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들고 나온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를 보며 느낀 것은 "애플이라는 회사, 아니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 쯤은 생각해본 그러나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일들을 가장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아이폰의 광고들을 보면 확실히 파격적이다. 하지만 완전히 낯설기만한 것들도 아니다. 상상은 머리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그는 잘 보여주고 있다.

위의 광고에 나오는 상황 자체는 사실 실현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휴대폰이라는 것에 사고를 한정짓고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CEO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 아이폰이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를 주도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애플이 너무나 독창적이어서가 아니라 기존 휴대폰 제조사들이 자신들이 만든 틀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IT업계 특히 우리나라의 IT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 역시 그런 흐름에 끌려 IT매체 기자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 그러다 보니 IT분야의 일들이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신기술, 신제품이 나오면 발 빠르게 그것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나아가 미래의 변화까지 전망하는 것이 일상사였고 생활의 중심이었다. 만나는 인물들도 그와 관계된 업체관계자들이고 듣는 이야기도 역시 대부분이 IT업계의 동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히 나도 모르게 몸에 배인 착각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도 IT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막상 IT업계를 떠나 지극히(?) 평범한 사회생활의 틀로 들어와보니 IT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내가 어디 수도원에 들어온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중심으로 들어와 있음에도 IT는 보이지 않는다. 지극히 일상적이던 IT가 사라진 자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라는 한 단계 높은 이슈들이 자리잡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내가 느낀 것은 생각보다 일반인들이 IT에 대해 느끼는 체감지수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속해있는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한 때 일상 그 자체라고 느꼈던 것들이 사실은 하나의 조각에 불과했다는 점은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사람은 보는 만큼 느끼는 법이다. 그리고 틀 안에 갇혀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현재 자기가 처한 현실이 세상의 전부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인터넷에서도 IT를 다룬 블로그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IT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간에서나 그런 것이지 보통 사람들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7의 문제점이 어떠니 구글이 한국 시장을 잡아먹는 것이 어떠니 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요즘 드는 생각은 세상을 좀 더 넓게 봐야 한다는 것. 너무 한 곳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들을 스스로 사전에 막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무한히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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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스피어는 아직은 토론의 장으로 자리매김에는 어려움이 많다. 전에도 이런 일을 겪었지만 이 글 역시 여기저기 흘러다니면서 매질을 당하고 있다. 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은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부분을 마치 전체인양 잘못 이해하고 일부분을 떼어다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참 답답한 노릇이다.

어떤 글을 보고 그 글이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관과 다르면 답글로 어느어느 부분은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거나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생각을 하냐고 물을 수도 있는 일인데 무작정 일부분을 떼어내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놓고 놀잇감으로 삼는 것은 어떤 심리인 지 참 파악하기가 어렵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공간에서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기는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어렵다. 무엇보다 글은 ‘어조’나 ‘억양’을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글을 읽는 사람의 심리상태 등에 의해서 글쓴이의 원래 의도가 왜곡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댓글싸움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고 나아가 ‘화면 너머에 있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전제에서 발생하는 ‘상대방 무시’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게시판에서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은 자기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에 반대하는 댓글에 대해서는 무차별적인 비판을 가하는 반면 조금이라도 자신의 입장에 동조하는 댓글이 달리면 그것을 최대한 자신의 글에 합리화시켜 세력을 키워나가곤 한다.

특히 유명인이나 대기업 오너 같은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은 좀 더 강도가 심한 데 이는 일종의 심리적 열등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현실에서는 마주칠 수 없는 인물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이 비판하는 인물보다 좀 더 우월적인 지위에 있고 싶어하는 심리를 표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전문적인 분야에서 이런 댓글싸움이 많았지만 요즘은 일상의 아주 사소한 일들에까지 그 싸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개인화된 공간인 미니홈피나 블로그는 '키보드 워리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좋은 표적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행태를 문화적 과도기에서 비롯되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기에는 정도가 심하다. 오히려 이런 행태 자체를 하나의 문화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형성되고 있는 이 초기 단계의 댓글 문화는 조금 더 시간을 거치면 어느 정도의 영향력 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웹 서핑을 하다가 들른 몇몇 블로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호비방과 상대방을 거침없이 깎아 내리는 모습, 그것도 모자라 아무 관계도 없는 일가친척들까지 싸잡아 ‘테러’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명의 발전속도와 사람의 정신의 발전속도의 차이가 갈수록 커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니콘 측의 내수 제품에 대한 A/S 불가 방침이 공식화된 이후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SLR클럽 니콘사용자들은 “단지 A/S 문제 때문에 니콘에 항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동안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을 정리해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한 사용자는 “내수, 정품 사용자 할 것 없이 니콘 사용자(정품, 내수 등등) 및 니콘렌즈를 사용하는 타사 사용자 등 모든 사용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니콘 측에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서명은 1차적인 행동이며, 이 서명에 대해 니콘 측의 합당한 해명 및 서비스 개선이 없을 때에는 언론에 적극적인 사태 제보와 함께 최후에는 불매운동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콘 사용자들이 현재 서명 중이고 니콘 측에 요구할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1. A/S의 절차와 방법 및 개선에 대한 요구 2. 내수 제품 A/S에 관련 요구 3. 렌즈, 바디 등 제조물에 대한 적정 공급 가격 책정 및 적정 수량 공급 요구이며 동호회 회원들의 서명이 이어지고 있어 이후 사태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용자들은 “특히 니콘의 A/S는 타사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내수와 정품을 구분지어 차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히는 한편 “미국 및 일본에 비해 20% 이상 비싸게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서명 운동에 대한 니콘 측의 반응이 미흡할 경우 타사의 제품으로 옮겨가겠다는 사용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연초 D200의 기기 오류 당시 일본 본사의 임원진이 직접 찾아와 사용자들을 달랜 것에 비추어 어떤 조치가 취해질 지도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니콘 측은 “본사의 방침은 변경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 구입한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며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도 정식 유통망을 통해 구입한 경우는 유상 A/S처리를 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라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어 사용자들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성공한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과시’다. 다른 사람보다 높은 점수와 아이디 앞에 붙는 아이콘 등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줌으로써 현실 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우월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유달리 ‘승부욕’이 강한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 잘 맞아 떨어진 게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와 같은 흐름이 어떠한 모습을 띠고 있을까? 국내 MMORPG의 선두주자격인 리니지 1의 경우 아이템을 장착한다해도 플레이어의 외양이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리니지 II로 접어들면서 3D와 함께 착용하는 아이템에 따라서 플레이어의 외모가 달라진다. 고급 아이템을 장비할수록 그 차이는 커지며 좋은 아이템을 장비한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에 비해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

“게임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화려한 장비로 치장한 다른 플레이어를 보면 당연히 부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한 한 사용자는 “레벨 1부터 시작해서 언제 저 정도 장비를 맞출까 하는 생각에 막막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온라인 게임은 이른바 ‘만랩(더 이상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 최종 레벨)’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게는 몇 달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레벨이 낮을 때 게임을 하다 레벨이 높은 다른 사용자에게 PK(Player Killing)를 당하게 되면 장비를 맞추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고 밝힌 다른 게이머는 “한 서버에서 지존급으로 불리고 싶은 욕구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여기서 게이머들이 선택한 지름길이 바로 현금 거래다. 흔히 ‘현거래’ 라고 불리며 온라인 아이템 거래 사이트 등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게임 머니, 아이템, 계정 등의 거래를 부르는 말이다.

경제학의 대원칙의 하나인 ‘수요공급의 법칙’은 온라인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게임 내에서 보다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싶은 마음에 현금 거래 사이트를 찾은 사용자들은 적게는 1-2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게임 머니나 아이템을 구입하게 된다. 인기 있는 게임, 인기 있는 서버일수록 가격은 비싸다.

이런 추세에 아예 이를 하나의 직업으로까지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는 넘게 번다고 밝힌 한 게이머는 “PC방에서 먹고 자고 생활을 하기 때문에 생활비도 사실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며 “하루 종일 앵벌(게임 머니를 벌기 위해 아이템 파밍 등의 작업을 하는 일)을 하다보면 피곤하지만 수입이 좋아서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니지 II의 경우 중국인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것도 온라인 게임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웬만한 중국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한다. 몇몇 PC방은 아예 PC 몇 대를 이 ‘앵벌용’으로 돌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WoW는 이와 같은 아이템 거래를 막기 위한 방어책으로 아이템에 대한 귀속 시스템-일단 착용한 아이템은 다른 게이머에게 전달할 수 없다-을 채용하기도 했지만 아이템이 아닌 게임 머니의 거래는 막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온라인 게임의 이런 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도 보편적인 하나의 현상이 되어 있음에도 실질적인 사회의 대책은 극히 미흡한 상태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연중행사처럼 문제점을 지적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만 잠시 관심을 가질 뿐 금방 잊고 만다. 온라인 세상도 우리 현실 사회의 반영이다. ‘점차 나아지겠지’라는 안이한 생각만으로 넘겨버리기에는 이제 어려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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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법의 개정으로 이제 계정의 현금 거래는 원천적으로 차단되었습니다. 물론 법 시행 후 얼마 간이라는 전제를 저 나름대로 붙여봅니다만...랭킹 시스템은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가장 잘 맞는 것같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나온 말이고 유난히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모으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의 현거래 1,2 위 사이트가 모두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점은 참 여러가지의 의미가 있는데요. 작년 한 해 국내 게임시장에서 현거래 규모가 1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외국계 기업이 국내 게임의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법규제는 전혀 없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애들 코 뭍은 돈'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대책 마련을 촉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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