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게된 스토리는 이전에 올렸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분들이 격려도 해주시고 때로는 제 성급함을 탓하기도 하셨습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서였지만 잘 아는 기자 한 분은 경영자에게는 고깝게 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해주셨죠. 충분히 이해는 가는 부분입니다. 저야 순전히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니까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포스팅을 할 때도 느꼈지만 당시의 제 행동에 대한 결과는 남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죠. 그 예상은 그대로 맞더군요. 남아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남기 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조금 서운한 점이긴 하지만 팀원들에게선 연락 한 번 안 오더군요. 제가 살생부를 적어내라 했을 때 팀원 중 누군가를 적어냈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 입장에서 생각하니 이렇겠지요. 만약 제가 남아있는 팀원의 입장이었다 해도 나간 팀장에게 연락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대충 회사를 그만둔 지 한달 정도 되어가고 이제는 그 회사에 다녔던 기억마저 잊고 싶은 시점인데도 여전히 제 발목을 잡는 부분이 많더군요. 사장 개인의 감정이 개입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갔다가 15일이 지나도록 퇴직처리가 안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퇴사 전 모든 일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사장의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법적으로 무효인 퇴직을 그냥 받아들이고자 하는데도 이래저래 번거롭게 하더군요. (예를 들어 근기법상 퇴직은 30일 전에 서면통지를 하게되어 있지만 저는 어느 것도 받은 적이 없죠. 이건 같이 퇴사한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실업급여를 받는 데 2주나 더 걸렸고 반면 의료보험은 9월 1일자로 바로 소멸이 되더군요. 이게 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때 받은 느낌은 참 직원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물론 사장은 늘 "너희 팀은 언제나 대체가능한 팀이다"고 주장해왔죠. 가진 것이 돈만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뭐 당연히 퇴직금은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고 100번 양보해서 9월 16일을 퇴직일로 확정했다고 해도 근기법상 2주째인 어제 들어왔어야 하는데 말이죠.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은 법을 들이대고 불리한 부분은 어물쩍 넘어가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퇴사자인 제가 법적으로 대항해봐야 돈으로 무장한 사장을 이기기란 어려운 일이죠. 어쨌건 2주가 지났으니 공식적인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요건은 제게도 생겼습니다.

이런저런 것 다 떠나서 정말 잊고 싶은 데 한 달이 넘도록 계속 사소한 일들로 마음을 상하게 하는 작태가 참 증오스럽네요. 그 회사에 다녔던 것 자체를 잊고 싶지만 계속 나쁜 감정만 쌓이게 하는 것도 참 재주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이렇게 경멸해본 게 살아오면서 딱 한 번이었는데 이번 일로 두 번으로 늘어났습니다. 공통점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버린 사람이라는 점과 비도덕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이네요. 

그냥 나간 직원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참 답답한 일입니다. 일반적인 회사도 아니고 학생들의 진로를 설정해주고 컨설팅을 해 주는 중요한 일을 하는 회사가 그러니 참 저로서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두게된 이야기는..

구조조정을 하니 살생부를 내시오

살생부, 그 이후 이야기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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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들

다른 이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말만 우선하는 사람들

인격이나 성품보다 돈이나 지위로 다른 이들을 판단하는 사람들

자기만 옳고 다른 이들의 생각은 그르다고 우기는 사람들

내면보다 겉모습에 진실보다 보이는 것을 우선시하는 사람들

당장의 사리사욕에 휩싸여 멀리 내다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그리고 위에 적은 것들을 모두 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나는 너무도 많이 그리고 가까이서 보아 왔다.

이제는 정말이지 마음이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데

내 마음도 순수함을 잃어버렸는지

그런 이들을 쉽게 만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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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네이버 베타테스터를 신청했다가 아이디가 공개되더니 이번에는 GS칼텍스에서 정보가 빠져나갔다. 아직 전화만 하고 바로 끊는 스팸성 전화 몇 통만 오고 있지만 이름과 집 주소,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까지 일치하는 정보가 빠져나갔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전부터 LG계열이 정보보안에 대해 허술한 감을 보인 것은 사실인데 GS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뿌리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치 X파일의 한 장면처럼 우리들의 모든 정보가 일정한 장치에 의해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개인의 정보라는 것이 이미 행정기관에는 지나치게 상세할 정도(특히 가족관계기록부)로 기재되어 있고 누군가가 이를 활용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아주 쉽게 유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우리는 눈치챌 순간도 없이 우리의 정보가 이리저리 떠다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GS사태야 그나마 사기업이니 어떻게든 항의를 해보지만 이미 유용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권력기관에 의한 정보거래 등에 대한 경각심도 가져야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경각심을 가진다고 해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이 사회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의 정보(개인적으로는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느끼는)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힘들에 의해 관리(그저 하나의 DB자료로)되고 있는 것이고 이마에 바코드만 안찍혀 있을 뿐이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기까지 개인의 동선도 관찰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특히 공직에 있어본 분이라면 공직에 들어가기 전에 제출해야 하는 내 정보의 상세함에 놀랐을 것이다.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해 스팸 메일이 오고 전화가 오는 차원의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자들에게 개인정보가 빠져나가는 것은 내 이름과 주민번호로 사기를 치거나 스팸의 자료로 활용하는 선이지만 통제받는 시스템 하에의 개인정보는 인간으로서의 가치 자체를 지워버리기 때문에 위험성이 보다 큰데도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기에 반응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일개 개인의 정보라는 것이 보호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니 말이다. 글을 적다 보니 1984나 X파일의 내용 같이 되어 버렸는데 어쨌거나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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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긴 휴가(?)를 갖게 되었다.. 휴가 전에는 하고 싶은 것들이 무척 많았는데 막상 출근을 안 하고 나니 무엇부터 해야할지 정리가 제대로 안 된다. 큰 맘 먹고 결심했던 제주도에 다녀오자는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마일리지를 이용해 휙 날아갔다가 오면 될 텐데 게으름 탓인지 도무지 계획조차 짜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이러다가 카메라를 한 번도 들고나가는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가까운 근교 출사지라도 찾아 카메라에 쌓인 묵은 먼지들을 털어내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는 아직 계획이 없다. 그나마 예정대로 진행 중인 것은 책 읽기와 운동이다. 책은 '체 게바라 평전'의 1독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중이고 그제 주문한 '기형도 전집'이 도착해 비닐로 잘 싸두었다. 한동안 정리하지 못 했던 책상과 방 정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긴 하는데 정리를 해도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어보이니 이것도 걱정이다.

가끔 지인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도 하루이틀이고 결국은 혼자 시간 보낼 '꺼리'를 찾아야 하는데 역시 책 보기, 드라마 보기, 영화 보기, 출사 이런 것들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한동안 접어 두었던 일어 공부를 다시 해볼까 하다가도 한 달동안 뭘 더 할 수 있을까 싶어 드라마 보기로 듣기 훈련이나 하기로 했으니 제법 게으른 자의 휴가다운 모습이다.

극장에 가서 보겠노라 다짐을 했던 X파일과 다크나이트는 결국 새벽 무렵 침대에 누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X파일은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나았을 지도..

소리마치와 결혼 전까지는 무척이나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물론 지금도 그녀는 대단하다) 마츠시마 나나코의 구명병동을 VTR수준의 화질로 보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고 한 동안 손을 못 댔던 본넷을 열어 엔진룸에 기름칠을 하는 것도 역시 즐거운 일이다.

다만 아침마다 출근 배웅을 하던 강아지가 "요즘 저 녀석은 왜 안 나가나?"하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볼 때는 뭐라 설명을 할 길이 없어 답답하긴 하다. 오늘 밤에는 하루키의 단편을 다시 뒤적일 생각이다.

비가 내리면 인터넷이 느려진다..는 옛말(?)도 있지만 적어도 오늘은 그말이 맞는 것 같다.

오늘따라 블로그의 로딩속도도 무척 느리고 (뭔가를 계속 읽어들이는데...)

파비콘이나 아이콘은 수정을 해도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 (오히려 2개가 보인다...)

스킨 수정으로 쓰던 믹시 버튼은 플러그인을 깔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트래픽 감당을 못해 티스토리로 옮겨왔더니 조회수는 한 4분의 1로 떨어져 버렸다.


시간을 거슬러 출근 시간

역 앞에 바로 서는 버스가 뒤에 보여서 기다렸더니 내 앞에서 쌩하고 지나가고

당산역 높은 계단을 올라 플랫폼에 도착하니 "이제 왔냐"며 열차도 떠나가고

접은 우산은 애꿎은 어른신 무릎 위로 떨어져 한참을 민망하게 하더니

예상대로 역 출구를 나서자마자 떠나는 회사행 버스...

대충 오늘이 제법 만만치 않은 하루가 되겠구나 생각을 했었는데

꼭 그런 예감은 절대적으로 맞아 떨어진다.


...이 글을 포스팅 하고 나니 믹시 버튼이 돌아왔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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