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보다보면 예고편 하나가 눈길을 제법 끈다. 송승헌 주연의 드라마인데 이번에 새롭게 월화드라마로 다음 주부터 시작할 모양이다. 예고편을 죽 보다보니 제법 액션도 있고 배역도 나름 화려하게 꾸민 듯해서 관심있게 봤는데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제목이 '에덴의 동쪽'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꽤나 난감할 수밖에 없었는데 스타인 벡의 소설이자 제임스 딘 주연의 'East of Eden'의 우리말 번역이 아닌가...

위키에서 소개하는 스타인 벡의 원작

IMDb로 보는 에덴의 동쪽 (1955)

그리고 다음은 다음 주에 시작하는 에덴의 동쪽 예고편

만약 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스타인 벡의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면 MBC창사 47주년 기념 특별기획인 50부 대작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게 한 두편만 보면 대충의 줄거리를 추측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뚜렷한 구도가 나오지 않아 뭐라고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미 많은 이들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는 제목을 정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 소설과 영화에 도전을 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소위 묻어가기식으로 일단 초기의 관심을 받아보자는 의도인지 초반 몇 화를 보면 대략적인 이유는 드러나리라 생각이 된다.

아무튼 의도야 어쨌건 제목에서 느끼는 조금의 부담이 드라마에 대한 첫인상을 그리 좋게 하지 못할 무렵 발견한 이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연희다.

조금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연희는 적어도 내눈에는 단군 이래 한반도에서 태어난 여성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다. 물론 아직 내눈에 다른 인물이 보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연예인으로 범위를 한정해 보면 이 아가씨만한 인물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디가서 이런 말을 하면 나이 들어서 청승이네, 범죄네 하는 반응이 나오지만...

어쨌거나...송승헌이 돌아오고 제작비가 수백 억원이 쓰이고 제목이 뭔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잊게 하고 "야, 볼만하지 않겠어?"라는 생각이 들게한 것을 보면 그녀의 매력이 대단하기는 하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작가나 철학자를 골라보라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분위기 혹은 감상이 어느 정도 느껴진다. 어떤 작가나 철학자의 필체나 사상에 공감이 간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 그와 어느 정도 일체감이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저자들을 통해 현재의 내가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해소한다. 그리고 그네들의 삶의 궤적과 사상의 흐름을 바라보며 때로는 내가 작가가 되어 그 시대를 그 시간을 살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이 내가 되어 현재 나의 삶의 그림자를 따라오도록 하기도 한다.

기형도, 짧은 삶동안 그가 남긴 시작들은 어느 하나 처절하지 않은 것이 없고 그의 시들을 읽노라면 가슴 한 구석이 왜 그리도 시리고 아픈지 모르겠다. 죽음조차도 그다웠다고나 할까. 물론 그의 시작들이 밝은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받아들이고 나를 대신해주기 바랐던 그는 철저하게 외롭고 우울한 시인이었다. 눈이 아닌 마음이 먼저 읽을 수 있는 시를 썼던 시인.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지금도 가장 자주 회자되는 기형도의 마지막 시작인 빈집(1989)은 읽는 이의 시점에 따라 독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 시 한 편으로 인해 나 역시 내가 처한 지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렇게 내 내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와 움츠러진 내 영혼을 밖으로 끄집어낸 그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문학의 힘이란 얼마나 위대한가..

그리고 랭보

나는 차라리 이 시인을 만나지 않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가뜩이나 비관에 익숙해진 내게 랭보 그리고 니체가 준 영향은 아주 확고했으니 말이다. 기형도가 조금은 완곡한 어조로 감정을 풀어냈다면 랭보는 말 그대로 생각나는대로 내뱉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뱉은 시구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는 얼음비수처럼 그대로 박혀버렸다. 지극히도 이기적인 이 시인은 20대가 되기 전에 자기 할 말을 다 해버리고 아프리카로 떠나버렸다. 기형도와 랭보 두 사람은 특히나 겨울에 어울리는 시인이다. 황량함, 쓸쓸함, 그리고 고독과 따스함에 대한 욕망...

아, 나는 이제 인생에 아무런 미련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나의 삶 자체가 매우 피곤한 것이었고
또 그렇게 사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하루 하루가 피곤의 연속이며 기후 또한 참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우스꽝스러우리 만큼
격렬한 슬픔에 빠진다 할지라도
스스로 생명을 단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도 평생을 살아가면서 몇년 쯤의
참된 규칙을 가져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 단 한 번으로 끝난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사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라르에서 쓴 랭보의 편지 중에 보이는 이 문장은 제법 많은 젊은 회의주의자들의 환영을 받았지싶고 나 역시 이 문장에 꽤나 공감한다. 다만 철저하게 인생에게 내침을 당하면서도 그래도 삶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 부분에는 그다지 찬성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보통 기형도와 보들레르의 시적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보들레르와 랭보를 묶어서는 별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내 문학적인 지식이 짧아 전자보다는 후자가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여전히 기형도는 랭보에 좀 더 가깝다. 물론 보들레르의 문학적인 맥을 이었다는 관점이라면 그 둘은 이미 같은 스승을 두고 있는 것이겠지만...


잘 가거라, 언제나 마른 손으로 악수를 청하던 그대여 
밤 세워 호루라기 부는 세상 어느 위치에선가 용감한 꿈 꾸며 
살아있을 그대. 
잘가거라 약기운으로 붉게 얇은 등을 축축이 적시던 헝겊같은 
달빛이여. 초침 부러진 어느 젊은 여름밤이여.
 

기형도 <비가2 - 붉은 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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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경계,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르는 작품이죠.

원작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이곳을 참조하시면 되고요. 개인적으로는 제법 재밌게 읽은 작품인데

이번에 극장판 5장이 새롭게 선 보입니다. 가능하다면 원작을 읽어보시고 보는 편이 나을 듯하군요.

제법 심난한 구조와 세계관을 담고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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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now, the end is near.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My friend, I'll say it clear.
I'll state my case of which I'm certain.

I've lived a life that's full.
I've traveled each and every highway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Regrets, I've had a few;
But then again, too few to mention.
I did what I had to do
And saw it through without exemption.

I planned each charted course.
Each careful step along the byway,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Yes, there were times,
I'm sure you knew
When I bit off more than I could chew.
But through it all,
when there was doubt,
I ate it up and spit it out.
I faced it all and I stood tall
And did it my way!

I've loved, I've laughed and cried.
I've had my fill my share of losing.
And now, as tears subside,
I find it all so amusing.

To think I did all that;
And may I say, not in a shy way,
"No, oh no, not me, I did it my way"

For what is a man,
what has he got?
If not himself, then he has naught.
To say the things he truly feels
And not the words of one who kneels.

The record shows I took the blows
And did it my way!
Yes, it was my way...


조금은 다른 버전의 마이웨이. 요즘 많이 알려진 C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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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사이에 원주를 두 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참 오랜만에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와 음악들이 들리는 동안 새삼스레 참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참 오랜만에 느끼는 평화랄까..

그러던 중 잊고 있던 곡이 스피커에 울려퍼졌다.

얼마 만에 다시 듣는 곡이던지...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을 따라 흥얼거리다 보니

나도 모르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직도 감성이 남아 있었나보다...

이곡의 제목은 애니..지만 애니라는 이름은 노래 중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존 덴버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그 사람을 위한 곡이다.



잊고 있던 내 감정을 되살린 곡...어느 단어 하나 놓칠 수 없는 곡이다..

You fill up my senses
Like a night in a forest
Like the mountains in springtime
Like a walk in the rain
Like a storm in the desert
Like a sleepy blue ocean
You fill up my senses
Come fill me again

Come let me love you
Let me give my life to you
Let me drown in your laughter
Let me die in your arms
Let me lay down beside you
Let me always be with you
Come let me love you
Come love me again

You fill up my senses
Like a night in a forest
Like the mountains in springtime
Like a walk in the rain
Like a storm in the desert
Like a sleepy blue ocean
You fill up my senses
Come fill m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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