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헤어진 이를 다시 만나게 되면 세월의 흐름에 변한 외모를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된다. 과거의 내가 기억하는 이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과 더불어 만들어진 추억들이 어쩐지 낯선 느낌이 들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떤 장소나 어떤 사물에 맺혀있는 추억은 변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오래 전 추억이 담긴 장소를 방문하거나 물건을 찾게 되었을 때 그 장소 그 물건에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그의 모습이 남아있고 그와 함께 만들어갔던 추억이 그 시간에 그대로 멈춘 채 나를 반기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나 여행은 그런 기억을 아주 선명하게 되살린다. 그와 함께 떠났던 그 여행의 흔적들이 그 장소를 다시 찾았을 때 또렷하게 되살아난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어느 장면처럼 그와 내가 어울려 웃는 모습, 함께 걷는 모습 등 여러가지의 장면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비록 현재의 나는 그 모습에 손을 가져대 댈 수도 과거의 그의 모습에 말을 걸 수도 없지만...

사진 역시 그런 추억을 되살려 희미해진 기억들의 조각들을 붙이는 역할을 하지만 장소나 물건이 주는 오감의 되살림에 비할 바는 아니다. 요즘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가 아마도 그런 향수를 많이 불러오는 모양인데 그 향수를 좀 더 느끼고 싶다면 예전의 그 장소를 다시 찾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지 싶다. 물론 향수에 젖어봐야 지나간 세월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아주 잠깐이나마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현재로 불러들여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니콘 NEF코덱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D4를 지원하는 내용이니 아래 링크에서 내려받으시면 됩니다.


NEF Codec은 Nikon RAW(*.NEF) 이미지 파일을 JPEG나 TIFF 이미지와 같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듈입니다.

버전 1.13.0 변경 사항

  • D4으로 촬영한 NEF(RAW) 화상을 지원합니다.


다운로드



빨래집게는 어느 방향으로 있는 것이 정상일까?

평소의 빨래집게는 집게가 하늘을 보고 있다.

그리고 양말이라도 한짝 집으려면 집게가 땅을 향한다.

빨래를 집으라고 존재하는 것이니 땅을 보는 것이 마땅하다 해야할까

아니면 줄에 걸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하늘을 보고 있는 것이 마땅하다 해야할까


오래 전 필름 스캔 폴더를 뒤적이다보면 별별 사진들이 다 나오는데 그 사진을 찍을 당시의 느낌을 이미 잊었다면

지금의 느낌대로 그 사진을 해석해도 괜찮으리라. 어차피 사진을 찍은 것은 '나'니 말이다.

어쩌면 그 당시의 나와 현재의 나가 전혀 다른 존재라는 모 철학자의 의견에 따르면

과거 내가 찍은 사진을 내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은 촬영자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떨까.. 어차피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생각한 적이 없을 테니 말이다.


'사진 이야기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년만에 찾은 인형  (1) 2012.04.25
어둠, 빛, 혼란 혹은 궤적  (0) 2012.04.16
가지 않은 길 혹은 가지 못한 길  (4) 2012.04.06
바람  (0) 2012.04.02
일상 그리고 한가함  (0) 2012.03.24


사진에 혹은 글에 제목을 붙이는 것처럼 난감한 일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민 끝에 내놓은 대책이 '무제'가 아닐까..

이 사진도 제법 오래 전인데 신도림역이 이런 모습이었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모습을 사진으로 기억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라는 점에서 쓸쓸하기도 하다.

언젠가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 블로그는 남아 있을 테고 누군가 나를 기억하건 혹은 나를 전혀 모르는 이건

이곳을 찾아와 나라는 존재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달까..

아무튼 묵혀 두었던 그리고 새로 찍는 사진들을 꾸준히 이곳에 업데이트 할 생각이다.

그리고 당분간...글쎄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이 내가 세상과 이어져 있는 한 가닥 끈이 되지 싶다.



'사진 이야기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둠, 빛, 혼란 혹은 궤적  (0) 2012.04.16
빨래집게에 대한 짧은 고찰  (2) 2012.04.08
바람  (0) 2012.04.02
일상 그리고 한가함  (0) 2012.03.24
세종대왕 그리고 광화문  (0) 2012.03.22


아무 예정도 없이 문득 아침에 생각이 나 길상사로 발길을 옮겼다. 길상사..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사실 그 위치가 삼청동 어딘가로 알고 있을 정도로 그렇게 관심이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마음을 좀 차분하게 정리해보자는 생각에 무척이나 흐린 하늘을 위로 하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길상사 홈페이지에 들러 길을 알아보니 삼청동 근처기는 한데 정확한 위치는 성북동이다. 삼청동 어딘가에서 본 이정표를 떠올리며 삼청동으로 향했으면 조금 더 많은 걸음을 걸었겠지 싶다.

위의 지도에서도 볼 수 있지만 4호선 한성대입구 역에서 그냥 직진을 하다가 우회전을 살짝한 다음 또 직진을 하면 되는 간단한 경로였다. 셔틀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이 정도면 걸어가도 되겠네?'라며 뿌리치고 출발했는데 편한 복장이 아닌 다음에는 셔틀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평지를 어느 정도 지나면 그 다음부터는 내내 오르막이다. 성인 남자의 발걸음으로 15분 정도 걸리니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길상사로 가는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내려오는 셔틀버스 시간표다. 아침에는 조금 자주 있는 편이고 오후에는 드문드문있으니 시간대를 미리 알아보고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내려오는 길은 내리막이니 걸어간다고 해도 올라가는 길은 날이 슬슬 따뜻해지는 요즘이라면 제법 땀을 흘려야 한다.

걸어올라가는 동안 좌우로 제법 큰 주택들을 볼 수 있는데 성북동, 평창동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부자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이 동네는 평창동이나 구기동처럼 오래 전부터 부유한 이들이 머물고 있는 곳인지라 신흥 부촌들에 비해 소박(?)하다는 느낌도 든다. 아무튼 걷는 내내 딱딱한 포장 도로라 발이 편하지는 않다. 그렇게 걷다 보면 오른쪽에 길상사 입구가 보인다.

길상사는 많이들 아는 것처럼 1997년 대원각이라는 요정을 개조해 만든 곳이다. 법정스님은 이곳을 절 냄새 나지 않는 곳으로 만들라고 했다는데 입구의 분위기나 내부의 분위기 모두 보통의 사찰과는 다른 그러니까 절 냄새 나지 않는 그런 공간이었다.

여느 사찰을 생각하고 사찰 풍경을 담아봐야지라고 생각했던 내 기대는 일주문을 들어서는 순간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길상사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종교에 매이지 않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가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었으니 말이다.

대원각이 법정스님에게 시주되어 길상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데에는 조금 더 먼 사연이 있다. 시인 백석과 그의 연인 자야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백석과 자야(백석이 대원각의 주인인 김영한에게 붙인 이름, 길상사라는 이름은 또한 그녀의 법명인 길상화에서 비롯된다.) 법정스님의 이야기와 백석의 이야기 그리고 자야의 사랑이야기를 모두 담기에는 공간이 한참 부족하다.

길상사 경내에는 법정스님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스님의 글귀 중에 따온 것들을 나무로 틀을 짜 액자처럼 군데군데 걸어둔 것이 그것인데 책으로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전후좌우로 길게 뻗친 좁은 길들을 걷다가 문득문득 만나는 글귀들을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다.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아 호젓하게 생각을 하기는 수월치 않았지만 아기자기한 공간을 걸으며 오래 전 연인의 이야기, 스님 이야기를 생각하다보니 장소는 그대로인데 사람만 없구나...라는 생각에 조금은 쓸쓸한 느낌도 들었다. 어쩌면 백석이 걷던 혹은 자야가 걷던 혹은 법정스님이 걷던 그길의 모래들은 아직도 그대로일텐데...


당시의 열렬했던 사랑, 수도자의 염불도 이제는 간곳없이 사라지고 세월의 바람에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는 건물들과 몇해의 세월 피고지고를 반복해온 꽃들이 낯선 이방인들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길상사 경내를 걸으며 내가 느낀 감정은 그런 것이었다.


사실 법정스님과 백석과 자야를 모두 생각하며 경내를 돌아보기는 쉽지가 않았다. 뜨거웠던 연인의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는 곳 그리고 그 열정만큼이나 한 시대를 이끌어온 수도자의 넋이 담겨 있는 곳이라는 점 때문인데 절을 나와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실은 그 뜨거움이 그 마음이 본래는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하나만 보고 그것을 섣불리 판단했구나..'는 후회가 밀려왔다.

사랑도 수행도 결국은 마음의 일이고 마음의 일이라는 건 온전히 사람 그 자체의 일이다. 애써 그것을 나누려할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하나로 묶어 내 안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세속의 삶 속에서 '무소유'를 이야기한 법정스님 그리고 '1,000억이라는 돈은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고 이야기했던 자야... 결국은 같은 것이다. 모두가 사랑이다.

몹시도 흐린 어느 봄날, 갈상사를 찾은 내 마음은 거기서 잠시 멈추어 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