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살펴보게 된 것은 내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부분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메일이 보편적인 교류 수단이 되어 가고 있는 탓에 바로 몇 자리 건너에 있는 동료와도 말보다는 이메일로 혹은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얼굴 한 번 마주칠 일이 없는 요즘의 생활에 경각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책은 대면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실제 사례를 들어 재미있게 풀이하고 있는 점이 장점이다. 천편일률적인 처세술을 이야기하는 다른 책들에 비해 따라서 덜 지루하고 좀 더 몰입해서 책을 읽게 되는 점이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첫 장은 스몰토크로 시작하는데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상당히 어색한 분위기가 이루어지는 것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방법으로 스몰토크 즉 가벼운 신변잡기의 이야기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사실 낯선 사람과 만나 첫 말문을 열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상에서의 가벼운 주제 혹은 공통적인 주제로 대화의 시작을 끌어내는 것은 적극적인 대화의 장을 연다는 의미도 크지만 이후 관계에서 이쪽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대화의 달인에 대한 설명인데 저자는 대화의 달인의 정의를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이야기를 할 때 별 생각없이 즉각적으로 답변을 하거나 상대방의 반응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말을 하기에 앞서 그 반응까지 염두에 둔다면 적어도 말로 인해 관계가 틀어질 리는 없을 것 같다. 너무 계산적인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못 말한 한 마디로 관계가 어긋나는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위 문장을 보자.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참 많이 듣는 말이 아닌가?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다 너를 생각해서야..라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앞에 있다면 당장 그 사람에게서 도망가라고 말한다. 즉 그는 진정 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한 멘토란 칭찬을 통해 자신에게 동기 부여를 해 주거나 영감을 주는 피드백을 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 다음으로 내가 유의 깊게 본 문장은 다음과 같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 번쯤은 이력서를 보내고 도무지 답이 오지 않아 초조해했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수 많은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고의로건 혹은 실수로건 당사자에게 통보를 안 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피가 마르는 일이다. 이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런 경우 직접 전화를 해서 일단 그 상황의 결론을 파악하라고 한다.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미리 들어두면 괜한 걱정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인간관계를 맺고 또 끊는다. 즉 어떤 회사에 지원했더라도 다른 회사에 가기로 사정이 바뀌었다고 해서 먼저 회사에 통보를 하지도 않는다. 회사 역시 불합격한 지원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일상 생활 중에도 인터넷 동호회 등의 모임에서 이런 일이 잦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별 연락도 없이 불참을 하거나 문자로 해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끝으로 저자는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로 싱클태스킹을 하라고 조언한다. 즉 대화를 할 때는 대화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대화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시계를 보는 것과 같은 행동은 '아, 나는 당신 이야기가 지루해요'라는 표현일 뿐이다. 입장을 바꾸어 자신이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부지런히 문자를 보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 책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대화'를 들고 있고 그 대화를 쉽게 시작하고 멋지게 끌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같은 시대에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물론 대단히 상식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기때문에 굳이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틀어지는 것이 인간관계라는 점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체적인 번역 상태가 매우 우수함에도 내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난데없이 등장한 빅뱅은 전체적인 독서 리듬을 깨뜨렸다. 이건 번역가의 잘못도 잘못이지만 에디터가 적절한 편집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마 원문에서는 미국의 유명한 그룹이었을 텐데 차라리 원래 대로 표기를 하고 주석 처리를 했더라면 흐름이 깨지는 일은 없었을 듯하다.











원래 처세술이나 자기계발서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뭐랄까 너무나 뻔한 이야기들을 포장만 바꾸고 단어만 바꾸어 내보낸다는 느낌이 강했기때문이기도 하고 이런 류의 책들은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에 따라 지나치게 선정성을 가지고 있는 점도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데 한몫 했다.

그러다가 접한 책이 안상헌 씨의 '생산적 삶을 위한 자기발전노트 50"이었다. 역시 제목만 보아서는 여느 계발서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번에 계속 책을 붙들고 있을 정도로 눈을 떼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천편일률적인 식상한 문체가 아니라는 점과 적절한 예시가 돋보였다. 그때 안상헌 씨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는데, 위드블로그에서 진행 중인 이벤트를 보다가 '안상헌'이라는 이름만 보고 덥썩 신청을 했다.



우선 '홍크'의 출판사 서평을 보니 전형적인 내용들이다.
 
"좋은 리더는 최우선목표를 잊지 않는다!" 라던가

"협력은 공동의 목표달성에 필수적이다!"라는 식이다.

아마 안상헌을 모르고 이 서평만 봤다면 절대 이책을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홍보방식보다는 필자에게 더 비중을 두었으면 어떨까 싶다. 위와 같은 문구는 너무나 지천에 널려있으므로..

책의 제목은 '홍크'다. 이래서는 일단 관심은 가지만 무슨 책인지 알길이 없다. 그래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리더십'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첫장에 보이는 기러기의 일러스트를 다시 한 번 보면 책의 대충의 내용이 예상된다.

첫장을 펼치면 깔끔한 삽화와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아, 이책은 소설식으로 진행이 되는구나. 제법 특이한 시도인데?'라는 생각이 든다.



계절이 겨울로 바뀌면서 머나먼 여행을 떠나야 하는 23마리의 기러기들의 여정을 통해 작가는 직면하는 다양한 위기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나가고 있다. 아마 이 책이 소설체가 아닌 문체로 써졌다면 꽤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겠지만 구어체의 사용과 삽화, 조금은 어색하지만 줄거리가 있는 내용으로 작성되면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주제는 "좋은 팀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최우선목표를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요즘처럼 직장의 위기가 만연된 시기에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화두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자기계발서라는 점을 의식해서 본문 중에 '목표', '팀원', '리더', '팀의 목표' 등과 같은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간중간에 사용된 제목도 조금 딱딱해보인다. 차라리 갈메기의 꿈처럼 글 전체를 소설형의 문체로 진행하고 독자가 그 안에 숨어있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이번 책을 계기로 안상헌 씨의 책이 계속 이런 형식으로 나와주기를 바라며...

"삶은 우리가 배울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만 가르침을 준다" -p135.



아마 내 인생을 통털어서 요즘처럼 평화로운(?) 시간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부담감이 있고 하루하루 생활해나가야 한다는 경제적인 부담감이 있지만 적어도 마음만큼은 세상사의 번거로움으로부터 해방된 시기가 아닐까 한다. 물론 여전히 처리되지 않은 퇴직금때문에 사장에게 메일을 쓰느라 모처럼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사실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할까 많은 생각을 했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한 달정도 전국일주라도 가 볼 생각이었는데 역시나 문제는 돈이었고 한 달을 전국을 돌아보려면 생활비마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1년치 월급을 털어 세계일주를 떠났던 지형 선배는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는데 역시 책과 사진이 가장 좋은 해답이었고 어떻게 보면 그나마 내가 잘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들이기도 하니 나름대로의 타협점을 찾은 듯 하다. 특히 그동안 모아두기만 하고 읽지 못했던 책들을 미친듯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으면 누릴 수 없는 특권(?)이랄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행 이상의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오감이 느끼는 만족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단하다. 아마 책이 없었다면 나는 굳이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약간 어려운 책 한 권과 약간 가벼운 책 한 권을 동시에 읽는다. 어려운 책을 연속으로 읽는 두뇌의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해낸 것인데 가금은 주객이 전도되기도 한다. 어제 마무리한 책은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그날 밤의 거짓말'인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세기의 눈'과 같이 읽다보니 아무래도 이 책을 읽는 속도가 더 빨랐다. 덕분에 대체할 책을 다시 찾아야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유쾌한 책인 폴 오스터의 '우연의 음악'을 골라보았다.


지난 7월 25일 미국의 카네기멜론 대학의 종신 교수인 랜디 포시가 세상을 떴습니다. 다른 나라의 교수가 세상을 뜬 것이 중요한 일이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책으로 소개되어 있는 '마지막 강의'의 저자이자 주인공입니다.

사실 이전까지는 이책이나 랜디 교수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우연히 팀원 한명이 이책을 사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서점에서 책에 대한 내용을 보고 팀원 모두에게 한권씩 선물해주었죠. 그러면서도 정작 저는 이책을 사지 않았는데 뻔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 그러고나서 얼마 후 랜디 교수의 임종 소식을 접했고 뒤늦게 그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강의의 제목은 "Really Achieving Your Childhood Dreams"으로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은 어떤 것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이루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원본은 1시간이 넘는 분량인지라 편집본을 링크로 걸어둡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꿈을 갖기 마련인데 랜디 교수는 평생을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았고 나름대로 대부분의 꿈을 실현시켰습니다. 그리고 강조하죠. 어린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느냐? 그리고 지금은 그꿈을 이루기위해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또 무엇을 할것이냐고 묻습니다.

어떻게보면 참 단순한 이야기인데 실제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위해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그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은 정말 적습니다. 그저 막연하게 마음 속으로만 그꿈의 향수에 가끔 잠기는 것이 평범한 우리네들의 삶의 모습이겠죠.

살림출판사에서 '마지막 강의'를 출간한 것이 6월말이었으니 이책은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책이고 책을 읽어나가는 많은 이들이 그가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일어서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운명을 달리했고 그가 남긴 메시지들이 더 절실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랜디 교수의 이 강의는 그가 살아있는 동안의 마지막 강의였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처럼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당장 시한부선고를 받는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그동안 갈 수 없었던 긴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고 잔뜩 밀린 책들을 읽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랜디 교수처럼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남은 가족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남겨두는 것도 큰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이책은 그런 의미에서 가족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책은 랜디 교수가 세상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사후 세상에 남겨진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성격이 강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게 되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계속 남의 일처럼 공감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마음을 조금 넓게 열고 내가 남겨진 그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나가기를 권합니다.

끝으로 이 강의의 스크립트를 링크로 걸어둡니다. PDF니 리더가 있어야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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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잠이 없는지라 출근을 하지 않더라고 일어나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운전이며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느라 딱딱해진 몸을 풀어주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동안 모아두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들을 하나씩 읽어나갈 생각이다.

우선은 지금 다시 보고 있는 책으로 체 게바라 평전이 있고. 이 책이 끝나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이기적 유전자

2. 월든

3.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4. 우연의 음악

의 순서로 우선 최근에 구입한 책들을 읽을 예정이다. 내 경우 책을 읽는 방법이 조금 특이한데 일단 내용의 파악 여부에 관계 없이 전체적으로 제법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 그 책은 덮어둔다. 이후에는 또 다른 책을 읽어 나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이전에 빠르게 읽었던 책을 꼼꼼하게 읽어 나간다. 그렇게 독서가 끝나고 나면 한 동안 그 책은 다시 덮어두고 나중에 시간이 날 때 한 번을 더 읽는다. 즉 한 권의 책을 3번 읽는 것인데 기간을 정해놓고 읽는 것은 아니어서 한 권을 제대로 읽었다고 말하기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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