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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9 21:12 - Snowroad snowroad

오래된 구두 그리고 진득함

구두 밑창이 가로로 죽 갈라졌다. 두 번째다. 5년만에 밑창이 두 번이나 갈라졌으니 열심히 구두를 신고 다닌 까닭이리라. 밑창은 더 이상 쓸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가죽은 멀쩡하니 매장으로 가 수리를 부탁했다. 점원은 한참 구두를 들여다보더니 밑창을 교체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고 더 이상은 불가능하단다. 비용이 5만 원이 드니 잘 생각해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고보니 일전에 밑창을 교체한 비용까지 하면 조금 더 보태어 구두 한 켤레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나는 수리를 맡겼다. 새 구두를 신어보고 싶은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것을 쉽게 버릴 수 없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지나 내 손에 들어온 구두는 밑창이 이렇게 변해있었다. 겨울에 대비하라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정든 녀석을 되살렸으니 그것으로 됐다. 이번 밑창마저 갈라져버리면 그때는 정말 이 녀석과 이별을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동네 구두방에서 뭔가 조치가 가능할 수도 있기를 바래본다.

우리네 구두는 보통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진 밑창을 쓰는데 이 소재는 잘 쓰면 3년 그렇지 않으면 2년이면 수명이 다 한단다. 다른 소재를 쓴다면 좀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물어보니 그런 것은 없다고 한다. 아쉬운 부분이다. 

언젠가부터 주변에 오래 두고 진득하니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좋은 녀석을 하나 장만해 10년 아니 그 이상을 곁에 두고 마치 내 몸의 일부처럼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말이다. 

가만히 내가 가진 것들을 뒤젹여보니 9년이 넘은 카메라가방과 8년이 조금 넘은 시계가 그나마 오래된 것이고 어지간한 것들은 비교적 최근의 물건이다. 일상의 진득함을 물건에서 찾는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낡고 손때 묻은 물건에 남아있는 한 사람의 삶을 느끼기 어려워지는 분위기는 분명 아쉬운 일이다.

항상 내 곁에서 내가 무슨 일이라도 하려할 때 가장 먼저 내 손에 들려지는 그런 물건은 이미 나 자신의 일부와도 같은 존재다. 그리고 그런 물건들은 세상의 경제적인 가치로 측정할 수 없는 그런 존재다. 가능하면 그런 물건들을 많이 남기고 싶은데 무소유와는 거리가 먼 이런 생각이 드는 걸보면 나도 한참 멀었구나 싶기도 하다.

  

  1. Favicon of http://0572.tistory.com BlogIcon 『방쌤』 2014.11.30 07:01 신고

    제 주위를 둘러봐도 그렇게 오래된 물건들은 없어보이네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만큼
    물건들도 빠르게 바뀌어 가는 것 같습니다
    괜히 아쉽네요

  2. Favicon of http://photopark.tistory.com BlogIcon skypark박상순 2014.11.30 23:17 신고

    저도 구두 밑창을 갈아 신는 편인데
    그렇지 않고, 바로 새 구두를 구입하시는분들도 많은걸 보면,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새로운것에 익숙해지는게 아닐까 싶어요.

    아버지 물건을 아들이 소중하게 간직하며 사용하는것도 좋을텐데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난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ㅎㅎ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12.02 18:34 신고

      그렇죠. 무언가 물건을 남겨 그것을 이어 사용하게 되는 모습. 이젠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 된 것 같습니다. 저 구두는 가죽이 버틴다면 한 번 오래 신어볼 생각입니다. ^^

  3. Favicon of http://8910.tistory.com BlogIcon 여행쟁이 김군 2014.12.01 03:15 신고

    잘 보고 갑니당~~
    좋은 꿈 꾸시길 바래용~

  4. 2014.12.01 09:38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12.02 18:35 신고

      그렇죠. 일회용이라는 게 이젠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어 버렸네요. 한 번만 쓰고 버려지는 것들..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오래된 것이 소중한 것이 되는 일도 갈 수록 적어지고요

  5. Favicon of http://mindeater.tistory.com BlogIcon MindEater™ 2014.12.09 13:19 신고

    무소유는 0.00....1%만의 사람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법정스님이나 소로우 같은...^^;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12.11 21:46 신고

      그렇지요. 가능한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유지하고 다른 것들을 더 들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

  6. Favicon of http://diaryofgrinder.tistory.com BlogIcon SAS 2014.12.11 09:21 신고

    저는 발이 좀 기형이라서 신발이 오래 버티질 못합니다.
    수십만원짜리 맞춤 구두라면 조금 오래 신을 수 있지만 기성품은 2년만 신으면 걸레가 되어 버리죠.
    개인적으로는 물질적인 소유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떠나갈 물건들은 그냥 가볍게 보내주는 편이지만
    그런 주인 곁에서 질기게 살아남은 녀석들은 아무리 낡아도 쉽게 내칠수가 없는 가치가 생기더군요. ^^

    카메라가방이 너무 낡아서 거의 걸레처럼 되어 버렸는데 이걸 수선할 수 있을지... ㅡㅡ;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12.11 21:47 신고

      저도 빌링햄 하들리가 10년 정도 사용한 녀석이네요. 모서리 부분이 쓸려서 구멍이 나긴 했는데 이만한 녀석이 없다 싶네요. 나와 함께 세월을 같이 한 존재는 쉽게 멀리 하지 못 하나 봅니다. ^^

  7. Favicon of http://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4.12.15 05:21 신고

    오래 쓰다 보면 몸에 익어서 몸의 일부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요. 사실 오래 쓴다는 것이 좋은 것인데요...신제품에만 열광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4.12.30 15:36 신고

      그렇지요..그런데 요즘은 제품이 나올 때 처음부터 수명이 짧게 정해져 있는 거 같아 아쉽더군요. 휴대폰도 그렇고요..

  8. Favicon of http://goleemw1.tistory.com BlogIcon 멀바띠 2014.12.24 17:09 신고

    답글이 늦었네요. 포스팅 하루에 몰아쓰고 전부 예약 걸어둔 상태라 오늘 봤습니다;;
    학교다닐때 용돈 쪼개가며 무거운 보급형 dlsr카메라 구입하고 6~7년이 되었지만
    놀러갈때 현역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9. Favicon of http://tangbisuda.tistory.com BlogIcon 롤랑존 2015.01.03 13:16 신고

    스킨이 확 바뀌었군요. ^^
    구두는 거의 신지 않지만 운동화는 저렴한 것만 사서 신고 다닙니다. 제가 워낙 신발을 험하게 신는 편이라. ㅎㅎ
    스마트폰도 2년이 가까와 오면 또 바꿔야 하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옛날 삐삐가 그리워요. ㅜㅜ

    • Favicon of http://snowheart.tistory.com BlogIcon Snowroad snowroad 2015.01.08 21:43 신고

      네 ^^ 뭔가 바꾼다는게 쉽지는 않았고 게다가 블로그 스킨은 워낙에 손이 많이 가는지라 망설이다가 결국 바꿨네요. 늦은 새해 인사 드립니다. 그러네요.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2년의 사이클에 빠진 느낌이 종종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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