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때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생각'을 할 시간이 줄어든다. 어느 정도 원고가 끝나고 나면 교정 작업에 들어가기까지 기다리는 동안은 제법 시간이 남음에도 머리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기 때문에 뭔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요즘의 일상이라는 것이 퇴근하면 씻고 바로 자리에 눕고 잠시 눈을 감았다 싶은데 아침 알람이 울리는 그런 식이다..

그나마 하루 중에 오직 나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순간은 출퇴근 시간이다. 이 때문에 아직도 내 차로 출근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출근 시간에는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알아야겠기에 오래 전 친구가 추천해 준 KBS 방송을 듣느다. 역시 제일 흥미있는 프로그램은 "성공예감"이다. 김방희 소장이 진행하는 방송인데 개편으로 앞에 김방희라는 이름이 빠졌다. 그나마 이 방송이 내가 세상과 조금은 적극적으로 만나는 순간이랄까..

사실 인터넷을 통해 보는 뉴스는 어쩐지 현실감이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포털에 올라오는 뉴스들은 죽 보고 있어도 딱히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반면 라디오에서 들리는 소식들은 귀에 잘 들어오고 기억에도 잘 남는다. 역시 눈보다 귀가 발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좁디좁은 공간이지만 난 차 안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만이 존재하는 공간이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라 그럴까? 그래서 내가 차에 유난히 집착(?)하는 지도 모르겠다. 가끔 하는 말이지만 "개와 차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내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교훈(?)이고 진리다. 16년을 기른 개가 떠난 지금 내가 의지하고 쉴 수 있는 것은 부모님과 차 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딱해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일 지도 모르겠다.
 

꼬리) 글을 쓰면서도 글씨가 왜 이리 작아보이지..눈이 침침해졌나..생각을 했는데 가만보니 기본 폰트 크기가 9포인트다..이제까지 나는 9포인트로 글을 썼단 말인가...위 글과 비교해보니 엄청난(?) 차이나 난다. 티스토리..폰트 기본 설정이 왜 9포인트일까? 시간 날때마다 다른 글들도 글자 크기를 키워야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작 내 문제들을 방관하며 지낸 지도 제법 시간이 흘러갔다. 12월에 접어들면서 많은 것들이 말 그대로 초기화되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해서 아예 한 두 발 물러서서 마치 다른 사람의 인생인양 지내도 보았지만 역시나 그런 일상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잊기 위해 과음한 후의 두통처럼 결국은 좀 더 큰 괴로움으로 다가올 뿐이다. 2008년 참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이 많았던 한 해인데 정작 이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버린 것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내 삶의 주체가 아닌 보조 역할만을 했기때문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아무튼 그 동안 놓고 지내던 일들을 다시 하나씩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아야할 시간이다.

- 달리기는 이제 5Km를 넘어섰다. 하루 기준 거리를 5Km로 잡고 단기 목표는 10Km 단거리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키우는 것

- 제법 오래 놓고 있던 일어책을 다시 보는 것. 어느 정도 일본에 가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정도는 되지만 역시 어설프다. 생활 회화 중심이다 보니 문법이 약하고...내년 능력시험 2급을 목표로 공부를 해야 겠다.

- 밀린 책들. 후배가 준 책도 아직 제대로 읽지 못했고 요즘 다시 읽고 있는 헤세의 저작들도 읽는 속도가 제법 더디다. 헤세를 마무리하고 다시 니체로 돌아갈 생각이다. 이 역시 원점으로의 회귀다.

- 사진은 억지로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데 마음이 조급해서일까 선뜻 카메라를 들고 나가지 못한다. 사진의 경우는 좀 더 여유를 두고 파인더를 안정된 마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역시 제법 오래 멀리 했던 음악들, 클래식으로 음악에 입문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잡식성이 되어 버렸는데..처음 음악을 접할 당시의 피아노곡 위주로 다시 정리를 해야겠다. 우선은 쇼팽..

몇 가지 안 되는 일 같지만 이것들을 제대로 소화하기에도 제법 굳은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우선 해야할 것은 어수선한 책상 정리와 하루의 시작을 플래너로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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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긴 휴가(?)를 갖게 되었다.. 휴가 전에는 하고 싶은 것들이 무척 많았는데 막상 출근을 안 하고 나니 무엇부터 해야할지 정리가 제대로 안 된다. 큰 맘 먹고 결심했던 제주도에 다녀오자는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마일리지를 이용해 휙 날아갔다가 오면 될 텐데 게으름 탓인지 도무지 계획조차 짜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이러다가 카메라를 한 번도 들고나가는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가까운 근교 출사지라도 찾아 카메라에 쌓인 묵은 먼지들을 털어내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는 아직 계획이 없다. 그나마 예정대로 진행 중인 것은 책 읽기와 운동이다. 책은 '체 게바라 평전'의 1독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중이고 그제 주문한 '기형도 전집'이 도착해 비닐로 잘 싸두었다. 한동안 정리하지 못 했던 책상과 방 정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긴 하는데 정리를 해도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어보이니 이것도 걱정이다.

가끔 지인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도 하루이틀이고 결국은 혼자 시간 보낼 '꺼리'를 찾아야 하는데 역시 책 보기, 드라마 보기, 영화 보기, 출사 이런 것들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한동안 접어 두었던 일어 공부를 다시 해볼까 하다가도 한 달동안 뭘 더 할 수 있을까 싶어 드라마 보기로 듣기 훈련이나 하기로 했으니 제법 게으른 자의 휴가다운 모습이다.

극장에 가서 보겠노라 다짐을 했던 X파일과 다크나이트는 결국 새벽 무렵 침대에 누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X파일은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나았을 지도..

소리마치와 결혼 전까지는 무척이나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물론 지금도 그녀는 대단하다) 마츠시마 나나코의 구명병동을 VTR수준의 화질로 보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고 한 동안 손을 못 댔던 본넷을 열어 엔진룸에 기름칠을 하는 것도 역시 즐거운 일이다.

다만 아침마다 출근 배웅을 하던 강아지가 "요즘 저 녀석은 왜 안 나가나?"하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볼 때는 뭐라 설명을 할 길이 없어 답답하긴 하다. 오늘 밤에는 하루키의 단편을 다시 뒤적일 생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루하루 일상은 늘 엇비슷하고 지나온 궤적의 그림자들도 그 시발점이 눈에 보일 정도로 평면적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라고 느끼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역시 일정한 틀이라는 벽을 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나를 다시금 발견할 뿐...


자극이란 마치 마약과 같은 것이어서 한번의 자극이 있은 후에는 처음보다 더 큰 자극이 아니면

느낌조차 오지 않는 법이어서 나름대로 일상의 돌파구를 찾아보아도 금세 지치기 마련이다.

끊임없이 내면으로 침전하는 자아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역시 정신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지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만으로도 인생이란 것이 대략 어떤 것인지 감은 오지만

여기서 더 이상 무엇을 얻고 느끼기 위해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이유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세상사는 진부하고 거추장스럽기만 한데..

그나마 피붙이가 남아 있어 쉽사리 정을 떼지 못하는 것이 위안이랄까...

Nikon F3Hp, MF 55mm Micro f/2.8, Ilford XP2,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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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분주하던 아침 출근길에 뭔가 허전함을 느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서야 무언가 중요한 것이 내게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계를 잃어버린 것이다.

사실 1년 전까지만 해도 손목시계를 전혀 차고 다니지 않았다.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구속이야' 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기도 했지만 손목에 걸리는 느낌이 영 거추장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손목 위의 '그것'이 사라지고 나니 시원함보다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단순히 있던 것이 사라져서..라는 이유가 아니라 내 일상을 통제했던 하나의 구속이 사라져버렸다는 감정이 크게 느껴진 까닭이다.

구속이 사라지면 자유로움을 느껴야 하는 데 불안함과 허전함을 느낀다는 것이 스스로 이율배반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만큼 일상이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인 틀에 짜여져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삶을 살건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들은 이 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남들과 같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안도감,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다. 인간들은 인간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 의해 살아간다. 법률이니 도덕이니 하는 잣대를 기준으로 하고 일,월, 년으로 구분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살아간다.

법철학을 공부할 당시 내가 제일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대체 이 법은 왜 정당한가?'라는 물음이었고 '그건 그것이 옳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답변에 혼란을 느꼈다. 대중이 그것을 받아들여 사회적으로 타당하다는 일치를 본(?) 관습법 역시 '특별한 생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차라투스트라는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삶에 불안을 느낀 인간은 스스로를 의지할 수단으로 신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작고 나약한 존재다. 신을 죽인 연민은 이미 모든 인간이 내재하고 있는 속성인 것이다...

시계 하나 잃어버리고 별 쓸데없는 소리를 다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면 이 세계에 충분히 적응하고 있는 것이니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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