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듯한 옷가지들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과 그 위로 또 걸려 있는 간판들과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을 듯한 아직은 앙상한 겨울의 색이 남아 있는 나무들

거리의 사소함들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조화를 이루려는 듯 펼쳐지고 있었다.

길은 멀리서 나를 오라 하는데 아직은 봄을 맞기 어색한 나는 그저 가만히 서서

행여나 봄의 향기라도 맡아볼까 까치발을 하고 코를 내밀어 본다.

D700, AF Nikkor 35mm f2D 

'사진 이야기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 그리고 한가함  (0) 2012.03.24
세종대왕 그리고 광화문  (0) 2012.03.22
사랑..해 본 적 있어?  (4) 2012.02.09
어느 골목길에서..  (0) 2011.09.12
8월, 고양이, 아르바이트  (0) 2011.08.04


오랜만에 인사동을 찾다. 내게는 본적지이기도 하지만 번지를 찾아가본 적은 없다. 그게 무슨 대단한 의미도 아닐테니 말이다. 예전의 인사동과 지금의 인사동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구식의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상업적인 냄새가 날이 갈 수록 더 진해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아쉬운 일이다.

내게 있어 인사동은 여러 기억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좋은 기억도 혹은 아쉬웠던 기억도 모두 담겨 있다. 만남이 있었고 이별이 있었다. 결국은 사람과의 관계가 인사동이 내게 주는 가장 큰 감정이랄까...

그래서인지 여간해서는 이길을 혼자 걷고 싶지 않았다. 빈자리가 주는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감정 또한 나 스스로 감내해야할 것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지 싶다. 

그렇게 찾아간 인사동은 내 복잡한 심사와는 관계없이 분주하다. 그안에도 사람들의 숫자만큼의 인생사가 담겨 있고 그 인생들만큼의 희로애락이 드러난 듯 혹은 감춰진 듯 짙은 향내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그 공간을 걷는 그저 한 사람의 관객이자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그렇게 초봄의 인사동은 내게 다가왔다가 지나갔다.

D700, AF Nikkor 35mm f2D

[도서]이방인

알베르 까뮈 저/김화영 역
책세상 | 199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이방인은 페스트에 이어 읽은 책이다. 이책은 페스트와는 문체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데 이런 면에서 페스트를 먼저 읽고 이방인을 읽게 되면 페스트를 통해 알게 된 까뮈의 이미지가 조금은 달라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방인은 페스트에 비해 훨씬 통속적이고 어쩌면 일반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물론 총을 쏘게 되는 장면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총 대신에 주먹을 날렸다고 생각하면 보다 현실적이고 있음직한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뫼르소는 전형적인 도시인이다. 그렇고 그런 직장 생활과 그렇고 그런 하루하루, 연애와 주변 인물들..거의 모든 장면들과 사람들이 오늘의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것은 한편 그만큼 우리도 뫼르소와 같은 무기력에 빠질 수도 있고 그와 같은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음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 장면의 조금은 극단적인 진행이 거슬리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까뮈는 이런 극적인 구성을 통해 인생은 또한 그렇고 그런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마치 세상 전체를 적으로 돌린 듯한 그래서 세상 전체를 냉소적이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받아들여 버린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본의와는 다를 지라도(미필적인 고의는 분명히 있지만) 세상이 그를 그렇게 단정짓고 바라보고 다루는 것에도 별 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다. 아니 저항을 해야겠다는 의욕조차 그에게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 또한 우리의 모습이다. 일상에 익숙해져 일상에 찌들어 스스로의 존재감이나 의미를 찾기보다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아닌 살아지는 것...우리네의 모습이다. 이방인이라는 제목.. 마치 뫼르소가 세상의 이방인인 것처럼 여길 지도 모르겠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가 이방인인 셈이다. 그러나 과연 누구로부터 이방인인 것일까..

우리는 누구 하나 세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세상과 어울리지 못 하는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은 아닐까.. 세상과 세상이 서로를 낯선 이방인처럼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우리가 그런 사실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 스스로가 그런 이방인인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뫼르소가 나와는 다른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 아니라 이방인으로 취급받고 있는 그가 바로 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고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나 스스로도 나 자신에게 이방인처럼 비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쓰건 그렇지 않건 지나가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내가 내 생활을 이끌기 위해서는 시간계획표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계획표라는 것을 학창시절 방학 시간표 짜듯이 몇시부터 몇시까지는 무엇을 하고..하는 식으로 작성하면 오히려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이미 시간은 지났는데 계획된 일을 하지 못 할 경우 자신에게 실망을 하게 되고 계획표 자체에 대한 불신도 생겨 날이 갈 수록 계획표 따로 본인 생활 따로 놀아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계획을 했다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나는 그래도 할만큼은 했다'고 자기합리화를 시켜버리게 된다.


시간계획에 따른 계획표가 아니라 작업 단위로 계획을 짜자..빈 노트 하나를 마련해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오늘은 무엇무엇을 해야겠다고 적자..주간이나 월간계획을 짜기에는 아직 습관이 덜 되어서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 하루를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만약 일주일 동안 하는 일이 정해져 있어 같은 내용일지라도 일주일치를 한번에 죽 적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새로 기록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경각심이 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노트는 반드시 자필로 기록하자. 휘발성이 강한 컴퓨터 작업은 아무래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강제성이 적다..그렇다고 이 준비를 위해 지나친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다. 쓰다 남은 노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고 그마저 없다면 이면지에라도 기록하면 된다. 다만 그 기록들은 적어도 한 달 이상은 꾸준히 모아두기를 권한다. 예습보다 중요한 것이 복습이라지 않던가..



마음 붙일 곳이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힘이 된다. 그 대상이 자기자신의 내면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취미생활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우리네 일상은 지극히 평범해서 각자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에서 보면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것이 또한 인생이 아닌가.


매일매일이 다르게 느껴지지만 결국은 하나의 연장선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서 어디에 마음을 붙이고 살아가야 할까는 개인에게 있어서 참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 많이 든다. 그만큼 요즘 내 삶이 다소 붕 뜬 것같은 느낌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방황이라는 표현이 적합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짧은 인생을 돌이켜보면 안정된 시기보다는 주변을 떠돌던 시기가 많았고 무엇 하나에 내 모두를 집중한 기억도 많지 않다.

어느 새 세월은 이렇게 흘러버렸다. 단조로운 일상에 적응아닌 적응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문득 세상 속에 내 모습이라는 것이 어디쯤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있는 지조차 잊어가고 있는 것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