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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잃었을 때는 사람에 의지하는 것이 가장 빠른 치유법일 것이다. 마음의 상처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고 시간이 지나도 자연히 해결되지 않는 몇 안 되는 깊은 감정의 상처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만나게 되는 사람은 큰 의지가 된다. 물론 감정의 기복이 무척이나 깊을 시기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순간의 격정에 끌릴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작은 일탈로 나락으로 빠져드는 영혼을 구할 수 있다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사람을 잃은 후에도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사람은 고독하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그 사람의 어깨를 자주 빌리던 사람이라면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않는 매 순간순간들이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굳이 그런 고통 속에서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그 사람을 잃은 것만으로도 이미 더 이상의 고통을 느낄 여지가 없기에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일상은 평소와 같다. 가끔 보이는 쓴웃음이 안타깝지만 여전히 농담을 즐기고 여전히 드라이빙을 즐긴다. 새로 나온 카메라 신제품을 눈 여겨 보고 지인들에게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평소 한 개피만 피우던 담배가 두 개피로 늘어난 것을 알아챈 지인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묻지만 가벼운 웃음으로 대답한다. 슬픔이 극에 달하면 웃음이 나온다 했다. 슬픔이 극에 달하면 춤을 추게된다고 했다. 그래도 늦은 밤 불을 끄고 누운 어두운 방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흐느낌마저 감출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을 잃는 것은 그렇게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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