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공부하는데는 아무래도 강사와 교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떤 강사의 수업을 듣고 어떤 책을 보느냐에 따라 외국어 실력은 정말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내가 외국어 공부를 할 때 강사와 교재를 선택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해당 외국어의 원어민일 것, 그리고 우리말을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강사나 저자는 많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해당 외국어를 표준으로 구사하면서 마찬가지로 우리말을 그 정도로 구사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책 한 권을 소개해본다. 책 제목은 "일본어 필수 표현 무작정 따라하기"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을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본어 공부에 있어서 무작정 따라하기만한 책을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강사 겸 저자인 후지이 아사리라는 인물의 특이함때문인데 그녀에 대한 소개글을 잠시 보도록 하자

일본인이면서도 서울대학교 국문과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국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언어학 박사과정에 입학하기까지 했다. 한국어의 구조와 언어학을 이론적으로 학습해오며 한국어와 일본어가 어떻게 다른지 연구해왔고, 웬만한 서울대 학생보다 한국어 맞춤법을 더 잘 안다. 또 국문과 사람들에게 한국어와 일본어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해 왔기 때문에 한국어와 일본어의 관계에 대해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문가이다

글만 봐서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직접 그녀의 강의를 들어보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우리말 표현에 있어 정확하고 체계적이다. 외국인이다보니 그녀가 배운 우리말은 기초부터 고급 과정까지 그야말로 표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일본어 실력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했다. 일본어와 우리말을 모두 상당 수준 구사할 뿐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접근하기 힘든 고전 문학을 전공하고 국문학 석사를 받았다. 외부로 드러난 스펙(?)에 연연할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강사는 사실 흔하지가 않다.


그리고 위 사진의 아래에 깔려 있는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를 집필했는데 그동안 독학으로 어렵고 복잡한 교재들로 일본어를 공부해온 내게는 정말 눈과 귀와 입이 확 뚤리는 계기가 된 대단한 책이었다. (이 말이 형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직접 후지이 선생의 수업을 들어보면 된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책이 바로 지금 살펴보는 '일본어 필수 표현 무작정 따라하기'다. '990문장만 알면 말이 통한다.'는 광고 카피가 보이는데 '이런 카피야 어느 책에나 있는 것 아냐?'라고 무시해버릴 수도 있지만 이미 후지이 선생의 책으로 상당히 도움을 받은 나로서는 그냥 믿을 수밖에 없는 표현이다. 아마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로 공부해온 분들이라면 쉽게 공감이 갈지도 모르겠다.

책의 크기는 188x128mm이다. 서평에 왜 책의 크기를 적느냐면 이책은 휴대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치 외국에 여행을 갈 때 그 나라의 회화책 한 권정도는 가방에 넣어가듯이 이책 역시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언제든 필요한 상황에서 꺼내어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 책을 보며 외국인에게 말을 거는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 외국인으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얻을 수 있고 실제로 내가 겪어본 일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총4개의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마당마다 몇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어 상황에 맞는 공부를 하거나 바로 실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있다. 이 구성이 간단한 것 역시 장점인데 수 많은 상황들을 줄줄이 늘어 놓아 독자가 제대로 공부도 하기 전에 질리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첫째마당 일상생활에서 쓰는 표현 

둘째마당 여러 가지 상황에서 쓰는 표현

셋째마당 일본을 여행할 때 쓰는 표현

넷째마당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

후지이 선생은 듣기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강사인데 이책의 활용법 역시 듣기부터 시작한다. 책 말미에 CD부록이 있는데 책에서 다루고 있는 표현들을 담아두고 있다. "먼저 소리를 듣고 나서 책을 보면서 확인하고 다시 듣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공부 방법"이라고 그녀는 늘 강조하는데 이책 역시 같은 방법으로 활용하면 된다. 아마 이전에 무작정 따라하기 수업을 들었거나 책을 공부한 독자라면 왜 그녀가 이런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지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이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각 장에 실려있는 내용들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데 있다. 막연하게 실제로는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상황들로 가득 차 있는 다른 회화 서적들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점이다. 처음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를 공부할 때에는 '이거 책이 너무 가벼운게 아닌가?'라고도 생각했었다.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네 일상의 이야기로 책을 구성하고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인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실제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어 표현이 생각나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나를 보면서 꽤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마 반말로 배우는 일본어라는데 대한 거부감이 처음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기존의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의 초급 과정을 마쳤다면 이책으로 일상에서 반복 학습을 하며 표현들을 익히는 것이 좋다. 별도의 사전이 필요없을 정도로 세세하게 단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좌우면 대칭으로 왼쪽에는 일어 오른쪽에는 우리말을 배치하여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다.

공부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공부하고자 하는 장의 발음을 먼저 듣고 따라해본다. 그 다음에 글자를 보고 익힌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면 오른쪽의 우리말 번역을 보고 그 문장을 다시 일본어로 바꾸어본다. 그렇게 하나의 단원이 끝나면 회화 지문을 보고 어떤 식으로 위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지 적용해보면 된다.  오히려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과연 효과가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명 효과가 있다. 기존의 후지이 선생의 수업을 듣고 그 방식에 익숙해진 분이라면 좀 더 쉽고 빠르게 익숙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말 이책에 써 있는 말들을 무조건 따른다는 생각으로 부딪혀보기 바란다.

어지간해서는 외국어 공부에 특별한 기술이나 비법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워낙 후지이 선생의 강의 방식이나 교재의 덕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너무 칭찬 일색으로 글을 쓴 것 같아 조금 어색하기도 하지만 막연한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내가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일어 공부를 한번 해보기로 생각하고 있다면 속는 셈치고 따라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바로 이책을 구입해 일본어 공부를 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 기초가 전혀 없는 독자라면 가장 초보적인 교재인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를 먼저 학습하기를 권한다. 정말 듣기만 해도 말이 나온다. 내가 본 몇 안 되는 마법 같은 책이다.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내지가 조금 두껍고 광택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무게가 좀 나간다. 실용성이라는 면을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차라리 가벼운 종이를 써서 좀 더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없이 약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마음조차 알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하면 나는 지체없이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만큼 사람이 전부라는 말인데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한빛비즈에서 출간된 '마음의 암호에는 단서가 있다'라는 책이다. 마음을 암호라고 풀어둔 것이 제법 흥미가 간다. 아니 어쩌면 상당히 정확한 내용이다. 마음이란 그 자체가 암호화되어 있어서 풀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마음의 암호에 단서가 있다고 한다. 즉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다.

책은 전체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마음의 암호에는 반드시 단서가 있다

2장 그 사람은 당신을 위해 절로 움직일 것이다

3장 원하는 것을 순조롭게 얻는 기술

4장 누가 당신의 돈을 빼앗아 갔는가?

5장 사회의 틀을 넘나드는 기술

6장 관계의 가장 큰 기술은 사랑이다

처음 제목을 접하고 목차를 간단하게 훑어보았을 때는 여느 처세술 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당연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기를 원한다' 라던가 '추구하는 목표를 매일 종이에 위에 써라'던가 하는 식이다. 원저가 그런 것인지 출판사의 편집 방침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목차를 끌어내는 모양새를 보니 공격적인 처세술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같은 느낌이다. 하기야 그런 느낌이 아니면 요즘 같은 출판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없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제법 많은 것을 알려준다.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홀히 하고 있는 것. 마치 우리가 공기를 들여마시며 숨을 쉬고 있는 것과 같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들을 다시금 이야기한다. 왜 그럴까? 당연하다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강조하고 다시 풀어쓴다는 것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당연한 것을 이해하거나 실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말이 강조되는 사회는 도덕이 엉클어진 사회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주제들 역시 우리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전에 '생각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 역시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책이 잘 팔려나가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카렐의 공식'은 공식이라 부르기도 뭐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하나의 공식이 되어 있고 또 책에 소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이것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전반적인 책의 구성은 독자를 많이 배려하고 있는 느낌이다. 각 장별로 작은 사례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다. 그렇다보니 하나의 주제에 대한 페이지 분량은 많아야 2-3장이다. 바쁜 현대인을 위한 적절한 배려랄까? 각 주제의 구성은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고 그 사례 속에서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나아가 그 사례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식이다. 문체가 어렵지 않아 처세술이니 심리학이니 하는 거추장스런 수식어를 떼고 읽기에도 적당하다.

다만 자투리 시간에 읽기에 적당한 분량으로 구분한 것에 비해 책의 무게는 좀 나가는 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한 손으로 들고 읽기에는 무겁다. 이런 책들은 휴대를 위해 미니북이나 재생지 등으로 출간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류의 책들은 도서관이나 서재에 앉아 진득하게 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번역은 조금 딱딱한 편이다. 책의 구성이나 취지에 비해 번역자가 실제 사례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고 책의 성격과 디자인, 번역이 딱딱 잘 맞아들어가는 느낌은 들지 않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부분이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 지리산에 가본 적이 없다. 애초에 산행이라는 것을 그렇게 즐기지 않는데, 아마도 군 시절 산악 구보를 통해 지겨우리만큼 산을 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수 많은 산행 서적이 나와도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이혜영의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은 일단 제목부터 눈에 들어온다.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둘레를 걷는다'는 것이 제법 신선해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손에 드니 제법 묵직하다. 사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인쇄 품질을 고려해 종이를 쓰다보니 책이 무거워진 것 같다. 몇 장을 들춰보니 흔히 볼 수 있는 여행 서적과 다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마치 오래 전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같은 느낌이랄까 글씨들이 빼곡하게 지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니 여행 서적이면 좀 여유있게 편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읽어보기로 했고 얼마 후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월간지와 일간지 기자를 거친 까닭인지 문체가 참 정갈하다. 반면 한편에서 생각하면 어디 빈틈을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어 독자는 저자의 생각에 푹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문학 전공자답게 유려한 문체와 맛깔스러운 문장을 적어 가면서도 기자의 직업 정신이 몸에 익숙해서인지 배경 자료(지리, 설화, 교통편 등)가 제법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보통 요즘의 여행서들이 시각적인 데에 치중하거나 젊은 독자들을 끌기 위해 다소 파격적인 내용의 글을 적어나가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정통 여행 서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통 여행 서적은 다분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 지루함을 해소시키는 것은 온전히 저자의 필력에 달려 있는데 이혜영 씨는 그런 면에서 작가의 자질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어떤 지역을 안내하는 여행 도우미라는 느낌보다는 저자가 직접 그 길을 걷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저자의 느낌을 가감없이 적어 내려간 기행문에 가까운 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요즘은 오히려 이런 류의 책이 보다 독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분명히 여행 서적을 보기는 했는 데 책을 덮고 나면 뭘 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책들이 쏟아지는 요즘이니 말이다.

저자는 한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포인트' 장소를 지정해 그곳에 가보기를 권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느꼈건 그 감정을 독자들과 공유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왜 지리산을 찾아 그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둘레길을 걸었을까? 저자 자신이 밝히고 있듯이 "주변과의 넉넉한 교감을 권장하는, 또한 그럴 수밖에 없는 지리산길 걷기는 여행자와 여행자의 관계를 평등하게 조작했다."는 점이 아닐까.

산을 오르면 누군가는 위에 있고 누군가는 아래에 있지만 길을 걸으면 우리는 늘 같은 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신선한 책을 읽었다. 이헤영 작가의 감각을 다른 책을 통해 또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끝으로 책 뒷 장에 고이 담겨 있는 손수건은 저자의 유쾌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같다. 땀을 흘리며 자기가 걸어본 길을 똑같이 걸어보라고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제법 많은 준비들을 합니다. 그 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지도와 여행지 소개 책자이지요. 소개 책자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지역에 어떤 곳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곳을 제대로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지를 잘 묘사하고 있는 책이 좋습니다. 하지만 대개 책들이 조금 딱딱해서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이라는 조금은 긴 제목의 책입니다. 일본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돌아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막상 어디를 어떻게 가야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책을 들고 가기보다는 이미 일본 여행을 다녀 온 블로거들의 글들을 출력해가거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은 일단 철도 여행이라는 테마를 잡고 있는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도 참고가 될만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전체 페이지는 430페이지고 조금 무게가 나가서 들고 다니는데 부담이 약간 되기는 하지만 이 책에 길린 방법대로 철도를 따라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색다르게 일본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한 지역을 테마로 선정하고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과 음식점, 꼭 돌아봐야할 곳들과 주의사항을 시원시원하게 그려 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직접 체험한 상황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초행길(저자는 일본어를 전혀 모릅니다)의 여행자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해당 지역을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입니다.


저자가 열차를 이용해 다녀온 곳은 모두 24곳으로 한 달이라는 일정을 잡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가볍게 주말이나 휴가 등을 이용해 일본을 다녀오려고 생각할 경우에는 특정한 지역 한두 곳을 선정하고 이 책을 참조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해당 지역에서 놓치지 말고 봐야할 곳들에 대해서 직접 저자가 방문한 경험담을 담고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마 원작의 그림이 블로그 등에 올릴 것을 감안한 웹툰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인지 색상이 인쇄용 책으로 나왔을 때 제대로 살지 않는 점입니다. 뭐랄까 조금 어둡게 나왔다고 할까요. 상당히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저자의 느낌을 그대로 인쇄물이 살리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휴대를 감안한다면 표지를 유광 코팅 처리를 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혹 비라도 맞으면 책이 완전히 젖어 버릴 것 같네요.






뭔가 안 풀리면 성공기를 읽어라
경기가 어려울 수록 소위 '성공'의 타이틀을 붙인 책들이 많은 인기를 얻는다. 마치 처세술 관련 서적이 인기를 얻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 하겠다. 이번에 읽게 된 '26살, 도전의 증거'를 내가 선택하게 된 것은 '뻔하고 뻔한' 스토리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즉 '일단 마음을 먹고 도전을 했더니 역시나 잘 되더라 그러니 이렇게 해라'는 등 '공부가 제일 쉬웠고 과외 한 번 안 하고 교과서만 봤다'는 식의 책이라면 당장에 거부감이 들었을 텐데 '실력도 배짱도 없이 글로벌 기업을 이룬'이라는 카피에 일단 읽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야마구치 에리코는 일본의 글로벌 기업 중의 하나인 마더 하우스의 사장이다. 1981년 생이니 이제 스물 여덟이다. 하지만 그녀가 회사를 세운 것은 스물 여섯 살이 되던 때다. 우리네 상식으로는 26살의 젊은 아가씨가 회사를 차린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도 어쩌면 일률적인 교육 체계의 틀에 우리들이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뻔한 이야기가 아닌 쓰러지고 또 쓰러진 이야기
그녀가 그렇게 어린 나이에 회사를 차릴 수 있었던 것은 말 그대로 부딪히고 또 부딪힌 결과다. 소심하기 그지 없던 왕따 시절 그리고 왕따를 극복하기 위해 유도를 배우고 공고 출신이면서도 게이오 대학에 진학한 점이나국제기구에서 근무한 점 등은 얼핏 보기에는 대단한 성공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만히 그 과정을 돌이켜 보면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과 싸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도가 평생 내 것이 되지 못한다면, 내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그쪽으로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다. 모든 일이 그렇다.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저항 없이 걸어간다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 중에 가장 핵심은 바로 이 문장이 아닐까 한다. 젊은 나이에도 파란만장한 길을 걷게된 그녀의 인생의 바닥에는 이런 생각이 언제나 자리 잡고 있었고 항상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한 것이 그녀가 세상돠 부딪혀 살아가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가다보면 성취 이야기보다는 실패와 좌절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흔히 성공 신화에 나오는 멋드러진 묘사보다 펑펑 울었다는 말이 더 많이 나온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이 더 마음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창업 이후 개도국에 기여부분 묘사는 아쉬움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녀가 방글라데시를 가게 된 것이 무늬만 국제구호인 국제기구의 현실을 목격하고 직접 개도국에 찾아가 그들을 돕기 위함이었는데 책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부각은 많지 않은 점이다. 그리고 현재 그녀가 과연 방글라데시인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역시 아쉽다.

마더 하우스의 소개글을 보면 "発展途上国におけるアパレル製品及び雑貨の企画・生産・品質指導、同商品の先進国における販売"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마더하우스의 미션 즉 목표는 "途上国から世界に通用するブランドをつくる"다. 개도국으로부터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말인데 이러한 노력과 그 결과에 대한 소개가 적은 점은 못내 아쉽다. 아무튼  최근의 에리코 씨의 소식이 궁금한 분들은 그녀의 블로그에 올라오고 있는 글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무튼 뻔한 성공기들 사이에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칠전팔기 스토리여서 자신의 길을 찾지 못 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이나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제법 많은 호응을 얻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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