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태백산행을 했었지요. 겨울 산행을 가기는 군대 이후로 처음이고 산행 자체에 대한 개념도 없던 시절이라(한여름에 청바지 입고 대청봉에 오를 정도의 상식 수준) 집에 있는 두꺼운 옷들 몇 가지 주섬주섬 끼어 입고 올라갔었습니다. 아마 지금 겨울 태백을 다시 가라고 하면 늘어난 지식(?)만큼 장비도 늘어나겠지요.

겨울산은 다른 계절과 달라 역시 보이는 것이 눈이고 하늘입니다. 흰색과 파란색이 절정을 이루는 그런 계절이 겨울이 아닌가 싶고 그래서 겨울이면 눈맞은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아니 이번 겨울에 겨울산행을 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일단 아이젠을 하나 장만하기는 했으니 어딘가 가긴 하겠지만 그게 태백산이 될지 아니면 이전의 둘레길의 연장일지는 단정짓기가 애매한 요즘입니다. 몸살로 며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보니 어딜 간다는게 막막해지기도 하는 탓도 있고 나름 외로움을 잘 타는지라 혼자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묘한 거부감 비슷한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가능하다면 태백은 한 번 더 가 보고 싶은 곳이네요. 새벽같이 일어나 서울을 출발하면 어찌어찌 당일 코스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시간이 없어 어디를 가지 못 한다는 것은 핑계지요. 그만큼 절실하지 않다는 말일 뿐입니다. 뭔가 절실하면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겠지요. 이번 겨울에 얼마나 제 마음이 산으로 들로 향하는지 저도 지켜볼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사연도 많은 11월도 이제 종반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어떻게 잘 들 보내고 계신지요? 


Nikon D300, AF-S DX NIKKOR 35mm f1.8G, HDR


헤어짐을 겪게 되면 아쉬움과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개 그 아쉬운 감정에 좀 더 마음을 많이 두곤 한다. 하지만 헤어짐 이전에 만남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자. 소중한 인연인 그 만남이 있었고 덕분에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애초에 그 만남이 없었다면 잠시나마 그런 행복을 느낄 여유도 가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자. 만남은 물론 이별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별이 두려워 만남을 머뭇거릴 필요는 없다. 헤어진 후 느낄 허전함에 지레 겁먹는 것은 그 사람과의 인연의 가치를 떨어뜨려 버릴 뿐이다.

만나는 동안 행복했고 그 사람이 있었기에 미소지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짧은 인생에 그런 기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감사하자. 그리고 그 추억을 위해서라도 떠난 그 사람을 아쉬워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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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이글은 지난 2006년도에 썼던 글이네요. 2006년도면 연애도 하지 않을 때인데 이런 글을 왜 썼는지... 아무튼 블로그 레이아웃을 변경하면서 사진들 크기를 수정할 필요가 있어 사진 카테고리의 글들만 조금씩 손 보고 있고 이곳에 올리지 않았던 원본 파일들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첫번째 글이 이별 이야기라 조금 민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원글이니 내용을 바꿀 수도 없고 해서 일단 그대로 복원(?)을 해봅니다.

콘탁스 기종은 처음에는 칼 차이즈의 T*코팅에 반해 사용을 했었는데 이후에는 흑백의 진득함에 많이 끌렸었죠. 지금은 사라진 메이커가 되어 아쉬움이 더 큽니다만... 칼 차이즈의 흑백과 라이카의 흑백은 그 느낌이 제법 다른데.. 이후 복원 포스팅을 보시면 아마 한눈에 구별이 되시리라 생각이 되네요.

사진들이 원판 필름을 스캔한 것이라 요즘처럼 보정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아마 메이커나 필름의 고유의 색감을 파악해보는 재미도 쏠쏠하지 싶네요. 아무튼.. 필름 카메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 참 아쉽습니다. 충무로 사진 골목에서 방황하던 그 시절이 문득 너무나 그리워 집니다.

<덧> 그러고보니 언젠가부터 글의 제목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Contax Aria, Distagon 35mm f/2.8, Fuji Reala, LS-40


우리네 삶은 뭔가 대단해보이지만 어느 누구의 삶도 자연의 순환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언젠가 과학기술이 아주 발전해 순리를 거스르는 때가 오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이글을 쓰고 읽는 이들에게는 해당은 없겠지 싶다. 

인류의 역사는 우주 아니 지구의 역사에 비해서 보잘 것없이 짧고.. 인간의 삶이라 해도 고작 100년을 버티기조차 힘든데 우리네들은 그 짧은 시간동안 무엇을 그리고 욕망할까.. 특히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욕망.. 

참 속물적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누구도 이 욕망 앞에서 자유롭지는 않겠지 싶다.

그 대상이 물질적이건 정신적이건 인간은 무엇인가를 더 자신의 손 안에 넣고 싶어 한다. 손 안에 넣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될지언정 일단 손으로 그것을 잡아 내것으로 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 어느 생물보다 강하다. 

반면 자연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딱 균형이 유지될 정도만 바란다.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인 인간은 왜 그리도 바라는 것이 많을까..

당장 나 스스로도 그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다. 역시 정신적인 것이건 물질적인 것이건 말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솔로몬의 독백을 '당신은 다 가져봤으니 하는 말 아니오'라고 비난하며 '나도 일단 그렇게 가져보기라도 했으면 좋겠군요'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가진다는 것. 소유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생각이 많은 것도 병이다. 생각 역시 소유하려는 욕망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조차 버리는.. 그런 연습을 해야 한다.


Nikon F5, AF-S Nikkor ED 17-35mm f/2.8D, LS-40, HDR Converted


류시화 시인의 신작 시집인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의 첫번째 시를 읽다가 한 줄에 눈이 멎었다. 

'이미 떠나간 것과 작별하는 법을 배웠지'

나는 이 행을 읽고 또 읽는다. 시인은 절반의 생을 길에서 보내며 비로소 떠나간 것과 작별하는 법을 배웠다한다.

나 스스로 이별을 결심하고 나 스스로 떠나왔음에도 나는 아직 작별하는 법을 배우지는 못 했다.

아니 작별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이별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이별의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사물일 수도 있고 혹은 어떤 생각이나 가치 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이미 그 대상을 떠났다고 확신하면서도 마음 어느 한 구석엔가는 그 대상의 흔적들을 꼬깃꼬깃 접어놓고 있었다.

그것을 미련이라 부르건 혹은 그 대상에 보낸 내 마음의 일부라고 부르건 상관없다. 

그저 나는 그것들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동안 들인 마음이 아까워서 그동안 보낸 시간이 아까워서 그저 내 이기심에 붙들어두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미 떠나간 것들과 작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에 대한 대답은 나 역시 시인처럼 길 위에서 찾아야할지도 모르겠다.

그 대답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면 세상의 모든 이별이 아플리가 없으니 말이다.



세상에 그 사람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을 줄 알았지요. 내 삶이 아닌 우리로서의 삶. 그와 내가 말 그대로 하나가 되어 세상을 함께 바라보고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만나기까지의 과정, 만난 후의 삶의 모습들이 참 특별하다 생각을 했었고 그런 소중함을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같이 끌어안고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한 우리의 만남과 우리의 일상은 사실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었지요. 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인데 세상과 우리를 나누어 생각한게 가장 큰 실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전혀 특별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을 세상에 비춰보고서야 우리의 길이 서로 엇갈려있음을 그리고 둘의 길이 영원한 평행선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 감정만으로 세상을 넘어서고 아니 넘어서지 못하더라도 세상을 함께 끌어안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지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그녀도 나도 이미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남은 우연처럼 혹은 기적처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다가오지만 헤어짐은 그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이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먼저 이별을 이야기할 것도 없이 다른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별이라는 단어는 안녕이라는 말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순간마다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미 알고 있던 사실도 그것이 현실화되면 감정의 폭풍에 휘말릴 수밖에 없습니다. 헤어진 이후에는 늘 좋은 기억과 행복했던 추억들이 먼저 떠오르게 되니까요.. 

그리고 이제 혼자 걸어야 하는 길을 바라봅니다. 조금씩 걸음을 걸어보기도 하면서 이길이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이구나..나 혼자 걸어야 하는 길이구나..하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까지.. 그러니까 함께 걷던 그리고 함께 걸어갈 수 있었던 길과 전혀 다른 길이기에 처음에는 제법 낯설고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그렇지만 걸어가야겠지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록 그 사람에 대한 기억과 추억과..그리고 둘이 함께한 기억, 둘이 함께 할 미래와 멀어지지만 그래도 걸어가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 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걸어가야 할 나의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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