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니의 자살 소식이 연합뉴스에 의해 보도되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또 얼마나 언론이 이 아가씨를 괴롭힐까..하는 것이었고 역시나 반 나절이 지난 지금 주요 포털들에 올라 오는 기사(기사라고 부르기도 뭐하다)들을 보면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글들이 태반이다. 나 역시 기자 생활을 해봐서 기자들의 속성을 잘 알고 있고 클릭을 곧 개인의 역량으로 평가하는 데스크 덕에 하루에도 수 없이 쏟아지는 낚시글들이 여과 없이 포털 등에 올라오는 것이 요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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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죽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면 이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 인간적인 양심이 있는 사람들인지조차 의심스럽다. 마치 물 만난 고기모양으로 기사들을 찍어내고 있는 모양새다.

애초에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언론이다. 악플러들을 비난하지만 그 동기 제공은 많은 경우 기자들이 제공한다. 네티즌들이 잘 쓰는 표현을 빌리면 '떡밥'을 던지는 것이고 그것에 네티즌들이 '낚이는' 것이다. 기자들은 사실을 전달만 한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그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요즘 언론은 클릭에 목 말라 있다. 조선일보가 스포츠 신문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변한 것도 이 클릭때문이다. 기자들은 하루에도 수 십번 데스크에 불려가 클릭수를 가지고 질책을 받는다. 하지만 정말 좋은 기사는 알아서 클릭수가 오른다. 잘 쓴 글은 누구보다 네티즌들이 빠르게 알아챈다는 말이다.

어설픈 낚시질로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자신은 마치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처럼 발을 빼버리는 요즘 언론의 작태는 정말 추하기만 하다. 다른 건 몰라도 제발 고인이 된 사람의 눈은 감겨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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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리나라에는 쓸만한 기자들이 없다는 글을 적은 일이 있다. 물론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의 맡은 영역에서 묵묵히 일하는 기자들도 많이 있지만 인터넷 언론이라는 신매체의 출현으로 비롯된 '양산형 기자'들의 타이틀 다는 솜씨와 강태공도 울고 가는 낚시글을 보면 딱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조회수 올리기에 사력을 다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일어나곤 있지만 덕분에 국민들이 언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약간의 신뢰마저 바닥까지 내려가고 있다. 양산형 기자들과 트래픽에 집착하는 데스크의 조화가 지금처럼 잘 이루어진 때도 없었던 것같다. '기자'라는 명함을 만들기가 쉬워진 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지만 기존의 소위 잘 나가는 언론사마저도 떡밥연구에 고심하고 있으니 문제다.

하지만 언론사닷컴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개인 미디어의 영향력이다. 블로거로 대변되는 1인 혹은 다수의 전문가 집단이 모인 블로거들의 여론 조성 능력은 왠만한 군소 신문사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그저 '기사화하면 대충 보고 넘어오겠지'라는 군사시대의 망념을 버리지 않는 한 기존 언론의 입지는 갈 수록 좁아질 것이다.

웹서핑을 하던 중에 이런 현실을 절묘하게 담은 글이 있어 담아온다. 패러디의 진수를 넘어서 기존 언론들의 속성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는 생각이다. 요즘 들어 진보 지식층들의 블로그를 돌아보고 있는데 꽤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다.







기자들이 넘쳐난다. 특히나 인터넷 언론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기면서 소위 ‘기자’명함을 들고 다니는 사람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과거에는 흔히 말하는 조중동 여기에 한경이나 매경 정도를 넣어서 4대 중앙일간지라는 이름을 붙였고 세간에서도 이 정도까지를 ‘언론’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즘은 ‘너도나도’ 기자다. 기자의 원래 의미가 무엇인지조차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다. 웬만한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ㅇㅇㅇ기자 라고 글 아래 토를 달아뒀다. 그래도 기자가 쓴 글인데..하고 읽어보면 가관인 글들이 태반이다.

세상에는 자신의 명함에 책임을 져야 하는 직업들이 많이 있지만 특히나 기자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과거와 같은 ‘언론의 사명’이나 ‘기자의식’ 같은 거창한 단어들은 이미 잊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디서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 해외사이트 구석에 소개된 글들, 보도자료의 오타조차 수정하지 않은 글들, 다른 기사들을 적당한 짜깁기해서 마치 자기가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양 올려놓은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이렇게 ‘기자’들이 늘어나다 보니 골치 아픈 것은 업체와 에이전시다. 한 업체 홍보담당자는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물건’을 요구하는 ‘기자’들 통에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담당자들 사에서 ‘요주의’ 인물로 꼽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물건을 보내주지 않으면 기사가 나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조금 인지도라도 있으면 그 정도는 더하다. 홍보팀 입장에서는 얼마나 노출이 이루어졌느냐가 곧 성과인데 물건을 보내줘야 보도자료라도 써 주니 답답한 일이다.

내가 알던 모 편집장은 아예 대놓고 업체에 전화를 해서 제품을 요구한다. “제품 지원을 안 해주면 좀 곤란한데…”라며 말꼬리를 흐리지만 의미는 명확하다. 독자이벤트용으로 나간다며 요구하는 제품들이 어느 순간 개인용으로 돌아서버리는 예도 비일비재하다. 업체에서 이것을 모를 리 없지만 ‘울며 겨자 먹기’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업체들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제품 발표회나 기자간담회를 진행할 때면 꼭 유명한 호텔이나 음식점에서 입구에서부터 선물 공세를 해댄다. 밥 잘 먹고 선물도 챙긴 ‘기자’들이 책상 앞에 앉아 업체의 문제점을 적어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즉 업체와 언론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타협은 워낙 확고한 전통이 되어 있어서 누군가 타파라도 해볼 양이면 이단아 취급을 받는다.

언론의 힘은 막강하다. 한 기업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 권력은 기자나 데스크가 누리는 특권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써야 하는 것임에도 마치 자신이 권력의 수혜자라도 된 것처럼 휘두르고 있으니 착각도 유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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