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전에 한창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으로 다닐 때는 거의  매주 출사를 나갔다. 출사시에 맞춰 생각해 둔 필름을 챙기고 늦은 저녁 충무로에 들러 현상을 하고 집에 돌아와 스캔 작업을 하곤 했으니 어쩌면 평일보다 더 바빴던 시기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사진을 찍는 일이 거의 없다. '디지털은 나에게 도통 감흥을 주지 않아'라고 서투른 항변을 해보지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 사진에 대한 감정이 시들해졌다면 아무래도 어폐가 있다. 그래서 도대체 카메라를 잡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결론은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데 있다고 내렸다. 그러면 왜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이젠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같다.

사진 작업은 꽤나 쉬워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앙한 수준의 감정 이입을 요구한다. 즉 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을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감성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데 지금은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정의 이입과 동화가 안 되다보니 찍혀나오는 사진들이 텅 비어있다. 이래서는 셔터를 누르는 의미가 없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장비가 없는 것도 아닌데 사진을 찍지 못 하는 것은 내게는 꽤나 답답한 일이다. 인생에서 유일하게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구성해나가는 작업이 언제부터인가 멈춰있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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