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날따라 결혼식 야외촬영이 많은 날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는 사진은 신랑과 신부가 밝게 웃고 있는 사진들이지만 그 사진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제법 분주하고 한편은 피곤스러워 보였다. 결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야외촬영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동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랑신부 모두 제법 힘들어보이는 표정. 

요즘은 디지털카메라가 일반적이니 사진에서처럼 중형 판형의 카메라를 쓰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디지털보다 불리한 점이 많으니 한 컷을 찍는 데도 제법 많은 과정들이 필요한 모양이다. 나름 괜찮은 구도라고 생각해 찍었지만 호수 건너에서 35mm로는 무리.. 크롭을 해보니 좀 나아보이긴 하지만 표정을 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차라리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그래도 행복한 날의 사진을 담는 이들에게 예의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이동 중에 워낙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았기에..

일포드 XP2는 언제나 이렇게 부드러운 흑백을 그려준다..


Contax Aria, Carl Zeiss 35mm Distagon f/2.8, Ilford XP2, L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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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뉴스를 보다가 참 답답한 기사가 난 것을 보았다. 원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세상을 쉽게 살려는 사람들이 갈 수록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기사에 대해 여자들을 욕할 수도 있고 나름대로의 변호를 할 수도 있겠지만 문득 결혼이라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감상적인 사랑에 의존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위의 사례에서 과연 여자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상대방의 재력만을 보고 선뜻 몸을 내 주고 결혼까지 한다면 이 역시 스스로의 감정과 상대방에 대한 사기가 아닌가? 물론 법적으로 감정을 속인 것을 사기로 처벌할 수는 없겠지만 가지고 있는 재산을 속인 것보다 난 감정을 속인 것이 더 큰 죄라고 생각된다.

저 여자들도 남자를 만나는 동안에는 어떻게든 결혼을 하려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만들어서 상대방의 환심을 샀을텐데 그런 부분은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 여자들은 돈만 많으면 된다.' 라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개소리가 아닌 것도 씁쓸하다. 내 주변에는 어려운 생활을 둘이서 극복해나가면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후배들이 제법 있다. 그 녀석들을 보면 세상엔 아직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이 남아있기는 한가보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요즘 세태는 참 결혼에 대해 가뜩이나 회의적인 내게 사람보는 시각을 더 어둡게 하는 것 같아 아쉽다. 위 기사의 압권은 글의 말미에 나온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강남에 집이나 빌딩이 있다는 식으로 과시하며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성에 접근하는 남자는 한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속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요즘의 모습 아닌가? 서로 악의적인 목적으로 만나는 것이니 누가 누구 탓을 할 수 있을까? 답답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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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유난히 그날만 추웠던 날 동생이 결혼을 했다. 29이니 요즘 추세로 보면 그래도 제법 이른 나이에 간 셈이다. 근 한 달을 집안이 무척이나 분주했었는데 주말을 보낸 월요일 아침 동생 녀석의 텅빈 방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다. 식장에서 만난 친지들이 "너는 왜 아직 안 갔냐?"고 물으실 때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아들 둘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으니 다행이 아닐까 싶다.

4식구가 어떻게든 살아온 지난 시간이 애틋한 마음이다. 이제 동생 녀석은 자기 인생을 살아가겠고 1년에 한 두번이나 볼 수 있을까...세월의 흐름에 따라 순리대로 사는 것이 제일이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시지만...내게는 그 순리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다지 쉬워보이지는 않는 듯 싶다.

아무튼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싶다. 막상 동생이 결혼을 하니 집에서도 은근히 "너는?"이라며 제법 아쉬워하시는데..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모님이 "너 결혼시킬 여자 찾아놨으니 기다려라"고 하시니 이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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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중에는 이제 독신은 남아 있지 않고 후배 녀석들도 거의 다 결혼을 해서 이제 솔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내가 대표적인 인물이 되어 버렸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아직도 미혼이라면 일단 놀라고 결혼에 별 생각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또 한번 놀란다. 이젠 그것도 적응이 되어서 그려려니 하지만 내가 왜 결혼을 안하는지 똑같은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조금 번거로울 뿐이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들 하고 나도 그말에는 찬성을 하지만 결혼에 있어서는 글쎄..라는 생각이 좀 더 강하다. 후회한다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어쩌면 안 하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그것은 결혼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몸에 생긴 상처는 치유가 비교적 쉽지만 마음에 생긴 상처는 치유가 어렵다.

어쩌면 내가 본의아니게 독신이 된 것도 아직 내게 남아있는 상처때문이겠지만...

지금은 굳이 그 상처를 낫게 하려는 생각도 없다. 오히려 이렇게 아직도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내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꽤나 서운해하셨던 부모님들에 대한 죄송함이지만..그나마 동생 녀석이 올해 장가를 가니 한 시름을 더시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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