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누군지는 자세히는 몰라도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이름이다. 기억이 잘 나지 않더라도 지난 2004년 개봉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본 적이 있다면 '아'하고 무릎을 칠지도 모르겠다. 과거 정권이었다면 제대로 빛도 발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인물인데 그나마 민주화가 진행된 덕분일까? 한때 우리나라에도 체의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고 다니는 이들이 제법 될 정도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리고 그 열기가 모두 가라앉고 그의 이름조차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갈 무렵 나는 그의 전기를 다시 읽어내려갔다. 실천문학사에서 꽤 공을 들여 내놓은 '체 게바라 평전'은 일단 독자를 배려한 책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덕분에 한 손에 책을 올려놓고 읽는 것을 즐기는 내게는 제법 고역이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체를 본받으라는 의미가 담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판형도 작은데 두께가 두꺼워 한 손으로 책을 들면 자꾸 책이 접히려는 경향이 있어 결국 한 손으로 받혀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책을 눌러가며 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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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의 일대기에 대해서는 워낙에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어 있으니 이 자리에서 그의 일생을 다시 돌아보는 것은 큰 의미는 없어보인다. 다만 왜 그가 전 세계인들에게 그렇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그는 한 마디로 소신껏 살아간 인물이었다. 자신의 신념과 이상의 실현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무계획적이고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주의자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런 평범한 인간들과 그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 이상을 실천에 옮겼고 성공을 거두었다는데 있다.

누구가 살아가는동안 자신의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때문에 고민을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택하고 하나의 부속으로 일생을 마감하지만 소위 '위인'이라는 인간들은 그런 현실을 타파하고 이상을 얻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어떤 인생이 가치있는 인생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위인의 인생이 가치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막상 직접 그런 삶을 선택해서 살것이냐고 묻는다면 주저하게되는 것이 또 우리네 삶이다.

이 책은 한 번을 읽어서는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체의 일생을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죽 훑어가고 있기때문에 글자에만 집중해서 읽어내려가다 보면 나중에는 도무지 무엇을 읽고 있는지 오히려 혼동스럽다. 처음 읽을 때는 그냥 이런 사람이 있었다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도서관 등을 이용해 그 시대로 돌아가 역사적인 상황을 되짚어본다면 다시 책을 읽어내려갈 때 좀 더 체 게바라라는 인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의 신념에 대한 확신과 추진력으로 가득 차 있는 근대사에서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인 체 게바라, 물론 혁명을 당한 입장에서는 귀찮은 테러리스트일 뿐이겠지만 그의 진정한 가치는 혁명가에서보다는 그가 가졌던 인간애에 있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가 곧 서른 아홉이 된다. 시간은 어느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는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게릴라로서 내 미래에 대해 깊이 성찰한다. 그러나 당장은 '타협하지 않겠다'라고 결심했다. 해발 고도: 8백 40미터"

본문 중에서

장 코르미에 저/김미선 역 | 실천문학사 | 2005년 05월





요즘은 전자사전 그리고 스마트폰 등에 내장된 사전 기능이 뛰어나서 종이사전에 대한 애착이 예전같지는 않다. 하지만 뭐랄까 외국어를 공부하는데 있어 종이사전이 주는 느낌 그리고 학습 효과는 디지털로 된 사전에 비해 뛰어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너무 구세대가 아니냐? 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낡은 LP처럼 오래된 사전은 자신의 공부의 이력이고 살아온 인생의 한 단면이니 말이다. 종이사전을 구비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어떤 사전을 사야할까? 아마 국내에서는 민중서림의 엣센스, 동아의 프라임, 시사영어사의 e4u 정도가 선택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나도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하던 때부터 엣센스를 사용해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많은 영한사전들의 문제는 일본식 번역이라는 데 있다. 사전을 만들기 어렵던 시절에 일본에서 사전을 들여와 그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하다보니 최신판의 사전을 구입해도 왠지 낯선 한자로 된 뜻풀이가 곳곳에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영영사전을 고르기도 한다. 영영사전 중에는 옥스포드대학 ELT의 사전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OALD라고 줄여서 불리는 The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가 가장 유명하다. 현재 8판이 나와있는데 사용자들 평으로는 이전의 7판이 더 나아보인다.

아무튼 가능하다면 영영사전을 고르는 것이 보다 깊이 있는 공부에 적당하겠지만 영영사전이 부담스럽다면 위 사전을 우리말로 번역한 사전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정영국 교수와 조미옥 님이 편역자로 참여한 옥스포드 영한사전이 그것이다. 아래 박스는 이 사전이 출시될 당시의 편역자인 정영국 교수의 인터뷰 기사다.

" 사전 편찬 과정에서 비교 분석한 국내 사전은 문제투성이였다.... 영일(英日) 사전을 베낀 듯한 대응어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clove. 국내 영한사전에서 이 단어를 찾아보면 거의 다 ‘<식물> (백합 뿌리 등의) 소인경(小鱗莖), 소구근(小球根)’ 따위 대응어를 제시한다. 소인경과 소구근이라니? 한글학회에서 편찬한 <우리말큰사전>에도 없는 괴이한 단어들이다. 왜 이같이 생뚱맞은 낱말이 등장했을까. 간단하다. 영일 사전을 고스란히 번역한 탓이다. 정영국 교수는 “최근 통마늘로 번역하는 사례도 있지만, <옥스퍼드 영영사전>에 따르면, clove는 마늘 한 쪽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시사인, 2009년 4월 4일 발행자, p.70-71)"

일단 사전의 외양이나 제본 방식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사전을 디자인으로 선택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영영판에 비해서는 왠지 없어보이는 점은 지적을 하고 넘어가야겠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발간된 가죽 장정의 사전들을 보아왔기 때문인지 비닐로 투박하게 마무리된 커버는 별로 정감이 가지는 않는다. 원서를 보면 아예 비닐조차도 없으니 그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 비닐 커버는 조금 날이 추우면 부러져 버릴 위험도 있어서 별로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사전의 경우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추운 날에는 돌돌 싸고 다니는 방법이 유일한 대비책일 듯하다. 게다가 표지는 한 번 접히면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단단하게 마감이 되어 있으니 혹 가방에서 표지가 접히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자.


The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의 장점은 다양한 예문에 있다. 그리고 명확한 해석. 사실 사전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기능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수 많은 사전들 중에서 이 사전이 많은 사용자들의 인기를 모으는 것은 이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사전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사전은 학습을 위한 사전이다. 따라서 사전 곳곳에 학습자들을 위한 배려를 하고 있다. 기본적인 단어의 색은 파란색으로 처리해서 눈에 잘 보이게 해 두고 있는데 영영판과 같은 편집 방식이다. 다만 편집이 조금 어설프달까.. 면을 펼치면 눈이 쉽게 피로해질 정도로 가독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이 점에서는 국내 출간 사전들에 점수를 주고 싶다.


차라리 판형을 좀 더 키워서 가독성을 좋게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The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는 또한 고유의 편집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국내 사전에서 보는 타동사의 약어인 vt와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VN이라고 표기하고 있으니 첫 장의 약어표를 먼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또한 모든 발음 기호는 영국식 영어가 우선된다. 미국식 발음은 뒤에 나오니 이 점도 기억하자.


전반적으로 한글 번역은 간단명료하고(한편에서 보면 부족할 수도 있지만) 예문을 많이 보여주는 편집 방식이다. 단어를 찾아 그 뜻만 보지 말고 실제의 활용법을 보라는 이야기다. 학습자의 사전으로서 당연한 배려다. 다만 많은 어휘를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습자를 위한 사전이라는 제목처럼 지엽적인 단어들은 나와 있지 않다는 점도 기억하자.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국내 사전이 좀 더 많은 어휘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영어학습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지엽적인 단어들보다는 주로 사용되는 어휘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국내 출간 사전을 보다가 이 사전을 보면 처음에는 상당히 낯선 느낌이 든다. 단어도 부족한 것같고 왠지 눈도 피로한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활용해 나간다면 이제까지의 영어 공부 방식에 한바탕의 전환점을 마련해줄 수 있는 든든한 친구가 될 것이다. 8판의 한국어판이 출시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하드웨어적인 편집에서 보완만 좀 더 이루어진다면 제대로 공부하기에 좋은 사전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없이 약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마음조차 알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하면 나는 지체없이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만큼 사람이 전부라는 말인데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한빛비즈에서 출간된 '마음의 암호에는 단서가 있다'라는 책이다. 마음을 암호라고 풀어둔 것이 제법 흥미가 간다. 아니 어쩌면 상당히 정확한 내용이다. 마음이란 그 자체가 암호화되어 있어서 풀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마음의 암호에 단서가 있다고 한다. 즉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다.

책은 전체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마음의 암호에는 반드시 단서가 있다

2장 그 사람은 당신을 위해 절로 움직일 것이다

3장 원하는 것을 순조롭게 얻는 기술

4장 누가 당신의 돈을 빼앗아 갔는가?

5장 사회의 틀을 넘나드는 기술

6장 관계의 가장 큰 기술은 사랑이다

처음 제목을 접하고 목차를 간단하게 훑어보았을 때는 여느 처세술 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당연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기를 원한다' 라던가 '추구하는 목표를 매일 종이에 위에 써라'던가 하는 식이다. 원저가 그런 것인지 출판사의 편집 방침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목차를 끌어내는 모양새를 보니 공격적인 처세술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같은 느낌이다. 하기야 그런 느낌이 아니면 요즘 같은 출판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없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제법 많은 것을 알려준다.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홀히 하고 있는 것. 마치 우리가 공기를 들여마시며 숨을 쉬고 있는 것과 같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들을 다시금 이야기한다. 왜 그럴까? 당연하다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강조하고 다시 풀어쓴다는 것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당연한 것을 이해하거나 실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말이 강조되는 사회는 도덕이 엉클어진 사회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주제들 역시 우리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전에 '생각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 역시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책이 잘 팔려나가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카렐의 공식'은 공식이라 부르기도 뭐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하나의 공식이 되어 있고 또 책에 소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이것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전반적인 책의 구성은 독자를 많이 배려하고 있는 느낌이다. 각 장별로 작은 사례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다. 그렇다보니 하나의 주제에 대한 페이지 분량은 많아야 2-3장이다. 바쁜 현대인을 위한 적절한 배려랄까? 각 주제의 구성은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고 그 사례 속에서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나아가 그 사례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식이다. 문체가 어렵지 않아 처세술이니 심리학이니 하는 거추장스런 수식어를 떼고 읽기에도 적당하다.

다만 자투리 시간에 읽기에 적당한 분량으로 구분한 것에 비해 책의 무게는 좀 나가는 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한 손으로 들고 읽기에는 무겁다. 이런 책들은 휴대를 위해 미니북이나 재생지 등으로 출간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류의 책들은 도서관이나 서재에 앉아 진득하게 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번역은 조금 딱딱한 편이다. 책의 구성이나 취지에 비해 번역자가 실제 사례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고 책의 성격과 디자인, 번역이 딱딱 잘 맞아들어가는 느낌은 들지 않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부분이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게된 책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입니다. 4대 비극의 하나로 꼽히지만 사실 작품의 이름만 들어왔거나 TV나 영화로 대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보통이지요.  그나마 대중적인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이고 햄릿의 경우는 제목은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내용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번에 다행스럽게도 완역판이 출간되어 셰익스피어 본래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햄릿은 아시다시피 희곡입니다. 따라서 책 전체는 대화로 이어져 있죠. 개인적으로는 소설이나 수필을 쓰는 것보다 대화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셰익스피어(실존 논란은 다루지 않겠지만)의 문학적인 재능은 대단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의 남녀관은 오늘날과는 많이 다르지만 아무튼 많이들 들어본 대사 중의 하나입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비난하는 장면에 사용된 이 대사는 요즘은 본래 의미와 다르게 패러디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기는 합니다만..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이후의 햄릿의 행동과 대사들을 생각하면 쉽게 패러디에 사용할 표현은 아닌 듯 합니다.

햄릿은 마지막까지 여자들에게 극단적인 실망을 하게 됩니다. 모친에 대한 실망을 전체 여자라는 범주로 확대를 한 것이랄까요. 결국 오필리아도 그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 하고 죽음을 맞게 되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과 오델로는 여자에 대해 그다지 좋은 감정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마치 니체의 여성관과도 비슷한 경멸조의 대사들이 종종 비치죠. 사람에 따라서는 너무 극단적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부분만이 아닌 큰틀로 파악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니체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요.


햄릿은 우유부단의 극치였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는 햄릿은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는 인물입니다. 'To be or not to be'로 시작되는 연극 상연 전 장문의 독백은 그의 우유부단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전체 대사를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내면의 고민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승화시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어떤 일이건 결의를 하기 전에는 그만한 고뇌와 번민의 시간은 있는 것이고 그만한 고뇌없이 행해진 일이라면 차라리 즉흥적인 것이 아닐까요.

처음 부왕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햄릿은 부왕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그것을 완수합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고민과 방황은 오히려 본래의 마음을 숨기기 위한 가장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햄릿의 복수극은 철저하게 이어집니다. 우유부단이라는 말은 차라리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적당한 것이 아닌가 저는 생각이 됩니다. 




햄릿의 고민은 상당히 깊습니다. 그가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단지 그만의 고민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 역시 똑같이 고민해봐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의 독백을 통해 상당히 심오한 인간 본성과 그 방향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동시에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른 것이라는 그만의 가치관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번 문장을 새기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작가의 의도가 진리인 것은 아니지만 생각할 '꺼리'가 주어진다는 것이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얻는 또 하나의 보물이 아닐까 합니다.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대표적인 인용구 다음의 문장들입니다. 무려 한 장이 넘게 햄릿의 독백은 이어지는데 햄릿 전체를 관통하는 고뇌와 번민이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너무도 짦군요. 여자의 사랑같이

제목으로 제가 삼았던 이 문장은 사실 한 문장이 아닌 햄릿과 오필리아의 대화입니다. 첫 번째 대사는 오필리아의 두 번째 대사는 햄릿의 대사입니다. 여자에 대해 어쩌면 극도록 경멸적이 되어 버린 햄릿의 자조적인 대사이기도 하죠. 이 대사에 대해 오필리아는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사실 햄릿과 오필리아의 많은 대화들을 보면 햄릿은 내뱉듯이 이야기를 하고 오필리어는 적극적인 반격(?)을 하지 않습니다. 순결하고 정숙한 아름다움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 오필리아가 왜 뒤틀린 햄릿의 생각들에 구원의 메시지를 주지 않았는지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런 면에서는 리어왕이 좀 더 구체적으로 구현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

햄릿은 상당히 양이 적은 편입니다. 집중해서 읽으면 반 나절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고 내용 역시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안에 담겨 있는 고민거리는 상당히 많아서 책을 읽고난 후에도 한참의 여운이 남습니다. 저는 보통 이런 책은 한 번 가볍게 읽고 묻어 두었다가 기억이 사라질 즈음해서 다시 읽습니다. 이전의 독서의 편견을 비우고 새로운 해석을 하기 위함인데 햄릿 역시 그럴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햄릿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내용이 진부하고 따분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웬만한 소설들보다 오히려 매력적인 책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희곡의 특성을 감안해서 조금 두께가 늘어나더라도 장별로 확실하게 구분이 지어진 편집이 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점 그리고 글자 크기가 면마다 일정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편집 상 그런 배려를 한 것이라면 이유를 명시해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또 하나 욕심이라면 햄릿과 같은 책은 평생 소장판으로 가치가 있는데 소장용 양장본이 나와 주면 어떨가 싶기도 합니다. 

한 동안 외부 리뷰를 많이 했는데 시간에 쫓기듯이 책을 읽어야 하는 점이 많이 아쉽네요. 한 권 더 신청을 해 둔 것이 있기는 한데 아무튼 그동안 리뷰를 위해 묵혀만 두고 있던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다시 꺼내 들어야겠습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 코헬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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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G의 커널형 이어폰은 4종류가 출시되어 있는데 370, 340, 330, 321이죠. 원래는 330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앞의 두 녀석은 가격대 때문에 일단 포기하고.. 편하게 쓸 수 있기로는 330이 고음 영역에 대한 음 구현력이 매우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카오디오에서도 트레블을 끝까지 올리고 듣는 습관 때문인지 이어폰 고르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 그런 면에서 이전의 E888은 무난한 만족감을 준 이어폰이지 싶습니다.

아무튼 생각해보니 MP3기기를 따로 쓰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의 음악을 듣는 것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서 주저하고 있었는데 제가 사용하는 디자이어HD의 능력을 그래도 살려주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이어HD의 기본 내장 플레이어는 돌비 모바일과 SRS를 지원하기 때문에 음질이 생각보다 좋습니다. 파워앰프라는 안드로이드 최고의 음악 어플이 있음에도 기본 내장 어플로 음악을 듣는 이유기도 하지요


한참 고민하다 고른 녀석인데 그래도 뭐 가격이 만만한 편은 아니지요. ^^ 일단 디자인은 깔끔합니다. 헤드 유닛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조금 싼티가 나긴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괜찮습니다. 광택이 나는 재질이라 그게 좀 아쉽네요. 커널형임에도 착용감은 크게 불편하지 않아요. AKG 이어폰들이 그렇듯이 무척 가볍습니다.


외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헤드유닛 겉으로도 음이 흘러나옵니다. 완벽하게 차음이 안 되지만 한편에서는 귀에 부담을 덜 준다는 느낌입니다.


케이블은 좌우가 같은 형태여서 목 뒤로 감아돌리면 약간 짧은 느낌이 들고요. 케이블 자체의 꼬임은 조금 주의를 하셔야할 것 같습니다. 잘 꼬이는 경향이 있네요. 이어폰 단자는 3극이고 단자 부위에서 케이블이 나오는 부분을 한 번 더 커버하는 마감을 하고 있어 이 부분에서의 단선 걱정은 적을 듯 합니다.

 


음질은 중저음이 강합니다. 고음 영역을 원하던 제게는 조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SRS를 적용시키면 전반적으로 중저음에서 고음 영역까지 잘 소화를 해냅니다. 작지만 AKG맞습니다. ^^ 그래도 역시 주류는 중저음 쪽이니 고음 영역에서의 쨍하는 음질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가격적으로 큰 부담없이 무난한 음질을 즐기시려는 분들에게 적합하지 싶습니다. 가격대는 여기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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