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작가가 되어보자!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꿈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나는 그래도 문학적인 자질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라고 자부하는 이들이 갖는 꿈이다. 작가라는 직업, 얼마나 매력적인가? 아침 출근시간에 쫓기며 부산을 떨 필요도 없고 상사와 부하들 사이에 끼어 난처한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 이름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조금 어렵겠지만 대박 한 권만 내면 나름대로 유명인이 되지 않는가!

평생직장이니 정년 걱정도 없고 “직업이 어떻게 되시죠?”라는 질문에 요란스럽게 혹은 아주 단출하게 디자인한 명함을 건네며 “작가입니다”라고 짐짓 위세를 떨어볼 수도 있다. 경치 좋은 곳에 서재를 꾸미고 벽 한 면을 모두 책으로 채워볼 꿈도 꾼다. 소재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볼 수도 있다. 내키면 하루키처럼 몇 년정도 외국에 사는 것도 좋다. 이보다 더 멋진 직업이 있을까? ‘그래 작가가 되어 보는 거야. 베스트셀러라는 책들 읽어 봐도 뭐 그리 잘 쓴 것 같지는 않던데 나라고 그런 책을 못 쓸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대학 시절부터 부지런히 신춘문예에 응모하며 작가의 길을 가는 것보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라는 호칭이 나름 더 어울리지 않겠는가’라고 자위하며 C군은 사표를 던졌다. “그만두고 무얼 하려는가?”라는 사장의 물음에 “베스트셀러를 쓰려고요”라고 자신 있게 답하지만 왠지 나를 바라보는 사장의 눈빛은 측은하다는 표정이다. ‘두고 보자, 나중에 유명해지면 이 회사 다닌 것을 절대 밝히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짐을 싼다. 아니 이미 며칠 전부터 한두 가지 씩 집으로 옮겨 두었기 때문에 막상 떠나는 날이 되었어도 가방 한 개도 채 못 채울 짐이다.

건물을 나서니 이제 정말 자유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내일이라도 책 한 권은 무난하게 쓸텐데...

오늘밤은 오랜만에 잠들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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