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란 어려운 것일까? 대부분 그렇게들 알고 있다. 아마도 숫자가 많이 등장하고 영어 약자라던가 그래프 같은 것들이 어쩐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지식은 쌓아둘 수록 재산이 된다. 저자가 누누히 강조하듯이 6개월 배워서 60년을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다.

이책은 우선 재밌다. 어려운 경제 상식책들과 달리 친근한(?) 반말이 책을 펼치는데 부담을 적게 한다. 게다가 만화가 등장한다. 먼나라 이웃나라처럼 처음부터 만화로 된 책은 아니고 설명이 조금 난해한 부분에 삽화 형식으로 들어가 있다. 500개의 경제상식을 다루고 있는데 단락단락에 번호가 매겨져 있지는 않다. 아마도 읽는 이의 부담을 적게 하려는 저자의 또 하나의 배려지 싶다.

책 뒷면에 보면 이책을 볼 수 있는 독자 레벨이라는 것이 보이는데 입문자를 약간 넘어선 단계다. 즉 그리 어렵지 않다는 말인데 내용을 읽어 보면 아주 쉬운 것은 또 아니다. 보통의 경제학 원론에 등장하는 많은 이론들을 우리나라의 실생활과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난이도는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가능한 많은 예제와 저자 특유의 말빨(?)로 이해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수험가에서 잔뼈가 굵은 까닭에 핵심을 잡아내고 그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데는 도가 튼 저자다. 이책 하나로 경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말고 일단 읽어보자. 생각보다 내용이 알차다는 것을 몇 페이지만 넘겨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실제 책 내용을 담아 봤는데 이런 형식으로 진행된다. 경제학에서 핵심적으로 다루어 지고 있는 주제들을 어지간해서는 다 다룬다. 책의 분량을 생각할 때 상당히 고농축된 내용이다. 그래서 한두 번 책을 읽어서는 온전히 소화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도서관에 앉아서 정독을 할 필요는 없다. 가독성이 좋기 때문에 생각나는 주제를 찾아 그 페이지를 읽어보면 된다.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이 궁금하다면 해당 페이지를 먼저 보면 된다. 환율이 궁금하면 그 페이지를 보면 된다. 전체적으로 큰 흐름을 가지고는 있지만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읽어도 좋을만큼 충실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다만 저자의 정치적인 성향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반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족하다. 그리고 그 비판적인 시각이 있어야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찾고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특이한 점은 단원이 끝나면 문제풀이가 등장한다는 점. 갑자기 왠 문제가 등장해서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안 풀어도 그만이다. 하지만 이전 페이지에서 저자가 설명한 내용들을 아주 간략하게 핵심만 집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페이지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면 왠지 아깝다.

그러면 수험용 서적으로 써도 좋을까? 책표지에는 시사도 취업시험도 문제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 두껍지도 않은 이책으로 가능할까? 내 생각으로 그리 부족해보이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거의 빠지는 주제가 없다. 제한된 지면에 압축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이책에서 벗어나는 내용은 나오지 않을 듯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경제학 시험을 이책으로 준비하는 건 무리다.하지만 어느 정도 세상 돌아가는 상황 그리고 그 이유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물론 상당히 많은 주제들을 압축해 다루고 있다는 장점이 한편에서는 단점도 될 수 있다. 설명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인데 그럴 때는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 보면 해당 부분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또는 저자의 다른 책인 '경제기사의 바다에 빠져라'는 책으로 보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책은 책에도 큼지막하게 써있듯이 '온국민 교양경제상식'을 다룬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라는 단어가 어렵다고 무작정 피하지 말고 저거도 내밥그릇은 챙기기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 보자.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6개월 배워서 60년을 쓸 지식이니까 말이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달리. 아마도 학창 시절 한두 번쯤은 들어본 이름일테다. 뭔가 이름이 특이해서 미술사조를 구분할 때 어렵지 않게 초현실주의라고 끼워 맞출 수 있었던 그 사람이다. 우리가 달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여기까지가 대부분이 아닐까 싶다. 흘러내리는 느낌의 시계 그림(기억의 영속성)까지 기억한다면 시험 대비를 열심히 한 축에 속하지 않을까?
 
살바도르 달리는 화가이면서 조각가이고 또 영화제작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의 표현 그대로 미치광이였다. 초현실주의를 하니 미칠 수도 있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그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그런 의식보다는 달리 본인 스스로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대로 자유롭게 그리고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그의 작품과 일상에서의 행동들이 일반인(?)들이 보기에 미친 것처럼 보였을테고 이 시크한 화가는 그런 반응을 오히려 즐기며 스스로를 미치광이 취급해 버린다.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인정해버리면 아무 문제가 없다. 남들이 미쳤다고 하니 그렇다고 대답해버리면 다른 이들도 할말이 없고 본인 스스로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미친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달리는 평생 이 미친 삶을 살았는데 피카소와 프로이트 같은 또 다른 미친 사람들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이책에는 그런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말 그대로 극도로 세속적이고 욕망을 감추지 않으며 세상의 신중함과 '~척하기'를 그대로 배척해버린 달리는 한창 나이에 이책 즉 자서전을 집필한다. 자서전을 미리 써 두면 그에 맞는 삶을 살 수있다는 이유인데 한편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일면 달리다운 생각이지 싶다. 총 3개의 파트 14개의 단락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원서를 보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문체 자체가 말 그대로 건방지고 솔직하다. 아무 거리낌이 없다.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면 그의 작품 또한 나오지 않았을테지만..

그러나 한 사람, 그의 평생의 사랑이었던 갈라에 대해서만큼은 유연하고 온화한 모습도 보인다. 당시 사람들은 갈라와 함께 있을 때의 달리는 마치 다른 사람같았다고 증언하는데 극도로 정신을 소모하는 일이 많았던 달리에게 유일하게 평온을 줄 수 있었던 (혹은 본인 스스로가 그렇다고 최면을 걸었던) 존재였기에 그런 행동과 생각이 가능했을듯 하다.

아무리 자서전이라고 해도 절정기의 시기에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아니 좀 더 강하게 들춰내어 공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후의 자신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인데 달리는 오히려 자신의 과거의 꿈, 정욕, 망상, 집착과 같은 감정들을 조금은 과장스럽게 그리고 자유롭게 묘사할 수 있었던 그의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아무리 스스로가 자신이 있어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달리의 작품들은 선뜻 와닿지는 않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혐오스럽게 느낄 수도 있는데 아마도 너무나 적나라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면에 감추어진 자기만의 비밀을 들추어낸 듯한 느낌. 그 느낌을 그의 작품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로이트 역시 그런 활동을 했었는데 그래서인지 두 사람에게는 극단적인 평가가 늘 뒷따르고 있다. 우선 달리의 작품들을 찾아보자. 

붙여진 제목과 잘 어울리지 않는 작품들이라고 생각되겠지만 가능한 많은 작품들을 보고난 후에 이책을 읽어보자. 왜 그가 그런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무엇보다 어떤 마음에서 그런 의도가 나왔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세상을 집어 삼키려는듯한 강렬한 그의 광기어린 작품들이 만들어진 이면에는 그의 책 첫머리에 적혀 있듯 "그의 야심은 과대망상적 광기처럼 멈출 줄 모르고 커져만 갔"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아무튼... 누군가 미쳤다면 그를 미치게 한 이유가 있을테다. 무작정 미친 사람이라고 등을 돌리기 전에 그 이유를 들어본다면 그의 광기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책은 스스로 미쳤다고 공언한 달리의 삶과 사랑과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비록 그 문체 역시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말이다.

책의 내용과 별도로 책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면 책의 판형이 조금 애매해 한손으로 들고 읽기는 어려운 편이다. 책의 분량(457페이지)이 제법 되기 때문에 어려운 면도 있지만 가로가 긴 모양이라 두손으로 받쳐 들고 읽어야 한다. 아쉬운 점은 뭐랄까 초현실주의의 대가인 달리의 책이라는 점에 너무 얽매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보통의 다른 책들과 다른 디자인과 내부 구성이다. 표지를 거의 통째로 접어 버린 책날개는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들고 읽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달리의 책이기 때문에 디자인 역시 초현실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형식적인(약간은 어설픈)면에 치우쳐진 느낌이 강해 오히려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됐다. 달리에 대한 소개글을 가로로 보게 한 것은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




오랜만에 접하는 따뜻한 느낌의 책이다. 글만 떼어놓아도 수필집으로 적당하고 사진만 떼어놓아도 사진집으로 적당하다. 적당한 글과 사진이 책장을 쉬이 넘기게 해 주는 책이다. 

인도라는 곳은 우리에게 어쩌면 막연한 동경의 대상인지도 모르겠다. 인도의 삶과 철학을 주제로 한 여러 미디어들이 있어서겠지만 한 번쯤은 가 보고 싶다고 느끼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사진작가 고빈이 부러운 점은 무엇보다 인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점 그리고 그네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사각의 공간에 담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진이 참 편안한 느낌인데 주로 아이들 사진이 많다. 아이들은 꾸밈이 없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 그 모습이 인간의 아니 모든 생명체의 본연의 모습인데 그 모습을 참 예쁘게 담아내고 있다.


사진은 그 사진을 찍는 순간 완성된다. 내가 사진에 대한 의견을 바꾼 것인데 이 문장을 읽고 나와는 다른 의견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은 같은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과거의 기억을 찍듯이 현재를 찍는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셔터버튼을 누르는 순간 날려 버리는 것이다. 작가의 개인사를 알 길은 없지만 작가 역시 삶에 대한 나름대로의 많은 고민과 여정이 있지 않았나 싶다. 


책의 구성은 괜찮다. 조금 긴 산문(작가의 여행기)을 처음에 싣고 페이지마다 작은 제목과 짧은 글 그리고 사진을 담고 있다. 딱히 처음부터 읽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넘겨 보아도 좋을 그런 구성인데 이점이 꽤나 마음에 든다.

작가의 글이 죽죽 늘어지지 않고 짧고 간결하게 전달하고 싶은 말만 적고 있는 점도 강한 인상을 준다. 사진에 대한 설명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독자들에게 해가 된다. 기행문 부분의 글은 조금 아쉬운 데 뭐랄까..작가만의 고유한 여행에 대한 느낌의 기록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어느 작가의 문체를 따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기만의 색이 담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책장을 넘기며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역시 인도는 언젠가는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작가의 생각이 전달이 잘 된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을 찾아가보는 것도 그리고 그곳에서도 충분히 이런 글과 사진을 담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의 여행이 그래도 좀 더 매력적이다.

종이가 잉크를 잘 먹는 탓에 사진들이 전반적으로 어둡게 나온 점은 아쉬웠다. 작가의 느낌을 담은 사진을 좀 더 독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그럼에도 종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냄새는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디지털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휴식 같은 느낌..바로 그 느낌이다.

밝게 웃는 아이들과 동물들의 모습 그걸로 충분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순종. 만약 학생들에게 순종을 아느냐고 물으면 '태정태세'로 시작하는 조선 왕조 왕들의 호칭 중에 마지막에 있는 왕이라는 정도일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TV드라마였던 마이프린세스가 생각이 날까? 만약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 성인들을 대상으로 순종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묻는다면 이름만 들어봤다는 이도 찾기가 쉽지 않을 것같다.

조선 왕조의 마지막 왕인 순종. 고종까지는 역사책에서도 비교적 다루는 양이 있어 어느 정도 아는 이들이 있지만 순종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 다루는 양이 적다. 그러나 순종의 제위기에 안중근 의사의 의거가 있었고 한일합방조약이 있었다. 이토 히로부미와 이완용이 등장하고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맥이 끊긴 시기임에도 당시의 왕인 순종에 대한 인지도는 왜 이렇게 낮을까. 우리가 또 잘 아는 6.10 만세 운동도 다름아닌 순종의 장례식에 열렸음에도 말이다. 

내 생각으로는 후세에 순종을 그저 무능력한 왕(혹은 순종은 강제로 즉위한 것이므로 아예 그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견들)으로 인식해 제대로 조명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일본의 계획적인 역사 지우기가 결합되어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국가 차원에서 봐도 순종과 그 이후의 왕족에 대한 관심은 극히 미미하다. 나라를 잃어 버린 마지막 왕과 왕손들을 기억하기조차 싫었던 것일까..그러나 그 시대 역시 엄연한 우리의 역사인데...

결국 마지막 왕과 그 후손들에 대한 관심은 언론이나 작가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발간된 '길 위의 황제'는 다름 아닌 순종 그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책은 제목보다 지은이가 익숙하다. 바로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으로 유명세를 탄 박영규 작가다. 물론 이 '한 권으로...' 시리즈에 대해서 혹평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찌되었건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아무튼..'길 위의 황제'는 주변의 강압에 못 이긴 순종이 일본을 억지로 방문하게된 열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워낙 파란만장한 시기였던 대한제국 말기라는 시기에 순종의 일본 방문을 주제로 잡아낸 것은 제법 신선하다. 아마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작가의 의도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순종의 입을 빌어 책은 전개가 되고 있는데 왕의 말투를 의식해서일까 술술 넘어가는 느낌보다는 낯선 느낌을 받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바로 얼마 전의 우리나라의 일이었음에도 마치 외국의 어느 누군가를 훔쳐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만큼 순종이 우리에게 낯선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아마도 이런 문장 형식 때문에 소설의 형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의 느낌은 적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 가는 동안(비록 소설일지라도) 대한제국의 최후의 시기에 그리고 우리의 주권이 일본으로 넘어가던 시기의 분위기를 잘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의 왕이었던 순종의 눈과 귀와 입을 통해 그 상황을 접하게 되다 보니 왠지 모를 억울함이 분노가 통탄함이 느껴졌다.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묘사해낸 작가의 필력덕분이겠지만 책을 읽어 가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순종을 조선의 마지막 임금으로 보건 그렇지 않건 그가 비운의 인물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시대에 조선의 왕조가 맥이 끊겼고 대한제국의 황조가 멸망을 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쓰여졌고 어느 정도 작가의 감정(머리말에도 있듯이 순종을 기피하는 이들이 그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란다는)이 개입되다보니 순종의 비극성은 한층 더 해진 감이 있지만 오히려 소실이라는 형식을 빌어 작가 입장에서는 조금은 강하게 그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그렇게라도 작가는 순종을 우리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히트곡 모음집은 잘 구입하는 편이 아니다. 뭐랄까 다분히 상술이라는 느낌도 강하고 히트곡이라는 것이 전체적인 대중의 취향이지 내가 원하는 곡들을 적절하게 배합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종이에 좋아하는 팝송을 적어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듣던 그 시절의 기억이 생생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최근에 구입한 베스트 앨범이 ZARD였으니 베스트 앨범에 대한 나의 편견은 제법 오래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한 장의 베스트 앨범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Westlife"이기 때문이다. 웨스트라이프라는 그룹의 이름은 모를 수도 있지만 그들이 부른 노래는 아마 어지간해서는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하다. 그만큼 대중적이면서도 사람들의 가슴에 진한 인상을 남겨온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된 웨스트라이프의 마지막 공식 앨범이 지금 내 손에 있다.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으니 이후에도 멤버 각각의 음반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웨스트라이프라는 이름이 붙은 앨범이 이 앨범이 마지막이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큰 앨범이다. 


웨스트라이프는 1999년에 첫 앨범을 냈다. 98년에 결성된 이래 발매한 첫 앨범이 UK앨범 차트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 했고 두 번째 앨범 "Coast to Coast"이후 항상 1위 아니면 상위 랭크에 앨범을 올릴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다. 웨스트라이프의 노래들은 뭐랄까 팍팍 튀는 맛보다는 잔잔함이 돋보이고 자극적이고 격정적인 가사보다는 차분하고 여유있는 느낌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를 모은 My Love와 같은 곡이 웨스트라이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번 베스트 앨범은 총 18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4편의 기존 인기곡과 4편의 신곡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007년이 웨스트라이프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9번째 앨범인 "Back Home"이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고 이후 앨범들은 한 단계씩 순위가 하락했고 싱글 역시 2007년 "Home"이 차트 3위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순위야 어쨌건 웨스트라이프의 잔잔하고도 감미로운 음색에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 이는 별로 없지 않을까..근래 들어서는 광고 배경 음악으로 많이 우리 귓가를 스쳤던 'You Raise Me Up'이 웨스트라이프의 그런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킨다


앨범의 시작은 데뷔 싱글인 'Swear It Again'이다. 그리고 마지막 곡은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Last Mile Of The Way'이다. 기획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18곡의 곡들이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웨스트라이프가 이제까지 살아온 역사일 수도 있고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역사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래 전곡 리스트를 보면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가?

 01. Swear It Again
 02. If I Let You Go
 03. Flying Without Wings
 04. I Have A Dream
 05. Against All Odds
 06. My Love
 07. Uptown Girl
 08. Queen Of My Heart
 09. World Of Our Own
 10. Mandy
 11. You Raise Me Up
 12. Home
 13. What About Now
 14. Safe
 15. Lighthouse 
 16. Beautiful World 
 17. Wide Open 
 18. Last Mile Of The Way 

 
기존의 14곡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을 듯해 새로 만들어진 4곡의 곡들인 'Lighthouse', 'Beautiful World', 'Wide Open', 'Last Mile Of The Way'를 먼저 들어보았다. 

'Lighthouse'는 올해 발매된 싱글이기도 한데 늦은 밤에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한 느낌의 곡으로 보컬이 두드러진 차분한 발라드곡이다. 반복되는 하이라이트 부분은 몇 번만 들으면 곧 입에 붙을 듯한 느낌이 든다. 이전의 웨스트라이프 풍이라면 대충 감이 올지 모르겠는데 기존의 곡들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러면서도 투명한 보컬이 강조된 곡이다.

''Beautiful World'는 4곡의 신곡 중 가장 빠른 템포를 가지고 있는 곡이다. 4곡 중에서라는 것이지 다른 빠른 곡들에 비할 바는 물론 아니다. 웨스트라이프의 음악 성향에서 볼 때 다소 빠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약간 높은 보컬로 분위기를 시작해서 점점 리듬이 강해지는 흐름을 탄다. 하이라이트는 상당히 고음 영역에서 듣는 이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Wide Open'은 가장 강한 보컬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곡인데 전반적인 곡의 느낌은 역시 발라드다. ''Beautiful World'와 같이 보컬로 시작되며 배경에 잔잔히 깔리는 피아노 음이 톡톡 튄다. 보컬이 강하다는 느낌은 뭐랄까 감정이 강하게 실려 있다는 표현이면 쉽게 공감이 가지 않을까 싶다. 다만 기존의 웨스트라이프 스타일에 익숙한 이라면 조금은 어색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인기 그룹인 A-Ha의 느낌도 없지 않다.

 'Last Mile Of The Way'는 이 앨범의 마지막 곡인데 뭐랄까 마지막 앨범이자 마지막 곡으로서의 느낌을 살리려한 느낌이 강하다. 느린 듯하면서도 여운이 강한 곡인데 웨스트라이프의 해체와 연결지어 듣다보니 어쩐지 쓸쓸한 느낌마저 든다. 이곡을 들으면서 가사집 안의 웨스트라이프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씩 들여다보자니 참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싶은 생각도 든다. Last Mile Of The Way.... 

14년 전 아직은 어린 티가 남아 있는 얼굴로 세상을 흔들었던 청년들이 이제는 한껏 성숙한 아저씨들이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웨스트라이프는 우리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 주고 있다. 

사실 여기까지 이번 앨범에 대한 글을 적을까 했지만 끝으로 이곡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다. 수 많은 웨스트라이프 팬들이 오늘도 세계 어디선가 듣고 있을 곡이자 우울한 날에 들어도 혹은 가장 사랑스러운 날에 들어도 언제나 마음 속에 깊이 간직되는 "My Love"다. 아래 덧붙임에 적어둔 유튜브의 웨스트라이프 공식 페이지 방문을 잊지 말자.



덧붙임.
 


 해체 발표 이후 수 많은 팬들로 북적이는 공식 홈페이지: http://www.westlife.com

 웨스트라이프의 모든 기억들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유튜브 페이지 : http://www.youtube.com/West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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