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책도 있지만 짧은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열정적으로 살았던 시기는 책을 곁에 두고 있었을 때였던 것 같다. 그 책이 두꺼운 법률 수험서였건 그렇지 않으면 가벼운 소설이었건 내가 제일 집중할 수 있었고 하루하루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때였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세트씩은 있을법한 전집류를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읽어나갔던 영향일까? 사회에 나와서도 글을 쓰고 책을 만들 때가 가장 열정적이었고 일에서건 연애에서건 나름대로 멋지게 살 수 있었던 시기였다. 책이 주는 매력은 대단하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그리고 결코 살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데다가 책 속에 빠져 있는 동안은(그것이 독서건 책을 만드는 일이건) 영혼이 평화롭다고나 할까?

그런 영향인지 사회에 나온 이후 지금껏 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책이 주가 아닌 것이 아쉽지만 언젠가는 다시 책 속에 파묻히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내가 찍은 사진과 글로 채워진 책을 내보는 것인데 언제가 되야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만으로도 제법 유쾌해진다. 책이 주는 매력에 한참 빠져있을 때는 대학로 어느 극단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실제로 모 극단의 단원 모집 공고를 놓고 오랜 시간 고민에 빠졌었던 적도 있다.

보통 한 인간의 삶이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비교적 단조롭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책이나 연극은 또 다른 삶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잠들기 전 한 시간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책을 읽는 시간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전의 열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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