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결정적 순간

눈을 닮은 마법의 상자 "사진기"

그리고 순간을 위한 손의 투쟁

진화하는 인간의 욕심

아름다운 순간을 멈추고픈 욕망

끊임없이 발전해 가는 기술

사진 기술

그리고 결정적 순간을 원했던 한 남자

촬영을 위한 만반의 준비

소형 라이카 카메라, 35미리 표준렌즈

자연광

그리고

떨림이 없는 손

나는 삶을 포착하겠다고 살아가는 행위 속에서

삶을 간직하겠다고 마음먹고

숨막히는 느낌을 맛보며

언제라도 뛰어들 수 있는 채비를 갖추고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그가 포착한 순간

화려한 빛도

활기찬 움직임도 없는

단조로운 일상

그 속의 사람들

그렇게 얻은

결정적 순간의 개념

끊임없이 바뀌는 상(象)이 시간을 초월한 형태와

표정과 내용의 조화에 도달한 절정의 순간"

그리고 눈앞의 상황 모두를

한 장의 테두리 속에 가뒀다.

70여 년의 촬영

그러나 때와 장소만 밝힌 채

제목이 없는 그의 사진

단 250여 점

그리고 그가 찾아낸 마지막 결정적 순간

난 평생

결정적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하길 바랐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


한때는 그렇게 하루하루 만나던 날들을 세던 때가 있었다. 늦은 밤 헤어지기 아쉬워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빨리 잠자리에 들며 내일이 어서 오기를 바라던 그런 때가 있었다. 약속장소 멀리서 그 아이의 모습이 보이면

어느 새 내 입가에는 나도 모를 미소가 머금어 지고 꼭 잡은 두 손에 따스함이 가득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방금 헤어지고도 또 아쉬워서 밤새 전화기를 붙잡고 그저 목소리만 들어도 행복했던 그런 때가...

그리고 시간은 흘러 모든 것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남겨졌지만...

한 없이 순수하고 밝기만 하던 그 시절의 기억들은 아직도 남아 진한 향기를 드리우고 있다...

Nikon D200, AF 60mm Micro f/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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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로 기기변경을 한 이후에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슬라이드 필름북에 더 이상 담을 슬라이드가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출사를 나가고 보통 다음날 정도에 충무로에 들러 필름을 맡기고 근처의 카메라샵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죠. 한 두 시간 정도 지나 현상이 완료되면 라이트박스와 루뻬를 이용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체크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면 이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됩니다. PC를 켜고 스캔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이죠. 제가 애용했던 LS-40은 롤 단위 스캐닝은 불가능한 기종으로 보통 5-6장 단위로 잘린 필름을 넣고 스캔을 해야 했습니다. 이게 어찌 보면 참 지루한 과정입니다. 스캔을 하는 동안은 다른 작업을 하기는 PC가 버티지를 못하기 때문에 스캔을 시작하고 나면 사진 관련 서적을 뒤적이는 게 보통이었죠.

스캔이 끝나면 날짜와 사용한 필름, 바디와 렌즈별로 별도의 폴더를 만들어둡니다. 좀 더 꼼꼼한 분들은 촬영지나 당시의 노출 상황 같은 것들도 같이 기록하지만 제 경우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스캔 작업이 완료되고 폴더별 정리가 끝나면 인화를 할 사진들을 고르고 그냥 보관만할 사진들을 고릅니다. “야, 이거 좋은데..”라고 생각하는 필름들은 다시 주섬주섬 챙겨서 충무로로 가 인화를 하지만 대부분은 온라인 사진관을 통해 인화를 합니다.

스캔 작업이 끝난 필름은 하나하나 잘라서 마운트를 한 후 슬라이드북에 보관합니다. 이후 인화된 사진이 도착하면 이것역시 바인더에 보관을 하게 됩니다. 보통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면 대충 이 정도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디지털로 전향(?)을 한 이후에는 이런 과정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촬영 습관이 바뀌더군요. 슬라이드를 사용할 때는 솔직히 롤 당 만원이 넘는 금액이 부담스러워서 브라케팅은 좀처럼 시도를 못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쓰게 되니 브라케팅을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덕분에 노출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진 점은 장점이네요.

게다가 촬영일이나 노출 정보와 같은 데이터들이 메타데이터로 파일에 모두 포함되니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할 일이 엄청나게 줄어든 셈입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사진을 조금 오래해 온 사람들이 느끼는 손맛..이라는 것이죠.

필름은 현상이 되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셔터를 누르는 매 순간순간이 긴장과 고민의 시간이고 현상된 필름을 루뻬로 들여다볼 때 느끼는 그 성취감(?)이랄까요? 그런 것들이 사라지고 나니 허전한 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인화를 마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적당하게 빛이 바래버린... 그래서 가끔 바인더를 뒤적일 때 빠지곤 하는 애틋한 감상을 느낄 수 없게 된 것도 아날로그에 익숙한 사진가들의 마음을 허전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 장비에 대한 기초 지식

시작하며

원래는 F3에 대한 이야기를 바로 시작하려고 했지만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있어야 앞으로 진행되는 내용을 좀 더 이해가 빨리 될 것같다는 생각에서 사진 및 장비에 대해 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먼저 적고 시작할까 한다.

가능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장비들을 평가하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니콘과 라이카를 오래 사용했기 때문에 주관적인 생각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점은 미리 알린다. 전체 브랜드를 모두 소개하기보다는 내가 주력 기종으로 사용하고 있는 니콘 장비를 위주로 소개하면서 다른 장비들의 경우 직접 사용해본 경우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1. 니콘 카메라의 계보 (바디편)

각 카메라 제조사들은 자사의 제품들에 독특한 식별 기호를 붙이고 있다. 아마도 가장 흔하게 알려진 것은 캐논의 EOS시리즈일 것이고 니콘의 경우 F, 라이카의 경우 R과 M처럼 고유의 식별 기호를 가지고 있다.

니콘의 ‘F'라는 호칭은 니콘 장비 라인업에서 플래그십 기종을 부르는 말로 1959년 F가 처음 등장한 이래 F2, F3, F4, F5에 이어 F6에 이르는 총 6개의 큰 흐름을 가지고 있다. 캐논이 EOS-1Vhs를 끝으로 은염식 카메라(흔히 말하는 필름 카메라)를 단종시킨 것에 비해 니콘은 F6를 출시함으로써 은염식의 명맥을 아직 유지하고는 있지만 디지털이라는 큰 흐름을 거역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니콘 카메라는 이 6가지 시리즈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F뒤에 오는 숫자가 한 자리인 경우만을 플래그십으로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F80, F90, F100 등의 바디는 소위 프로페셔널 기종이라기보다는 준프로급(외국에서는 Mid-range급으로도 표시한다) 장비나 일반용 장비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장비에 따라 사진의 ‘질’이 원천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니콘 라인업은 디지털로 넘어와도 은염식과 비슷한 호칭을 사용한다. ‘F’ 대신 ‘D’라는 기호가 붙고 이 D뒤에 붙는 숫자가 한 자리인 경우는 플래그십, 그렇지 않은 경우는 준프로나 일반용 기종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즉 D1, D2는 전자에 D100, D200 등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러면 니콘 은염식 카메라의 전체적인 라인업을 살펴보자. 전에 적은 것처럼 이 글들은 어쩌면 내가 평생 작업을 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내용이라 오늘은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정도로 적어 나가고 있다.

1) Nikon F 시리즈

(1) Nikon F2

Nikon F2/T 버전. 니콘의 T버전은 유난히 고정 마니아 층이 많기로 유명하다


니콘의 전설의 시작은 F2라고 해도 괜찮을 것같다. 니콘의 F2는 1971년 초기 모델이 출시됐다. 이후 바로 F2 Photomic이 등장해서 77년 단종됐고 F2 Photomic S가 73년 출시되어 76년에 단종됐다. 동호인 사이에서는 ‘망치 대용’으로 써도 충분하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F2는 단단하다. 스페셜 버전으로 F2/T (T는 앞으로 계속 등장하는 데 Titanium의 약자다), F2H(H는 High Speed의 약자) 등이 있다.

(2) Nikon F3

F3의 셔터음은 아직도 많은 영화에서 사진을 찍을 때 효과음으로 사용할 정도다

니콘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된 기종이 F3다. F3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상세하게 적을 생각이고 간단하게 역사만을 보자면 프로토타입이 1974년에 처음 등장했고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1980년이다. 이후 F3HP, F3/T, F3/P 등의 버전이 있고 최후로 생산된 버전은 1997년 F3H다.

(3) Nikon F4

배터리팩을 기준으로 s, e로 나뉜 F4, 역시 고정 마니아층이 많은 바디

F4는 기존의 금속성 느낌을 지우고 처음으로 전체를 검은색으로 도장한 바디로 이러한 디자인 형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980년 F4를 시작으로 F4s, F4e의 추가 기종이 발매됐으며 아직도 꾸준히 현역에서 자리를 굳히고 있는 기종이다. F4s와 F4e의 차이는 배터리팩에 있으며 High Speed Battery Pack MB-21을 채택한 것이 F4e다.

(4) Nikon F5

니콘 플래그십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F5, 내게도 정이 많이 들었던 기종이다

현대적인 카메라의 완성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F5를 끝으로 사실상 니콘의 은염식 카메라 계보는 끝이 난다. 물론 2004년 출시된 F6가 있지만 이미 불어 온 디지털 바람에 크게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F5는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전 세계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명성을 떨치고 있는 기종이다. 이전 버전들과는 달리 F5는 추가적인 수정 버전은 없고 50주년 기념 바디만 존재한다.








빛이 있기에 어둠이 존재한다.

어둠이 없다면 빛은 존재할 수가 없고 어둠의 깊이가 깊을 수록 작은 빛이라도 밝아보이는 법이다.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 빛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그 빛을 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어둠 속으로 스스로를 이끌지 않으면 안 된다. 어둠으로 향하는 것이 두려워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다가설 수 없고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Nikon, F3hp, MF 105mm f/1.8, Ilford XP2 400,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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