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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31 16:09 - Snowroad snowroad

두륜산 대흥사, 2014년 여름

두륜산(대둔산)은 한반도 최남단에 자리잡은 산이라 한다. 해남에서 찾은 산이니 이보다 더 남쪽의 산이라면 한라산이 있겠지만 바다를 건너는 수고를 들여야 하니 온전히 걸음을 걸어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산이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다. 그 두륜산에 자리잡은 사찰이 바로 대흥사다. 예사롭지 않은 일주문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대흥사는 규모면에서 찾는 이를 압도한다. 보통 사찰을 떠올린다면 넓지 않은 터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불전들을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이곳 대흥사는 어디서부터 사찰의 시작인지조차 알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그 덕분인지 사찰 경내를 걷는다는 느낌보다는 공원을 걷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사진의 돌에 '13대종사도량'이라 적혀 있다. 대흥사는 불교의 맥을 잇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사찰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산대사가 이곳에서 후학들을 양성했다고 한다. 일주문을 지나 조금 걷다보면 서산대사를 비롯한 고승들의 부도가 자리한 '부도밭'을 만날 수 있는데 무려 54기라 하니 대흥사의 법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대흥사에서 만날 수 있는 다채로움 중에 이 '연리근'은 유난히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가지가 이어진 '연리지'는 종종 만날 수 있지만 뿌리가 이어진 '연리근'은 희귀하기도 하고 연리지에 비해 더 끈끈하달까 좀 더 각별하달까..그런 느낌이 드는 나무였다. 이렇게 대흥사는 전각들 외에도 볼 거리들이 많은 것이 특별한 점인데 남도 여행을 하게 된다면 하루 정도 온전히 대흥사만을 위해 할애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생각을 해 본다. 특히나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여행은 각자의 삶의 연장인 동시에 두 사람의 삶이 마주치고 얽히는 그런 순간이었다.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 아닌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들이 어색하지 않고 부드러운 바람처럼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기에 각별했던... 그런 모든 순간들의 이어짐. 그것이 우리의 여행이었다.


사진은 셔터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에 내가 느낀 감정을 온전하게 프레임 안에 담아낼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뷰파인더 안에서 본 느낌이 나중에 집에 돌아와 모니터를 통해 그대로 느껴진다면 그것으로 한 번의 셔터가 움직인 수고로움은 모두 사라지는 셈이다. 사진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는 약간 달라진 부분인데 세월이 지난다는 것은 그렇게 생각에도 변화를 주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저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무언가 달라지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저 문 뒤의 삶이 궁금하지 않게 됐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이제사 깨달은 까닭이다.

그러고보니 35mm 렌즈 하나로 지낸 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있다.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28mm와 35mm가 가장 내 눈과 일치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화각이다. 35mm말고도 55mm가 하나 더 있지만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요즘은 표준화각대의 줌렌즈가 하나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데 아마도 사람을 찍어야 할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Nikon D700, AF 35mm f/2.0


  1. Favicon of http://anunmankm.tistory.com BlogIcon 버크하우스 2014.08.31 16:12 신고

    잘 보고 가요. 좋은 하루 되세요. ^^

  2. Favicon of http://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4.08.31 21:58 신고

    연리근을 보니 조용히 손을 잡고 미소짓고 있는 연인이 떠오르네요. 뿌리가 하나가 된 것은 저도 처음 봐요^^

  3. Favicon of http://photopark.tistory.com BlogIcon skypark박상순 2014.09.01 10:31 신고

    고요한 느낌이 마음을 차분하게 헤 주네요~~
    머물기 참 좋은곳 같아요.
    행복한 9월, 맞이 하세요.^^

  4. 2014.09.01 12:05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9.09 01:10 신고

      그러게요. 평소 자주 찾는 곳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9월..제법 날들이 많이 지나고 있네요. 잘 지내시죠?

  5. Favicon of http://photobit.tistory.com BlogIcon 사진조각 2014.09.02 10:54 신고

    '우리'라는 말, 정말 좋군요. 눈길님 말씀으로 직접 들으니 말이죠.^^

  6. Favicon of http://diaryofgrinder.tistory.com BlogIcon SAS 2014.09.17 12:29 신고

    사유하는 여행을 즐기는 눈길님 일행은
    대화없이 이렇게 포스팅만 읽어도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기분입니다.
    이런 여행기는 자연스럽게 저도 시선을 따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참 편안하네요. ^^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9.22 22:57 신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제가 더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아마도 오랜 시간 글을 서로 자주 보기 때문에 좀 더 공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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