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에 구입한 시계니 6년이 되었다. 시계수집가도 아니고 어떤 시계를 골라야 하나 둘러보다가 구입한 녀석인데 생각보다 유행을 탔던 모양이다. 요즘은 좀처럼 보기 어렵지만 당시만 해도 나이키 신발처럼 유행했던 녀석. 본의 아니게 유행을 좇은 격이 되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와서는 괜찮은 선택이었지 싶다.

이 녀석을 데리고 다니는 동안 고장난 적이 없었으니 첫째 만족이고 언제나 거의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니 둘째 만족이다. 하지만 세월이 세월인지라 가죽줄은 벌써 2개째다. 가죽이 땀을 타다보니 아무래도 쉬이 끊어진다. 올해도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 고민하던 차에 인터넷에서 시원해보이는 줄을 하나 골랐다. 예전같으면 비싼 메이커를 골랐겠지만 이젠 그런 것들에 대해 나름 초연해져서인지 시원해보인다가 유일한 이유였다.

내 시계에 맞는 줄이 아니다보니 조금 손질을 해야했는데 칼로 몇 군데 도려내고 나니 그럭저럭 어울린다. 윗부분은 너무 잘라내서 휑한 느낌도 있지만 뭐 시계가 시간만 잘 알려주면 그만이지 싶은 생각에 그냥 두었다.시계줄을 바꿔 주며 녀석을 살펴보았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보니 이곳저곳에 흠집이 많이 나 있다. 그런데 그 흠집들이 오히려 정이 간다. 내가 가는 곳을 늘 함께 따라다니며 나와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니 그정도의 흠집은 당연하지 싶다.

그러고보면 나는 물건 하나를 사서 꽤 오랜 시간을 쓰는 습관이 있다. 비록 물건이라도 정을 붙이면 좀처럼 떼지 못하는 성격 탓인데 그러다보니 내 주변에는 골동품의 모양을 슬슬 내기 시작하는 물건들이 제법 된다. 같이 늙어간다는 것은 그래도 꽤 괜찮은 느낌이다. 물건이 이 정도인데.. 사람과 함께 늙어간다면 그 정은 얼마나 클까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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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멋진 책 제목을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별 다른 고민의 여지도 없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라고 말한다. 고교 시절 이 책을 처음 읽게된 동기는 역시 '멋진 제목' 덕분이었고 당시 내가 고민하던 그리고 지금도 고민하는 문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여전히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로 손 꼽곤 한다.

얼마 전 손목시계를 잃어버렸다는 하소연의 글을 적었었다. 시계가 없어진다는 것은 나를 구속하는 그 무엇인가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지만 역시 난 시계가 없으면 불편함이 더 크다. 시간과 틀로부터의 자유에 나 자신이 아직 깊이 적응되어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고민 끝에 마련한 것이 이 시계다. 내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애착을 가지는 것들이 여러가지가 있는 데 책, 자동차, 카메라 그리고 시계가 그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네 가지는 꼼꼼하게 따져보기를 즐기는 터라 시계를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고나서도 상당히 고민이 많았다.

아무튼 오랜만에 시계가 손목으로 다시 돌아오고나니 왠지 안도감이 든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무언가가 없음으로 인해 느끼는 상실감이나 허전함보다는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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