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책도 있지만 짧은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열정적으로 살았던 시기는 책을 곁에 두고 있었을 때였던 것 같다. 그 책이 두꺼운 법률 수험서였건 그렇지 않으면 가벼운 소설이었건 내가 제일 집중할 수 있었고 하루하루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때였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세트씩은 있을법한 전집류를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읽어나갔던 영향일까? 사회에 나와서도 글을 쓰고 책을 만들 때가 가장 열정적이었고 일에서건 연애에서건 나름대로 멋지게 살 수 있었던 시기였다. 책이 주는 매력은 대단하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그리고 결코 살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데다가 책 속에 빠져 있는 동안은(그것이 독서건 책을 만드는 일이건) 영혼이 평화롭다고나 할까?

그런 영향인지 사회에 나온 이후 지금껏 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책이 주가 아닌 것이 아쉽지만 언젠가는 다시 책 속에 파묻히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내가 찍은 사진과 글로 채워진 책을 내보는 것인데 언제가 되야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만으로도 제법 유쾌해진다. 책이 주는 매력에 한참 빠져있을 때는 대학로 어느 극단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실제로 모 극단의 단원 모집 공고를 놓고 오랜 시간 고민에 빠졌었던 적도 있다.

보통 한 인간의 삶이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비교적 단조롭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책이나 연극은 또 다른 삶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잠들기 전 한 시간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책을 읽는 시간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전의 열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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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새 무척 많은 책을 구입했다.

책 보는 걸 꽤 좋아하면서도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했었는데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어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한 것은 요즘 너무 정서가 메말랐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무엇보다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책을 보는 동안은 생각할 거리들이 많이 생긴다.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하는 작업이 책읽기인 까닭이다.

모처럼 장만한 책들을 보니 기분은 뿌듯한데...과연 언제 다 읽을 수 있을 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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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뭐에요?” 라는 질문에 ‘독서’라고 대답하는 것은 진부하다는 말이 있지만 취미를 <틈나는 시간에 즐기는 그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내 취미는 사진과 독서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이력서에 쓰는 전형적인 패턴같기도 하고 가장 만만한 것을 고른 것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지만 엄연한 사실이니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은 순전히 부모님 덕분이다. 어려서부터 무슨 날만 되면 부모님은 내게 ‘책’을 주셨다. 일단 당신들께서 책을 워낙 좋아하시는 데다가 가풍이라고까지 하기는 그렇지만 독서와 클래식 속에서 자란 덕분에 나이가 들어서도 책을 손에서 놓는 일은 거의 없게 됐다.

내 책 읽는 습관은 조금 독특한데 일단 한 권의 책을 집어 들면 내용의 이해여부에 관계없이 죽 읽어 나간다. 그 다음에 어느 정도 시간 차이를 두고 다시 그 책을 읽는다. 물론 다시 읽을 때에는 정독을 한다. 그러면 처음에 빠르게 읽으며 지나쳤던 내용들이 하나 둘 구색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한참 후에 (기간은 정해져있지 않다) 그 책을 다시 읽는다. 보통 한 권의 책을 세 번 정도 읽는 게 내 독서습관이다. 그 다음에 그 책을 다시 잡게 되면 맨 앞장서부터 읽는 것이 아니라 아무 곳이건 펼쳐진 부분부터 읽는다.

물론 이렇게 책을 읽기에 적당하지 않은 장르도 있다. 추리소설이 바로 그런 류인데 기대를 하고 극장 앞에서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데 누군가 뒤에서 “범인은 심은하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모양이라 조금 난감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결론을 알고 읽게 되면 작가의 논리적 틀이 얼마나 완벽한 지를 따져볼 수 있는 시간이 되니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즉 나 같은 독자들이 많을수록 작가들은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셈이다.

각설하고 책을 읽다보면 당연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생긴다. 여러 번 곱씹어도 보고 다른 서적을 참고해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저자의 말 혹은 역자의 말을 읽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자가 아닌 이상 저자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니 이런 방법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지금까지 읽어 온 책들 중에서 아직도 벽을 넘지 못하는 책들이 있느냐?” 고 누군가 물었는데 대답은 “당연히 많다” 책에 관한 한 잡식성인 성격 탓에 전문적인 지식을 파고들어가는 책들은 역시나 어렵다. 또한 문학작품이라도 그 의미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책들을 골라보면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유희(Glasperlenspiel)’가 가장 먼저 꼽힌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1순위로 꼽는 헤세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을 아직도 벽으로 느끼고 있으니 난감한 일이다. 그 다음은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다. 니체 철학에 자극원이 된 이 책은 몇 차례 인내를 가지고 시도를 해봤지만 여전히 벽으로 남아 있다.

오늘부터 다시 읽는 책은 푸코의 ‘광기의 역사(Histoire de la folie l’ ge classique)’다. 이 책 역시 과거에 실패(?)의 전력이 있는 책으로 ‘이번에는 반드시’라고 마음을 다잡고는 있지만 언어의 마술사라 불러도 부족한 푸코 특유의 문장 덕분에 아침 지하철 내내 인상만 쓰고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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