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4.08.02 21:40 - Snowroad snowroad

팽목항, 100일 그리고 진도항

해남 여행의 시작은 두류산이었지만 그녀와 내가 들른 장소는 다름 아닌 팽목항이었다. 그녀도 나도 선뜻 가보자는 말을 하기 어려웠던 곳인데 마음이 통한 것인지 어느 새 차는 팽목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다니는 여행이었지만 진도대교를 건너면서 우리는 말이 없었다.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비는 팽목항으로 접어들면서 제법 빗줄기를 만들어냈고 작은 우산 하나에 의지해 우리는 그곳을 걸었다.


차에서 내릴 때 카메라는 가져가지 않았다. 애초에 사진으로 기록을 남길 장소는 아니었던 까닭인데 진도항이라는 표지판과 풍경 너머 멀리 보이는 천막은 실례를 무릅쓰고 휴대폰에 담아왔다

세상의 관심이 멀어진 지금 가족들이 머물던 천막은 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졌고 팽목항이라는 이름은 진도항(팽목항이라는 명칭은 작년에 진도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는 곳은 진도항이 아닌 팽목항이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예전의 교통의 요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진도항에서 팽목항으로 그리고 다시 진도항이 된 이곳은 하루하루 쌓여가는 시간의 조각들로 인해 점점 이전의 기억들은 묻혀져 가고 있었다. 

기억이란 장소에 새겨지기 마련이지만 그 장소가 시간의 힘을 이기지 못 하고 변해가면 그곳에 남아있던 기억 역시 아스라히 사라져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족들의 천막을 지나 등대에 이르는 길을 걷는 동안에는 세월호의 쓰린 기억들이 주변을 꽉 채우고 있었지만 항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 몰려든 차들이 줄을 지어 있는 도로에는 다시 번거로운 일상의 흔적들이 답답한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결국 언젠가는 세월호의 기억 위로 덧입혀진 일상의 번거로움이 이곳을 가득 메우겠지만 이제 막 100일이 지난 팽목항에는 아직도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피눈물이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1. Favicon of http://anunmankm.tistory.com BlogIcon 버크하우스 2014.08.02 21:42 신고

    다녀갑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

  2. 2014.08.03 20:00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8.21 22:23 신고

      얼마나 더 큰 일이 있어야 바뀔까요..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듭니다. 정치라는 것의 의미..여러 번 곱씹어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3. Favicon of http://diaryofgrinder.tistory.com BlogIcon SAS 2014.08.04 10:29 신고

    이런 사건이 일어날때마다 세삼 한국이란 나라가 경멸스러워집니다.
    이번 선거만 봐도, 사람들은 자기 자식 자기 재산이 아니면 사람의 목숨같은건 별로 신경을 안쓴다는걸 알수 있더군요.
    그냥 매번 매번 사람이 싫어지고 있을 따름입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08.21 22:24 신고

      잊히는 거죠. 참 쉬이 잊히는 것 같습니다.
      정작 잊어야 할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별할 능력조차 우리는 잊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 Favicon of http://photopark.tistory.com BlogIcon skypark박상순 2014.08.10 22:29 신고

    사진만으로도 그곳의 분위기가 전해지는 느낌 입니다.
    또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5. 참새 2015.02.27 20:15 신고

    마음아픈 사고지만.... 꼭 정치적 사건으로 갔어야 했나 싶습니다... 유가족분들 심정은 압니다만....

댓글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