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blanc 145P EF, Montblanc Black, Clarefont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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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마니아들에게 '몽블랑'이라는 이름은 '어느 한 단계'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보통 몽블랑 만년필을 궁극의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몽블랑에 진입하게 되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오메가나 롤렉스가 제일 좋은 시계라고 알고 있다가 플랭크 뮬러나 IWC를 접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아무튼 시계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하도록 하고.. 과연 몽블랑 만년필은 세기의 명품일까요? 손가락만 가져다 대도 갑자기 천하명필로 만들어 주는 요술 만년필일까요?



흔히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145모델의 경우 50만 원대 팔리고 있는데 145모델이 1만 원대의 만년필보다 50배나 우수하냐면 쉽게 긍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소위 명품이라는 것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함정이 아닐까 하는데요. 몸에 잘 안 맞아도 명품이니까 참고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는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몽블랑의 경우 명품의 대열에 오르게된 것은 어느 정도는 마케팅의 힘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만 그렇게 많은 이들이 열광할 정도의 대단한 만년필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일단 써 보세요"라고 저는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몽블랑을 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IQ가 올라가 천하의 작품을 써내려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계산서에 서명을 한다고 해서 금액이 내려가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나 저처럼 EF촉을 선택한 분이라면 아마 처음 잉크를 넣고 나서 "어? 만 원짜리보다 안 써지네?"라고 의문 부호가 머리 위에 몇 개나 떠오르실 테니까요.



몽블랑 펜촉은 연성 촉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즉 무르다는 말이고 잉크의 흐름이 좋다는 말입니다. 이는 가만히 또 생각해보면 글이 굵게 써진다는 말도 됩니다. 물론 예외적인 펜들도 있지만 몽블랑의 통설은 '굵다'입니다. 그런 탓에 주로 서명용으로 많이 사용하지 실사용기로 몽블랑을 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그래도 괜찮은데 한글과 같은 받침이 있는 언어나 한자를 섞어 쓰는 중국어, 일본어에는 몽블랑 만년필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몽블랑 만년필을 쓰는 데 F나 M촉을 쓰는 분이 있다면 대개는 장식용이거나 서명용인 경우일 것입니다. 만약 EF촉을 쓰는 분이 있다면 길이 제법 잘 든 만년필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좋겠습니다.

몽블랑의 EF촉은 기존에 많은 분들이 칭찬하는 부드러운 필기감, 전형적인 몽블랑의 느낌은 전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오히려 글이 제멋대로 써지고 까칠까칠하고 손가락이 아프기까지 합니다. 대개 만년필의 경우 3개월 정도를 사용하면 자신의 필체에 맞게 길이 드는데 몽블랑 EF를 쓰는 3개월은 아마 제법 길게들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일단 잉크를 넣고 기대감에 첫 글을 써보려고 종이에 펜촉을 대는 순간 "어? 네가 날 길들일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듯 펜이 튕기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성촉이니 금촉이나 하는 말들이나 필기감이 좋다는 주변의 말이 순간 사라져버리고 "내가 불량품을 받았나?"라는 의구심까지 생기게 됩니다.



EF촉을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몽블랑 잉크는 사용하지 않으실텐데 그럴 경우 빡빡함과 까칠함은 극에 달합니다. 제 경우는 오로라 잉크를 쓰는데 점성이 높은 잉크다보니 역시 저항이 센 편입니다. 조만간 세일러 극흑으로 바꿀 예정인데 그때는 저항이 더 심하겠죠.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몽블랑이 쓰고 싶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는데 전 일단 경험을 해 보고 말하자는 주의인지라 과연 몽블랑이 명불허전의 만년필인지는 3개월 후에 다시 포스팅을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단 제가 가지고 있는 P145에 대해 간단한 평가를 내리자면 상당히 가볍습니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 되는데 비스콘티처럼 펜촉 부근에 무게 중심이 몰려있는 경우는 장시간 필기에도 손이 피로하지 않지만 이 제품처럼 가벼운 경우는 장시간 필기에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요) 그리고 그립 부분은 땀에 약합니다. 손에 땀이 많은 분이라면 펜을 잡기도 쉽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깔끔합니다. 워낙 잘 알려진 육각별 모양이 눈에 잘 띠긴 하지만 자주 사용하다보면 아예 캡은 저만치 두고 쓰기 때문에 별 감각은 없습니다. 잉크 주입은 컨버터와 카트리지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트리지는 표준 카트리지라면 어느 회사 제품이나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아무튼 글을 많이 쓰는 분이라면 몽블랑의 선택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까칠한 EF촉이 아닌 부드러운 F촉을 택할 경우는 원고지 정도는 되야 제대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위에 적은 대로 EF촉은 손에 익히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불평만 늘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만약 편하게 술술 그리고 장시간 글을 쓰고 싶은 분이라면 비스콘티나 오로라 제품을 추천해드립니다. 그래도 몽블랑을 써 보고 싶다하신다면 EF촉을 장만하시길 권합니다. 고집 센 말괄량이 아가씨임은 분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장 가까운 벗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만년필을 쓰는 이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습기를 빼 놓을 수 없겠습니다. 모처럼 장문의 연애편지를 썼는데 들고 가는 중에 소나기라도 맞았다면? 소나기는 아니더라도 땀이 많이 나 편지지에 습기가 배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 공공문서에 만년필로 서명을 하는 경우도 많은 데 보관 상의 부주의나 천재지변 등으로 습기가 문서를 습격한다면 문서는 멀쩡하게 살아 있을까요?


위에 보이는 종이는 중성지로 일반 산성지에 비해 내구성이나 보존성이 좋은 종이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문장은 제가 가지고 있는 5종류의 잉크로 글을 적은 것입니다. 테스트는 좀 과격하게 했는데 종이에 글을 쓴 다음 잉크가 마르기를 기다렸습니다. 분무기로 뿌려줄 수도 있지만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다 생각하고 수돗물을 흘려 보냈습니다.

완전히 물에 담글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 상태가 되면 사실 어떤 잉크도 버티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 물을 흘려보내는 수준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물에 담가도 버티는 잉크가 있기는 있더군요.

자, 위에 사용된 잉크는 모두 5종입니다. 몽블랑의 블랙 잉크, 파카의 퀸크 잉크, 세일러의 극흑 잉크, 오로라의 블랙 잉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이허빈의 사파이어블루입니다. 제이허빈의 잉크는 까렌다쉬로 납품을 하고 있으니 까렌다쉬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제이허빈의 잉크는 워낙 종류가 다양하니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펜 좀 만져보신 분(?)은 일단 대충 각각의 번호에 맞는 잉크를 벌써 맞추셨을 수도 있겠네요. 원문이 거의 사라지지 않고 버틴 잉크 즉 2번은 역시 세일러의 극흑 잉크입니다. 그리고 원문이 대체 뭔지 알 수도 없게 지워진 잉크는 짐작하시는 대로 몽블라의 블랙 잉크입니다.

1번은 파카의 퀸크 잉크로 버티려고 노력은 했는데 번짐이 생겼고 4번은 오로라의 블랙 잉크인데 대충 글씨는 알아볼 수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색은 제이허빈의 사파이어블루로 번짐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법 잘 버텨주었습니다.

세일러 - 제이허빈 - 오로라 - 파카 - 몽블랑의 순으로 습기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니 방탄 잉크라는 몽블랑이 왜 저래? 하실 수도 있는데..사실 몽블랑 블랙 잉크는 습기에 약합니다. 그래서 보통 보존을 위한 경우에는 블루블랙을 주로 사용합니다. 몽블랑 블루블랙의 경우는 어느 정도의 내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을 흘려 보니 블랙 잉크의 경우라도 제각기 고유의 색이 다르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텐데요. 블랙 잉크 중에 어떤 것을 고를까 할 때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만년필을 즐겨 쓰다 보면 역시 잉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검은색도 다 검은색이 아닙니다.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색들이 존재하고 또 제조사마다 고유의 색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딱 맞는 색을 고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왠만한 잉크는 다 써봐야 알기 때문이죠. 아니 대충 고만고만한 거 아니냐? 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펜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잉크는 무척 중요한 의미입니다.




검정색의 경우 이전 포스팅에서도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본격적인 잉크 이야기는 우선 푸른색 계열로 해볼까 합니다. 만년필에 왠 파란색? 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공문서에 인정되는 색상이 검정과 파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검정 이상으로 파란 계열의 잉크는 우리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파란색 계열의 잉크를 즐겨 쓰고 있습니다. 물론 만년필이라는 한계(?)상 하나의 만년필에 하나의 잉크를 넣어서 쓰고 있으니 경제적이지는 않은 셈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잉크는 J.Herbin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잉크입니다. 일단 J.Herbin의 홈페이지를 먼저 구경하고 오시죠. 그래야 이해가 더 잘 되실 수도 있겠네요.




J.Herbin의 역사는 16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무려 300년이 넘어가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잉크입니다. J.Herbin을 잘 모르시덜라도 몽블랑의 쥬뗌므나 사쿠라와 같은 향수 잉크를 아신다면 바로 이 잉크를 만든 회사기도 하죠. 까렌다쉬의 잉크 역시 J.Herbin의 제품입니다. 이 회사의 잉크는 말 그대로 자연의 색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향수 잉크와 같은 별종(?)도 있지만 습작가들에게 향수 잉크는 큰 매력은 없겠죠.

아무튼 J.Herbin의 여러 색상 중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파란색 계열은 5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원어는 같지만 우리말로는 제각기 다르게 불리기도 하는데 원어로 보면

BLEU AZUR

BLEU PERVENCHE
BLEU DE SAPHIR
BLEU NUIT
BLEU MYOSOTIS

이렇게 됩니다. 우리말로는 위에서부터 터키옥색, 짙은 터키옥색, 사파이어블루(애매하군요), 다크블루, 딥블루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한 샾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살펴 볼 BLEU DE SAPHIR 즉 문자 그대로 사파이어 블루 혹은 울트라마린 블루(뭐로 불러도 우리말은 아니군요)는 여라 파란 계열의 잉크 중에서 중간 정도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색은 파란색이면서도 약간 붉은 느낌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한눈에 보기에는 가장 일반적인 파란색보다는 조금 진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그래도 파란 느낌이 훨씬 강하게 들기 때문에 공공문서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만년필에 파란 계열의 색을 쓰시는 분들은 종종 블루블랙(군청색)이라는 잉크를 쓰시는데 J.Herbin의 잉크 중에는 딥블루가 비교적 그런 느낌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30mm라는 용량은 일단 꽤 부족합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편은 아니니 J.Herbin의 잉크에 손이 쉽게 가기는 어렵습니다. 다음에 다룰 오로라의 잉크도 45mm 병잉크가 J.Herbin보다 훨씬 저렴하니까요. 몽블랑의 50mm잉크도 따져보면 J.Herbin보다 저렴하니 이 잉크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물론 같은 내용물인데 포장만 다른 까렌다쉬의 경우는 J.Herbin보다 훨씬 비쌉니다..병 디자인 값에 메이커 프리미엄이 단단히 붙은 셈이죠..까렌다쉬 잉크는 선물용이 아니면 정말 사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아무튼 이 5가지 파란 계열의 색 중에서 저는 사파이어 블루를 사용합니다. 크게 튀지 않는 보편적인 파란 느낌의 색이고 적당한 농도(붉은 끼가 많지는 않은)가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데요. 정말 더 시원한 바다 느낌을 원하는 분이라면 터키 옥색이라고 불리는 BLEU AZUR가 제격입니다. 그런데 이 색은 펜에 따라 아예 흐리게 보일 수도 있으니 짙은 터키옥색 그러니까 BLEU PERVENCHE를 쓰시면 '주변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파란색을 쓰는 사람'이 되실 듯 합니다. ^^

J.Herbin의 잉크는 비록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사용자의 미묘한 감정이나 성격에 따른 색상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잉크입니다. 천편일률적으로 만년필 잉크는 검정 아니면 파랑이라는 선입견은 이제 버리셔도 좋겠습니다. 26가지의 색상이 어느 하나 비슷하지 않고 차이를 가지고 있으니 적어도 26번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한편에서 보면 상당히 투박한 병 디자인이다. 옆에 있는 오오라 잉크나 몽블랑 잉크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펜을 올려놓을 수 있게 디자인된 병. 다만 여기에는 만년필이 아닌 정통 '펜'을 올려놓아야 어울린다. 
    (만년필의 두께보다 훨씬 얇기도 하다)

 


전에도 만년필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지만 난 펜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렇다고 대단한 명필은 아니지만 펜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왠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뭐랄까 좀 더 정리가 잘 되는 느낌이다. 아마도 e-book으로 책을 읽는 것보다 종이책을 읽는 것이 더 눈에 잘 들어오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기존에 사용 중인 만년필은 일상에서 메모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펠리컨의 M150과 플래너에 작은 글씨를 기록하기 위한 세일러의 프로핏이다. 아버지가 주신 파커 제품은 쓰지는 않고 보관만 하고 있다. 역시 만년필하면 아마 파커가 가장 먼저 생각나기 쉬운데 그런 면에서 보면 펠리컨이나 세일러는 조금 낯선 브랜드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만년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꽤나 친숙한 이름이다.

그리고 3번째 만년필은 좀 더 이름이 낯선 비스콘티다. 소위 조금 잘 나가는(?) 만년필이라면 몽블랑이나 (그라폰)파버카스텔, 오로라 등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텐데 비스콘티는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이 메이커도 만년필에 관심이 좀 있다면 꽤나 낯익은 이름이 아닐까 싶다. 비스콘티의 특징은 본체의 재질인데 셀룰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만년필을 식물성으로 만들다니? 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만큼 처음 잡았을 때의 그립감이 부드럽다.

내가 구입한 제품은 비스콘티의 여러 제품 중에 가장 저렴한(?) 반 고호 미디 모델이다. 색상은 바닐라 색으로 만년필이라면 검정을 고집하는 분들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비스콘티의 경우 모든 제품이 손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같은 색상을 택하더라도 100% 같은 제품은 없는 것도 특징이다.

무게는 캡이 상당히 무겁고 전체적으로 무게 중심이 펜촉이 있는 앞쪽으로 쏠려있다. 극히 가벼웠던 M150이나 프로핏에 비하면 육중한 느낌도 든다. 필기감은 역시 명불허전인데 금촉의 경우 스틸촉에 비해 종이면에 닿는 소리가 거의 없다. 스틸촉이 사각사각하는 느낌이라면 금촉은 스윽스윽하는 느낌이다.

다만 잉크는 비스콘티의 제품은 나랑은 조금 안 맞는 듯하다. 하긴 기존의 잉크도 어느 정도 말려서(?) 쓰는 스타일이니 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잉크는 역시 세일러 잉크와 몽블랑 잉크인데 일단 비스콘티 잉크에 적응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만년필을 쓴다는 것이 첨단과는 거리가 먼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인간적인 느낌을 스스로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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