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에 한강을 걷는 것은 썩 기분내키는 일은 아니다. 딱히 해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인데 그래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면 평소에 보지 못 했던 사소함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폭주행위를 금지하는 플래카드를 비웃는 비둘기떼라던가...
사람이 물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배워볼 수도 있다. 부실해 보이기는 하지만 저것을 던지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아무렇게나 서 있는 전봇대들은 이제는 그 기능을 모두 다 해 쓸쓸한 흔적의 하나로만 기억되고...
그 틈새는 지나가는 이들이 몰래 버린 시간의 찌꺼기들로 점점 차 오른다.
낡음이란 내쳐지는 것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녹이 슬고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게 되면 기억에서도 잊히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것은 비단 물건에만 한정된 일은 아닐 것이다.
비둘기들은 어느 장소, 어느 시간을 막론하고 존재하는데 가끔은 이 녀석들이 시간과 공간 모두를 지배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난 시간을 뒤돌아볼 때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조연이 이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Contax Aria, Carl Zeiss 35mm Distagon f/2.8, Ilford XP2, LS40
'사진 이야기 > 여행 혹은 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강시민공원, 사람 그리고 일상 (11) | 2012.07.04 |
---|---|
집다리골 자연휴양림, 어느 여름날의 짧은 휴식 (14) | 2012.07.01 |
마음의 감옥에 머물고 있는 나를 만나며... (12) | 2012.06.13 |
긴 여행의 끝을 마무리하며, 부석사에서... (13) | 2012.06.07 |
창덕궁 후원 혹은 비원, 이름보다 느낌이 중요한 공간 (8) | 2012.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