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이 영화를 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만화 아닌가? 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고 너무 유치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또 들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니 우리가 열광하던 트랜스포머나 배트맨, 슈퍼맨 등과 스파이더맨을 차별할 이유는 없었다. 의미심장한 매트릭스도 결국 만화다.

이번에 제작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대해서는 참 많은 평들이 있다. 많은 평들이 '이전 작'과의 대비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감독의 역량에 따라 작품이 그 근본부터 달라지기 때문이지 싶다. 그리고 많은 감상평들이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작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번에 본 스파이더맨이 유일무이한 스파이더맨이니 오히려 편견이 없어 다행이다 싶었다.

영화의 흐름은 무난했다. 끝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이야기들을 담으려다보니 각각이 하나의 영화가 되어도 될만한 줄거리들이 짧게 스쳐가버렸다는 점이다. 감독 입장에서 전작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도 후속편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가장 반가웠던 것은 마틴 쉰이다. 지옥의 묵시록을 본 이라면 마틴 쉰이 얼마나 강렬한 이미지인지 그리고 연기가 뛰어난지 알텐데 이 영화에서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다만 분장의 힘을 빌어도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무게가 그를 털털한 어느 동네의 할아버지로 만든점은 어쩐지 서글펐달까... 하긴 지옥의 묵시록은 벌써 30년이 넘은 영화다.

다루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어느 이야기가 가장 비중이 클까. 위의 포스터를 고른 이유기도 하다. 영웅물을 애정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나는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영웅의 가면을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영웅이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은 기꺼이 그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연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약자에 대해서도 같은 모습으로 드러난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아이를 달래기 위해 스파이더맨은 가면을 벗어 아이에게 건넨다. 이것으로 이 영화의 주제는 명확해진다. '영웅은 없고 인간이 있다는 것' 

그런 사랑이 곳곳에서 잘 묘사되고 있어 거미줄이 몸에서 나가네 기계에서 나가네 같은 논쟁은 이미 내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영화를 볼 때는 그냥 그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장면에 집중하면 된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니 누구에게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장면장면을 분석하며 따져가는 것은 평론가들에게 필요할지는 몰라도 관객에게는 영화를 보는 데 있어 장애가 될 뿐이다. 

내겐 오히려 이런 영웅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정의의 승리와 전지전능한 주인공보다 인간적인 주인공, 어설픈 정의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밝지만 어설픈 주인공의 모습은 그런 생각을 더 굳힌다. 세계평화와 인류의 구원이라는 거창한 목적을 위해 자신을 감추고 고독한 영웅을 삶을 살아가는 다른 영웅들보다 너무나 인간적인 그래서 더 인간적인 스파이더맨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영웅을 쉽게 비난한다. 영웅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올리고 싶어하는 속성 때문이다. 그점은 영화 안에서도 마찬가지고 영화평을 쓰는 이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감독은 이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영웅을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고 가장 비난을 쏟아 붓던 연인의 아버지가 딸을 그에게 부탁하는 장면은 영웅도 사람일 뿐이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뭐라 더 써야할지 몰라 예전에 적어둔 글을 그냥 올려봅니다.. 답답한 하루입니다..


지난 번 이등(伊藤) 후작이 내한했을 때에 어리석은 우리 인민들은 서로 말하기를, "후작은 평소 동양삼국의 정족(鼎足) 안녕을 주선하겠노라 자처하던 사람인지라 오늘 내한함이 필경은 우리 나라의 독립을 공고히 부식케 할 방책을 권고키 위한 것이리라."하여 인천항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관민상하가 환영하여 마지 않았다. 그러나 천하 일 가운데 예측키 어려운 일도 많도다. 천만 꿈밖에 5조약이 어찌하여 제출되었는가. 이 조약은 비단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동양 삼국이 분열을 빚어낼 조짐인 즉, 그렇다면 이등후작의 본뜻이 어디에 있었던가?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대황제 폐하의 성의(聖意)가 강경하여 거절하기를 마다 하지 않았으니 조약이 성립되지 않은 것인 줄 이등후작 스스로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슬프도다. 저 개돼지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은 자기 일신의 영달과 이익이나 바라면서 위협에 겁먹어 머뭇대거나 벌벌 떨며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던 것이다.

아, 4천년의 강토와 5백년의 사직을 남에게 들어 바치고 2천만 생령들로 하여금 남의 노예되게 하였으니, 저 개돼지보다 못한 외무대신 박제순과 각 대신들이야 깊이 꾸짖을 것도 없다 하지만 명색이 참정(參政)대신이란 자는 정부의 수석임에도 단지 부(否)자로써 책임을 면하여 이름거리나 장만하려 했더란 말이냐.

김청음(金淸陰)처럼 통곡하며 문서를 찢지도 못했고, 정동계(鄭桐溪)처럼 배를 가르지도 못해 그저 살아남고자 했으니 그 무슨 면목으로 강경하신 황제 폐하를 뵈올 것이며 그 무슨 면목으로 2천만 동포와 얼굴을 맞댈 것인가.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천만 동포여, 노예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기자 이래 4천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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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극장에서 내려갈 때가 다 되어서 그런지 극장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간간히 연인들이 보이고 홀로 온 몇몇의 사람들이 전부였다. 프로메테우스의 열풍이 한 번 세차게 휩쓸고 지나갔지만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던 점은 리들리 스콧과 에일리언 뿐이었다.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영화에 대한 정보와 토론들을 미리 읽지 않은 것은 감독 이름과 에일리언이라는 두 단어만으로도 제법 많은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역시 고정관념을 떨칠 수는 없었고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장면장면이 대체 무슨 의미인가 심각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 장면은 왜 등장했을까?' 이런 생각이 영화를 보는 것을 상당히 방해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은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리들리 스콧의 영화는 제목에 주제가 함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인류에게 불을 선사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혹은 아직도 치르고 있을) 프로메테우스라는 제목은 왜 지어진 것일까. 그리고 위에 보이는 영화 포스터 중간에 써 있는 다분히 중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저 문장이 이 영화의 주제일까?

결론적으로 어떠한 해답도 영화를 보는 동안 찾아낼 수는 없었다. 리들리 스콧이 어떤 의도를 했건 해석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이 영화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장면들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되돌려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깔려 있는 복선들이나 상징이 워낙 많아서 좀처럼 '이것은 이래서 이렇다'라는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의 리들리 스콧의 작품들과의 단절이 필요했다. 그렇게 놓고 보면 적당한 킬링 타임용 SF물로 변신할 수도 있다. 하지만 SF물로 보기에는 액션성(액션을 할만한 주인공도 없었다)이 우수한 것도 아니고 흔한 러브라인(일부러 끊어버리는 의도가 눈에 보일 정도)도 없다. 그래픽 기술이 좋긴 하지만 최대한 끌어올린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재미도 별로 없고 뚜렷한 주제도 없는 맹탕같은 영화였을까...

화면에 비춘 장면들만을 놓고 보면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이 영화의 전부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어느 존재인가가 인류를 만들어냈고 인류는 그 존재를 찾아나서게 된다는 것. 이것이면 충분했다. 우리 인간은 인류가 생긴 이래 이 질문을 해 왔고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할 질문. 철학과 과학에도 등장하고 신학이나 문학에도 등장하고 누구라도 한 번쯤 생각해봤을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라는 질문이 이 영화의 주제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당연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누구나 다 아는 그리고 아무도 풀지 못 하는 질문을 하기 위해 리들리 스콧은 이 영화를 만든 셈이다. 그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블레이드 러너 역시 내 해석은 동일하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와도 뭔가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풀리지 않을 의문을 다시 확인한 셈이었으니 말이다. 


연일 찌는듯한 날씨다. 원래 여름을 나기가 상당히 어려운 체질이라 여름만 오면 걱정이 앞선다. 예전에는 여름을 그리 타지 않았는데 체질이 바뀌었는지 여름만 되면 맥을 못 춘다. 하지만 사람이야 이래저래 여름을 피해가는 방법이 많지만 원래 추운 곳에 살던 녀석들에게는 이런 찌는 듯한 여름은 고문에 가깝다.


"야! 너는 날도 더운데 왜 돌아다니고 그래. 물 속에 들어와서 좀 가만히 있어. 나까지 더워지잖아!"

"말도 안 듣는구만.. 나는 모르겠다. 그냥 잠이나 잘란다.."

동물원의 녀석들에게 여름은 고문이다. 펭귄들도 마찬가지고 추운 동네에 살다가 남쪽 나라로 와서 이런 더위를 겪게 되니 참 동물 팔자도 알다가 모를 일이다. 문득 인간에게 다른 동물의 거주지를 마음대로 바꿀 권리가 있나 생각이 든다. 정상적이라면 이 녀석들은 북극의 어느 얼음 위엔가 살고 있을 녀석들인데...

동물원의 동물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가끔은 당연스레 생각되는 것들이 어느 날 문득 '이것은 좀 이상하지 않아?'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생각도 많으면 병이라는데 굳이 안 해도 될 생각들을 머리에서 끄집어 내는 걸 보면 나도 쉽게쉽게 살아갈 팔자는 아닌 듯도 하다.

아무튼 이 여름은 이제 시작이고 적어도 9월초까지는 지금과 비슷한 날들이 이어질텐데 매년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여전히 내게 여름은 쉽지 않은 계절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여름이 춥다면 이미 여름이 아닌 것일테니까..


Contax Aria, Carl Zeiss 50mm Planar f/1.4, LS40

덧) 보관 중인 사진 폴더에 필름의 이름을 모두 기록을 해 둔 줄 알았는데 카메라와 렌즈만 기록을 해 두고 필름 이름을 남겨 놓지 않은 것이 제법 된다. 슬라이드의 경우 마운트에 넣어 모두 보관 중이니까 들여다보면 어느 필름인지 알 텐데 책장 위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보관함을 열어볼 마음이 아직은 들지 않는다. 스캔하지 않은 또 다른 많은 기억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PC 하드웨어에 한창 재미를 붙이던 시절에는 업그레이드도 제법 많이 했었는데 지금 사용하는 시스템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집에서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데다가 인터넷 정도만 하면 되니 굳이 고사양이 필요하지는 않았었는데 사진 편집양이 늘어나면서 겸사겸사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했다.

이전 구성은 AMD 64X의 가격대성능비 구성이었는데 지금도 보통의 작업을 하기에는 아쉬울 것이 없는 시스템. 새로 구성을 하기 위해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보니 인텔 아이비브릿지 칩셋이 새로 나왔다. 기존의 샌디브릿지에서의 업그레이는 딱히 장점은 없어 보이지만 구기종인 내게는 제법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들여온 이 녀석. 아이비브릿지 모델 중 가장 낮은 모델이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녀석이라 가격은 다소 비싼 감도 있다. 여기에 Z77칩셋 메인보드를 더 하면 가격이 제법 된다. 비슷한 사양의 AMD 구성에 비해서 역시 부담은 큰 편..

Z77칩셋 메인보드. 메인보드 가격 역시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다. 중간 정도의 사양으로 골랐는데 SATA3, PCI Express 3.0(이건 나중을 위해), Virtu MVP(이건 호불호가 엇갈리는) 등등의 여러 기능이 있는데 90년대부터 기가바이트 제품을 써온지라 별 고민없이 들인 녀석..앞으로 10년은 써야지 싶은데..

CPU는 이런 식으로 장착이 된다. 지금은 저렇게 깔끔한 모습이지만 곧 써멀구리스로 하얗게 칠해지고 나면 저 모습은 다시는 볼 수 없다. CPU장착은 상당히 부드럽게 되는편. 쿨러 역시 장착이 아주 간단하다. 

쿨러도 오버클럭을 할 생각이 없으니 순정으로 만족. 동그란 모양이 제법 괜찮아 보인다. 생각보다 전체적으로 CPU가 작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4기가 메모리를 듀얼슬롯으로 8기가 확보. 더 이상의 메모리는 그다지 효율이 없어보인다. 메인보드가 12800을 지원해서 이 녀석으로 골랐다. (역시 단가 상승) 그래도 PC의 여러 부품 중 가장 가격 하락폭이 큰 것은 메모리와 하드디스크가 아닐까 싶다.

일단 이전에 비해 터보부스트를 쓸 수 있어 괜찮다. 오버클럭을 하지 않는 일반 사용자라면 터보부스트(CMOS에서 설정해야 한다. 보통 Auto로 되어 있는데 강제 활성화가 필요) 만으로도 충분하지 싶다. 그리고 문제의 Virtu MVP.. 효과가 있다. 사기다..말이 많은 기술.  

이 기술은 쉽게 말해 일반 작업을 할 때는 내장그래픽을 가동하고 3D그래픽 같은 작업에서는 듀얼 GPU를 사용한다는 기술이다. 내 경우 그래픽카드 자체가 구형인 9600GT여서 효과가 있어 보이기도 하는데..(내장그래픽도 사실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이게 이 기술의 영향인지 터보부스트의 영향인지 정확한 측정은 어렵다. 전문가들이 분석을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장치관리자를 열어보면 그래픽카드가 2개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단 내장그래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CMOS에서 사용가능 옵션을 체크해야 하고 별도의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한다.) 터보부스트고 Virtu MVP고 사용자가 설정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이전에 사용하던 구성이 아무래도 그렇게 강력한 구성은 아니었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후 체감 성능은 말 그대로 날아간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싶다. 역시 제일 좋은 것은 RAW파일 편집. 그래픽카드와 하드디스크까지 교환하면 성능이 제법 더 올라가겠지만 일단 현재로서도 사용하는데 큰 무리는 없으니 당분간 이 시스템으로 갈 생각이다. 

이후 업그레이드를 한다면 하드디스크는 SSD로 그래픽카드는 PCI Express 3.0이 될 텐데 가격대가 아직은 안정되지 않아서 관망 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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