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을 사용해서 사진을 찍던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스캔을 참 어설프게 했구나 싶다. 스캔 원본의 크기도 작고 스캐너를 다루는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 먼지며 스크래치며 난리도 아니었다. 슬라이드 원본은 아직도 잘 보관은 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스캔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루에 두 롤 정도를 찍으면 두 장 정도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든 사진을 빼고는 그냥 지워버린 것들이 많다. 그러지 않았어야 했다. 사진이란 물론 찍는 순간에 완성이 되지만 그 사진에 대한 인상은 당시에는 자기 스스로도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찍을 당시에 좋아보이건 그렇지 않건 바리바리 싸 들고 와 나중에 다시 돌아보면 오히려 그때의 느낌이 더 잘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절대 지우면 안 된다. 기억이라는 것 혹은 추억이라는 것을 몇 번의 클릭으로 그렇게 잊어서는 안 된다.

Nikon F5, AF NIkkor ED 80-200mm F2.8D, LS-40



경복궁을 자주 찾는 것은 고즈넉함과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로움이 아닐까 싶다. 삶의 각박함 속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인데 각자 개인이 그 평화를 찾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도시적인 느낌이 적은 공간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싶다.


꽤 오래 전..아마 10년은 더 된 필름 스캔이다. 디지털과 달리 필름은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란다. 아날로그란 그런 것이다. 수치화되어 0아니면 1, 이런 식으로 딱딱 끊어져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물흐르듯이 점점 퇴색되어 간다. 그것이 세월이고 시간과는 다른 흐름이다.


소위 쨍하고 또렷한 사진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흐릿하고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사진은 오로지 세월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물론 이것도 디지털 보정을 통해 가능하겠지만 자연스레 세월 속에 녹아난 감성과 감정을 숫자로 표현하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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