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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5 22:02 - Snowroad snowroad

절망의 끝에 내던져진 사랑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펭귄클래식 리뷰단에서 이번에 보내온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입니다. 한 번 정도는 들어보셨을 듯한 제목이지요. 아마 줄거리도 막연하게나마 알고 계신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제 서평에 줄거리는 적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막연하게나마 알고들 계신 줄거리는 한 남자가 유부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을 이루지 못 하게 됨을 아쉬워하며 자살한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그게 이 소설의 줄거리만 끌어내자면 전부입니다. 어쩌면 큰 이슈가 될만한 것도 아닌 이책이 거의 30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읽히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줄거리만 보고 읽을 책은 아니라는 의미도 됩니다.

이책의 내용은 괴테의 경험에서 끌어낸 것입니다. 흔히 고백 문학의 시초로 이책을 꼽는 것도 그런 이유지요. 여주인공 로테(혹은 롯데)는 괴테가 실제로 사랑한 로테의 이름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소설에서처럼 괴테가 자살을 하지는 않은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까요. 자, 이제 한번 생각을 해보도록 하지요. '사랑을 위해 죽다.' 그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시나요?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 사람만을 살려야할 때 사랑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는 일은 최근에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때문에 생명을 끊는다는 것은 요즘의 사고방식에서 본다면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남자가 혹은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훌훌 털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돼" 아마도 요즘 사람들이 내리는 결론은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베르테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어리석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오히려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멀리서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을까요? 다른 이와 결혼한 사람의 미래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축복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쉬운 질문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책의 대부분은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 베르테르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모든 이야기들이 펼쳐 집니다. 초반부만 해도 베르테르의 냉철함과 확고한 철학이 빛납니다.  

"인생이 꿈이라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 바이지만, 나 역시 어딜 가나 그런 느낌을 받는다네. 인간이 지닌 활동적인 탐구력 역시 한계에 갇혀 있음을 볼 때, 그리고 인간의 모든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욕망을 채우는 쪽에 머물며 이 욕망이라는 것도 사실은 우리의 불쌍한 생을 연장하는 데 봉사할 뿐..."

이라는 문장을 읽게 되면 베르테르가 감정적이라기보다는 이성적인 인물이고 나름의 확고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적어도 로테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베르테르는 욕망에 의해 흔들리는 인간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 역시 한편에서는 욕망의 일종인데 다른 편지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끊임없는 헌신을 바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까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던 그가 로테를 만나고 기존의 생각이 무너지게 됩니다.

"사랑이 없는 세상이 우리의 가슴에 무엇일까! 빛이 없는 마법의 등잔이 다 무슨 소용인가!"

사람이 변해도 이렇게 변하나 싶습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해 본 분들이라면 공감이 되실텐데 저는 그런 사랑은 해 본 적이 없어서 누군가를 한번 만나고 이렇게까지 변하게 되는 것이 잘 이해는 가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꼭 겪어보고 싶은 감정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베르테르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이루어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사랑의 완성은 무엇일까요? 결혼일까요? 적어도 베르테르에게 있어서는 그런 것처럼 보입니다. 어떠신가요? 사랑을 한다면 최종적으로는 결혼을 해야 그 사랑이 온전해 지는 것인가요? 저는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베르테르는 말합니다. "꼭 이래야만 하는가? 인간의 행복의 원천이 그의 불행의 근원이 되다니" 라고 부르짖습니다. 사랑으로 인해 행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괴로워해야 하는 것이 그에게는 커다란 무게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로테의 남편에게서 총을 빌려 그 총으로 자살을 합니다. 물론 로테에게 장문의 편지를 남기고 말이죠. 어쩌면 굉장히 치졸하고 비겁한 행동처럼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을 겪는 로테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만 도취된 모습을 보입니다. 

"나는 이 옷을 입은 채로 묻히고 싶습니다. 로테, 당신이 만져서 성스러워진 이 옷을 입은 채로 말입니다. 당신의 아버지에게 그것도 부탁해 놓았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마음이 답답해 집니다. 황순원의 소나기의 마지막 부분과도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정녕 로테를 사랑한다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은 클라이맥스를 보여줍니다.

"권총은 장전되었습니다. 시계가 12시를 치네요! 자 이제! 로테! 로테, 잘 있어요! 잘 있어요!"

이 정도면 상대방에 대한 만행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아 있는 이에게 모든 짐을 떠안겨 버립니다. '너를 사랑하지만 맺어질 수 없으니 내가 죽겠다'는 것인데 죽으면 조용히 죽지 사방팔방 다 이야기를 하고 당사자에게 편지까지 남깁니다. 요새말로 찌질해도 이렇게 찌질한 인간상이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책에 대한 해석은 독자마다 차이가 큰 편인데 적어도 제가 읽기에는 이렇습니다. 베르테르는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내던진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책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일꾼들이 유해를 운반했습니다. 성직자는 한 사람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괴테는 베르테르의 모든 행동이 옳지 않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는 셈입니다. 가톨릭이 지배하던 사회 안에서 성직자의 축복도 받지 못한 장례식이란 말 그대로 버려진 죽음일 뿐입니다. 여기까지 읽고나서야 앞부분을 읽으면서 느꼈던 베르테르의 비겁함과 찌질함이 해소됩니다. 마치 술에 취한 듯 자신의 감정에 도취되어 타인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고 행동한 베르테르라는 인간에 대해 괴테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의도와는 반대로 이책의 출간 이후 수많은 자살자들이 양산되었는데 아마도 마지막 문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까닭이라 생각됩니다.



  1. 2012.11.26 09:15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1.28 17:33 신고

      네 그 효과가 요즘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곤 하더군요. 바람직한 것은 아닌데 그런 것에 의지해서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기도 하니 지양해야할 일이지요..

  2. Favicon of http://photopark.tistory.com BlogIcon skypark 2012.11.26 11:11 신고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제목을 보니 반가운 책이네요.
    지금 다시 읽으면 생각도 느낌도 다를것 같아요.
    좋은 책 소개 감사 합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1.28 17:34 신고

      아마 학창시절 한두 번쯤은 다들 접해보셨을 책이지요 ^^; 세월이 이젠 많이 흘러 다시 읽기도 애매한 그런 책이기도 하고요.

  3. Favicon of http://ahla.tistory.com BlogIcon 아톰양 2012.11.26 12:57 신고

    기억속 잊혀진 이야기를 덕분에 다시 보게 되네요 ㅎ

  4. Favicon of http://diaryofgrinder.tistory.com/ BlogIcon SAS 2012.11.26 19:55 신고

    여러 판본이 있습니다만 아직도 베르테르라고 쓰는 출판사들은 신경좀 써야 할것 같네요.
    베르테르라고 읽힐 만한 단어가 아닌데, 일본쪽 서적을 이중번역해서 만들어진 녀석을 아직도 쓰고 있다니... ㅡㅡ;

    이 책은 그야말로 역사의 힘을 고스란히 간직한 작품이란 느낌이죠.
    이게 250년 전의 작품이라고 하니, 진정 시대를 뛰어넘는다는 건 이런 건가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원서를 접한 분들 말로는 굉장히 서정적이고 문학성이 뛰어난 필체하고 하더군요.

    사람은 원래 이성과 연애같은 비합리성의 감정 깊숙히 들어가면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올바름에서 점점 벗어나 무질서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몸을 맡기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명성을 얻고 문학과 예술이라는 비합리 덩어리의 집합체가 생기는게 아닐까 싶네요. ^^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1.28 17:37 신고

      베르터라 해야 맞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 그렇게 쓰면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사실 고전은 원서로 읽어야 제 맛을 느끼는 데 번역자에 따라서 내용이 굉장히 많이 바뀔 수도 있어 책을 고를 때 출판사와 번역자를 먼저 따져보게 됩니다. ^^

      아무튼 전 이책에 대해서는 그다지 긍정적인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신파조의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제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처를 주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5. w.샤우드 2012.11.29 23:19 신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참 좋은 교양서이죠.. 고딩시절 이책으로 방황을 더욱 불사른 책입니다..
    다시 스노우님의 생각으로 또한번 되내이게 됩니다.. 좋은 인용글 일부분(붉은글) 제가 좀 카피하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2.12.01 10:31 신고

      고등학교 때 로테가 있으시셨군요..^^
      당시는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아련한 것이 또 사랑과 이별이 아닐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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