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잘하려면 흔히 '정치'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회사에서의 정치란 무엇일까? 아주 쉽게 말하자면 미운털 안 박히고 좋은 인상으로 남기 위한 모든 활동(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활동은 적다)을 총칭한다고 할 수 있다. 정치력이 높은 사람은 승진도 비교적 빠르고 남들보다 좋은 연봉에 좋은 조건으로 회사 생활을 한다.

단점이라면 반대 세력이 생기기 쉽고 뒷담화가 난무한다는 점. 단점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일단 위로 올라가고 보자고 생각하면 정치력 지수가 꽤 높게 상승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정치나 그 흐름을 무척 싫어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특히나 남자들의 필수조건이라는 '술'을 기자 초년병 시절부터 난 별로 즐기지 않았다.

사실 이건 집안 내력인데 아버지의 유전자를 받은 나는 술을 정말 못 마신다. 억지로 억지로 버텨보기는 하지만 다음 날 무지막지한 두통에 시달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술을 멀리 하게 되었고 소위 정치력에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게다가 무슨 조선시대적인 가치관인지는 몰라도 난 여자가 나오는 '2차'에는 가지 않는다. 이건 연애 시절 내가 사귀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이것 역시 아버지의 유전자 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회생활에서 어느 정도 단점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대학시절 그렇게도 가깝던 선배와는 2차를 가네마네로 대로에서 말다툼을 벌였고 아직까지 연락을 안 하고 지내고 있다.

나도 참 융통성이 없긴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적어도 2차 안 가는 것은 지금도 지켜가는 원칙이다. 여자친구가 없는 지금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치력이 극히 저조한 내게는 세상살이가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적은 없지만 빠른 승진코스도 알지 못한다. 오직 가진 실력(?)과 성품만으로 버텨가야 하는데 요즘 들어 부쩍 드는 생각이지만 타고난 정치꾼들을 이기기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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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시간을 지배한다’는 카피 문구처럼 어딘가에 남아있는 펜의 흔적은 내 의도를 떠나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기쁨을 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아무런 여과도 없이 남겨둔 채 나조차도 그 기억이 사라져 버린 사이 누군가 그 기록을 보고 상처를 받는다면? 요즘처럼 개인화된 블로그나 미니홈피가 일상화된 시대에는 이런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일기장에 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적어두었는데 우연히 방 청소를 하시던 어머니가 그 일기장을 열어보고 상심하셨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다. 웹이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공개를 기반으로 한다. 개인적인 상념은 상념으로 그치거나 일기장에 적어 두면 될 일인데 이것을 굳이 네트워크 상에 올려둘 필요가 있을까. 그나마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이라면 문제가 덜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있는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여과없는 감상을 적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내 공간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조차 애매한 요즘 오히려 부정적인 여파는 온라인이 더 크지 않을까? 오프라인에서는 out of sight, out of mind가 설득력을 얻을지 몰라도 시간과 공간 자체를 무너뜨리는 온라인에서는 1년 전의 메모 하나에 혹은 10년 전의 메모 하나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에서 글쓰기는 신중해야 한다. 글을 적기가 그 어느 곳보다 쉽고 수정도 쉽고 하다못해 지우기도 참 편한 공간이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누군가에게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아카이브에서 이미 사라진 홈페이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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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즉 遺書 란 단어의 의미 그대로 남기는 글이다. 내가 지금 유서를 쓴다면 '젊은 나이에 무슨 허튼수작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일이어서 당장 오늘 혹은 내일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을 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것보다는 미리 한 장 정도 적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유서를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군 시절 대간첩 작전이 진행되었을 때 소대원들을 데리고 작전에 들어가기 전 적었던 기억이 있다. 수색대라는 특성상 오로지 전진만이 있는 상황에서 실탄으로 무장한 채 작전에 투입될 당시는 나름대로 비장했던 것 같다. 그때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 애석하게도 전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 유치한 내용이었지 싶다.

소위를 단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나름대로 어설픈 국가관이 담겨 있었을 수도 있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숫총각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어떤 내용이었건 처음으로 적은 유서와 머리카락을 담은 봉투는 어디론가 보내졌고 이후 소식을 알 길이 없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언제고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삶이라는 이면은 늘 죽음이라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모습이지만 그래서는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찾아왔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어? 아직 준비를 못했는데 다음에 오시면 안 될까요?"라고  이야기한다고 통할 노릇도 아니니...삶의 끝은 결국 죽음이고 이 또한 순차적인 과정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전혀 어색한 일은 아니다.

유서를 적는다는 것은 그래서 생을 마무리하는 의미라기보다는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준비하는 작은 작업이다. 지금 인생을 얼마나 정리해두고 있는지 자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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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 오늘과 내일을 그저 막연한 마음에 살고 있을 뿐인데...

무기력과 혼돈, 환멸과 고독만이 남아 있는 일상인데 무엇을 더 바라고 살아가는 것인가...

아마도 이 뿌리깊은 좌절은 수십년 전 어느 때론가 거슬러올라갈테지만..

시간이 이렇게 흐른 지금까지도 달라진 것없이 여전한 것을 보면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별반 달라질 것은 없겠지..

번뇌와 고민, 방황과 혼동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삶...

어쩔 수 없이 살아지는 것이라면 이제는 무언가 다른 방식으로 남은 시간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차라리 타락한 방관자의 삶을 살았다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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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도 없는 휴가를 가게 생겼다. 11일부터 15일까지.. 올 상반기는 이것으로 끝..

휴가라고 해서 딱히 무엇을 할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못 읽었던 책들을 보는 것과 대충 2년 전에 구입한 시계 점검을 받는 것 정도가 되겠다.

책들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예스24 골드멤버가 될 정도로 사 들였다.

평소 마음만 있던 책들인데 읽기 어려울 줄 알면서도 사둔 것이 휴가 때 소일거리가 될 것같다.

시계는 당시 제법 큰 결심을 하고 산 녀석인데 2년이 되어가는 동안 말썽 한 번 안 부리고

잘 가고 있어 기특한 마음에 점검을 받아볼 생각이다.

다만 운이 없는 것인지 휴가 중간에 외부 미팅이 하나 있으니 연속으로 어딘가 떠나기는

어려울 것같다.

요즘은 여행 그리고 사진에 대한 열정이 예전같지 않다. 애꿎은 카메라는 먼지만 쌓여간다.

정말이지 요즘처럼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리고 싶은 적이 없는데...마음 따로 몸 따로인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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