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할 때 서로 주고받는 대화들은 참 절절하기가 그지 없어서 당장 단 하루라도 상대가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별을 앞둔 시점에서는 그 감정과 언어의 표현이 극에 다다라게 되는 데 상대의 기억을 평생 안고 가겠다거나 다른 사랑을 하지 않고 살아가겠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주고 받거나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시간이란 감정을 무디게 하기 십상이다. 어지간한 의지 혹은 이전의 대상에 대한 확신이 없고서는 하루하루 날이 바뀔 때마다 감정 역시 변화하기 마련이다. 헤어진 지 한 달 만에 다른 이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듣는 일도 있는데 애초에 이건 서로의 관계가 사랑이라 부르기는 어려운 관계였을 뿐이다. 그러고보면 나 역시 살아오는 동안 나 스스로의 경험 그리고 주변의 경우를 종합해보면 이말이 어느 정도 타탕하지 않나 싶다.

어쩌면 그렇게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감정에 취해 이리저리 흔들리며 방황하는 것보다 나은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밥먹여주지 않는다고 믿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흔히 사랑과 착각을 하는 감정이 연민, 외로움에 대한 보상 혹은 성욕이다. 상대가 안쓰러워 보여서 정을 주다보니, 혼자라는 외로움때문에 그리고 성욕을 풀기 위하여..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사랑이라 부를 수는 없다. 중첩은 될 수 있지만 독립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결국은 자기중심적인 해소책에 불과하다. 사랑은 이유없이 상대가 존재한다는 자체를 바라보는 것이다. 앞선 감정들은 본인은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자기자신의 순수한 이기심일 뿐이기에 상대가 누구라도 별반 차이는 없는 감정이다. 잠시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변명을 하기 위해 합리화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리고 새로이 나타난 대상에 금방 몰입하게 된다. 그러고나선 앞선 과정들을 또 다시 겪게 된다. 상당히 많은 관계들이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내 지난 기억 속에서 과연 순수하게 상대만을 바라보았던 적은 언제였나 물어본다. 낭패스럽게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나 역시 내 이기심을 감추고 욕망을 추구한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날이 갈 수록 순수한 사랑을 찾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서 내가 그만큼 때가 타고 있다는 말이고 이 때를 지우지 않는다면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부끄러운 일이지 않을까 싶다.

만약 사랑에 실패했다거나 아직 사랑을 찾지 못 했다면 그것은 상대의 탓도 아니고 나를 못 알아봐주는 것도 아니다. 순전히 자기자신의 문제고 자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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