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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0 22:41 - Snowroad snowroad

성곽따라 걸어보는 한양도성길 - 북악산길 (1)

작년에 북한산 둘레길을 완주한 이후 걷기가 잠시 주춤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겠지만 새해 들어서도 다시 걷기를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강제력'이 작용한 것인지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블로그 기자단에 선발이 되면서 원고 작성을 위해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은 걸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어디를 돌아볼까 생각을 하다가 이전에 후배와 성균관대 후문 쪽으로 걸었던 성곽길이 생각이 나 이 코스를 네 번에 걸쳐 돌아보기로 했다. 우선 이 길은 한양도성길로도 불리고 한양성곽길, 서울도성길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공식적으로는 문화재청이 '서울 한양도성길'로 이름짓고 있고 이곳에서는 한양도성길로 부르기로 하겠다. 이번 글은 사진이 많아 두 개의 글로 나누어 올릴 생각이다. 그리고 글자 폰트도 조금 키워보았다.

한양도성길의 시작점으로 택한 것은 북악산길이다. 북악산길도 3곳은 진입로가 있는데 내가 간 곳은 지하철 5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출발하는 길이다. 지하철 출구에서 한 10여 분 정도 직진을 하면 되는데 언덕으로 올라설 즈음 건널목 건너로 진입로가 보인다. 올라 오는 도중에 간송미술관으로 가는 길과 나뉘기도 한다.


안내표지판을 뒤로 하고 걷기 시작하면 평탄하게 잘 포장된 길이 이어진다. 초입부터 시작된 성곽이 이제 이 길을 마무리하는 지점까지 죽 이어지게 된다. 성곽을 쌓은 돌의 재질이 위치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서 걷는 것도 좋겠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성벽에 기댄 채 말라 붙은 가지가 아직 오지 않은 봄을 탓하듯이 그리고 지난 겨울의 흔적을 기억하듯이 이제는 따스해진 겨울 햇살을 온몸으로 쬐고 있었다. 


제법 넓어지는 구간이 나온다. 와룡공원과 이어지는 곳인데 지역 주민들의 휴게 공간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의자나 운동 기구들 같은 것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다. 미리 말하지만 본격적인 성곽길 걷기를 시작하면 마땅히 쉴 곳이 없으니 미리 충분한 휴식과 에너지 보충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고보니 우리 역사 유적 찾기도 하겠다고 야심찬 선언을 한 지도 제법 오래됐다. 한동안 그 작업도 거의 못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이곳이 사적 10호다. 보통 여행을 다닐 때 안내문 읽기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잠깐 멈춰서서 안내문을 보면 자신이 어디에 그리고 왜 왔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고 무엇에 중점을 두고 여행의 방향을 잡아야할지 분명해지기 때문에 안내문은 꼭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보면 마치 조선의 어느 시대에 와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모습은 다 사라졌지만 성벽은 남아 그 시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자리에도 어느 인물의 인생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을텐데 낯선 이는 그 사연을 알 수 없고 그저 차가운 벽돌에 기댄 햇살만 바라볼 뿐이다.


북악산길의 시작점인 말바위안내소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제법 멀다. 말바위 안내소에서 시작하는 북악산길의 길이보다 그 전에 걸어야 할 거리가 훨씬 길기 때문에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주변 경관을 감상하면서 걷기를 권한다. 날이 따뜻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겨울인지라 오가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아 조용히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여러 국가의 수도 역할을 했던 서울에 당연히 유적이 많아야 함에도 우리 주변에서 과거의 유적을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일제강점기와 전란을 거치면서 많이 소실된 부분도 있겠지만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사라진 유적들도 꽤 많지 않을까?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발전을 거부하고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키워나가는 주춧돌이 되는 것인데.. 아쉬운 부분이다.


한양도성길 중 북악산길은 입장 제한이 있다. 지역 자체가 청와대에 인접해 있고 1.21사태라는 분단 시대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장소기 때문이다. 이곳을 걷기 위해서는 신분증이 필요하다. 안내판에 써 있는대로 준비만 하면 입장하는데 전혀 무리는 없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다만 입장 시간이 짧은 편이기 때문에 가급적 오전에 집을 나서는 것이 좋다.


시내에서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표지석이다. 이 돌을 기준으로 성북구와 종로구가 나뉘는데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이런 표지석들이 곳곳에 있어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현재 위치를 묻곤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이야 스마트폰만 켜면 아주 자세한 위치가 나오지만 말이다. 때로는 너무 자세한 정보는 정신에 부담이 가기도 하는데 오히려 이런 표지석이 정감있고 아날로그적이다.


이제 성곽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끼인지 풀인지 모를 식물들이 세월을 간직한채 성벽에 옹기종기 붙어 있다. 지난 겨울을 버틴 힘으로 이제 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역시 다르지 않아 슬픔과 기쁨은 늘 그 자리를 바꿔가며 우리에게 삶이란 이런 것이라고 교훈을 준다.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고 기쁘다고 교만하지 말 일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제법 높이가 만만치 않다. 전란 시대에는 이 성벽을 지키느냐 오르느냐에 한 국가의 운명이 정해졌을텐데 오르는 자나 지키는 자나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맞부딪힌 장소가 바로 이곳은 아니었을까? 자세히보면 아랫부분의 돌과 윗부분의 돌의 재질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처음 성곽이 만들어질 때의 상태를 보존하고 있느냐 아니면 이후 보수공사가 이루어졌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한참을 걸었지만 아직 안내소는 보이지 않고 안내문만 나타난다. 위에도 적었지만 실제로 안내소를 지나 걷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창의문 쪽에서 오르는 길을 선택했다면 바로 북악산 길부터 길이 시작되지만 말바위 안내소로 오는 길을 택했다면 이렇게 먼저 걸어야할 길이 있으니 경로 선택을 할 때 참고하면 되겠다.


이제 얼마 뒤면 이곳은 개나리가 펼치는 노란색의 물결로 뒤덮이겠지만 아직은 숨을 죽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남부지방에는 봄을 알리는 징조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지만 서울은 여전히 겨울이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것인지라 경칩이 지날 무렵이 오면 지난 겨울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리라.


오래된 돌과 다음 세대의 돌 그리고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바위들과 그 사이의 나무들이 어루어진 풍경에 한참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장소. 시간과 세월, 흔적과 기억 그런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의 잘 닦인 길은 이제 거의 보기 힘들어졌고 좁은 길과 성벽 그리고 나무들을 벗삼아 걷는 구간이다. 성곽길이라고 표현이 되어 있어서 자칫 산책로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북악산길은 그 이름 그대로 북악산 정상을 통과하는 길이다. 물론 등산 장비를 착용하고 걸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대략 5km정도의 거리를 걸어야하기 때문에 등산화 정도는 신고 가는 것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같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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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혜화동 |
도움말 Daum 지도
  1. 2014.02.11 09:28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2.14 18:32 신고

      네 억지로 걷는다는 거.. 그 억지라는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 맞는 거 같습니다. 억지라는게 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더군요. 나태해지고 주저앉고 싶고 머물고 싶은 나에게 억지를 부려 걷게 하고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 때로는 억지가 필요한 거 같습니다.^^

  2. Favicon of http://nnkent11.tistory.com BlogIcon Q의 성공 2014.02.11 10:33 신고

    멋진곳 잘 보고 갑니다 ^^
    기분 좋은 오늘을 보내세요~

  3. Favicon of http://ahla.tistory.com/ BlogIcon 아톰양 2014.02.11 13:02 신고

    오래된 성곽에서 세련미가 느껴지는건 왜일까요.
    그만큼 잘 만들어놓은거겠지요? :]

  4. Favicon of http://photobit.tistory.com BlogIcon 사진공간 2014.02.12 09:37 신고

    강화도 성곽도 이질적인 두 개의 층 혹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말씀처럼 보수공사를 통해 몸을 지탱하고 있는 느낌이 큽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확연한 차이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세월의 흔적이야 어쩔 수 없으니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쌓는 방식이나 재질, 크기가 너무 다르더군요. ^^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2.14 18:34 신고

      강화..연애 시절 자주 다녔었는데..지금처럼 보는 눈이 없었는지 아니면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렸었는지 성곽의 짜임새나 구조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ㅎㅎ.. 이제 다시 가게 된다면 좀 더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겠지요

  5. Favicon of http://photopark.tistory.com BlogIcon skypark 2014.02.12 22:39 신고

    문화유적을 탐방하기 좋게 정비가 잘 되어 있는것 같아요.
    도시인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좋은곳인 만큼
    봄이 되면 산책하러 많이 오시겠군요.^^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2.14 18:35 신고

      네 다만 높낮이나 거리가 편하게 걷기에는 조금 벅찬 느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다른 구간은 아직 모르겠는데..아마 인왕산 구간도 쉽지는 않겠지요.. 북악산길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조금 고생은 감수해야 하더군요 ^^

  6. Favicon of http://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4.02.16 16:54 신고

    조용히 걷기 좋은 길처럼 보이네요. 그러고보면 서울도 많이 변한 거 같아요. 예전 서울 떠올려보면 항상 복작복작하다는 것만 떠오르는데 말이죠^^;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3.09 21:33 신고

      네 생각 외로 한적한 곳들이 많은 것이 서울의 중심부기도 해요. 오히려 서울 외곽으로 나가면 분주하죠. ^^

  7. Favicon of http://minitrip.tistory.com BlogIcon minitrip 2014.02.16 21:03 신고

    간혹 시내에 나가면 저 멀리 보이는 성곽을 한 번 걸어보고 싶었는데..
    북한산 둘레길에 이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시는군요~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3.09 21:29 신고

      네 이번에는 산길이 아니라 평지가 많은 길을 가보자 했는데 역시나 산길을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 전체적으로 긴 거리는 아니어서 조만간 끝나지 싶네요

  8. Favicon of http://diaryofgrinder.tistory.com BlogIcon SAS 2014.03.05 12:03 신고

    산림청 블로그 기자단에 선정되셨다니 산림청 직원들이 보는 눈은 있는것 같아 다행입니다. ^^
    서울은 나라의 수도임에도 산과 접하기 참 좋아서 그 점은 마음에 듭니다만
    아마 강제가 아닌 이상 생활하고픈 도시는 아니다 보니, 서울쪽 산을 올라갈 일이 별로 많지는 않을 것 같군요.

    그래서 더욱 이런 포스팅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3.09 21:31 신고

      어익후 그런 과찬을 하시면..^^;

      산림청에 보낸 원고가 우연히(?) 채택이 되었습니다. 한동안 소홀히 했던 걷기를 강제라도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고요. 네 말씀하신대로 서울은 돌아보기는 좋지만 살기에는 별로..랄까요. 그저 너무 오래 이 동네에만 살고 있어서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하고요..^^ 내년에는 서울을 떠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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