착점인 아프락사스..그리고 이 아프락사스를 넘어서 진정한 한 사람으로 서게 되는 과정이 데미안의 줄거리입니다. 어떻게 보면 많이 인용되는 문장이 실제 의미하는 바는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이죠. 사실은 그 아프락사스를 극복하고 자아를 찾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니까요.

헤세는 각각의 장을 성경의 장면들로 제목을 삼았습니다. 가톨릭에 대한 이해가 좀 있으신 분들이라면 각장의 제목의 의미와 내용을 일치시켜 보다 깊은 생각에 빠져보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각 장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두 세계
카인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베아트리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야곱의 싸움
에바 부인
종말의 시작


두 개의 세계에 대한 혼란과 그 혼란 속에서 이어지는 동경과 방황,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를 넘어서는 과정을 담고 있는 데미안은 저 스스로를 반성하게 해 주는 큰 버팀목이 되는 책입니다. 지금의 제 모습은 데미안의 전체 줄거리에 빗대어 보면 이제 아프락사스의 존재를 명확하게 파악한 단계랄까요. 이중성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인 아프락사스의 실체를 이제야 깨달았지만 아직 그것을 뛰어 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인데 이 점은 제 인생에서 또 한 번의 반전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데미안은 편하게 읽으면 한 소년의 성장 소설로 흐뭇함을 느낄 수도 있는 소설이고, 조금 정독을 해 보면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져 주는 명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제 경우처럼 인생에 대입을 하게 되면 오늘의 주제인 나를 만든 한 권의 책으로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제 나름대로 헤세의 3부작으로 삼고 있는 데미안, 지와 사랑, 수레바퀴 아래서 이 3권은 기회가 되신다면 꼭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출간연도가 아닌 의미의 순서대로라면 수레바퀴 아래서-지와 사랑-데미안이 되겠군요.   

아무튼 부족하지만 초하님이 던져 주신 숙제를 이제야 마쳤습니다. 사실 어떤 책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주고 있나를 스스로 깨닫기란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내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를 새삼 돌아보는 일은 나름대로 큰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최근엔 다시 조이스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시절 큰 좌절을 했던 책이기도 하죠. 그리고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어쩌면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앞으로의 제게 무척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제법 많은 준비들을 합니다. 그 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지도와 여행지 소개 책자이지요. 소개 책자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지역에 어떤 곳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곳을 제대로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지를 잘 묘사하고 있는 책이 좋습니다. 하지만 대개 책들이 조금 딱딱해서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이라는 조금은 긴 제목의 책입니다. 일본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돌아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막상 어디를 어떻게 가야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책을 들고 가기보다는 이미 일본 여행을 다녀 온 블로거들의 글들을 출력해가거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은 일단 철도 여행이라는 테마를 잡고 있는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도 참고가 될만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전체 페이지는 430페이지고 조금 무게가 나가서 들고 다니는데 부담이 약간 되기는 하지만 이 책에 길린 방법대로 철도를 따라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색다르게 일본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한 지역을 테마로 선정하고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과 음식점, 꼭 돌아봐야할 곳들과 주의사항을 시원시원하게 그려 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직접 체험한 상황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초행길(저자는 일본어를 전혀 모릅니다)의 여행자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해당 지역을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입니다.


저자가 열차를 이용해 다녀온 곳은 모두 24곳으로 한 달이라는 일정을 잡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가볍게 주말이나 휴가 등을 이용해 일본을 다녀오려고 생각할 경우에는 특정한 지역 한두 곳을 선정하고 이 책을 참조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해당 지역에서 놓치지 말고 봐야할 곳들에 대해서 직접 저자가 방문한 경험담을 담고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마 원작의 그림이 블로그 등에 올릴 것을 감안한 웹툰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인지 색상이 인쇄용 책으로 나왔을 때 제대로 살지 않는 점입니다. 뭐랄까 조금 어둡게 나왔다고 할까요. 상당히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저자의 느낌을 그대로 인쇄물이 살리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휴대를 감안한다면 표지를 유광 코팅 처리를 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혹 비라도 맞으면 책이 완전히 젖어 버릴 것 같네요.






뭔가 안 풀리면 성공기를 읽어라
경기가 어려울 수록 소위 '성공'의 타이틀을 붙인 책들이 많은 인기를 얻는다. 마치 처세술 관련 서적이 인기를 얻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 하겠다. 이번에 읽게 된 '26살, 도전의 증거'를 내가 선택하게 된 것은 '뻔하고 뻔한' 스토리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즉 '일단 마음을 먹고 도전을 했더니 역시나 잘 되더라 그러니 이렇게 해라'는 등 '공부가 제일 쉬웠고 과외 한 번 안 하고 교과서만 봤다'는 식의 책이라면 당장에 거부감이 들었을 텐데 '실력도 배짱도 없이 글로벌 기업을 이룬'이라는 카피에 일단 읽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야마구치 에리코는 일본의 글로벌 기업 중의 하나인 마더 하우스의 사장이다. 1981년 생이니 이제 스물 여덟이다. 하지만 그녀가 회사를 세운 것은 스물 여섯 살이 되던 때다. 우리네 상식으로는 26살의 젊은 아가씨가 회사를 차린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도 어쩌면 일률적인 교육 체계의 틀에 우리들이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뻔한 이야기가 아닌 쓰러지고 또 쓰러진 이야기
그녀가 그렇게 어린 나이에 회사를 차릴 수 있었던 것은 말 그대로 부딪히고 또 부딪힌 결과다. 소심하기 그지 없던 왕따 시절 그리고 왕따를 극복하기 위해 유도를 배우고 공고 출신이면서도 게이오 대학에 진학한 점이나국제기구에서 근무한 점 등은 얼핏 보기에는 대단한 성공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만히 그 과정을 돌이켜 보면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과 싸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도가 평생 내 것이 되지 못한다면, 내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그쪽으로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다. 모든 일이 그렇다.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저항 없이 걸어간다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 중에 가장 핵심은 바로 이 문장이 아닐까 한다. 젊은 나이에도 파란만장한 길을 걷게된 그녀의 인생의 바닥에는 이런 생각이 언제나 자리 잡고 있었고 항상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한 것이 그녀가 세상돠 부딪혀 살아가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가다보면 성취 이야기보다는 실패와 좌절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흔히 성공 신화에 나오는 멋드러진 묘사보다 펑펑 울었다는 말이 더 많이 나온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이 더 마음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창업 이후 개도국에 기여부분 묘사는 아쉬움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녀가 방글라데시를 가게 된 것이 무늬만 국제구호인 국제기구의 현실을 목격하고 직접 개도국에 찾아가 그들을 돕기 위함이었는데 책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부각은 많지 않은 점이다. 그리고 현재 그녀가 과연 방글라데시인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역시 아쉽다.

마더 하우스의 소개글을 보면 "発展途上国におけるアパレル製品及び雑貨の企画・生産・品質指導、同商品の先進国における販売"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마더하우스의 미션 즉 목표는 "途上国から世界に通用するブランドをつくる"다. 개도국으로부터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말인데 이러한 노력과 그 결과에 대한 소개가 적은 점은 못내 아쉽다. 아무튼  최근의 에리코 씨의 소식이 궁금한 분들은 그녀의 블로그에 올라오고 있는 글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무튼 뻔한 성공기들 사이에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칠전팔기 스토리여서 자신의 길을 찾지 못 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이나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제법 많은 호응을 얻을만한 책이다.




        Come live with me, and be my love,

        And we will all the pleasure prove

        That valleys, groves, hills and fields,

        Woods, or steepy mountain yields.

 

        And we will sit upon the rocks,

        Seeing the shepherds feed their flocks,

        By shallow rivers to whose falls

        Melodious birds sing madrigals.

 

        And I will make thee beds of roses,

        And a thousand fragrant posies,

        A cap of flowers, and a kirtle,

        Embroider'd all with leaves of myrtle;

 

        A gown made of the finest wool,

        Which from our pretty lambs we pull,

        Fair-lined slippers for the cold,

        With buckles of the purest gold;

 

        A belt of straw, and ivy-buds,

        With coral clasps and amber studs;

        And if these pleasures may thee move,

        Come live with me, and be my love.

 

        The shepherds-swains shall dance and sing

        For they delight each May morning;

        If these delights thy mind may move,

        Then live with me and be my love. 


Christopher Marlowe (1564-1593)


전원시의 하나로 손꼽히는 말로의 작품입니다. 5월에 한 번쯤 읽어볼만한 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문장을 보다보면 '아 이렇게 순진무구하게 사랑을 구할 수도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말로 본인의 세상에 대한 시각과는 상당히 상반된 시인데 어쩌면 지극히 역설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에 대한 답시도 제법 많은 데 The nymph's reply to the shepherd 라는 작품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요.

많은 이들이 이 시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세상물정 모르고 어리석다..고도 하지만 누구보다도 인간의 근본 존재에 대해 고뇌하고 그 파멸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고 있던 말로가 굳이 이런 순진무구하기만 한 시를 쓴 것은 왜 일까를 생각해볼 필요도 분명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한 없이 순진한 목동의 구애에 대한 세상살이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여인의 화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nymph's reply to the shepherd


If all the world and love were young,
And truth in every shepherd's tongue,
These pretty pleasures might me move
To live with thee and be thy love.

Time drives the flocks from field to fold,
When rivers rage and rocks grow cold;
And Philomel becometh dumb;
The rest complains of cares to come.

The flowers do fade, and wanton fields
To wayward winter reckoning yields:
A honey tongue, a heart of gall,
Is fancy's spring, but sorrow's fall.

The gowns, thy shoes, thy beds of roses,
Thy cap, thy kirtle, and thy posies
Soon break, soon wither, soon forgotten,—
In folly ripe, in reason rotten.

Thy belt of straw and ivy buds,
Thy coral clasps and amber studs,
All these in me no means can move
To come to thee and be thy love.

But could youth last and love still breed,
Had joys no date nor age no need,
Then these delights my mind might move
To live with thee and be thy love. 

Sir Walter Rale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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