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블로깅에 대한 이야기가 요즘 종종 들린다. 기자들이 블로그를 만들어서 그 트래픽을 언론사 자체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은 언론사로부터 나온 것이지만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 활발하게 블로깅을 하는 기자들은 대부분 회사의 의도와는 별개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블로그를 꾸며가고 있다. 특징이라면 블로깅을 하는 기자들 중에 많은 수가 IT 쪽에 취재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중앙 일간지나 방송사의 기자들은 적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가 시사하는 점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전에도 몇 차례 말한 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난히 '기자'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보편적으로 사회 혹은 공중이 인지하고 있는 '기자'는 4대 일간지 혹은 4대 방송사 정도이지 그것을 넘어가는 경우는 '기자'라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요즘은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기자'의 영역에 대한 선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 언론이 활성화된 이후 좀 더 구체화되었는 데 메이저 언론이니 마이너 언론이니 하는 말들이 서서히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언론이라는 말조차 인터넷 포털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되어 가고 있다. 뭔가 새소식이 알고 싶으면 네이버나 야후 뉴스를 보면 되고 그곳에서는 소위 조중동 기자들의 글만이 아닌 이제까지 마이너 대접을 받던 미디어 기자들의 글들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는 신문지상에 실리기만 해도 그 파워(?)와 공신력이 압도적이었던 조중동의 기사들이 인터넷 상에서는 네티즌들에 의해 반박당하고 오탈자를 지적당할 정도니 세상이 변하기도 많이 변했다. -물론 아직도 우리 어르신들은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된 내용을 모두 사실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지만-

또한 요즘은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의 보수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예전같지 않다. 오히려 기존의 언론보다 블로거 1인의 글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며 날카로운 내용을 담는 경우도 많다. 기존 언론이 상대적으로 커다란 틀에 갇혀 있는 사이에 이들의 영향력은 날로 커져 가고 있고 소위 언론고시를 치르고 입사한 '수재'들을 제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디어의 개방화와 인터넷의 재도약과 맞물려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아직은 이러한 영역파괴가 IT분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는 현재 블로고스피어의 주류가 IT분야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은 분명하다. 즉 시간이 흐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미디어들의 접근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기존의 보수 언론들의 입지는 갈 수록 좁아질 것이다. 물론 기존 언론들이 이러한 변화를 모를 리 없다. 이미 조중동의 경우는 인터넷과 블로그를 자신들의 영역 안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입법, 사법, 행정에 이어 제4부로 그 위상과 권력을 휘둘러온 언론이 그 권력을 일반 대중들에게 내 줄 날도 머지 않았다. 과연 기존 언론들은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 나갈까 사뭇 궁금하다.

IT업계 특히 우리나라의 IT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 역시 그런 흐름에 끌려 IT매체 기자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 그러다 보니 IT분야의 일들이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신기술, 신제품이 나오면 발 빠르게 그것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나아가 미래의 변화까지 전망하는 것이 일상사였고 생활의 중심이었다. 만나는 인물들도 그와 관계된 업체관계자들이고 듣는 이야기도 역시 대부분이 IT업계의 동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히 나도 모르게 몸에 배인 착각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도 IT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막상 IT업계를 떠나 지극히(?) 평범한 사회생활의 틀로 들어와보니 IT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내가 어디 수도원에 들어온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중심으로 들어와 있음에도 IT는 보이지 않는다. 지극히 일상적이던 IT가 사라진 자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라는 한 단계 높은 이슈들이 자리잡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내가 느낀 것은 생각보다 일반인들이 IT에 대해 느끼는 체감지수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속해있는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한 때 일상 그 자체라고 느꼈던 것들이 사실은 하나의 조각에 불과했다는 점은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사람은 보는 만큼 느끼는 법이다. 그리고 틀 안에 갇혀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현재 자기가 처한 현실이 세상의 전부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인터넷에서도 IT를 다룬 블로그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IT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간에서나 그런 것이지 보통 사람들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7의 문제점이 어떠니 구글이 한국 시장을 잡아먹는 것이 어떠니 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요즘 드는 생각은 세상을 좀 더 넓게 봐야 한다는 것. 너무 한 곳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들을 스스로 사전에 막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무한히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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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스피어는 아직은 토론의 장으로 자리매김에는 어려움이 많다. 전에도 이런 일을 겪었지만 이 글 역시 여기저기 흘러다니면서 매질을 당하고 있다. 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은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부분을 마치 전체인양 잘못 이해하고 일부분을 떼어다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참 답답한 노릇이다.

어떤 글을 보고 그 글이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관과 다르면 답글로 어느어느 부분은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거나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생각을 하냐고 물을 수도 있는 일인데 무작정 일부분을 떼어내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놓고 놀잇감으로 삼는 것은 어떤 심리인 지 참 파악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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