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카메라에서 SLR로 넘어오면서 바디도 바디지만 렌즈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아졌었습니다. 어떤 렌즈를 쓰는 것이 좋은지 당시는 혼자 판단할 수가 없어서 주로 동호회의 사용기를 보거나 렌즈의 사양에 나와있는 MTF차트를 분석하는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정작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찍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SLR초년병 시절에는 왜 그렇게 관심있는 것이 많던지...남대문 모 카메라 매장에 죽 치고 지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좋은 렌즈는 자기 눈에 맞는 렌즈이고 자신의 눈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가벼운 줌렌즈를 사용하면서 주로 촬영하는 화각대가 어떤 영역인지 파악한 다음 그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단렌즈를 하나 장만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 자신의 성향이 단렌즈를 주로 사용하는지 줌렌즈를 주로 사용하는지 나름대로 판단이 서게되는데 대략 1-2년 정도는 무작정 들고 나가 많이 찍어보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아무튼 이번 글에는 어떤 렌즈를 골라야 할지 아직도 감을 잡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렌즈 분석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해외 사이트들을 몇 군데 소개할까 합니다. 제법 오래된 곳들이라 아마 많은 분들이 익히 아시는 곳일수도 있겠네요.

1. Photozone


렌즈 분석에서는 아마 이 사이트가 가장 유용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전 세계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렌즈들에 대한 기술자료와 리뷰를 제공하고 있고 사용자 포럼과 렌즈마다의 평가가 잘 이루어져 있는 곳입니다. 특히 캐논, 니콘, 펜탁스, 소니 제품을 위주로 리뷰가 진행되는 곳으로 메이저 사의 렌즈와 써드파티 렌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구글 번역을 통한 한글 번역도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번역 신뢰도는 극히 낮습니다)

2. Photodo


1102개의 렌즈 정보와 428개의 MTF차트, 그리고 74개의 상세 리뷰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곳입니다만 요즘은 어쩐 일인지 업데이트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출시된 지 어느 정도된 렌즈들에 대해서는 제법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사용 중인 렌즈 분석 페이지를 캡쳐해 봤습니다.

3. 톰 호건


자타가 공인하는 니콘 마니아인 톰 호건의 웹사이트입니다. 니콘 장비에 대한 이분의 열정은 대단한데 신기종에 대한 리뷰를 제법 상세하게 그리고 극단적인 언어로 멋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책도 많이 낸 분인데 구입하실 분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될 듯합니다. 필름카메라 시절부터 오늘날의 디지털 카메라까지 폭 넓은 정보를 구할 수 있습니다.

4. Bjørn Rørslett


제가 니콘 장비만을 사용하다보니 소개하는 사이트들이 니콘에만 치중되는 경향이 있네요. 이 사이트는 오랫동안 자연 및 과학 사진을 주로 찍어온 Bjørn Rørslett의 개인 홈페이지입니다만 제법 알려진 곳 중의 하나죠. 이분 역시 직접적이고 극단적으로 렌즈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데 실전에서 나온 렌즈에 대한 평가라 제법 유용합니다. 특히 직업으로 사진을 선택하는 분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외에도 소개할 곳이 제법 많은 데 일단 위 4곳의 정보만 섭렵하셔도 렌즈 정보에 대한 갈증은 대부분 해소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단렌즈를 애용했습니다. 일단 수동기여서 줌렌즈가 많지 않았던 이유도 있고 무거운 장비에 부담을 느끼며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죠. 처음 사진을 시작한 것은 니콘의 RF카메라였지만 본격적인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은 니콘의 F3를 손에 쥔 이후였죠. 이후 제법 많은 기변을 하게 되는데 "써 보지 않고 말을 말자"는 묘한 논리를 붙여 소위 좋다는 장비들을 섭렵해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충격(?)을 받은 장비가 바로 콘탁스였습니다. 물론 라이카 역시 대단한 충격을 주긴 했지만 아직 라이카를 사용하기 전인 당시는 콘탁스 그러니까 짜이즈 렌즈의 결과물은 이전의 사진과는 뭔가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처음 장만한 짜이즈 렌즈는 누구나 좋아하는 화각인 50mm였는데 제 눈이 이상한 것인지 50mm는 아무리봐도 표준이라고 부르기에는 초점거리가 멀게만 느껴졌고 이것저것 시험을 해보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35mm입니다.

칼 짜이즈, T* 코팅으로도 유명한 이 렌즈는 렌즈마다 고유한 이름이 붙어 있는데 제가 사용해본 렌즈군은 플라나와 디스타곤이군요. 플라나(Planar)는 이미 그 역사가 100년이 넘은 렌즈로 칼 짜이즈의 역사이기도 하고 현대 광학의 결정체이기도 합니다. 재밌는 것은 칼 짜이즈 렌즈는 표준이 35mm라는 점이죠. 따라서 플라나는 망원 렌즈로 분류됩니다. 오늘날에는 50mm가 표준렌즈로 인식되고 있지만 원래는 망원(엄밀하게는 중망원)인 셈이죠. 그렇게 보면 제 눈이 그렇게 틀린 것도 아니지 싶습니다.

플라나도 마음에 들지만 제가 주력으로 사용했었고 아직도 구입 순위에 올려두고 있는 렌즈는 바로 디스타곤입니다. Distagon즉  거리를 의미하는 '디스턴스'와 각도를 의미하는 '곤'이 결합한 이 렌즈는 광각이라 풍경 촬영에 유리하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칼 짜이즈 렌즈 구성을 생각해보면 35mm 렌즈가 표준렌즈이니 광각으로 가려면 그 이하의 화각을 가진 렌즈를 찾아야겠죠.

니콘으로 건너오면서 칼 짜이즈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고 콘탁스가 단종이 되면서 칼 짜이즈 정확하게는 디스타곤을 다시 잡아볼 기회는 적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짜이즈의 역습'이라고 불러도 좋을 일이 벌어졌는데 수동 렌즈인 ZF(Z는 짜이즈, F는 니콘 마운트) 렌즈군이 등장한 것이죠. 그리고 소니와의 제휴로 AF렌즈까지 등장했습니다. 후자는 제 관심 밖이니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새로 등장한 짜이즈 렌즈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렌즈는 바로 이 렌즈입니다. 짜이즈 디스타곤 25mm는 콘탁스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25mm라는 독특한 화각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25mm는 넓지도 멀지도 않은 참 묘한 초점대입니다. 크롭 디지털 바디라면 37.5mm의 화각이 되죠. 제 경우 지금 크롭바디이니 이 정도 화각이면 예전 표준렌즈로 사용할 당시에 큰 차이는 없어보입니다.


35mm보다 길이가 조금 긴 것이 걸리기는 하지만 항상 바디에 마운트해두고 쓸 수 있는 단렌즈 하나만을 고르라면 저는 이 렌즈를 고를 생각입니다. 물론 가격은 왠만한 보급형 카메라 한 대값 이상이니 접근성은 아주 안 좋은 편입니다.


사진 관련 폴더를 정리하다가 이전에 모아두었던 글들이 제법 많더군요. 대부분 상당히 오래 전의 글이라 요즘엔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아래에 옮겨오는 글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작자 분은 누구신지 기억이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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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진은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다.
보고,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은 예술 기술에 대해 읽고, 생각하고 배우고 연습하는 것은 과학

도자기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달리 사진이란 화학, 물리학적인 기술에 크게 의존한 매체이다. 그러므로 사진가란 예술적, 창조적인 소양뿐만 아니라 기술과 과학에 대한 이해도 함께 가져야만 좋은 사진을 완성해 낼 수 있다. 예술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서 다른 이들의 작품을 보거나 자기 주변 사물을 관찰하고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 별 뾰족한 방법은 없다 반면 과학적인 부분은 노력을 통해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재료나 도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감을 표현해 내는 도구로 쓸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숭고하고 창조적인 영감이라도, 이런 과학이나 기술이 부족해서 전달에 실패한다면, 한낱 마음속의 영감에서 끝나버리고 만다.

2. 장비를 걸림돌이 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디딤돌로 쓸 것인가?

물이 절반 담긴 컵을 보고 어떤 사람은 물이 반쯤 담겨있다고 말하지만, 다른 이들은 반쯤 비어있다고 말한다. 자신은 어떤 쪽에 속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장비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너무도 많이 알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장비의 한계 때문에 어떤 사진을 찍지 못한다고 늘 불만이 태산이다. 가령 어떤 이는 매크로 렌즈가 없어서 꽃사진을 찍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매크로 렌즈 없이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꽃사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접사링이나 접사렌즈를 쓰든지, 아니면 꽃의 무더기를 찍을 수도 있고, 좀 큰 꽃을 찾아서 얼마든지 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낼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장비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데 주저하지 말자.

3. 장비보다는 책과 필름을 사는데 돈을 써라

이것은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상식이다. 마음속 깊이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탐나는 장비만 보면 그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 장비 사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말은 아니다. 새로운 기능은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진 못한다. 하지만 몸에 배도록 하는 연습 없이는 아무리 좋은 기능도 제 몫을 하기 어렵다. 만일 다음에 장비를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참기 어려워 질 때, 스스로 ‘정말 그 장비가 자신의 사진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것인가?’ 한번 반문해 보라.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새 장비가 사진에 대한 정열을 불사르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4. 내 최고의 작품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만은 타성을 부른다. 어떤 순간 자기의 사진이 더 이상 발전할 길 없는 완벽에 도달했다고 느끼면, 바로 그 순간부터 사진이 퇴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절대로, 아무리 잘된 사진이라 할지라도, 자기 평생 최고의 사진이라고 생각하거나 완벽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항상, 새로 배울 것은 남아있는 법이고, 더 발전할 여지는 남아있게 마련이다. 다음 번에는, 현재 자신의 수준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버려서는 안 된다. 좋은 사진이 나왔다면 오히려 더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갔어야 된다. 물론 자신의 능력에 대해 현실적인 평가도 필요하다. 그러지 못하고 허황한 목표를 쫓다보면 결국엔 상처만 받고, 포기하게 될 위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5. 셔터를 누르는 것은 빈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필름을 살 때, 나는 늘 필름은 필름일 뿐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왜 프로들은 같은 필름을 가지고 기막힌 사진을 만들어 내는가? 왜 나는 같은 것을 가지고 그저 그런 사진들밖엔 찍지 못하나? 아직 찍지 않은 필름이란 빈 캔버스와 같다. 그 위에 좋은 작품이 만들어 질 수도, 망친 그림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작품이 될 것인지, 아니면 쓰레기가 될 것인지는 오직 자신에게 달려있다. 자신의 능력이 최종결과를 좌우하게 되어 있다. 셔터를 누를 때 얼마나 진지한 마음인지를 늘 되새겨야 한다. 그러면 자신이 찍는 사진에 대해 좀더 비평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결과물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6. 셔터를 누르기 전에 생각하라.

무시한다고 화낼 필요는 없다. 알고도 못하는 많은 것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담배가 해로운 것 알면서도 줄담배를 피우는 것이나 가식이 나쁘지만 멈추지 못하고 탐식하는 것, 이런 것과 마찬가지이다. 행동에 옮기기 전에 깊이 한번 더 생각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나 기능의 발전 덕분에 종래에는 필수적이었던 여러 단계를 생략하고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지만 ‘생각한다’ 는 것은 절대로 그냥 생략하고 넘어갈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생각이란, 필름이나 렌즈의 선택, 노출, 구도 등, 사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단계에 의식적인 판단을 뜻한다. 앞서 말했듯이 생각이란 같은 필름을 써서 보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준다. 사진을 찍으면서 더 좋은 이미지를 원하는 게 사실이라면 셔터를 누르기 전에 잠깐의 시간을 더 할애하지 않을 이유란 하등에 없다. 예를 들어 프레임 안에서 어떤 부분이 더 강조되기를 원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서 위치를 옮겨볼 수도 있게 된다. 1~2 초만이라도 더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 올 것이다. 의식하고 노력해서 습관이 되도록 하자.

7. 셔터를 누르지 않으면 사진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자기가 찍을 수 있는 어떤 사진을 상상하느니 당장 카메라 들고 나가서 찍고 볼일이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어떤 장비만 구하고 나면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고 있음을 보게 된다.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이런 것이 실제로 나가서 사진을 찍지 않는다면 ‘가능성’ 이나 ‘잠재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사진이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다. ‘나도 저런 사진 찍을 수 있어’ 하는 얘기 많이 들어 보지 않았는지… ‘우리는 자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지고 판단하지만 남들은 우리가 내어놓는 결과물을 보고 우리를 판단할 뿐이다.’ 그러니 앉아서 말이나 생각만 할게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사진을 만들자.

8. 돌이켜 보는 일은, 앞을 내다보는 잃은 것보다 수월한 일이다.

사진을 보고 뭐가 잘되었느니 아니니 하고 말하는 것은 누구든지 하기 쉬운 일이다. 뒤돌아보기란 언제든 쉽다. 경제학자들은 상반기 내내, 금년만 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것인지 가지고 이야기한다. 다음 하반기 동안은 왜 자기들이 예측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지를 말하며 보낸다. 잘된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쉽게 그것이 빛을 잘 이용해서인지, 아니면 느낌이나 구도 때문인지 말하곤 한다. 잘못된 사진을 비평할 때는 노출실패, 포커스를 못맞추었다든가 아니면 배경에 거슬리는 것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또 자신의 사진을 위해서 좋은 공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자. 자신이 사진을 찍을 때 정말 그렇게 화면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보고 찍었던가? 자신이 사진을 보고 비평하듯, 화인더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각을 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나? 잘못된 사진을 비평하는 것보다는 좋은 사진을 찍는 일이 수십배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비평적인 안목을 셔터를 누르기 전에 활용하라. 그것이 바로, 예리한 비평가를 대단한 사진가로 바꾸어 놓아줄 열쇠이다.

9. 사진이란 빛을 다듬고 그리는 작업이다.


희랍어로 포토그라피란 말은 빛을 그린다는 말이다. 빛이 없이 사진이 될 수 있나? 너무도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내게 좋은 빛이란 사진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짐 주커만의 얘기에 의하면 ‘세상에 나쁜 소재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어떤 시간에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달려 있다.’ 그가 말한 것은 다른 요소들도 많지만 빛의 질이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빛이 좋고 나쁘다고 보면 곤란하다. 빛의 성질이 다를 뿐...

10. 자신에게 냉혹하고, 남들에게 너그럽게 대하라.

자신의 실력이 계속 발전되기를 원한다면, 또 친구들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가지 않기를 바란다면 자신에게 냉혹하고, 남들에게 너그러울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속으론 형편없다고 생각하면서 겉으로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내 말은 자만하지 말고 자신의 사진에 대해 냉혹히 비평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다른 이들의 작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보며 예의를 잃지 말라는 말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만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것은 주위에 유능한 사진가 친구들을 멀어지게 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11. 미적 안목과 기술은 상호보완적이라야 한다.

기술이 따라주지 않는 안목이란 실현될 수 없는 환상일 뿐이다. 미적 안목이 없는 기술이란 잘 찍은 쓰레기를 만들어 낼뿐이다. 첫 번째 예술과 과학에 대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상황을 한번 가정해보자. 만일 가수 이선희가 목소리를 잃었다면. (팬들한테는 악몽일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속으로 고소해 하겠지만) 그녀는 어떻게 그녀의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가수에게 목소리가 없다는 것은 기술이 결여된 사진가의 경우와 같다. 목소리는 없이도 그녀는 모든 느낌이나 열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는 예술가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단을 가지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자신의 이념이나 컨셉트가 좋다손 쳐도 보는 이들을 납득하거나 감동하게 하지 못한다.

12. 기술에 대해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쓸 줄 아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누구든지 기술서적을 읽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중 어떤 사람은 좋은 사진가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사진이론 전문가가 되고 만다. 다음의 예는 가상의 인물들이다. ‘김모씨는 사진 장비나 기술에 대해 얘기하기를 즐긴다. 그는 사진에 대해서는 말이 막히는 법이 없고, 최신 카메라의 재원에서부터 후지프로비아의 상반측불궤에 대해서도 막힘 없이 줄줄 욀 수 있다. 기술에 관해서 어떤 것이라도 그에게 물으면 모든 답을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모르는 게 없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아무도 그의 사진을 보았다는 이가 없다….’ 이런 사람 주위에서 보았는가? 사진 이론전문가 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사진가는 아니다.

13. 자기에게 없는 장비를 가지고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아느니 보다, 자기가 가진 장비를 가지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

만일 내가 400미리 2.8 짜리 렌즈만 가지고 있다면, 사자가 영양을 덮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을 텐데… 혹은, 어안 렌즈 하나 있으면 멋진 사진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상상 속에서 환상의 사진을 꿈꾸지 말고 지금 가진 장비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는 게 낫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은 남들이 갖지 못한 무엇을 가지고 있다. 지금 F100을 가지고 있다면 F5가 가지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을 방금 시작해서 카메라 바디조차도 없는 불쌍한 친구를 생각해 보라. 행복하게도 어떤 장비든 가지고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그 장비가 해낼 수 있는 최대의 능력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진이 경제적으로 선택된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의 취미에서 대중적인 취미로 변화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필름 카메라가 사진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에서 필름 카메라 사용자와 흔히 똑딱이라고 불리는 디카와의 공존 시대를 거쳐 지금은 DSLR이 국민 카메라화(이런 표현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되어 있죠. 주말 거리를 나가보면 DSLR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제법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DSLR은 FF라고 불리는 풀프레임 바디와 크롭바디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풀프레임과 크롭바디의 차이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별 의미는 없을 듯하고 인터넷 상에 워낙 정리가 잘 되어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시면 될텐데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135mm 필름의 판형과 같은 크기의 CCD 혹은 CMOS를 탑재한 것이 FF이고 1.5배 혹은 1.6배라는 식으로 크기가 작은 CCD나 CMOS를 탑재한 것이 크롭바디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풀프레임 DSLR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크롭바디 사용자들을 알게 모르게 무시하는 구석이 많다는 점인데요. 극단적으로는 크롭바디를 쓰레기 취급하면서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FF를 써야한다는 묘한 논리를 펴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필름 카메라를 써온 입장에서는 잘 납득은 가지 않습니다. 135mm포맷이라봐야 중형이나 대형 카메라에 비하면 정말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마치 135mm포맷이 전부인양 FF를 찬양하는 이들을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에만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크롭바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FF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경제적인 이유입니다. DSLR의 경우 기술적인 진보속도에 따라 가격대가 정해지는데 아직 FF기술은 도입 초기 단계여서 제작 단가가 비쌀 뿐이죠. 마치 페라리나 포르쉐를 몰면 자신이 F1 드라이버라도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것인데 돈이 있다는 이유로 사진이 좋아지거나 운전실력이 늘리는 없습니다.

머지 않아 FF가 DSLR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은 뻔한 일이고 지금 크롭바디를 무시하던 이들은 다시 FF의 상급기종으로 이동한 다음 보급형이네 중급기네 하는 핑계로 새로 FF로 건너온 이들을 무시하겠죠. 또 중형 카메라급 포맷의 디지털로 올라가서 SLR급 장비를 쓰는 이들을 무시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이들의 특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비보다 고가의 장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말도 못한다는 점인데 제 경험으로도 소위 대포들이 줄줄이 서 있는 촬영장에서 M6으로 길을 튼 적도 있으니 참 사람의 허영심이라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이 안 나오면 바디 탓을 합니다. 이게 크롭바디라 이 모양이다. 좋은 바디를 가지고 있으면 렌즈 탓을 합니다. 렌즈가 어두워서 제대로 실력이 안 나왔다. 끝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최고 바디와 최고 렌즈를 구하면 그제서야 조용해집니다. 이제까지 사진이 형편없었던게 자신의 실력 탓임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죠.

비단 사진의 세계에서만 이런 일이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무언가의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사진가들에게는 저마다 주력으로 사용하는 렌즈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보통 사진에 입문할 당시에는 자신이 어느 화각대의 이미지를 주로 찍는지 감을 못 잡기 때문에 줌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도 나는 누군가 렌즈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우선 18-200mm와 같은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줌렌즈를 우선 사용해보라고 한다.

이런 렌즈의 경우 가격대도 저렴한 편이고 처음 사진에 입문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S렌즈나 L렌즈를 덥썩 구입하는 것은 과시용이라면 모를까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흔히 좋은 렌즈를 사면 좋은 사진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진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니다.

내 경우도 처음부터 남들이 좋다는 고급 렌즈를 구입하면서 시행착오를 무척 많이 겪었고 그에 들어간 경제적인 손실도 컸지만 무엇보다 정확한 나의 눈(화각)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결려야 했으니 무척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렇게 줌렌즈를 사용하다보면 자신만의 화각이 나오는데 그쯤되면 해당 화각대에서 가장 정평이 나 있는 단렌즈를 장만해보자. 특히 24mm, 35mm, 50mm, 85mm와 같은 렌즈들은 각 제조사들이 제법 많은 공을 들이는 렌즈들이므로 앞서 구입해둔 줌렌즈는 스냅이나 여행용으로 보관(렌즈를 자주 사고 파는 일은 가능한 없게 하자)하고 자신의 눈에 맞는 화각대의 렌즈를 구입하면 된다. 고급 렌즈를 살 때 주의할 것은 필터 역시 가장 좋은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필터를 그냥 렌즈 보호용으로만 생각하고 저가형 필터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차라리 필터를 끼우지 않는 것만 못하다. 예전에 후배가 가지고 있는 어떤 필터는 아예 내 얼굴이 비쳐 보일 정도였는데 이런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막상 필터를 사려고 보면 가격이 만만치 않아 부담을 느끼는데 좋은 필터를 쓰던가 아니면 아예 쓰지말던가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역시 슈나이더 필터(B+W)다.

자신의 눈에 맞는 단렌즈를 구비하고 나면 그때부터 사진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느낄 텐데 이때 유혹을 심하게 느끼는 것이 처음에 언급한 하이엔드급 렌즈인 니콘의 S렌즈나 캐논의 L렌즈다. 특히 단렌즈에 비해 크게 화질 차이가 없고 줌을 장비한 렌즈들의 경우 편의성이 좋기 때문에 제법 끌리는데 그래도 단렌즈에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일단 이런 렌즈에 대한 유혹은 떨쳐버리는 것이 좋다. 하나 장만하려면 최소 100만원이 넘게 드는 렌즈인데 아무래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바디는 중고를 사도 좋다. 하지만 가급적 렌즈는 신품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디지털이라면 조금 상황이 다른데 바디는 가급적 신품을 사는 것이 좋지 싶다. 물론 디지털 기기의 특성상 감가상각이 상당히 큰 점이 부담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중고 디지털 기기는 안정성면에서 권하고 싶지 않다. 렌즈는 역시 신품을 구하는 것이 좋은데 광대역 줌(18-200과 같은)의 경우는 중고라도 무방하고 단렌즈의 경우도 상태가 좋은 중고면 좋다. 다만 하이엔드급 줌렌즈의 경우라면 AS의 측면 등을 고려해 가능하면 신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물론 수동렌즈가 마운트 가능한 카메라라면 수동렌즈는 중고라도 큰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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