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다른 거 다 필요없이

한 1년 정도 책만 읽고 여행만 다니고 사진만 찍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러한 일탈(?)을 꿈꾸지만 결국 현실 앞에 무너져 내리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아는 이 중에 유일한 예외라면 눈웃음이 예쁜 채지형 선배. 지금은 여행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선배랑 같이 일하는 동안에는 여행에 그렇게 관심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워낙에 작고 아담한 분인지라... 그렇게 긴 여행을 떠났었다는 사실에 놀랄 따름이었다.

내가 선배에게 부러운 것은 현실은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그것을 자기 마음에서 원하는대로 풀어나갔다는 점이다.

세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사람이 어떤 것이던 즐기며 하는 사람이다.

"나도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어" 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시간만 있다면 어디든 제멋대로 돌아다니면서 멋진 여행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런 여건이 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방패로 한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다못해 주말을 이용해 훌쩍 어디라도 다녀올 수 있음에도 이 핑계 저 핑계 붙여가며

시도조차 안 하고 있지 않은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로는 뭔들 못하랴..


꼬리) 지형 선배 혹시 이 글 보면 연락 좀 줘요...  책에 사인이라도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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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화재 사건에 대한 기사들이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뭔가 제목이 특이한 기사가 있어 클릭을 해봤다.

이 기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처음 읽어내려 갈 때는 별 무리가 없어보이는 데 중간쯤 가면 신파조의 문체가 나와 읽는 이를 당황하게 한다. 

마치 한여름 풍경을 전하는 방송사 기자의 전형적인 멘트인 "해변가는 이미 수많은 인파로 입추의 여지가 없고... "나 "하늘에서 내려다 본 고속도로는 마치 거대한 주차장을 연상시키며.."와 별 차이가 없다. 기사라는 것은 사실을 전달하는 데 주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가만히 읽다보니 기자의 주관이 참 많이도 들어가 있다. 마치 기자는 전지적 작가가 된 듯한 모습으로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주변 상황까지 그려내고 있다. 요즘 워낙에 이런 기사가 많으니 그려려니 하고 화면을 닫으려는데...

아래 쪽의 답글을 보고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천우신조의 혜택을 받아 다른 여성을 구한 이는 '조' 씨인가? "권" 씨인가?

요즘은 기자들도 '아니면 말고' 식의 기사를 양산해낸다. 온라인 미디어의 급증으로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의 수도 많아졌다. 소위 메이저 일간지들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낮다. 결국 우리 주변에서 정통성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기사를 만나기는 참 어려워진 셈이다.

일간지도 아니고 월간지에서 처음 기자 생활을 했던 나도 사실과 어긋난 기사를 쓰면 말 그대로 재털이가 날아왔었는데...요즘 기자들의 근무 여건이 아주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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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의 삶은 선형에서 비선형으로 크게 이동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 저 멀리 중동의 기름 사정이 내 주머니 사정에 영향을 주듯 내 의지와 상관없는 일들이 내 삶의 본질적인 부분에 영향을 주는 시대다.

젊어서 열심히 일해서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청춘을 불살라가며 힘겹게 일을 해도 남는 건 얼마 안 되는 잔고와 피로에 지친 몸뿐. 미래를 위해 오늘의 고통을 감수하고 희생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인가하는 원초적인 질문이 반복될 뿐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자아의 본질적인 가치조차 버려가고 하루라도 더 지금 직장에 남아 있기 위해 마지막 자존심마저 잃어가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어차피 인간이란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누가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감과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함에도 요즘 인간들의 삶이란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돈이 있어야 세상을 살고 세상을 살아야 가치도 찾을 것이 아니냐?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싫어도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돈을 그네들은 필요로 하는 것일까 반문하고 싶다. 물욕이란 끝이 없는 것인데 ‘이 정도면 나 스스로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돈을 벌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란 대체 언제란 말인가?

많은 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일거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개념은 어느 정도 접어두고 시작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뜻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 하고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신문에 나오는 사표 쓰고 세계일주 떠난 이들이 마냥 부러운 것이다. 마음은 그들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지만 현실에서는 용기를 내지 못 한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이때쯤이면 되겠지’라는 시기가 되고 나면 이미 몸이 따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비선형적인 방정식이 지배하는 요즘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란 무엇일까? 답은 본인이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을 실천할 용기가 없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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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작가가 되어보자!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꿈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나는 그래도 문학적인 자질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라고 자부하는 이들이 갖는 꿈이다. 작가라는 직업, 얼마나 매력적인가? 아침 출근시간에 쫓기며 부산을 떨 필요도 없고 상사와 부하들 사이에 끼어 난처한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 이름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조금 어렵겠지만 대박 한 권만 내면 나름대로 유명인이 되지 않는가!

평생직장이니 정년 걱정도 없고 “직업이 어떻게 되시죠?”라는 질문에 요란스럽게 혹은 아주 단출하게 디자인한 명함을 건네며 “작가입니다”라고 짐짓 위세를 떨어볼 수도 있다. 경치 좋은 곳에 서재를 꾸미고 벽 한 면을 모두 책으로 채워볼 꿈도 꾼다. 소재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볼 수도 있다. 내키면 하루키처럼 몇 년정도 외국에 사는 것도 좋다. 이보다 더 멋진 직업이 있을까? ‘그래 작가가 되어 보는 거야. 베스트셀러라는 책들 읽어 봐도 뭐 그리 잘 쓴 것 같지는 않던데 나라고 그런 책을 못 쓸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대학 시절부터 부지런히 신춘문예에 응모하며 작가의 길을 가는 것보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라는 호칭이 나름 더 어울리지 않겠는가’라고 자위하며 C군은 사표를 던졌다. “그만두고 무얼 하려는가?”라는 사장의 물음에 “베스트셀러를 쓰려고요”라고 자신 있게 답하지만 왠지 나를 바라보는 사장의 눈빛은 측은하다는 표정이다. ‘두고 보자, 나중에 유명해지면 이 회사 다닌 것을 절대 밝히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짐을 싼다. 아니 이미 며칠 전부터 한두 가지 씩 집으로 옮겨 두었기 때문에 막상 떠나는 날이 되었어도 가방 한 개도 채 못 채울 짐이다.

건물을 나서니 이제 정말 자유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내일이라도 책 한 권은 무난하게 쓸텐데...

오늘밤은 오랜만에 잠들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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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잃었을 때는 사람에 의지하는 것이 가장 빠른 치유법일 것이다. 마음의 상처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고 시간이 지나도 자연히 해결되지 않는 몇 안 되는 깊은 감정의 상처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만나게 되는 사람은 큰 의지가 된다. 물론 감정의 기복이 무척이나 깊을 시기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순간의 격정에 끌릴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작은 일탈로 나락으로 빠져드는 영혼을 구할 수 있다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사람을 잃은 후에도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사람은 고독하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그 사람의 어깨를 자주 빌리던 사람이라면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않는 매 순간순간들이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굳이 그런 고통 속에서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그 사람을 잃은 것만으로도 이미 더 이상의 고통을 느낄 여지가 없기에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일상은 평소와 같다. 가끔 보이는 쓴웃음이 안타깝지만 여전히 농담을 즐기고 여전히 드라이빙을 즐긴다. 새로 나온 카메라 신제품을 눈 여겨 보고 지인들에게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평소 한 개피만 피우던 담배가 두 개피로 늘어난 것을 알아챈 지인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묻지만 가벼운 웃음으로 대답한다. 슬픔이 극에 달하면 웃음이 나온다 했다. 슬픔이 극에 달하면 춤을 추게된다고 했다. 그래도 늦은 밤 불을 끄고 누운 어두운 방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흐느낌마저 감출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을 잃는 것은 그렇게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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