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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처음 잡았을 때부터 늘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내 동경의 대상이었다. 사진집과 동영상은 물론이고 각종 전문 서적까지 구할 수 있는만큼 구해서 보고 읽어 나갔고 지금도 여전하다. 마치 스토킹을 하듯 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작가들을 따라다녔다. 할 수만 있다면 그들처럼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멋진 사진들을 찍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만 벌써 수십 년은 된 듯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이 모두 다 내 관심을 끈 것은 아니다. 내가 특히 눈을 떼지 못하는 분야는 바로 사람이다. 물론 인물만을 전문적으로 찍어 온 유수한 작가들이 많이 있지만 내가 유난히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인물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전 세계의 모든 인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양각색의 인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 그만큼의 많은 문화가 드러나고 그 많은 문화 속에서도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같은 것이라는 것을 사진은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사진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를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인물 사진 한 컷을 통해 인간의 오욕칠정을 모두 다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굉장한 매력이다. 한 장에 이미지 안에 드러난 삶에 대한 욕망과 좌절, 희망과 절망을 느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한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내가 스냅촬영을 좋아하는 것도 다분히 이런 면을 담아내고 싶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정형적인 모델 촬영은 영 취향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사진 한 장에 인간의 감정을 담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짧은 찰나의 순간에 마치 신이 된 듯한 자세로 피사체가 된 사람의 모든 것을 읽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많은 사진 작가들이 인물 사진을 찍기 위해 대상이 되는 사람과 혹은 사람들과 제법 오랜 시간을 같이 생활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 마당에 타인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이고 작가들의 고충은 계속되는 것이다.

아무튼 사진의 많은 영역 중에 인물 사진은 가장 접하기 쉬우면서도 가장 이해하고 제대로 찍기 어려운 영역이 아닌가 한다. 특히 그냥 봐서 좋은 사진이 아닌 감정을 읽어내고 그 속에 나 스스로를 몰입시킬 수 있는 사진을 만드는 작업은 평생에 걸쳐도 몇 컷 건지기 힘든 일이라 생각된다.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로 사진이 참 평범해진 요즘이지만 그만큼 좋은 사진의 수는 갈 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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