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사진에 푹 빠져 있을 때에는 오로지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스캔 작업을 하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였을 정도였다. 오늘 문득 지난 스캔 파일 폴더를 뒤적이다 보니 올해 들어서는 한 장의 사진다운 사진을 찍지 못했다. 2008이라고 적힌 폴더는 텅 비어 있고...한참을 보관함에 넣어 둔 카메라는 오히려 낯설기까지 하다.

생각해보면 사진을 가장 열심히 찍던 시절이 일도 가장 열심히 했고 마음도 가장 편안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사진이라는 것은 사진가 본인의 감정이 그대로 이미지에 나타나기 때문에 정신이 멀쩡하지 않으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직업 사진가들의 고뇌가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간다. 후배 녀석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해왔다. 어쩌면 다시 사진을 내 인생의 중심으로 끌어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선뜻 응했다.

보관함에 고이 모셔져 있는 카메라를 들어본다. 전원을 넣어보니 여전하다. 그동안 얼마나 쓸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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