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라는 말이 있다. 건담과 프라모델의 합성어로 당연히 일본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려먹기의 최강자라 할 수 있는 반다이가 건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출시하는 프라모델인데 의외로 이 건프라에 푹 빠진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어려서 소위 '조립식'에 열광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남의 이야기만도 아닌 셈이다. 게다가 집 근처에 아카데미과학, 에이스과학 등이 있었으니 어린 마음에 진열장 밖에서 꽤나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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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호회분의 작품인데..정말 작품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보통 이 정도 건프라를 제작하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반다이 건프라는 MG, HG 이런 식으로 등급을 분류하고 있는 데 코팅된 제품같은 경우는 십만원은 그냥 넘어버린다. 게다가 도색비용이나 각종 공구의 구입 등을 생각하면 어린이들이 즐기는 '조립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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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간도 길고 도색 작업과 마무리 그리고 적당한 구도를 잡아 진열하는 일까지 마치고 마지막으로 멋진 장면을 연출해 한 컷 찍어주면 일단의 작업은 마무리되는 것같다. 동호회분의 이 작품들을 보고 한참을 건프라 매장을 기웃거려봤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은 비용적인 문제를 떠나서 진득하게 이걸 제작할 수가 있을까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사실 매장에 나가 작품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기분이 업되는 데 이걸 실제로 내 손으로 만든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일 것이다.

건프라 외에도 전쟁을 배경으로 디오라마를 제작하는 분들이 꽤 있고 이분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정말이지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우수하다. 코엑스에 간다면 구석 어딘가에 디오라마 전시를 해 놓은 프라모델이 매장이 있으니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같다..

아무튼...나만의 건프라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과 그만큼의 부담감은 선뜻 적당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했고..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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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건프라는 사지 못하고 SD형태를 하나 구입했다. 뭐..도색이니 그런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순정품 그대로의 Z건담이다. Z건담을 구입한 것은 어린 시절 50편이나 하는 당시 구하기도 힘들었던 LD로 봤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위의 작품과 내 조립식을 비교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요 작은 것만 해도 가격이 만원 안쪽이다. 전용 페인트라도 사려고 하면 그때부터 통장 잔고 걱정을 해야 한다. 건프라의 중독성은 꽤나 강하기 때문이다..

건프라나 전쟁물 디오라마는 그래도 일반적인 취미(?)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묘한 피규어들을 만드는 분들도 있다. '에이 그런 걸 어떻게 만들어..'라고 말하면서도 가끔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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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을 보고 난 후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래 전에 본 나비효과를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것이었다. 나비효과가 특별한 인상을 주는 것은 누구나 한 번정도는 생각했음직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자체의 설정이나 묘사는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와 닿지는 않았지만 '선택의 순간에서 다른 길을 택했을 경우'에 대해 극단적인 이야기 전개를 끌어냄으로써 얼마나 현재의 선택이 중요한 지를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 미련이 남은 이들이라면 감상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내 경우는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자기의 경우가 가장 그럴 것이라고 주장을 할테고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순간에 내가 그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가장 아쉬운 순간들은 역시 사람과의 만남의 순간, 진로 선택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말 1분 뒤의 미래라도 알 수 있었다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는 선택을 살아오면서 참 많이 했다. 제도의 탓이라면 제도의 탓이겠지만 이공계에서 문과로의 전환과 같은 극적인 반전은 내 인생 자체를 바꾸어 놓은 경우이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과 첫사랑을 덧없이 떠난 보낸 기억 역시 내 인생의 근본부터 변화한 경우라 하겠다.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직 없는 것을 보면 미래의 어느 날에도 타임머신이라는 기계는 발명되지 않을 것같다. 아니면 가까운 어느 날 인류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고..

그렇게 시간을 되돌이키는 것은 상상 속이나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큰 법이고 미련과 후회가 많이 남는 법이다. 가장 후회하지 않는 길은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진리이지만 사람이라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존재는 그보다는 향수에 빠져 과거를 돌아보는 데 더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그런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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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확실히 스릴러물에 관심이 많이 가는 계절이다. 날이 덥다보니 무언가 몰입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다음 달 개봉 예정인 1408은 그런 면에서 좋은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것같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작품에 대해 줄거리를 적어 나가는 것은 다분히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내용을 적는 것은 피하겠다.

다만 주관적인 결론을 내리자면 대작의 축에 들기에는 어려운 작품이라는 점이다. 원작을 읽었더라면 좀 더 다른 느낌을 가졌을 수도 있겠지만 비주얼적인 면에 신경을 많이 쓴 탓일까..의미의 전달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나마 존 쿠삭이라는 걸출한 배우 덕에 끊임없는 긴강감을 유지할 수는 있었지만 식스센스와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다. 여름 시즌을 노리고 스릴러성에 비중을 두고 제작한 탓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주제 자체는 나름대로 깊이가 있으나 그에 대한 적절한 전달을 하지 못한 점을 빼면 다시 말해 무언가 감정의 이입을 느끼는 것을 배제한다면 가볍게 볼만한 작품이다.

명대사라고 하면 흔히 영화를 떠올리지만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대사들도 때로는 깊은 인상을 주며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영상과 함께 대사를 듣는다면 훨씬 느낌이 강하겠지만 대사만 따로 떼어놓고 읽어 봐도 좋은 대사들을 추려보았다.


내 안의 뿌리깊은 상처...
자신이 자랑스러울 만큼 강해지자.
누군가를 위해 죽을 수는 없어.
남겨질 누군가의 아픔을 아니까.
나를 위해 살고, 나만을 위해 죽는... 그것이 나의 긍지.

네가 죽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살아있으면 무언가는 바뀔 수도 있겠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공자를 만나면 공자를 죽여라.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사로잡히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살아가라

-최유기

아픔을 동반하지 않는 교훈에는 의의가 없다. 사람은 어떤 희생 없이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으니까.

과거를 원망만 해선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강철의 연금술사

자신을 믿지 않는 자는 노력할 가치도 없다. -나루토

현재는 순식간에 과거가 되고 추억은 시간과 함께 언젠가는 사라지는 -크루노 크루세이드

어떤 추억이든 확실히 이 가슴에 품고서 믿으며 살고 싶어.

지지 않는 자신이 되도록. 언젠가 그것조차도 뛰어넘어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도록

- 후르츠 바스켓

"강하다"는 것은 "약함"을 아는 것,
"약하다"는 것은 "겁을 내는" 것,
"겁을 내는" 것은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강하다"는 것. -20세기 소년

죽으러 가는 게 아니야. 내가 살아있는지 어떤지 확인하러 가는 거야."

- 카우보이 비밥

설령 가짜라는 것을 깨닫지 못해도 믿고 소중히 여긴다면 사랑은 생겨날까?

- 나나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일들은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다.

- 원피스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없다...

-베르세르크

俺は..... 君を.....君を...... 守る.

그리고 이 마지막 대사만은 원문 그대로 옮겨왔다. 어느 애니에 등장하는 지 기억이 나는 분이 계실까?

‘라디오스타’...사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었고 ‘타짜’를 보는 줄로 알고만 있었는데 극장에 가서야 바뀐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알고 있던 기초 정보라면 일요일 영화 안내 프로그램에서 들은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소리만 들었으니 이 표현이 맞을 것같다) 안성기와 박중훈 주연의 영화라는 점, 이준익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점 정도랄까...

영화에 대한 평가는 이미 많은 곳에서 다루었으니 여기서 또 ‘영화전반에 흐르는 잔잔한...’ 이런 말을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평론은 평론가들에게 맡겨두자. 물론 나는 작품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학창시절 시를 분석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으니 말이다.. 말이 또 옆으로 샌다..

아무튼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이 없었던 점은 꽤나 좋았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다루고 있지만 편하게 볼 수 있는 점은 감독의 능력이다. 아무 데서나 터지는 미국식 액션도 없고 ‘작품을 위해 벗었다’는 여배우도 없다. 청춘스타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CG가 등장하지 않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내가 보수적인 다큐멘터리물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라디오스타’의 주제는 부러진 벤츠 엠블럼에 들어 있다. 영화를 주의 깊게 본 사람이라면 내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하지 싶다. 아직 개봉 중인 영화의 장면을 묘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이것 하나만 언급해둔다. 영화를 아직 안 본 분이라면 두 사람이 타고 다니는 차를 눈여겨보시기를...

안성기와 박중훈의 연기는 그동안의 연륜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본 두 사람이어서 그런가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특히 박중훈은 참 많이 변했다. 하지만 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좋다는 것이 내 지론인 까닭에 두 사람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깜찍하게 나와 준 최정윤도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지만 배역을 잘 소화했다. 신인인 한여운에 대한 기사는 많지만 여배우 비중이 워낙 적은 영화다보니 최정윤의 연기에 대한 평은 별로 없다. 철저하게 선입견이 들어간 입장에서 말하자면 “잘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이른 아침에 편한 복장으로 극장에 나가 보기에 제격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복잡한 영화보다 보는 순간 이해가 되는 작품이 좋다. 화면을 보면서 ‘아 정말 그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다.

혼자가 된 이후에는 극장에 따로 시간을 내어본 적이 없으니 4년 만이다. 그래도 좋은 영화를 보게 되어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 보람이 있었다. 아, 그리고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도 눈 여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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