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과거의 지인을 다시 찾기란 쉽지 않았다. 러브레터의 마지막 장면 같은 우연을 기대하기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싶다. 그러던 것이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한때 상당히 유행했던 아이러브스쿨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진 친구나 옛 연인을 다시 찾는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못 잊는 첫사랑을 만나 감격에 젖은 나머지 불륜의 시초가 되었던 웃지 못할 기억도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개인화된 공간(블로그, 미니홈피)이 아주 보편적인 것이 된 때에는 'A'군 이라는 이니셜만 가지고도 그 사람이 누군지 금방 찾아내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행적(?)이 파헤쳐질 정도니 하루하루의 행동거지와 글쓰기에 신중하지 않으면 세상살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정치판에 뛰어들 꿈을 꾸는 인재라면 어려서부터 개인 블로그를 꾸리고 유명 블로거가 되지 않으면 네티즌들의 표를 얻기는 어려울 것은 물론이고 어설펐던 포스팅으로 인해 뒤통수를 맞을 각오도 해야 한다.

기술 발달의 고도화될수록 개개인의 존재는 점점 더 모래알이 되어 가지만 그 모래알 하나하나가 너무도 뚜렷한 테두리를 가지고 있어 어디서든 쉽게 구별될 수 있다. 극도로 고립화된 개인들이 네트워크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면접촉이 아닌 대키보드접촉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 연계는 시간은 물론 공간도 초월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이어진 고립자들은 더 이상 은둔자가 아닌 오피니언리더가 되고 있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니 말이다.

네트워크의 최종적인 집결지는 어디일까? 아직까지 거대 자본이 만들어 놓은 공간에 터를 마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네티즌들의 모습이지만 언젠가는 인터넷 자본가들로부터 독립적인 그들만의 거점을 확보할 것이고 신분의 차이가 없이 모두가 다 평등한 하나의 아이디로 존재하는 그 속에서 어떤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날지 지금으로서는 예상조차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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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시간을 지배한다’는 카피 문구처럼 어딘가에 남아있는 펜의 흔적은 내 의도를 떠나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기쁨을 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아무런 여과도 없이 남겨둔 채 나조차도 그 기억이 사라져 버린 사이 누군가 그 기록을 보고 상처를 받는다면? 요즘처럼 개인화된 블로그나 미니홈피가 일상화된 시대에는 이런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일기장에 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적어두었는데 우연히 방 청소를 하시던 어머니가 그 일기장을 열어보고 상심하셨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다. 웹이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공개를 기반으로 한다. 개인적인 상념은 상념으로 그치거나 일기장에 적어 두면 될 일인데 이것을 굳이 네트워크 상에 올려둘 필요가 있을까. 그나마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이라면 문제가 덜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있는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여과없는 감상을 적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내 공간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조차 애매한 요즘 오히려 부정적인 여파는 온라인이 더 크지 않을까? 오프라인에서는 out of sight, out of mind가 설득력을 얻을지 몰라도 시간과 공간 자체를 무너뜨리는 온라인에서는 1년 전의 메모 하나에 혹은 10년 전의 메모 하나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에서 글쓰기는 신중해야 한다. 글을 적기가 그 어느 곳보다 쉽고 수정도 쉽고 하다못해 지우기도 참 편한 공간이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누군가에게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아카이브에서 이미 사라진 홈페이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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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빨라졌습니다..오늘 문득 인터넷 속도를 한번 재어보았는데..초당 90메가군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전화로 통신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죠..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에는 어떻게들 살아갔을까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빨라진 세상 덕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하루가 걸리는 일을 1시간에 끝낸다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남은 23시간에 새로 해야할 일거리가 늘었다는 면도 있는데 말이죠..

어떻게 생각해보면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이 두렵기도 합니다..

너무 빨라진 세상의 속도만큼 인간의 감성은 빨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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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지난 기억들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앨범을 뒤적인다거나 편지를 다시금 열어보는 것이외에 딱히 이렇다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사진이 없어지거나 편지조차 잃어버렸을 경우에는 내게 그런 기억이 있다는 것조차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내 모습을 글자 하나하나까지 기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바로 인터넷 덕분이다. 특히나 구글 검색을 이용하면 내 이름과 나를 상징할 수 있는 몇몇 단어들만 같이 넣어주면 "언제 이런 일이 있었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나에 대한 정보들을 나열해준다.

컴퓨터 잡지 기자로 활동했던 덕분에 비교적 인터넷에서 나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비단 기사 뿐 아니라 여러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적었던 글이나 사진.. 나는 잊고 있었지만 그 단편들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현실이었다.

내가 죽은 이후에도 이런 단편들은 꾸준히 남아 나의 기억을 대신할텐데...

문명이 발달하면 할 수록 나를 지우기는 어려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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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가 엠파스와 코난테크놀로지를 전격 인수하면서 업계에서는 SK컴이 적극적으로 네이버와 다음 등 검색포털을 노릴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예측은 SK컴이 공식적으로 밝힌 '검색의 강화'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SK컴의 전략 방향이 검색에 무게를 두고 진행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편에서 보면 SK컴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의 전략적인 판단에 의한 인수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특히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이와 같은 분석은 SK텔레콤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모바일 검색 나아가 무선 인터넷에서의 검색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겉으로 보기에 검색 전쟁같은 이번 인수는 사실 국내 검색 시장의 3%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엠파스가 가세했다고 해서 당장 SK컴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오히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검색 기술과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미 SK텔레콤은 USB방식의 HSDPA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상황이고 적어도 3.5G에서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인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내년 중 서비스 될 예정인 HSUPA 나아가 4G로까지 이어지는 말 그대로 '블루오션'인 무선 인터넷 시장에서 통신 서비스의 우위에 콘텐츠와 검색 그리고 포털까지 하나로 묶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다는 것이 SK텔레콤의 구상이기도 하다.

즉 한편으로는 네이버와 다음 그리고 SK컴으로 이어지는 거대 포털 3인방이 탄생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네이버와 다음이 가지지 못한 통신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SK컴즈 아니 SK텔레콤의 입장은 다른 두 포털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SK텔레콤은 이미 국내 무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영화 제작사 등을 자회사로 확보하여 콘텐츠 부분에서도 여느 기업에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네이트라는 기존의 포털, 사용자 중심의 싸이월드와 이글루스, IMS인 네이트온 등을 거느리고 있으며 여기에 전문 검색 포털인 엠파스와 검색 기술 업체인 코난이 합류함으로써 전체적인 기업 시너지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SK텔레콤의 네이트가 이미 네이버와의 전쟁에서 사실상 무릎을 꿇었기 때문에 유선 검색 시장에서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제하고 "검색의 강화라는 부분이 유선 인터넷보다는 무선 쪽에 좀 더 비중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19일 증권 시장에서 SK텔레콤은 전일 대비 1,500원이 오른 20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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