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erbin의 Rose Cyclamen입니다. Cyclamen은 우리말로도 딱히 없는 듯 합니다.


이 잉크의 특징은 cyclamen의 보라빛에 붉은 색이 혼합되어 있는 것으로 흔히 레드 바이올렛이라고 부르는 잉크입니다.



팔콘에서도 이 정도로 번집니다.

흐름이 아주 좋은 M닙 정도의 펜으로 쓴 글을 붉은 조명 아래에 놓고 보면 제법 운치도 있을 것같습니다.

제 펜들은 모두 EF라 그런 운치는 보여드리지 못하네요 ^^



팔콘닙의 특성상 약간의 굴곡이라도 있으면 여지없이 닙이 벌어지기 때문에 영문에서 보다 제 색을 잘 알 수 있습니다.

Herbin잉크는 상당히 원색적인 색감을 보여줍니다. 가격이 다소 비싼 것이 흠이죠.

용량도 30mm밖에 안 되는데다가 흐름이 무척 좋아 잉크 소모가 빠른 편입니다.

그래도 블랙이나 블루 계열에 조금 식상(?)하신 분이라면 제법 매력을 주는 잉크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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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이 애초에 유럽에서 발명된 필기구이기 때문에 영문 계열의 언어를 필기하기에는 좋지만 한글이나 한자와 같은 동양문화권의 문자를 쓰기에는 쉽지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대부분의 유럽형 만년필이 글씨가 굵게 나오기 때문이죠. 글이 굵다보니 우리말의 받침이나 한자를 쓰기가 어럽습니다. 이런 난점을 극복한 만년필이 일본산 만년필입니다. 파이로트, 플래티넘, 세일러 3사의 펜들은 펜촉을 아주 가늘게 세공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파커에서 한글을 쓰기에 좋다는 '복'이라는 제품을 내놓기도 했었지만요)

오늘 소개할 제품은 세일러의 프로기어슬림입니다.



첫 느낌은 가볍고 통통합니다. 크기도 상당히 작은 편이어서 들고 다니기에도 아주 무난합니다. 가격대도 비슷한 급의 유럽산 만년필에 비해서는 저렴한 축에 듭니다.


촉에 새겨진 1911은 세일러라는 회사가 만들어진 연도를 나타냅니다. 1911년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세일러가 처음 제작이 되었죠. 세일러라는 이름은 창립자가 처음 만년필을 접하게 된 계기가 외국 선원이 들고온 펜을 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 제품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라랄까요? 정밀함과 세밀함 그리고 절제된 느낌이 펜촉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만년필을 좀 만들면 제법 잘 만들 것같기는 합니다만.. 이미 역사를 만들기에는 너무 늦었죠. 종이는 우리나라의 종이가 참 좋은데..그점을 펜으로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


가장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몽블랑 145의 닙과의 크기 비교입니다. 확실히 큼직한 크기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크기 역시 145에 비해서는 작습니다. 대충 짐작이 되실까요? 좀 더 비교를 위해 펠리컨의 M150을 맨 아래애 놓아보았습니다.


캡의 각인은 배의 닻 모양을 형상화해서 새겨 놓고 있습니다. 각 제조사별로 특징적인 부분이죠. 몽블랑의 육각별이나 펠리컨의 새 그림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줍니다.

세일러 EF닙의 경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이테크 포인트펜보다 얇은 굵기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만년필로 어떻게 이렇게 얇게 글을 쓸 수 있을까..싶을 정도인데요. 사실 더 얇은 펜들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래티넘의 UEF촉이나 세일러의 사이비토기 같은 제품은 극세를 넘어서 초극세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습니다.

세필펜은 글을 얇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장시간 필기하기에는 손에 부담이 많이 가는 단점도 있습니다. 주력으로 쓰기는 조금 어려운 펜이지만 한글이나 한자를 자주 쓰는 환경이라면 하나 정도 필요한 펜이 아닌가 합니다.

 


이탈리아의 만년필 제조사 중에 비스콘티라는 곳이 있습니다. 상당히 고가의 만년필을 만드는 곳 중의 하나인데 비스콘티의 특징은 예술성을 강조하는 데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일전에도 한번 소개를 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만년필은 비스콘티의 반 고흐 시리즈입니다. 시리즈라고 하기는 조금 어색한데 색상만 다르기 때문이죠. 물론 데몬스트레이션 버전인 크리스탈이 있긴 하지만 기본틀은 반 고흐입니다.



반 고흐 시리즈는 상당히 많은 색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지금 보이는 것은 바닐라 색상입니다. 사실은 오션을 원했지만 재고가 없다고 해서 들여놓은 펜인데 막상 잡아보면 그리 촌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이 시리즈에 반 고흐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반 고호의 강렬한 색상에 영감을 얻어 제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게 중심이 상당히 아래쪽에 있어서 필기하기가 제법 수월하고 금촉 특유의 미끄러짐이 상당히 부드러운 필기감을 보여 줍니다. 비스콘티 만년필은 셀룰로이드라는 식물성 소재로 제작되고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도 실제로 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자신만의 펜이라는 점이 장점이지요.




14k의 촉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촉에 비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중간에 하트홀도 큼직큼직 해서 잉크의 흐름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몽블랑과 굳이 비교하자면 절제된 흐름이랄까요. 닙 사이즈는 F 로 반 고흐 시리즈에는 EF촉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상당히 깔끔한 뒷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만년필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려는 이탈리아 장인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제품이 비스콘티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평생 글만 쓰고 싶은 것인데 아마 중세 수도원의 필사본을 만드는 수도사가 전생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아마 지금 인생을 다시 결정할 수 있는 선택의 순간이 부여된다면 그 길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 고흐에 추천할만한 잉크는 역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블루인 제이허빈의 사파이어 블루입니다. 이 사파이어 블루는 잉크의 흐름이 아주 좋은 만년필에서 본연의 색을 보여주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몽블랑의 145의 경우 아무래도 EF촉이다보니 반 고흐에 비해서는 제대로 색을 뽑아주지 못하더군요. 만년필을 단지 글을 쓰는 이상으로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비스콘티 제품을 추천해 봅니다.



만년필 마니아들에게 '몽블랑'이라는 이름은 '어느 한 단계'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보통 몽블랑 만년필을 궁극의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몽블랑에 진입하게 되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오메가나 롤렉스가 제일 좋은 시계라고 알고 있다가 플랭크 뮬러나 IWC를 접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아무튼 시계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하도록 하고.. 과연 몽블랑 만년필은 세기의 명품일까요? 손가락만 가져다 대도 갑자기 천하명필로 만들어 주는 요술 만년필일까요?



흔히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145모델의 경우 50만 원대 팔리고 있는데 145모델이 1만 원대의 만년필보다 50배나 우수하냐면 쉽게 긍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소위 명품이라는 것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함정이 아닐까 하는데요. 몸에 잘 안 맞아도 명품이니까 참고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는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몽블랑의 경우 명품의 대열에 오르게된 것은 어느 정도는 마케팅의 힘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만 그렇게 많은 이들이 열광할 정도의 대단한 만년필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일단 써 보세요"라고 저는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몽블랑을 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IQ가 올라가 천하의 작품을 써내려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계산서에 서명을 한다고 해서 금액이 내려가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나 저처럼 EF촉을 선택한 분이라면 아마 처음 잉크를 넣고 나서 "어? 만 원짜리보다 안 써지네?"라고 의문 부호가 머리 위에 몇 개나 떠오르실 테니까요.



몽블랑 펜촉은 연성 촉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즉 무르다는 말이고 잉크의 흐름이 좋다는 말입니다. 이는 가만히 또 생각해보면 글이 굵게 써진다는 말도 됩니다. 물론 예외적인 펜들도 있지만 몽블랑의 통설은 '굵다'입니다. 그런 탓에 주로 서명용으로 많이 사용하지 실사용기로 몽블랑을 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그래도 괜찮은데 한글과 같은 받침이 있는 언어나 한자를 섞어 쓰는 중국어, 일본어에는 몽블랑 만년필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몽블랑 만년필을 쓰는 데 F나 M촉을 쓰는 분이 있다면 대개는 장식용이거나 서명용인 경우일 것입니다. 만약 EF촉을 쓰는 분이 있다면 길이 제법 잘 든 만년필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좋겠습니다.

몽블랑의 EF촉은 기존에 많은 분들이 칭찬하는 부드러운 필기감, 전형적인 몽블랑의 느낌은 전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오히려 글이 제멋대로 써지고 까칠까칠하고 손가락이 아프기까지 합니다. 대개 만년필의 경우 3개월 정도를 사용하면 자신의 필체에 맞게 길이 드는데 몽블랑 EF를 쓰는 3개월은 아마 제법 길게들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일단 잉크를 넣고 기대감에 첫 글을 써보려고 종이에 펜촉을 대는 순간 "어? 네가 날 길들일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듯 펜이 튕기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성촉이니 금촉이나 하는 말들이나 필기감이 좋다는 주변의 말이 순간 사라져버리고 "내가 불량품을 받았나?"라는 의구심까지 생기게 됩니다.



EF촉을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몽블랑 잉크는 사용하지 않으실텐데 그럴 경우 빡빡함과 까칠함은 극에 달합니다. 제 경우는 오로라 잉크를 쓰는데 점성이 높은 잉크다보니 역시 저항이 센 편입니다. 조만간 세일러 극흑으로 바꿀 예정인데 그때는 저항이 더 심하겠죠.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몽블랑이 쓰고 싶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는데 전 일단 경험을 해 보고 말하자는 주의인지라 과연 몽블랑이 명불허전의 만년필인지는 3개월 후에 다시 포스팅을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단 제가 가지고 있는 P145에 대해 간단한 평가를 내리자면 상당히 가볍습니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 되는데 비스콘티처럼 펜촉 부근에 무게 중심이 몰려있는 경우는 장시간 필기에도 손이 피로하지 않지만 이 제품처럼 가벼운 경우는 장시간 필기에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요) 그리고 그립 부분은 땀에 약합니다. 손에 땀이 많은 분이라면 펜을 잡기도 쉽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깔끔합니다. 워낙 잘 알려진 육각별 모양이 눈에 잘 띠긴 하지만 자주 사용하다보면 아예 캡은 저만치 두고 쓰기 때문에 별 감각은 없습니다. 잉크 주입은 컨버터와 카트리지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트리지는 표준 카트리지라면 어느 회사 제품이나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아무튼 글을 많이 쓰는 분이라면 몽블랑의 선택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까칠한 EF촉이 아닌 부드러운 F촉을 택할 경우는 원고지 정도는 되야 제대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위에 적은 대로 EF촉은 손에 익히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불평만 늘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만약 편하게 술술 그리고 장시간 글을 쓰고 싶은 분이라면 비스콘티나 오로라 제품을 추천해드립니다. 그래도 몽블랑을 써 보고 싶다하신다면 EF촉을 장만하시길 권합니다. 고집 센 말괄량이 아가씨임은 분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장 가까운 벗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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