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사동을 찾다. 내게는 본적지이기도 하지만 번지를 찾아가본 적은 없다. 그게 무슨 대단한 의미도 아닐테니 말이다. 예전의 인사동과 지금의 인사동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구식의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상업적인 냄새가 날이 갈 수록 더 진해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아쉬운 일이다.

내게 있어 인사동은 여러 기억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좋은 기억도 혹은 아쉬웠던 기억도 모두 담겨 있다. 만남이 있었고 이별이 있었다. 결국은 사람과의 관계가 인사동이 내게 주는 가장 큰 감정이랄까...

그래서인지 여간해서는 이길을 혼자 걷고 싶지 않았다. 빈자리가 주는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감정 또한 나 스스로 감내해야할 것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지 싶다. 

그렇게 찾아간 인사동은 내 복잡한 심사와는 관계없이 분주하다. 그안에도 사람들의 숫자만큼의 인생사가 담겨 있고 그 인생들만큼의 희로애락이 드러난 듯 혹은 감춰진 듯 짙은 향내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그 공간을 걷는 그저 한 사람의 관객이자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그렇게 초봄의 인사동은 내게 다가왔다가 지나갔다.

D700, AF Nikkor 35mm f2D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 같은것
그냥 인정해 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몸짓

거기에 걸어 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때
어찌할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도 눈앞에 있는데
니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 있거라.
별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삼일쯤 밥을 삼킬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베어 나오겠지.
세상의 모든거리, 세상의 모든 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니가 걸어 나올수가 있단다.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사랑한 날의 , 이별한 날의 풍경만 떠오르겠지
사람은 그립지 않고
그날의 하늘과 그날의 공기, 그날의 꽃향기만
니 가슴에 남을거야

그러니 사랑한 만큼 남김없이 아파해라.
그게 사랑에 대한 예의란다.
비겁하게 피하지마라
사랑했음에 변명을 만들지마라.
그냥 한 시절이 가고 ,너는 또 한 시절을 맞을뿐

사랑했음에 순수했으니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

-서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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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서 시작하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백 번 만나는 것보다 힘들다.

마치 결말을 아는 소설을 두 번 읽는 것처럼..."


자주 찾는 만년필 동호회에 올라온 문장인데 이것이 어느 소설의 문장인지 그분의 창작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공감이 간다. 뒷 부분은 조금 변형을 했는데 아마도 지난 연인을 다시 만나는 것은 그 결말 또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도..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는 역시나 쉽지가 않았다.

만남 자체가 어색하고 가장 사랑하던 때처럼의 말이나 행동이 나오지를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어색한 분위기가 옛연인과의 만남이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이전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

너무나 서로를 잘 알던 사이어서 그런 것일까 어떤 말을 해도 어떤 답이 나올지 미리 짐작을 해서일까..많지 않은 대화와 서먹한 웃음..담배연기 그리고 허탈함...헤어지는 순간에도 다정하게 웃어주거나 악수라도 건네기 어려운 그런 관계가 옛 연인이다. "차라리 그때 안 봤으면 더 나을 걸 그랬어..." 결국 이런 짧은 멘트로 그녀는 다시 추억이 된다. 사랑이란 참 왜 그렇게도 어리석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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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게 당산역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별 생각없이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을텐데 발걸음은 선유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데자뷰라고 하지요. 마치 이전에 겪었던 것을 다시 반복하는 듯한...  당산역에서 선유도까지는 제법 거리가 멉니다. 거리를 걷는 동안 지난 기억들이 순식간에 머리 속을 가득 메워나갔습니다. 거리는 그대로인데 사람만 달라졌습니다. 


한참을 걸어 선유도로 넘어가는 육교에 다다랐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표지판은 없었는데 새로 생긴 모양입니다. 이곳을 다시 찾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평일 오전 시간인지라 선유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도 저뿐이더군요. 날이 좀 흐려서 하늘이 뿌옇더군요. 예전에 왔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아진 것 같더군요. 아마 새로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보는 시각이 달라져서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미 계절이 가을의 중반에 접어들어서인지 떨어지는 낙옆들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도 아마 10월말인가 11월로 기억을 하는데 그날은 오늘보다는 훨씬 흐린 날이었죠.

사실 선유도에 혼자 오면 딱히 재미는 없습니다. 누군가를 모델로 삼아 사진을 찍어주기 위한 것이라던가 잠시 세상사를 잊고 그저 푹 쉬고 싶을 때가 아니면 넓은 공원을 돌아봐도 별다른 감흥이 오는 곳은 아니었죠. 다만 오늘은 오늘이 아닌 과거의 제 모습으로 그 길을 다시 걸었기에 조금은 느낌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그 오래 전의 기억이 마치 슬라이드처럼 머리 속에서 펼쳐진다는 것이 참 믿기지가 않더군요. 이미 다 잊은 줄 알고 있는 기억들이 단지 그 장소를 다시 걸은 것만으로 마치 지금의 이야기처럼 되살아나다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뜨겁고....
넌 차갑고....
내가 차가울때....
넌 뜨겁고....

도무지 같은 온도안에 놓이지 못하던 너와나....
같은 온도로 사랑할수 없는 너와나....
그래서....

너와나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너와나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너와나는 헤어졌는데....

원래 그렇게 달랐던 걸....
같지 않은게 당연한 걸....
바보같이....
그렇게 핑계만 대고 있었다.

http://www.bburn.net/

Leica R6.2, Summicron 50mm f/2.0, Fuji Reala,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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