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벚꽃이 흩날릴 무렵이 되면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작품이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Cm'다. 처음에는 무슨 제목이 이럴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작품을 보고 또 보게 되면 그 의미가 좀 더 마음속에 새겨진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인 초속 5Cm..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일 수도 있다. 정확히 꽃잎이 날리는 속도를 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찰라의 속도는 사랑하는 두 연인에게 있어서는 둘만의 약속. 그리고 영원한 의미를 가진다. 영원이란 동시에 순간인 것. 사랑을 하는 이들에게 순간은 영원이고 영원은 곧 순간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설레고 또 애틋하다. 이 이상의 다른 표현이 있을까 모르겠다. 사랑을 하면서 겪는 행복한 시간이 많았을까 애틋한 시간이 많았을까 도돌이켜 보면 나는 후자가 아닐까 싶다.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또 둘이 한곳을 향해 함께 걸어간다는 것은 평범한 우리네 인간의 삶에서 정말 큰 힘이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을 지킨다는 것은 삶 자체의 목표가 되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일이라 생각된다. 

혼자서 세상과 맞서는 일은 역시나 버거운 일이다. 그러나 같은 방향으로 걸으며 곁에서 손을 꼭 잡아 힘이 되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내 삶의 길은 물론 상대의 삶의 길도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바탕이 된다. 사랑에 있어서는 힘겨움은 서로 나누어야 한다. 고통도 함께 해야 한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되는 것이 사랑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랑이라 부를 수는 없으리라...


서로를 서로가 존재하는 그 자체로 받아들일 때 그 사랑은 진실이 되고 비록 다른 길을 걷게 되어 다시는 마주칠 수 없더라도 영원이 된다. 아마도 세상이 끝나는 날 가장 사랑했던 이를 떠올려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사람은 정말 짧은 바람처럼 스쳐갔던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 사랑에 있어 함께 한 시간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 까닭이다. 

그 사람이 단지 그 사람이기에 내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 그 사람 자체가 전부인 것. 누구나 사랑을 이야기할 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것을 실제로 지키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세상의 편견과 그 편견에 물든 혹은 물들어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후에야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다.


사랑이 변한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일까? 애초에 사랑 자체는 변하지 않는데 사람이 변할 뿐일까? 그 사람을 사랑하지만 할 수 없이 헤어진다는 말이 정말 맞는 이야기일까?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그 감정 자체는 변하지 않는데 자신이 변할 뿐이다. 그리고 변해버린 자신이 어색하고 참을 수 없기에 사랑이 변한다는 말을 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당신은 분명 잘 지내고 있을 거에요"라는 말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변해버린 자신을 용서할 수 없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외로움에 혹은 허전함에 누군가 다른 이를 만나게 되고 그것을 또 사랑이라 부르고 그 관계에 열중해보지만 그것은 어쩌면 이미 사라진 어느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 앞에 내가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와 과거의 누군가가 여전히 겹쳐 보이지만 그 겹침이 한 번 두 번 반복되다 보면 정작 어느 기억이 자신의 사랑에 대한 기억이었는지조차 망각해버리게 된다. 우리네 삶은 그렇게 겹침 속의 망각이 반복되는 셈이다. 그리고 다들 그렇게 익숙해져간다. 내가 그렇듯 그녀가 그렇듯...

"마음은 1Cm 정도 밖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 는 대사는 그렇게 이루어진 공허한 사랑이 결국 각자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서로에 대한 거리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오랜 물리적인 시간을 함께 보냈을지라도 마음의 거리는 벚꽃이 땅에 떨어지는 그 짧은 거리만큼도 다가서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 공허한 사랑조차 사랑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쓸쓸할까?


이 작품의 부제 '그들의 거리에 관한 짧은 연작'은 

벚꽃이 비처럼 내리는 아직은 이른 봄날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가

눈이 비처럼 내리는 어느 겨울날 내 마음 속으로 잦아들었다.


기억의 순서는 시간의 순서가 아닌 추억이 깊이에 따라 정해진다.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누군가와의 추억..그것이 가장 소중했던 그리고 평생 가장 소중한 순수한 사랑이다.



어제, 꿈을 꿨다

아주 옛날 꿈…

그 꿈 속에서는우리는 아직 13살로…

그곳은 온통 눈으로뒤덮인 넓은 정원으로

인가의 불빛은한참 멀리 보일 뿐으로…

뒤 돌아본 깊게 쌓인 눈에는우리가 걸어온 발자국 밖에 없었다


- 그렇게

- 언젠가 다시


함께 벚꽃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나도, 그도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초속 5Cm, 사랑의 거리에 관한 짧은 기억"



서울성곽길의 두 번째 코스는 낙산길을 골랐다. 낙산길은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는 길로 이전에 걸었던 북악산길과는 꽤 다른 풍경을 보이는 길이다. 낙산구간은 전체적으로 보면 장충체육관에서 혜화문에 이르는 제법 먼 길인데 이번에는 혜화문에서 흥인지문까지로 경로를 잡아 보았다. 낙산이라는 이름은 산의 이름이 낙타의 등처럼 볼록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걷는 중에는 사실 낙타의 등 위를 걷고 있는지 알기는 어려웠다. 멀리서 조망해보기도 애매해서 결국 낙타 모양은 보지 못 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낙산은 풍수지리상 서울의 주산인 북악산의 좌청룡에 해당한다고 한다. 우청룡은 인왕산인데 인왕산이 제법 산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 낙산은 주거지와 공원 등으로 둘러 싸여 있어서 산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길의 시작은 북악산길과 같은 한성대입구 역이다. 4번 출구로 나가 조금 올라가면 서울성곽길을 안내하는 표지를 만날 수 있다. 낙산길의 전체적인 아쉬움 중의 하나는 이정표가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낙산공원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이정표는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낫다. 스마트폰 지도를 켜고 경로를 찾아야 했으니 말이다. 사진 멀리 혜화문이 보인다.


약간 더 올라가면 왼쪽에 계단이 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으니 주의 하자. 이 계단을 올라가면 낙산길이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4계절이 이제 존재 의미가 없다는 말이 이해가 가는데 3월말임에도 제법 햇살이 따가웠다.


전체적인 낙산길의 경로다. 사실 일직선으로 죽 가면 되기 때문에 이정표가 필요없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 길을 걸어보면 생각보다 샛길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 생각일뿐이긴 하지만 쭉 뻗은 도로라도 안내표지판은 제대로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전체 길이는 2.2km로 그다지 길지 않아 큰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진입 구간에는 제법 성곽길의 운치가 있다. 다만 성곽로 도로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어서 가까이서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다. 대신 멀리서 바라보는 웅장함이랄까 그런 기분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초입 구간이다.


만들어진 시대와 보수된 시대에 따라 돌의 색이 다르고 건축 방식이 다르다. 이렇게 한눈에 쉽게 알 수 있는 구간들이 종종 보인다. 한양도성의 전체적인 구간이 제대로 정비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개발을 위해 우리 고유의 것들이 사라져 가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지난 것은 되돌릴 수 없는 까닭이다. 그때 그 모습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것들도 있는 법이다.


여담이지만 요즘은 D-SLR은 거의 들고 다니지 않는다. 비교적 편한 곳을 다녀서 그렇게 하고 있는데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지 않으니 영 답답하긴 하다. 간편함이라는 이름 때문에 본래의 사진찍기가 퇴색되는 듯한 느낌도 든다. 다음 번 걸음에는 오랜만에 큰 녀석을 데리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낙산길은 전체적으로 흙길이 없다. 닦인 도로와 정비된 느낌. 그런 인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약간은 건조하다.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대신 건조함을 얻은 셈이랄까.. 역시나 나는 흙으로 난 길이 좋다. 이 구간에서 나무와 풀을 볼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데 대부분 이곳 초반부에 집중되어 있다. 걸으면 걸을 수록 푸른색 대신 콘크리트의 회색이 늘어간다.


고양이 한 마리가 볕을 쬐고 있는데 까치가 계속 달려와 고양이를 쫓아내고 있는 게 우스웠다. 조금 가서 앉으면 다시 와서 괴롭히고를 반복해 결국은 고양이가 자리를 뜨고 말았다. 고양이가 조금이라도 위협(?)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지만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더 재밌었다.


사실 낙산구간은 그렇게 마음이 편안한 걸음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 사진 한 장으로 대략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적어보는 것도 그리 좋은 것 같지 않아 사진 한 장으로 대신한다. 아마도 이길을 먼저 걸었던 분이라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짐작이 되시리라.


길을 가다가 마주치게 되는 암문이다. 한자로 暗門이라 적는데 정식으로 문을 내지 않고 벽 중간에 뚫은 문을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적들이 어디에 출입구가 있는지 알지 못하도록 하는 용도이고 평소에는 큰 돌로 막아둔다고 한다. 전쟁의 위험이 사라진 지금은 이렇게 열려 있고 이 문을 지나면 낙산공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낙산공원은 낙산의 정상 부분에 만들어진 공원이다. 제법 넓고 이런저런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는 곳이다. 예전에도 한 번 온 적이 있는데 다른 계절에 찾아오니 또 색다른 느낌이다. 낙산공원을 전체적으로 돌아보고 길을 건너면 대학로로 이어진다. 사람들에게 많은 추억거리들을 남겨주고 있는 장소일텐데 대학로는 나중에 한 번 따로 들러보기로 하겠다.


낙산공원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성벽 너머로 서울 중심가를 약간 볼 수 있다. 멀리 남산이 보이고 그 아래로 많은 빌딩들이 보인다. 저 안에서 또 얼마나 많은 인생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지고 있을까. 이렇게 한 걸음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도시는 조금은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니까...


낙산길에서 들러볼 곳이 또 한 군데 있는데 바로 이화마을이다. 벽화마을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낙산공원에서 흥인지문 방향으로 걷다보면 오른편에 진입로가 있다. 또 나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이런 인위적으로 조성된 길은 약간 거부감이 있다. 대부분 생활환경이 어려운 곳에 이런 길을 조성하곤 하는데... 역시 위에서 적었던 서울 풍경 사진과 맥락이 같은 이야기다.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것은 그 고양이 그림이 있는 벽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화벽화마을 꽃그림 계단으로 알려져 있는 이 자리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 아닐까. 내가 이화마을에 들렀던 때는 마을 이곳저곳에 공사가 한창이었다. 사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었다. 사진을 찍으러 이곳에 들렀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운 느낌이 들어서였다. 역시 이곳에 가 본 분들이라면 짐작이 가시지 않을까 싶은데..

재개발과 그 뒤안길 이야기. 제법 할 이야기가 많은데 이곳에 풀어나가기에는 주제와 한참을 벗어나니 다음으로 미루겠지만 과거 서울의 가장 어려운 지역 중의 한 곳이었던 난곡에 사진을 찍으러 방문하던 아마추어 사진가들과 그곳 주민들이 크게 대립한 일이 있었다는 정도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압축하겠다. 누구에게는 그저 취미겠지만 누구에게는 생존 그 자체일 수도 있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다.


아무튼 이곳을 지나 다시 길을 걸으면 어느새 길은 끝이 난다. 이글을 보신 분들은 어떠실까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걸음이었다는 생각이다. 이전의 북한산둘레길이나 적어도 지난 번의 북악산길만 해도 그래도 무언가 '길'을 걷는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낙산길은 도무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물론 내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말로 힐링을 위해 떠난 길에서 무거운 짐만 짊어지고 온 격이랄까...

그리고


도심 한 복판 수 많은 빌딩과 차량의 홍수 속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며 서 있는 흥인지문을 보면서 그 감정은 절정에 다랐다. 

모든 걸음이 늘 행복할 수는 없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인데도 나는 이번 낙산길도 이전의 여느 길처럼 행복한 길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 고정관념이고 편견이 생겼던 것이다. 하루에도 수 만 번 감정이 요동치는 일상인데 말이다. 길도 마찬가지다. 어떤 길은 평화롭고 행복한 길로 의미를 주지만 어떤 길은 쓸쓸하고 어두운 길로 의미를 준다. 그것들이 주는 의미를 내 안에서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던 걸음이었다.

내 감정은 이리 변하고 저리 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왜 길은 이런 길도 있고 저런 길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이번 걸음은 내게 그런 이야깃거리를 던져 주었다.


Panasonic LX-7


말바위 안내소에 드디어 도착이다. 이곳에서 할 일은 간단하다. 출입을 위해 신분증을 제시하고 목에 거는 표찰을 받으면 된다. 구간 자체가 군사지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뭘 이런 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름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신청서는 위와 같은 양식으로 되어 있다.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있는데 아마 이쪽 분야에서는 크게 변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주의 사항에 보면 금지된 행위를 하면 군의 무력 사용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있는데 실제 길 안에 들어가서도 자주 마주치는 문장이다. 약간 위화감은 있지만 자신이 동의하고 입장하는 것이니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이 좋겠다.


신청서를 작성하고나면 위와 같은 목에 거는 표찰을 받게 된다. 이 표찰은 목에 걸고 다녀야 하는데 무게감도 거의 없고 디자인도 나름 괜찮은 편이니 어색하게 생각하지 말고 걸고 다니면 된다. 길을 걷는 중에 수시로 만나게 되는 군인이나 경찰들이 이 표찰 여부를 확인하는 것 같기도 한데 괜히 불필요한 행동으로 지적받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본격적으로 구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이 숙정문이다. 성곽의 4대문 중 북문에 해당한다고 한다. 북쪽은 예로부터 개방과는 거리가 먼 방향인데 역시 숙정문도 거의 개방이 되지 않은 상징적인 문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양 전체를 놓고 봐도 북대문은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다. 한양의 북대문이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있지만 이곳 숙정문이 북대문이라는 게 대체적으로 인정 받는 견해인 모양이다. 게다가 위치에 이렇게 있으니 우리에게 낯선 곳임은 틀림없다.


비교적 최근에 복원이 이루어진 까닭에 오래된 느낌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이 든다. 과거의 느낌까지 살려 복원을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런 복원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미술 쪽에서 이루어지는 복원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건축물도 과거 역사 느낌을 살린다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 아무튼 숭례문인 남대문을 생각하면 이곳 숙정문은 꽤나 작은 문이다. 


성곽이 확연히 구분되는 구간이 보인다. 초기에 쌓은 돌과 이후 복원이나 보강을 통해 쌓은 구간이 이렇게 다르다. 세월이 지나면서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오래 전에 쌓은 성벽 역시 본연의 역할을 하는데는 무리가 없다는 점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말바위안내소를 나와 바로 마주치는 곳이 이곳 숙정문이고 이후로는 약간은 지루한(?) 걷기가 계속 된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제한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같지만...


그 다음 마주치게되는 장소는 해발 293미터의 청운대다. 높이만 보면 북악산 성곽길은 그리 높지 않지만 오르고 내리는 구간이 경사가 가파른 편이어서 걷기가 아주 수월한 편은 아니다. 청운대도 사진촬영은 허용되는 곳인데 날이 맑다면 서울의 중심부를 멀리 볼 수 있는 조망이 제법 좋은 편에 속하는 장소다.


사진 촬영이 허용되는 몇몇 장소 중의 하나인 1.21사태 소나무다. 나무의 이름을 이렇게 지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소나무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은 아닐까. 아무튼 당시의 총격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총탄 자리를 시멘트로 약간은 억지스럽게 보존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1.21사태 이후 향토예비군이 생겼다는 것은 이번에 알게된 사실.


드디어 정상이다. 해발 342미터의 북악산 정상. 표지석에는 백악산이라 적혀 있는데 북악산과 같은 의미다. 이곳까지 오면서 좌우로 계속 군인들과 경찰들을 마주 치게 된다. 마음 편하게 걷기는 조금 불편한 길인데 반대로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마음 편하게 군 생활할 곳은 아닐테니 추운데 고생한다고 격려라도 해주면 어떨까


정상 이후는 창의문에 이르기까지 계속 내리막이다. 게다가 이 내리막이 만만치가 않다. 오르막에 힘을 많이 들였다면 바로 내려가지 말고 충분히 쉬었다 가도록 하자. 내려가는 동안 쉴 수 있는 장소는 한 곳뿐이니 미리 체력을 비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계단의 간격이 약간 애매해서 한발씩 성큼성큼 내딛다가는 넘어질 위험도 있으니 조심하자.


한참을 걷다 보면 멀리 인왕산이 보인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 성곽이 죽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바로 인왕산길 구간이다. 인왕산길은 예전에 적었던 글에 어느 정도 소개를 하고 있는데 나중에 인왕산길을 걸을 때 이 부분은 생략해야 하나 아니면 다시 걸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당시는 겨울이어서 눈 덮인 풍경을 담았으니 이번에는 봄의 느낌으로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좀 더 커서 아마 다시 가게 될 것 같은데 이전과는 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고 걷게 될 예정이다.

이렇게 한양도성길 중 첫 번째 길인 북악산길 걷기를 마쳤다. 사실 걷기라기보다는 등산에 조금 더 가까운 모양새다. 4개의 성곽길을 모두 걷고 나면 전체적인 생각을 이야기하겠지만 북악산길은 초행자가 바로 걷기에는 약간은 부담스럽다는 점. 적어도 신발만큼은 발에 편한 것을 신고 가는 것이 좋겠다. 물론 등산화가 가장 좋은 선택이 되겠다.


Panasonic LX-7


작년에 북한산 둘레길을 완주한 이후 걷기가 잠시 주춤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겠지만 새해 들어서도 다시 걷기를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강제력'이 작용한 것인지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블로그 기자단에 선발이 되면서 원고 작성을 위해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은 걸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어디를 돌아볼까 생각을 하다가 이전에 후배와 성균관대 후문 쪽으로 걸었던 성곽길이 생각이 나 이 코스를 네 번에 걸쳐 돌아보기로 했다. 우선 이 길은 한양도성길로도 불리고 한양성곽길, 서울도성길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공식적으로는 문화재청이 '서울 한양도성길'로 이름짓고 있고 이곳에서는 한양도성길로 부르기로 하겠다. 이번 글은 사진이 많아 두 개의 글로 나누어 올릴 생각이다. 그리고 글자 폰트도 조금 키워보았다.

한양도성길의 시작점으로 택한 것은 북악산길이다. 북악산길도 3곳은 진입로가 있는데 내가 간 곳은 지하철 5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출발하는 길이다. 지하철 출구에서 한 10여 분 정도 직진을 하면 되는데 언덕으로 올라설 즈음 건널목 건너로 진입로가 보인다. 올라 오는 도중에 간송미술관으로 가는 길과 나뉘기도 한다.


안내표지판을 뒤로 하고 걷기 시작하면 평탄하게 잘 포장된 길이 이어진다. 초입부터 시작된 성곽이 이제 이 길을 마무리하는 지점까지 죽 이어지게 된다. 성곽을 쌓은 돌의 재질이 위치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서 걷는 것도 좋겠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성벽에 기댄 채 말라 붙은 가지가 아직 오지 않은 봄을 탓하듯이 그리고 지난 겨울의 흔적을 기억하듯이 이제는 따스해진 겨울 햇살을 온몸으로 쬐고 있었다. 


제법 넓어지는 구간이 나온다. 와룡공원과 이어지는 곳인데 지역 주민들의 휴게 공간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의자나 운동 기구들 같은 것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다. 미리 말하지만 본격적인 성곽길 걷기를 시작하면 마땅히 쉴 곳이 없으니 미리 충분한 휴식과 에너지 보충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고보니 우리 역사 유적 찾기도 하겠다고 야심찬 선언을 한 지도 제법 오래됐다. 한동안 그 작업도 거의 못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이곳이 사적 10호다. 보통 여행을 다닐 때 안내문 읽기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잠깐 멈춰서서 안내문을 보면 자신이 어디에 그리고 왜 왔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고 무엇에 중점을 두고 여행의 방향을 잡아야할지 분명해지기 때문에 안내문은 꼭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보면 마치 조선의 어느 시대에 와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모습은 다 사라졌지만 성벽은 남아 그 시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자리에도 어느 인물의 인생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을텐데 낯선 이는 그 사연을 알 수 없고 그저 차가운 벽돌에 기댄 햇살만 바라볼 뿐이다.


북악산길의 시작점인 말바위안내소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제법 멀다. 말바위 안내소에서 시작하는 북악산길의 길이보다 그 전에 걸어야 할 거리가 훨씬 길기 때문에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주변 경관을 감상하면서 걷기를 권한다. 날이 따뜻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겨울인지라 오가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아 조용히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여러 국가의 수도 역할을 했던 서울에 당연히 유적이 많아야 함에도 우리 주변에서 과거의 유적을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일제강점기와 전란을 거치면서 많이 소실된 부분도 있겠지만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사라진 유적들도 꽤 많지 않을까?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발전을 거부하고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키워나가는 주춧돌이 되는 것인데.. 아쉬운 부분이다.


한양도성길 중 북악산길은 입장 제한이 있다. 지역 자체가 청와대에 인접해 있고 1.21사태라는 분단 시대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장소기 때문이다. 이곳을 걷기 위해서는 신분증이 필요하다. 안내판에 써 있는대로 준비만 하면 입장하는데 전혀 무리는 없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다만 입장 시간이 짧은 편이기 때문에 가급적 오전에 집을 나서는 것이 좋다.


시내에서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표지석이다. 이 돌을 기준으로 성북구와 종로구가 나뉘는데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이런 표지석들이 곳곳에 있어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현재 위치를 묻곤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이야 스마트폰만 켜면 아주 자세한 위치가 나오지만 말이다. 때로는 너무 자세한 정보는 정신에 부담이 가기도 하는데 오히려 이런 표지석이 정감있고 아날로그적이다.


이제 성곽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끼인지 풀인지 모를 식물들이 세월을 간직한채 성벽에 옹기종기 붙어 있다. 지난 겨울을 버틴 힘으로 이제 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역시 다르지 않아 슬픔과 기쁨은 늘 그 자리를 바꿔가며 우리에게 삶이란 이런 것이라고 교훈을 준다.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고 기쁘다고 교만하지 말 일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제법 높이가 만만치 않다. 전란 시대에는 이 성벽을 지키느냐 오르느냐에 한 국가의 운명이 정해졌을텐데 오르는 자나 지키는 자나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맞부딪힌 장소가 바로 이곳은 아니었을까? 자세히보면 아랫부분의 돌과 윗부분의 돌의 재질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처음 성곽이 만들어질 때의 상태를 보존하고 있느냐 아니면 이후 보수공사가 이루어졌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한참을 걸었지만 아직 안내소는 보이지 않고 안내문만 나타난다. 위에도 적었지만 실제로 안내소를 지나 걷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창의문 쪽에서 오르는 길을 선택했다면 바로 북악산 길부터 길이 시작되지만 말바위 안내소로 오는 길을 택했다면 이렇게 먼저 걸어야할 길이 있으니 경로 선택을 할 때 참고하면 되겠다.


이제 얼마 뒤면 이곳은 개나리가 펼치는 노란색의 물결로 뒤덮이겠지만 아직은 숨을 죽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남부지방에는 봄을 알리는 징조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지만 서울은 여전히 겨울이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것인지라 경칩이 지날 무렵이 오면 지난 겨울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리라.


오래된 돌과 다음 세대의 돌 그리고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바위들과 그 사이의 나무들이 어루어진 풍경에 한참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장소. 시간과 세월, 흔적과 기억 그런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의 잘 닦인 길은 이제 거의 보기 힘들어졌고 좁은 길과 성벽 그리고 나무들을 벗삼아 걷는 구간이다. 성곽길이라고 표현이 되어 있어서 자칫 산책로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북악산길은 그 이름 그대로 북악산 정상을 통과하는 길이다. 물론 등산 장비를 착용하고 걸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대략 5km정도의 거리를 걸어야하기 때문에 등산화 정도는 신고 가는 것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같다. (2편에서 계속)




겨울왕국(Frozen).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하는 나지만 솔로가 된 이후 극장을 찾는 일이 거의 없었던 탓에 영화 정보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음원 사이트에서 1위곡인 "Let it go"를 듣게 되었고 그날로 극장문을 두드리게 만들었고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지금도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자니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이라면 나중에 이 글을 읽으시기를...

먼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의 한 장면인 엘사가 주제곡을 부르는 장면을 보고 가도록 하자. 워낙 많이 알려진 노래기는 하지만 뮤직비디오 자체가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끌어왔기 때문에 그 자체가 스포일러기도 하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적당한 우리말이 떠오르지 않는다)가 큰 부분인지라 디즈니에서 전략적으로 내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특히나 중간에 엘사가 머리를 풀고 옷을 바꿔 입을 때는 소름이 돋는 느낌마저 있었으니...

이 장면에서 가슴 한 구석에서 무언가 울컥하는 것이 있었는데 아직도 감수성이 이리 예민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나는 일이 종종 있었기는 했었는데 연애를 끝내고 나서는 그런 감정도 메말라버린 줄 알았다. 아무튼 다시 예전의 감정으로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다. 이 장면은 엔딩 부분과 함께 제법 여운이 오래 갈 장면이기도 하다. 

가사 자체가 이 영화의 주제와 긴밀한 연관이 되어 있어서 가사를 옮겨 온다. 영문 자체가 상당히 쉬운 편이어서 그냥 편하게 읽어 나가면 된다. 영화를 보고난 후 이 가사를 다시 읽어보자. "어? 줄거리가 그냥 다 들어있네?"라고 느껴질 테니까...


이 작품 하나를 놓고 보면 쓸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디즈니 이야기를 시작하면 스티브 잡스까지 이어지고 주제곡 이야기를 하면 브로드웨이 뮤지컬까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원작격인 안데르센의 이야기도 펼쳐 볼 수 있겠고... 하지만 이미 수 많은 비슷비슷한 영화평들과 분석(?)들이 나와있는 지금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만을 충실하게 적어나가는 것이 영화를 본 후의 본연의 글쓰기가 아닐까 싶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다. 디즈니에서 만든 작품이니 당연히(?) 공주가 등장한다. 그러면 왕자가 등장할까? 물론 등장한다. 대신 역할은 예전의 그것과는 아주 다르다. 사랑 이야기. 물론 등장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핵심 역시 사랑이야기다. 아, 그러면 역시 공주와 왕자의 사랑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밝혀진다.

내가 왜 이 글의 제목을 사랑의 원초적 의미라고 적었는가 하면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부르는 통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시작은 가족이다. 요즘 나는 사랑의 정의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기까지는 아직 사랑이라 부를 수 없다. 그 둘이 아이를 낳았을 때 비로소 사랑이 시작된다. 비로소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랑의 시작은 가족..그것이 내가 다다른 결론이다.

'겨울왕국'은 우연인지 내 그런 생각에 잘 어울리는 이갸기를 풀어갔고 아마도 그래서 여러 혹평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겨울왕국의 사랑이야기는 흔한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가족의 사랑이야기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닫힌 문 너머로 내 던진 언니(스스로 원해서가 아님에도)와 그 언니를 다시 세상으로 불러 오기 위한 동생의 이야기다. 

솔직히 디즈니에서 이런 내용을 줄거리를 만들어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김 빠진 엔딩이라고 혹평을 받는 마지막 장면이 오기 전까지도 나 역시 예상을 하지 못 했던 부분이다. 그렇지만 내 기준에서는 이런흐름이 크게 어색하지 않았고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 주고 싶은지 잘 이해가 갔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물론 어떤 주제에 대해서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사랑이 시작될 수도 있는 남자와 자신을 내치기만 하는 언니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안나는 언니를 위해 목숨을 내 놓는다. 위기에 처한 아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안전은 아예 생각조차 않고 뛰어드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다. 남녀간의 사랑은 수 세기에 걸쳐 수 많은 이야기와 노래와 작품의 주제가 되고 있고 지금도 사람들이 늘 갈구하는 대상이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은 시간이 갈 수록 약해져 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요즘 겨울왕국의 이야기는 분명 남달리 보였을 것은 분명하다. 영화 내내 강조되는 "진정한 사랑"을 디즈니는 가족간의 그것으로 결론 지은 셈이다. 

아무튼 디즈니는 전형적인 자신들의 작품 패턴을 깨버렸다. 그동안 별 부담없이 받아들여지던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공주'에 대한 비판도 곁들이면서 말이다. 그리고 전 세계의 열광적인 환호를 얻었다.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지금 세계는 가족에 대한 사랑에 목이 말라 있고 즉흥적인 사랑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감상이야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것이니 그저 필자의 의견이라 생각하시면 되겠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 비중은 엘사보다는 안나 쪽이 아닐까 싶지만 두 사람 모두 공동 주연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겠다. 사랑은 일방적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인물의 표정 연기는 대단했다. 대사에 딱딱 어울리는 섬세한 표정연기 특히나 여주인공들의 눈썹 연기(?)에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대사의 여러 부분을 노래로 처리한 점은 이 작품 이후의 뮤지컬 상연까지 고려한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장면은 레미제라블의 패러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말이다. 

디즈니 작품답게 그래픽은 역시 화려하다. 거기에 기존의 전통적인 공주가 아닌 현대적인 분위기의 두 공주의 묘사도 잘 되어 있다. 다른 곳의 리뷰를 읽어보니 공주들이 사용하는 영어가 요즘 사용하는 현대 영어라고 한다. 아마도 덕분에 좀 더 관객의 공감을 많이 얻지 않았을까?  블루레이 버전이 나오면 한 번 구해서 보는 것도 극장에서 잡아내지 못한 그래픽의 세세한 부분을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으니 이 작품의 팬이 되기로 했다면 소장해보는 것도 좋겠다. 

등장 인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야기 전개도 상당히 빠른 편이어서 -물론 약간 지루하거나 끼워 맞춘 듯한 줄거리도 있었지만- 108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화려한 그래픽과 마음을 울리는 음악들 그리고 예상을 깨는 결말은 겨울왕국이 말그대로 대박 흥행을 내는데 기여하지 않았을까?

라푼젤 이후 -겨울왕국에는 라푼젤이 등장하기도 한다. 눈썰미가 빠른 분들은 이미 찾아내셨을지도- 다시 한 번 디즈니의 저력을 보여준 겨울왕국. 아직 보시지 않은 분이라면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극장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가족과 함께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혼자 가서 보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여담 :

디즈니는 벌써 겨울왕국을 주제로 한 게임앱을 출시해서 성황리에(?)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게임 내에서 주인공들의 3D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고 게임 자체가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서 할 만은 한테 인앱 결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주의하자. :) 이 외에도 겨울왕국 관련해서는 국내외 각종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으니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http://www.superbwallpapers.com/ 에서 빌려온 것인데 방문하면 아주 큰 사이즈의 바탕화면을 구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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