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것에 직면했을 때 어떤 모습을 취할 수 있을까 꽤나 궁금하다. 죽음을 실제로 접해본 이후에는 사실 그 느낌을 알 수 없기에 어쩌면 이는 미지의 것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보통의 경우라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이고 많은 경우 죽음에 접해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근본적으로 생명을 가진 존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데 전적으로 내 기준에서 보자면 그 이유를 잘 알 수가 없다. 죽는다는 것이 왜 두려운 것일까...

신이 생명을 창조할 때 가능하다면 공들여 만들어 놓은 피조물이 사라져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고통이라는 것을 부여한 것이 아닐까?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은 그 신체에 위해가 가해지면 통증을 느낀다. 그 통증이 극에 달하면 죽음에 이르는 데 죽음 자체가 두렵다기보다는 그 전까지의 고통이 차라리 거슬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아무런 고통이 없이 죽을 수 있다면 그렇게 죽음 자체를 두려워할 일도 아닌 셈이다.

인간들이 생에 미련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도 참 각자마다 워낙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기에 딱 부러지게 이런 이유 때문에 생에 미련을 가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존재의 상실인 죽음은 보편적으로는 피하고 싶고 두려운 대상이지만 정신적으로 혹은 이념이나 사상적으로 어느 한계를 넘게 되면 죽음이란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런 점은 특히 제국주의 국가 더 거슬러 올라가 왕권신수주의 하의 국가 체제에서 두드러지는 데 아무 거리낌 없이 다른 사람(전제군주 등)을 위해 혹은 이상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일들이 오히려 명예스럽게 비치기까지 하니 죽음이라는 물리적인 단절에 대해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는 역시 정신적인 면에 많이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신념을 위해 혹은 자기가 모시는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일이 극히 줄었지만 아직도 아랍권 국가의 종교적 혹은 이념적인 자살이나 일본의 명예를 위한 할복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시대의 흐름과 죽음과는 큰 연관성은 없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갑자기 뜬금없이 죽음에 대해 나름대로 복잡한 글을 쓰는 이유는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살아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내일이 당연히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 범인들에게 죽음이란 먼 훗날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생명이 존재하는 한 죽음이란 언제나 곁에 머물고 있는 그림자라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적는 것일 뿐이다.

어린 시절 그리고 어느 정도 철이 든 시점에서도 난 죽음을 먼 이야기로 느껴본 적이 없다. 우스갯소리로 ‘난 40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라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어느 새 그 시간이 가까워오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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