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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2 22:54 - Snowroad snowroad

초가을 정동진 그리고 바다

연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찾는 곳이 이곳 정동진이 아닐까 싶다. 정동진이 유명해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리가 이곳을 찾은 것은 새벽열차를 타고 떠나는 거의 마지막(?) 여행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청량리에서 11시 넘어 출발해 새벽 4시경에 도착하는 무박열차는 한창 나이 때는 별 무리 없이 즐기며 다녀올 수 있는 낭만이 있겠지만 한 두 해 나이가 들다보면 어쩐지 낭만보다 고단함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청량리에서부터 스냅식으로 여행을 죽 그려보고자 했던 생각은 덜컹거리는 열차와 자는둥마는둥하는 밤샘에 금세 어디론가 사라졌다. 35mm를 들고가야 한다는 내면의 압박은 극심했지만 결국 가벼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LX-7만 들고 왔는데 일상의 스냅과 여행 스냅은 확실히 달라서 줌렌즈의 유용성에 새삼 놀랐달까.. 그래도 최대한 괜찮은 사진을 건져보겠다고 RAW 파일로 찍었더니 돌아와서 편집이 만만치가 않았다.


동해의 일출이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건지 좀처럼 해가 뜨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지만 하루의 시작을 연인과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파인더가 없는 똑딱이 디카는 여전히 사용법이 익숙지가 않아서 노출을 잡는데 늘 애를 먹는다.- 그래도 해가 뜨는 순간. 주변이 어둠에서 단 몇 초 사이에 환한 빛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역시나 감동적이다.


나는 바다를 유난히 좋아한다. '바다에 와서 소원 풀었네요?'라는 그녀의 말에 새삼 내가 얼마나 바다 이야기를 많이 했나 싶기도 했다. 한 없이 멀리 펼쳐진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모습, 약간은 비릿한 냄새와 함께 얼굴을 스치는 바람.. 이 두 가지만 해도 바다를 찾을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어쩌면 일상이 지나치게 도심에 집중이 된 삶을 평생 살아오다보니 막히지 않은 공간 자체에 대한 동경이 늘 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지 않았을까..


단 몇 분 사이에 어둑했던 역 주변에 햇살이 드리우고 보이지 않던 길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그렇구나..원래 길이 있었는데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뿐이구나.. 우리네 삶도 그런 것 같다. 어딘가 분명히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곧게 뻗어 있음에도 잠시의 어둠에 마음을 빼앗겨 그 길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는 것은 아닐까.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했다. 그 어둠만 이겨내면 사방이 환해지는 공간 속에 내가 걸어갈 길이 또렷하게 놓여있음을 찾을 수 있다.


사진은 많이 찍고 볼 일이다. 예전처럼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해야 하는 수고로움(물론 그 기다림의 즐거움은 없어졌지만)이 사라진 지금은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사진이 몇몇 특별한 계층들의 전유물이 되던 시대도 이미 지난 지 오래고 휴대폰에 붙어 있는 카메라만 해도 좋은 사진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요즘이다. 어색함에 혹은 결정적인 순간에 대한 욕망에 누르지 못한 한 컷에 나의 소중한 기억들이 담길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사진 찍는 일에 인색할 것은 아니다. 


그녀를 만난 이후 내 사진에 대부분은 소위 '셀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내 사진의 색이 변한 부분 중의 하나기도 한데 처음에는 나도 어지간히 어색했었지만 지금은 내가 먼저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잡을 정도가 됐으니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맞는 모양이다. 아무튼 덕분에 DSLR은 점점 더 제습함 속에 들어갈 일이 많아졌다. 그나마 들고 다니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은 35mm인데도 말이다.


여담이지만 요즘 새로 출시된 두 녀석이 마음을 어지간히 흔든다. LX-7의 후속기(사실 따져보면 완전히 달라졌다.)인 LX-100, 그리고 항상 나와 궁합이 맞지 않았던 캐논의 G7X다. LX시리즈를 제법 오래 사용을 했었기에 어쩌면 LX-100으로 넘어가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내 사진인생에서 늘 뭔가 나와 엇갈렸던 캐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각보다 크게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겠다. 뭐.. 직접 내 손에 오려면 내년은 훨씬 넘은 언젠가가 되겠지만 가끔은 이런 상상으로도 즐겁다.


Panasonic LX-7 & iPhone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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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 정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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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4.09.22 23:43 신고

    사진이 다들 느낌이 너무 좋은데요^^
    저도 서브로 현재 lx5를 꽤 오래 써오고 있답니다.
    현재도 만족하는 중이라 업글없이 당분간은 이 아이로 쭉~ 갈것 같애요ㅎ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9.23 23:13 신고

      감사합니다. ^^
      LX시리즈가 여러모로 좋은 거 같더군요. 문제는 이번에 나오는 LX100인데..이게 상당히 매력이 있어서 고민 중이네요 ^^

  2. 2014.09.23 10:50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9.23 23:18 신고

      네..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여자친구에요 ^^
      어딜 가도 편안한.. 그런 사람이지요. 감사합니다.

      ----
      그나저나 댓글을 다 막아두셔서 글을 못 적고 있네요..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오히려 본문에 더 집중하게 되는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 2014.09.24 09:31

      비밀댓글입니다

  3. Favicon of http://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4.09.24 01:50 신고

    저 일출 장면도 충분히 멋진데요? 그러고보니 바다에서 해가 뜨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네요...바다에서 해가 저무는 모습을 본 적은 몇 번 있는데 말이죠. ㅎㅎ;; 저도 큰 카메라는 이제 거의 들고 다니는 일이 없어요. 거의 작은 컴팩트 디카나 폰카로 사진을 찍고 있답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10.05 17:04 신고

      해 뜨는 장면을 보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인 거 같아요. 특히 가끔 바다를 찾는 경우에는 그렇죠. 그래서 더 바람도 크고 그렇지만.. 중요한 건 그 시간 그 공간에 좋은 사람과 함께 있는 거..였다고 생각한답니다. ^^

      그러네요. 진짜 SLR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되는 요즘입니다.

  4. Favicon of http://diaryofgrinder.tistory.com BlogIcon SAS 2014.09.24 10:13 신고

    저도 셀카는 평생 찍어본 적이 손에 꼽습니다만 역시 함께 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연스레 바뀌게 되는 걸까요. ^^

    캐논의 신제품은 소니 RX100 시리즈의 센서를 채용해서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뷰파인더가 없는 건 아무래도 적응이 힘들겠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니... ^^;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10.05 17:06 신고

      네 분명히 바뀔 부분이라고 제가 직접 겪는 중입니다. ^^ 저도 이전에는 이렇게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는데..요즘은 셀카가 반이 넘네요..ㅎㅎ

      G7X는 꽤 끌리는 기종이더군요. 초기 가격도 타 기종에 비해 저렴하고..발매 후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죽 내려갈 테니 그때쯤 한 번 생각해봐야겠어요..문제는 지금 LX-7 이녀석이 여전히 쌩쌩하다는 것 정도려나요 ^^

  5. Favicon of http://photopark.tistory.com BlogIcon skypark박상순 2014.09.24 12:31 신고

    정동진의 아침바다~~ 추억이 많은곳이라 반갑네요.
    저도 LX-5를 서브로 사용하고 있는데 후속기가 또 나오는군요.ㅎㅎ
    즐감 했습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10.05 17:07 신고

      아하 LX-5 사용하시는군요. 저는 5 정리하고 7로 넘어왔는데 상당히 만족도가 높네요. 특히 동영상은 상당히 강력하더군요. LX-100은 포지셔닝이 상당히 달라지고 가격대도 이게 제법 비싸서 일단 생각만 하고 있네요 ^^

  6. Favicon of http://photobit.tistory.com BlogIcon 사진조각 2014.09.25 22:00 신고

    정동진은 대학 엠티 때 스쳐 지나간 기억이 있습니다. 밤새 기차를 탔어요. 자도자도 도착하지 않더군요. 그래서였는지, 도착하고 마신 소주 한 잔에 그만 쓰러져 자버렸습니다. ^^;;

    요즘 눈길님 모습, 보기 좋습니다. 따뜻함이 묻어있어요. 아참, 전 후지필름 X20에서 소니 A7로 갈아탔습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10.09 21:32 신고

      댓글이 한참 늦었네요. 잘 지내시지요? 정동진은 우리의 기억에..
      언제나 아스라하게 남아있는 그런 곳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따뜻함..에 대한 말씀 감사합니다. 아마도 그런 사람이 곁에 있는 까닭이 아닐까 싶네요 ^^ 오..A7 저도 눈독 들여본 녀석인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7. Favicon of http://8910.tistory.com BlogIcon 여행쟁이 김군 2014.10.13 23:17 신고

    좋네요 분위기가 은은하고 좋은듯 해요!
    잘 보고 갑니다!

  8. Favicon of http://saik.kr BlogIcon 김사익 2015.01.15 10:43 신고

    가벼운 스냅용 카메라를 찾고 있었는데요. 뭘로 장만해야될지 아직 고민이네요.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5.01.16 21:45 신고

      미러리스도 대안이 되기는 하는데..'가벼운'을 중요시하시면 LX시리즈도 괜찮습니다. 요즘 후속기종들이 나오고 있긴 한데.. 그 정도 비용을 들일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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