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을 사용해서 사진을 찍던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스캔을 참 어설프게 했구나 싶다. 스캔 원본의 크기도 작고 스캐너를 다루는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 먼지며 스크래치며 난리도 아니었다. 슬라이드 원본은 아직도 잘 보관은 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스캔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루에 두 롤 정도를 찍으면 두 장 정도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든 사진을 빼고는 그냥 지워버린 것들이 많다. 그러지 않았어야 했다. 사진이란 물론 찍는 순간에 완성이 되지만 그 사진에 대한 인상은 당시에는 자기 스스로도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찍을 당시에 좋아보이건 그렇지 않건 바리바리 싸 들고 와 나중에 다시 돌아보면 오히려 그때의 느낌이 더 잘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절대 지우면 안 된다. 기억이라는 것 혹은 추억이라는 것을 몇 번의 클릭으로 그렇게 잊어서는 안 된다.

Nikon F5, AF NIkkor ED 80-200mm F2.8D, LS-40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생은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순간 다른 길을 갈 수 없게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어떠한 모습으로 그려질 지를 결정하는 밑그림이 된다.

일단 하나의 길을 선택하고나면 그 길을 나아가는 동안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숱한 갈림길을 거쳐야 하고 결국 처음 내가 고민했던 두 가지의 선택은 아득하게 멀어져버린다. 세상의 사람 수 만큼이나 많은 인생들이 존재하지만 그 어느 하나 같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원초적인 질문인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이것은 '잘 산다'의 정의를 어떤 식으로 내리느냐에 따라 즉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물음이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 '잘 산다'의 정의를 내리자면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서 그 날을 돌아봤을 때 '미소'가 지어지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Nikon F5, AF-S 17-35mm f/2.8, Fuji RDP III,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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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비에 대한 기초 지식

시작하며

원래는 F3에 대한 이야기를 바로 시작하려고 했지만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있어야 앞으로 진행되는 내용을 좀 더 이해가 빨리 될 것같다는 생각에서 사진 및 장비에 대해 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먼저 적고 시작할까 한다.

가능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장비들을 평가하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니콘과 라이카를 오래 사용했기 때문에 주관적인 생각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점은 미리 알린다. 전체 브랜드를 모두 소개하기보다는 내가 주력 기종으로 사용하고 있는 니콘 장비를 위주로 소개하면서 다른 장비들의 경우 직접 사용해본 경우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1. 니콘 카메라의 계보 (바디편)

각 카메라 제조사들은 자사의 제품들에 독특한 식별 기호를 붙이고 있다. 아마도 가장 흔하게 알려진 것은 캐논의 EOS시리즈일 것이고 니콘의 경우 F, 라이카의 경우 R과 M처럼 고유의 식별 기호를 가지고 있다.

니콘의 ‘F'라는 호칭은 니콘 장비 라인업에서 플래그십 기종을 부르는 말로 1959년 F가 처음 등장한 이래 F2, F3, F4, F5에 이어 F6에 이르는 총 6개의 큰 흐름을 가지고 있다. 캐논이 EOS-1Vhs를 끝으로 은염식 카메라(흔히 말하는 필름 카메라)를 단종시킨 것에 비해 니콘은 F6를 출시함으로써 은염식의 명맥을 아직 유지하고는 있지만 디지털이라는 큰 흐름을 거역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니콘 카메라는 이 6가지 시리즈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F뒤에 오는 숫자가 한 자리인 경우만을 플래그십으로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F80, F90, F100 등의 바디는 소위 프로페셔널 기종이라기보다는 준프로급(외국에서는 Mid-range급으로도 표시한다) 장비나 일반용 장비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장비에 따라 사진의 ‘질’이 원천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니콘 라인업은 디지털로 넘어와도 은염식과 비슷한 호칭을 사용한다. ‘F’ 대신 ‘D’라는 기호가 붙고 이 D뒤에 붙는 숫자가 한 자리인 경우는 플래그십, 그렇지 않은 경우는 준프로나 일반용 기종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즉 D1, D2는 전자에 D100, D200 등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러면 니콘 은염식 카메라의 전체적인 라인업을 살펴보자. 전에 적은 것처럼 이 글들은 어쩌면 내가 평생 작업을 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내용이라 오늘은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정도로 적어 나가고 있다.

1) Nikon F 시리즈

(1) Nikon F2

Nikon F2/T 버전. 니콘의 T버전은 유난히 고정 마니아 층이 많기로 유명하다


니콘의 전설의 시작은 F2라고 해도 괜찮을 것같다. 니콘의 F2는 1971년 초기 모델이 출시됐다. 이후 바로 F2 Photomic이 등장해서 77년 단종됐고 F2 Photomic S가 73년 출시되어 76년에 단종됐다. 동호인 사이에서는 ‘망치 대용’으로 써도 충분하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F2는 단단하다. 스페셜 버전으로 F2/T (T는 앞으로 계속 등장하는 데 Titanium의 약자다), F2H(H는 High Speed의 약자) 등이 있다.

(2) Nikon F3

F3의 셔터음은 아직도 많은 영화에서 사진을 찍을 때 효과음으로 사용할 정도다

니콘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된 기종이 F3다. F3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상세하게 적을 생각이고 간단하게 역사만을 보자면 프로토타입이 1974년에 처음 등장했고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1980년이다. 이후 F3HP, F3/T, F3/P 등의 버전이 있고 최후로 생산된 버전은 1997년 F3H다.

(3) Nikon F4

배터리팩을 기준으로 s, e로 나뉜 F4, 역시 고정 마니아층이 많은 바디

F4는 기존의 금속성 느낌을 지우고 처음으로 전체를 검은색으로 도장한 바디로 이러한 디자인 형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980년 F4를 시작으로 F4s, F4e의 추가 기종이 발매됐으며 아직도 꾸준히 현역에서 자리를 굳히고 있는 기종이다. F4s와 F4e의 차이는 배터리팩에 있으며 High Speed Battery Pack MB-21을 채택한 것이 F4e다.

(4) Nikon F5

니콘 플래그십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F5, 내게도 정이 많이 들었던 기종이다

현대적인 카메라의 완성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F5를 끝으로 사실상 니콘의 은염식 카메라 계보는 끝이 난다. 물론 2004년 출시된 F6가 있지만 이미 불어 온 디지털 바람에 크게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F5는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전 세계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명성을 떨치고 있는 기종이다. 이전 버전들과는 달리 F5는 추가적인 수정 버전은 없고 50주년 기념 바디만 존재한다.







첫사랑은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 세 번째 만남은 바람처럼 흩어져 가더라도 첫사랑은 쉽게 가슴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지나간 추억이 된 첫사랑의 기억은 어김없이 그 사람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차게 된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야할 것이 첫사랑임에도..내게 있어 첫사랑은 미안함과 부끄러움과

좀 더 그 사람에게 잘 해주지 못했었던 날들에 대한 후회로 기억되고 있다...

Ninon, F5, MF 55mm f/2.8 Micro, Fuji RDP III,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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