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의 저자인 신시아 사피로가 이번에는 수많은 지원자들이 회사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책을 낸다. 아직 정식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출판사인 서돌에 의하면 "회사가 당신을 채용하지 않는 44가지 이유"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리뷰를 신청하고 가제본이 도착했는데 보통 가제본이 표지와 본책을 완전히 결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보내온 책을 보니 이 상태만으로 출간을 해도 괜찮을 정도로 품질이 좋았다. 책 한 권을 만드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가제본을 이 정도 수준으로 만들어낸 출판 담당자들의 노고가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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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 보면 "또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야?"라고 생각할 여지도 큰데 출판사 측에서 제목을 변경하던가 아니면 신시아 사피로라는 이름을 좀 더 강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핵심은 취업전략과 면접기술로 요약할 수 있는데 많은 이들이 아주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 예를 들어 여러 곳에 같은 원서를 낸다던가 길게 쓴 이력서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던가 예살 질문이나 족보를 달달 외우고 들어간다던가 하는 상식(?)을 실랄하게 비판하면서 바로 그 때문에 당신이 취업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채용절차란 좋은 사원을 뽑는 과정이 아니라 부적절한 인물을 걸러내는 일련의 작업이라는 책 전체를 일관하는 주제를 잡은 것도 꽤나 신선했다. 취업에 관한 책들은 서점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책들이다. 하지만 그 많은 취업 관련 서적 중에 실제적으로 지원자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은 많지 않다.

만약 취업시장에 뛰어든지 한 달이 지나도록 면접을 오라는 전화를 한 통도 받지 못했다면 당장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당신이 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정확하게 짚어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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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잠이 없는지라 출근을 하지 않더라고 일어나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운전이며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느라 딱딱해진 몸을 풀어주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동안 모아두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들을 하나씩 읽어나갈 생각이다.

우선은 지금 다시 보고 있는 책으로 체 게바라 평전이 있고. 이 책이 끝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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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기적 유전자

2. 월든

3.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4. 우연의 음악

의 순서로 우선 최근에 구입한 책들을 읽을 예정이다. 내 경우 책을 읽는 방법이 조금 특이한데 일단 내용의 파악 여부에 관계 없이 전체적으로 제법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 그 책은 덮어둔다. 이후에는 또 다른 책을 읽어 나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이전에 빠르게 읽었던 책을 꼼꼼하게 읽어 나간다. 그렇게 독서가 끝나고 나면 한 동안 그 책은 다시 덮어두고 나중에 시간이 날 때 한 번을 더 읽는다. 즉 한 권의 책을 3번 읽는 것인데 기간을 정해놓고 읽는 것은 아니어서 한 권을 제대로 읽었다고 말하기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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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나 철학자를 골라보라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분위기 혹은 감상이 어느 정도 느껴진다. 어떤 작가나 철학자의 필체나 사상에 공감이 간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 그와 어느 정도 일체감이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저자들을 통해 현재의 내가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해소한다. 그리고 그네들의 삶의 궤적과 사상의 흐름을 바라보며 때로는 내가 작가가 되어 그 시대를 그 시간을 살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이 내가 되어 현재 나의 삶의 그림자를 따라오도록 하기도 한다.

기형도, 짧은 삶동안 그가 남긴 시작들은 어느 하나 처절하지 않은 것이 없고 그의 시들을 읽노라면 가슴 한 구석이 왜 그리도 시리고 아픈지 모르겠다. 죽음조차도 그다웠다고나 할까. 물론 그의 시작들이 밝은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받아들이고 나를 대신해주기 바랐던 그는 철저하게 외롭고 우울한 시인이었다. 눈이 아닌 마음이 먼저 읽을 수 있는 시를 썼던 시인.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지금도 가장 자주 회자되는 기형도의 마지막 시작인 빈집(1989)은 읽는 이의 시점에 따라 독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 시 한 편으로 인해 나 역시 내가 처한 지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렇게 내 내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와 움츠러진 내 영혼을 밖으로 끄집어낸 그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문학의 힘이란 얼마나 위대한가..

그리고 랭보

나는 차라리 이 시인을 만나지 않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가뜩이나 비관에 익숙해진 내게 랭보 그리고 니체가 준 영향은 아주 확고했으니 말이다. 기형도가 조금은 완곡한 어조로 감정을 풀어냈다면 랭보는 말 그대로 생각나는대로 내뱉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뱉은 시구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는 얼음비수처럼 그대로 박혀버렸다. 지극히도 이기적인 이 시인은 20대가 되기 전에 자기 할 말을 다 해버리고 아프리카로 떠나버렸다. 기형도와 랭보 두 사람은 특히나 겨울에 어울리는 시인이다. 황량함, 쓸쓸함, 그리고 고독과 따스함에 대한 욕망...

아, 나는 이제 인생에 아무런 미련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나의 삶 자체가 매우 피곤한 것이었고
또 그렇게 사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하루 하루가 피곤의 연속이며 기후 또한 참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우스꽝스러우리 만큼
격렬한 슬픔에 빠진다 할지라도
스스로 생명을 단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도 평생을 살아가면서 몇년 쯤의
참된 규칙을 가져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 단 한 번으로 끝난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사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라르에서 쓴 랭보의 편지 중에 보이는 이 문장은 제법 많은 젊은 회의주의자들의 환영을 받았지싶고 나 역시 이 문장에 꽤나 공감한다. 다만 철저하게 인생에게 내침을 당하면서도 그래도 삶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 부분에는 그다지 찬성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보통 기형도와 보들레르의 시적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보들레르와 랭보를 묶어서는 별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내 문학적인 지식이 짧아 전자보다는 후자가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여전히 기형도는 랭보에 좀 더 가깝다. 물론 보들레르의 문학적인 맥을 이었다는 관점이라면 그 둘은 이미 같은 스승을 두고 있는 것이겠지만...


잘 가거라, 언제나 마른 손으로 악수를 청하던 그대여 
밤 세워 호루라기 부는 세상 어느 위치에선가 용감한 꿈 꾸며 
살아있을 그대. 
잘가거라 약기운으로 붉게 얇은 등을 축축이 적시던 헝겊같은 
달빛이여. 초침 부러진 어느 젊은 여름밤이여.
 

기형도 <비가2 - 붉은 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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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책도 있지만 짧은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열정적으로 살았던 시기는 책을 곁에 두고 있었을 때였던 것 같다. 그 책이 두꺼운 법률 수험서였건 그렇지 않으면 가벼운 소설이었건 내가 제일 집중할 수 있었고 하루하루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때였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세트씩은 있을법한 전집류를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읽어나갔던 영향일까? 사회에 나와서도 글을 쓰고 책을 만들 때가 가장 열정적이었고 일에서건 연애에서건 나름대로 멋지게 살 수 있었던 시기였다. 책이 주는 매력은 대단하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그리고 결코 살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데다가 책 속에 빠져 있는 동안은(그것이 독서건 책을 만드는 일이건) 영혼이 평화롭다고나 할까?

그런 영향인지 사회에 나온 이후 지금껏 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책이 주가 아닌 것이 아쉽지만 언젠가는 다시 책 속에 파묻히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내가 찍은 사진과 글로 채워진 책을 내보는 것인데 언제가 되야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만으로도 제법 유쾌해진다. 책이 주는 매력에 한참 빠져있을 때는 대학로 어느 극단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실제로 모 극단의 단원 모집 공고를 놓고 오랜 시간 고민에 빠졌었던 적도 있다.

보통 한 인간의 삶이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비교적 단조롭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책이나 연극은 또 다른 삶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잠들기 전 한 시간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책을 읽는 시간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전의 열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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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망설일 틈도 없이 바로 주문...

에코의 책은 늘 내게 심란함과 경외감을 동시에 불러들이는 매력이 있다. 아니 마력이라고 해야지 싶다.

오늘 집에 가면 도착해있을텐데... 읽으려고 쌓아둔 책은 갈수록 늘어가는데 대체 언제 다 읽을지...

책읽고난 소감은 차차 올리도록 하겠다. 간만에 흥분되는 날....

원제는  'La Misteriosa Fiamma della Regina Loana' 이고 원본 표지는 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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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에코 책들을 주로 펴온 열린책들에서 이세욱 번역가의 손을 빌어 출간했다.

도서 상세정보는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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